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엄(華嚴)의 세계에 닿다 / 이은희
기억에는 경내 구석구석에 핀 꽃 무리뿐이다. 찬란하게 빛나는 청화쑥부쟁이에 매료되어 경배하듯 허리를 펼 줄을 몰랐다. 무엇보다 밀짚모자 아래 낯빛이 맑은 동그란 얼굴과 작은 체구에 스님의 모습이 잊히질 않는다. 정작 법당에 모신 주불이 어떤 분인지, 정사의 법력은 알지 못하고 온갖 식물과 풍경에 취한 모습이다. 4년 전 선배가 꽃을 좋아하는 나와 어울리는 절집이라고 데려간 곳이 바로, 보현정사이다. 전국의 산사를 행선(行禪)하듯 돌아다녔는데 인연은 따로 있다. 보현정사의 풍경이 좋아 철마다 지인을 데리고 오갔다. 봄에는 벚꽃과 수선화, 빨간 홍도화에 매혹되어 어지러울 정도이고, 여름이면 시원한 계곡물 소리를 따라 으아리와 인동초, 수국 등속이 향기롭다. 가을에는 앞 뒷산의 단풍이 붉고 곳곳에 가을꽃 무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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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7. 19. 14: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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