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떤 말은 광속으로 귓속에 와 박힌다. 우리들이 교정을 막 끝내고 뭉그적거릴 때 그녀가 뱉은 말이 급소를 건드렸다. 붉은 입술이 ‘뱅쇼’라고 말하는 순간 머릿속으로 어디선가 앵무새 한 마리가 날아온 듯 낯선 이미지들이 꽃을 피운다. 나의 취약지구를 건드린 말맛이 침샘을 건드렸다. 찻잔에는 붉은 와인에 잠긴 레몬, 사과, 배, 오렌지가 시나몬과 어울려 울긋불긋하다. 베일 속에 아른거리는 이국적인 맛을 상상하며 말맛에 취해 버린 나는 새큼달큼하고 진한 와인을 연신 음미하는 동안 온몸이 달아올랐다. 그녀가 욕심을 부려 와인을 좀 더 많이 넣은 탓으로 꽁꽁 얼었던 내 마음이 제대로 풀려버렸다. 나중에야 알게 된 일이지만 뱅쇼는 북유럽인들이 혹독한 겨울에 몸을 덥히기 위해 마시는 와인으로, 우리가 진한 쌍화탕을 ..
수필 읽기
2022. 5. 27. 08:27
공지사항
최근에 올라온 글
최근에 달린 댓글
- Total
- Today
- Yesterda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