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Con sentimento (감정을 갖고) 피아노를 팔았다. 아니 버렸다는 말이 더 맞다. 거실과 부엌 사이, 그토록 가까운 거리에 있었음에도 그에게 다가가지 않았다. 할 수만 있다면 그가 먼저 나를 버리고 싶었을 것이다. 거들떠보지도 않는데 깊은 생각에 잠겨있는 사람 같기도 하고 상처입고 웅크리고 있는 짐승처럼 보이기도 했다. 그저 검고 흰 조각들이 맞물린 가구에 불과했다. 피아노를 돈으로 환산하고 난 후, 어쩌면 이토록 아무것도 아닐 수 있는지를 생각할 때마다 돌부리에 자꾸 걸려 넘어지는 기분이 들었다. Capriccioso (마음 내키는 대로) 피아노가 나에게 왔을 때, 나는 처녀였다. 형식이 없는 자유로운 재즈에 빠져 지내다 혼수로 폼나게 가져왔지만 결혼생활은 처녀 때 배운 재즈적인 것과 무관했다..
수필 읽기
2021. 5. 20. 0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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