소리 / 윤자명
출근하고 등교하는 사람들이 썰물처럼 빠져나간 후, 또 한 차례 아파트 현관이 분주해진다. 수영복이나 체육복이 들어 있는 가방을 메고, 혹은 서실書室로 향하고 무슨 강좌나 취미 교실에 참석하러 나가는 주부들의 발길에도 신선한 바람이 인다. 그녀도 활기를 되찾았다. 가끔 찻잔을 놓고 마주할 때면, 이제 제 앞가림하는 자식들이나 직장 일에 바쁜 남편에게나, 자기는 있으나 마나 한 존재 같다던 그녀였다. 중년을 의식하듯 자아 상실과 무기력에 빠져 있던 그녀가 도예를 만나게 된 건 행운처럼 여겨진다. 물을 만난 고기처럼 눈빛엔 생기가 넘친다. 허투루 보낸 시간을 되찾아서 쓰고 싶다고 한다. 가족들에게까지 드리워져 있던 우울의 그림자도 말끔히 걷혔다. 그녀가 만든 풍경風磬을 선물 받았을 때는, 거무튀튀한 색깔에 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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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 2. 26. 0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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