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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딪히면흐느끼고 고이면비치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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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오산 / 이재훈 (1)
파오산 / 이재훈

어젯밤에 천사가 왔나보다. 여느 때와는 달리 밖이 환해서 늦잠을 잤나하고 창밖을 내다보니 온 세상이 하얗게 변했다. 겨울의 끝자락이지만 제법 눈이 많이 내렸다. 프랑스의 수도 파리에서는 보기 드문 일이다. 눈길이 가는 곳에 수 없이 보이는 흰 지붕들이 고향에서 많이 봤던 산과 비슷하다. 그리움이 가슴을 헤집고 파고든다. 갑자기 산에 가고 싶다. 그래, 파오산에 가자. 이런 때에 산을 오르면 제 맛이 난다. 옷을 두툼하게 입고 소리가 나지 않게 현관문을 살짝 열고 나갔다. 찬바람이 휙 하고 얼굴을 스치니 정신이 버쩍 난다. 승강기를 타지 않고 계단을 내려간다. 아파트의 출입문을 열고나오는데 길 위에 눈이 수북하게 쌓였다. 눈 위에 발자국이 아직 하나도 없다. 첫 발을 내디디자 신발 밑에 눌리는 눈이 아픈지..

수필 읽기 2021. 4. 8. 08: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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