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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딪히면흐느끼고 고이면비치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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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명의 눈 / 장수영 (1)
익명의 눈 / 장수영

마당을 쓸었다. 태풍이 지나간 마당은 담장 없는 이웃집에서 굴러온 나뭇잎과 꽁초 들이 널브러져 있다. 외출을 하려다가 아무런 준비 없이 쓰레기를 주섬주섬 주워 들고 쓰레기장으로 갔다. 이리저리 살피다가 무심코 고개를 들어 골목길 전봇대에 매달린 카메라와 눈이 딱 마주쳤다. 카메라 안에 있는 그 렌즈와 눈이 마주치는데 이유 없이 움찔거렸다. 나쁜 짓 하다 들킨 기분이랄까. 그것은 주운 쓰레기를 봉투 담지 않고 손에 들고 있었을 뿐인데. 카메라의 눈을 피해서 들고 간 쓰레기를 덜 채워진 봉투를 열어 꾸겨 넣었다. 감시카메라가 마을 골목까지 들어 온지 몇 해가 되었다. 이 카메라도 쓰레기장 앞에 서 있은 지는 두 해는 지났지 싶은데, 그동안 무심했다는 것은 당당함이다. 그런데 움찔하고는 가던 길을 멈추고 카메..

수필 읽기 2021. 12. 16. 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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