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습득 코너

'성을 간다'는 말이 욕인 이유

부흐고비 2008. 1. 18. 18:40

 

'성을 간다'는 말이 심한 욕인 이유

 

 

흔히 자기의 말이 사실임을 강조할 때,
“거짓말이면 내 성을 간다”라고 말하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또 부끄러운 일을 한 사람에게
“네 성을 갈아라”라고 욕하는 경우도 가끔 있습니다.
‘성을 간다’는 것이 심한 욕이 되기 때문에 생긴 말인데,
그러면 왜 성을 가는 것이 큰 욕이 될까요?

‘성을 간다’는 말의 유래는 나라의 흥망과 관계가 있습니다.
예부터 중국에서는 역성(易姓)이라는 것이 혁명을 뜻했습니다.
기존의 나라를 뒤엎고 새로운 나라를 세웠을 때 가장 상징적으로
권력자의 성(姓)과 이름이 바뀌었기 때문입니다.
‘역성’은 ‘성(姓)을 바꿈’을 뜻하는 말입니다.

중국 영향을 받아 우리나라에서도 정권이 바뀐 것을 역성혁명이라고 말했으니,
김(金)씨 혈맥인 신라 왕조를 무너뜨린 고려는 왕(王)씨였고,
고려를 멸망시킨 조선 왕조는 이(李)씨에 의해 세워졌습니다.

그런데 나라가 바뀔 경우 새로운 권력자는 기존 왕족을 죽이기 일쑤였고,
기존 왕족은 성을 바꾸며 숨어 살았습니다. 예컨대
왕(王)씨는 조선시대에 전(全)씨, 옥(玉)씨 따위로 성씨를 바꾸었습니다.

이런 일로 인해 성을 가는 것은 ‘절망적 패배’를 인정하는 말로 통했으며,
나아가 치욕스런 일로 여겨졌습니다. 오늘날 ‘성을 간다’는 말이
‘수치스런 일’, ‘망신’의 뜻으로 쓰이게 된 것도 그 때문입니다.


그러나 금년 1일부터 시행에 들어간 가족관계등록법에 따라
법원에 접수한 성씨 변경신청이 2천여 건이 넘는다니
‘성을 간다’는 말뜻이 이제는 옛말이 되었습니다.
시대에 따라 풍속도 변하나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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