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여사 / 이미경
우리는 엄마를 가끔 이여사라고 부른다. 누구 아내, 누구엄마, 아줌마로 평생 불렸던 엄마가 어느 날 환한 얼굴로 외출에서 돌아왔다. 친구를 따라 서실에 갔는데 이여사라고 불렀다는 것이다. 무심한 딸들은 엄마를 기쁘게 했던 이여사라는 호칭에 별로 신경을 쓰지 않았다. 엄마는 다시 누구 아내, 누구 엄마, 아줌마라는 이름으로 살았다. 세월이 흐르고 흐른 어느 날 엄마가 뇌졸중으로 쓰려졌다. 왼쪽 팔다리가 마비되면서 우울증이 같이 왔다. 우리는 엄마를 예전처럼 환하게 웃게 할 수 없을까 생각하다가 ‘여사’라는 호칭을 기억해 냈다. 분위기를 띄우기 위해 별칭처럼 불러봤는데 반응이 좋았다. 이여사는 오빠 넷을 둔 막내딸로 태어났다. 외조부모님은 나이가 많아서 낳은 고명딸을 불면 날아갈세라 쥐면 꺼질세라 키운 탓에..
수필 읽기
2021. 12. 15. 13:44
공지사항
최근에 올라온 글
최근에 달린 댓글
- Total
- Today
- Yesterda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