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수권 시인
아내의 맨발1 - 연엽(蓮葉)에게 줌/ 송수권 그녀의 피 순결하던 열 몇 살 때 있었다/ 한 이불 속에서 사랑을 속삭이던 때 있었다/ 蓮 잎새 같은 발바닥에 간지럼 먹이며/ 철없이 놀던 때 있었다/ 그녀 발바닥을 핥고 싶어 먼저 간지럼 먹이면/ 간지럼 타는 나무처럼 깔깔거려/ 끝내 발바닥은 핥지 못하고 간지럼만 타던/ 때 있었다.// 이제 그 짓도 그만두자하여 그만두고/ 나이 쉰 셋/ 정정한 자작나무, 백혈병으로 몸을 부리고/ 여의도 성모병원 1205호실/ 1번 침대에 누워/ 그녀는 깊이 잠들었다./ 혈소판이 깨지고 면역체계가 무너져 몇 개월째/ 마스크를 쓴 채, 남의 피로 연명하며 살아간다.// 나는 어느 날 밤/ 그녀의 발이 침상 밖으로 흘러나온 것을 보았다/ 그때처럼 놀라 간지럼을 먹였던 것인데/ ..
시詩 느낌
2021. 3. 25. 1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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