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향 시인
구겨진 몸 / 이향 불 피우다 보면 구겨진 종이가 더 잘 탄다 주름살 많은 부채 속, 바람 잡혀 있듯 구겨진 몸에는 통로가 있다 밑바닥까지 굴러본 뒤에야 깊어지는 숨처럼 구석에 쿡, 쳐 박혀봐야 뻑뻑한 등도 굽을 수 있지 그래야 바람을 안을 수 있지 반듯한 종이가 모서리 들이미는 사이 한 뭉치 종이가 불을 먼저 안는다 구겨진다는 것은 바짝 다가선다는 것일까 더 망칠 것 없다는 듯 온 몸으로 불길을 연다 그 얇은 몸으로 불을 살린다 밤의 그늘 / 이향 나무는 나무에서 걸어나오고/ 돌은 돌에서 태어난다// 뱀은 다시 허물을 껴입고/ 그늘은 그늘로 돌아온다// 깊고 푸른 심연 속에서/ 흰 그늘을 뿜어올리는/ 검은/ 등불// 낮에 펼쳐둔 두꺼운 책갈피로 밤이 쌓인다// 달의 계단들이 아코디언처럼 접혔다가 다시 ..
시詩 느낌
2021. 3. 29. 1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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