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어 / 이종임
제9회 동서문학상 동상 눈이 펑펑 내리고 있었다. 주먹만한 눈송이가 함성처럼 쏟아져 내렸다. 어린 나는 쪽창에 얼굴을 대고 내리는 눈을 바라보다 더는 참지 못하고 방문을 열고 나왔다. 차게 굳은 마루에도 습자지처럼 눈송이가 덮였다. 한 발 디디자 마당을 향한 작고 선명한 자국이 생겼다. 양말을 털고 새로 산 털신을 신었다. 성근 측백나무 울타리에 몰아치던 눈바람은 나뭇가지마다 눈꽃을 피우고 넓은 마당에는 두터운 솜이불을 깔아놓았다. 아무도 밟지 않은 눈 위로 발을 디뎠다. 뚜렷한 지그재그 문양이 고대문자처럼 떠올랐다. 강아지처럼 깡충깡충 뛰어 눈그림을 그렸다. 눈송이는 발자국 아래서 아프게 눌리고 쉽게 뜯어지지 않을 흰 판자처럼 다져졌다. 긴 발자국을 내며 대문간으로 나갔다. 대문간에 서서 마을을 바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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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 2. 28. 0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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