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설에 붙여서 / 류달영
--전진을 위한 회고와 전망-- 어느 날 나는 텅 빈 운동장에서 두 팔을 앞뒤로 높이 휘저으면서 혼자 걸어가는 한 어린이를 지나쳐 볼 수가 있었다. 밤사이에 내린 첫눈으로 뒤덮인 운동장은 동녘 하늘에 솟아오르는 햇살에 더욱 눈이 부시었다. 그 흰 눈 위를 생기가 넘치는 그 어린이는 마치 사열대 앞을 행진하는 군인처럼 기운차게 신이 나서 꺼덕꺼덕 걸어가는 꼴이 하도 익살맞아서 나는 혼자 웃음을 참으면서 바라보고 있었다. 그 어린이는 가끔 그 활발한 행진을 멈추고 차려의 자세로 서서 고개를 돌려 뒤를 한 동안씩 바라보다가 전과 똑같은 보조로 두 팔, 두 다리를 높직높직 쳐들면서 다시 걸어가는 것이었다. 옥판선지 같이 깨끗한 흰 눈 위에 작은 발자국이 자국자국 무늬져서 길게 뻗어나가고 있었다. 이 어린이는 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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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 4. 16. 0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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