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된 골목 / 정영숙
‘인문학적인 집 석류 5호’ 골목을 들어서자 특이한 문패가 시선을 잡았다. 직사각형을 교묘히 겹쳐 놓은 듯 세련된 집이었다. 한참동안 서서 그 집을 바라보았다. 어릴 적 살던 집 마당이 있던 곳인데 어떤 흔적도 찾을 수 없다. 내가 그리던 골목안의 모습은 사라지고 낯선 집들로 촘촘하다. 십여 년 전에도 그랬다. 문화예술회관에서 학원장들의 연수교육이 있던 날, 무슨 마음이었는지, 근처 그 오래된 골목이 생각났다. 연한 나뭇잎들이 마음을 간질이고, 봄 햇살이 와그르르 쏟아지고 있었다. 큰길 건너 그 골목으로 들어섰다. 골목 초입이 짧아졌다. 탱자나무 울타리도 사라졌다. 그런대도 낯설면서도 익숙하다. 그리움이 아지랑이로 서성댔다. 내가 살던 집을 찾았다. 어딘지 가늠할 수가 없었다. 대문 옆의 키 큰 가죽나무..
수필 읽기
2021. 1. 18. 08:55
공지사항
최근에 올라온 글
최근에 달린 댓글
- Total
- Today
- Yesterda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