짐승에 관한 세 가지 이야기 / 이희자
1 “짐승만도 못하다는 것과 짐승보다 더하다는 것 중 어느 게 더 심한 욕일까?” 인터넷 우스개란에 올라와 있는 말이다. 그 재치 있는 말놀음에 한참 웃고 나니 그와 관련 있는 우스개가 하나 떠올랐다. 어떤 남녀가 길을 가다가 날이 저물어 여인숙에 들었다. 공교롭게도 방이 하나밖에 없어서 한방을 쓰게 되었다. 잠자기 전, 방 가운데 줄을 걸고 커튼을 친 여자가 말했다. “당신, 이쪽으로 넘어오면 짐승이에요.” 아무 일 없이 밤이 새고 날이 밝았다. 줄을 걷으면 여자가 또 한 번 말했다. “짐승만도 못한 인간!” 그날 밤 만약 무슨 일이 벌어졌더라면 그 남자는 짐승보다 더하다는 말을 들었을까? 그런데 같은 말이 그 말을 쓰는 순간의 화자의 심정에 따라 정반대의 가치로 새겨지고 있는 것이 흥미롭다. 여자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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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 12. 22. 0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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