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개 / 김새록
안개 속으로 걸어가는 사람들은 움직이는 한 폭의 그림이다. 가까이 있던 집들도 멀리 떨어진 자리에서 움직이는 실루엣이다. 한 개가 그런 술수를 부린다. 꿈처럼 신비스럽기조차 하다. 활동사진을 보는 듯한 재미도 있다. 어제와는 전혀 다른 도시의 분위기다. 창밖을 유심히 보고 있노라니 곱고 아름다운 사람이 사는 마을이 떠오른다. 가위로 삭둑 잘라내면 가장 멋진 사람들이 어울려 사는 전원도시 같은 것이 손에 잡히겠다. 그런가 하면 쑤군거리기를 좋아하는 음지식물 같은 마을도 곰팡이처럼 자랄 것이라며 공연히 비위를 긁어본다. 그렇게 안개를 보고 있는데 사람들이 쑤군거리는 소리가 어디에선가 희미하게 들린다. 그것은 물론 환청이다. 그 소리는 우윳빛 같은 안개 속에서만 들을 수 있는 소리의 미약한 울림이다. 실제로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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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 12. 30. 0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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