쑥버무리 / 김대성
바깥에는 솜털처럼 부풀어 오른 가로수 길 벚꽃들이 자욱하다. 하얀 초롱처럼 나뭇가지에 총총 매달렸던 목련꽃이 불가사리처럼 잎새를 늘어뜨리고 벌써 지고 있다. 조용한 거실에서 아내가 누군가에게 전화를 하고 있다. 간간이 들려오는 전화 소리를 들어보면 대화의 상대가 누구인지 대충 가늠을 할 수 있다. 친정의 식구인지, 친구인지, 일상의 일로 대화하는 사람인지 짐작이 간다. 친정 동기(同氣)간에 이야기할 땐 낮고 조용하고 애절하다. 친정 동기 중 맏이여서 그런지 아니면 나이가 들어서 그런지 갈수록 더욱 짙은 감정을 담아낸다. 근래 들어와서 아내가 부쩍 돌아가신 친정엄마 이야기를 자주 한다. ''나이가 드니 아프지 않은 곳이 없다.'' ''어려울 때 돈이 요긴 하더라. 돈을 중히 여겨라.'' ''있는 옷만 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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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 11. 6. 0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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