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배(再拜)의 이유 / 최민자
졸업반이 되자 세상의 모든 직장인들이 다 위대해 보였다. 이미 견고하게 짜여 버린 틀 안에 내가 비집고 들어설 틈은 없어 보였다. 큰 톱니, 작은 톱니, 볼트와 너트로 맞물려 일사불란하게 바퀴를 굴리고 있는 사람들이 부러웠다. 산달이 가까워지자 아이 난 여자들이 다 위대해 보였다. 어떤 녀석이 나올까. 얼마나 아플까. 손가락 발가락은 다 정상일까…. 기쁨과 설렘보다 불안과 걱정이 앞섰다. 생명을 출산하는 위대한 과업을 손바닥 뒤집듯 몇 번씩 해내고도 호들갑을 떨지도, 공치사를 하지도 않는 평범한 아낙들이 대단해 보였다. 운전면허시험을 앞두고는 운전석에 앉아 있는 사람들이 정말로 부러웠다. 필기시험은 한 개밖에 안 틀리고도 몸치에 기계치에 겁까지 많아 실기(實技)를 다섯 번이나 실기(失機)하고 말았다.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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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 2. 4. 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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