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설 / 노혜숙
주점 밖에는 폭설이 쏟아지고 있었다. 어떤 이는 ‘한계령을 위한 연가’를 읊조리고 어떤 이는 돌아갈 길을 걱정했다. 한줌 회한과 그리움을 술잔에 섞어 마시는 밤, 사람들은 문득 말을 멈추고 하염없는 눈발에 시선을 던졌다. 우리는 자정이 넘도록 술잔을 기울이며 중년의 때 묻은 사랑에 대해 이야기했다. 문학이라는 이름으로 삼삼오오 모인 자리였다. 무소의 뿔처럼 앞만 보고 달려온 생이었다. 다시 돌아간대도 다른 길을 선택할 수 있을지 장담할 수 없었다. 그럼에도 수시로 목덜미를 잡아당기는 게 있었다. 한 번도 제대로 사랑해보지 않았다는 후회였다. 문득 닥친 인생의 노을 앞에서 사람들은 좀 더 솔직하고 뻔뻔해졌다. 구속과 질서라는 양면의 날을 가진 도덕의 경계를 이야기할 때는 정답을 찾지 못한 이의 머뭇거림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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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 1. 19. 1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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