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의 의자 / 진영숙
일주일에 한두 번, 오전 일정이 없는 날에는 습관처럼 커피잔을 들고 거실 창가로 향한다. 창 가까이에 놓여 있는 빨간 의자를 친구 삼아 계절과 날씨에 따라 변화하는 바깥풍경에 빠져들곤 한다. 어제와 오늘, 모처럼 쌓인 눈으로 제주는 하늘길과 바닷길이 모두 막혀버렸다. 공항에서는 매트와 담요로 하룻밤을 지낸 여행객들의 항의가 빗발쳤다는 뉴스를 들으며 나는 혼잣말로 중얼거렸다. “하늘이 하시는 일을 사람이 어찌 막을 수 있담?” 창가에서 서성일 때마다 나는 푹신한 소파보다 어머니가 즐겨 앉던 빨간 의자에 눈길이 더 간다. 겨우 엉덩이를 걸칠 수 있고, 오래 앉아 있으면 불편한 의자인데도 말이다. 그때마다 생전에 어머니가 남긴 말 한마디가 가슴 속을 맴돈다. “5년만 더 살 수 있다면….” 어머니는 둥근 플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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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 2. 13. 04: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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