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날, 우도에서 / 전성옥
연노랑 옷을 입고 완만한 밭 언덕을 몇 시간째 걷고 있다. 웬 낯선 여자가 혼자서 저리 밭둑을 걸어갈까, 노란 눈들이 술렁댄다. 언덕 주인 유채는 나를 동색으로, 동료로 인정해 줄 모양이다. 유채의 보호자인 긴 돌 담장도 적의가 없다. 오히려 끝없이 같은 말을 반복해 주고 있다. '지켜줄게, 지켜줄게, 지켜줄게….' 바람은 여전히 거세게 분다. 바람의 손길에 순순히 풀이 눕는 것도 여전하다. 그러나 풀을 지배하고 나를 밀어내던 지난해와는 다른 바람 다른 풀이다. 이제 그들은 내 뺨을 보드랍게 쓸어주며 함께 말을 한다. '괜찮아, 괜찮아, 괜찮아….' 얕은 언덕에 앉은 나는 바다의 사랑을 지켜본다. 다가오면 안아주고, 다가와서 안아주는 그들의 몸짓을 오래오래 지켜보고 있다. 한결같은 사랑이다. 저들의 깊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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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 4. 26. 12: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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