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된 연애의 기술 / 박미림
“학창시절 내가 쓴 연애편지는 작가 뺨쳤지.” 오랜만에 만난 초등 동창의 너스레다. “아쉽다 책으로 묶였다면 베스트셀러가 됐을 텐데…” 나는 웃으며 맞장구를 쳐 주었다. 왜 아니겠는가? 사춘기 시절, 누군가로 인해 까닭 없이 가슴이 뛸 때, 상대 마음을 사로잡기 위한 필살기. 한 줄 한 줄 밤새워 편지를 썼을 것이다. 썼다 지우기를 수십 번. 편지쓰기 습작은 나날이 필력이 붙었을 것이다. 그런 사랑을 경험해 본 사람이라면 글쓰기 실력의 정점도 그즈음 이었음을 단언할 수 있다. 하지만 그렇게 가슴앓이 편지를 쓴 사람이 어디 그 친구뿐이랴. 누구나 연서를 쓰는 순간 지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미사여구를 활용했을 것이며, 스스로의 검열을 거친 뒤에야 비로소 봉투에 봉인되었을 터. 그러니 비록 유치함과 조잡함이 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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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 7. 6. 0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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