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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詩 느낌

시론 / 이규보

부흐고비 2008. 6. 26. 16:29

 

詩 論 

 

 

作詩尤所難 <작시우소난> 시를 지음에 가장 어려운 것은

語意得雙美 <어의득쌍미> 말과 뜻이 어울려 아름다운 것

含蓄意苟深 <함축의구심> 품어 쌓은 뜻이 참으로 깊어야

咀嚼味愈粹 <저작미유수> 씹을 수록 맛이 더더욱 순수해

意立語不圓 <의립어불원> 뜻만 서고 말이 원만치 못하면

澁莫行其意 <삽막행기의> 껄끄러워 뜻이 전해질 수 없네

就中所可後 <취중소가후> 시 짓기 중 가장 뒤에 할 것은

彫刻華艶耳 <조각화염이> 아로새겨 겉도 좋게 꾸미는 일

華艶豈必排 <화염기필배> 곱게 꾸밈을 어찌 배척만 하리

頗亦費精思 <파역비정사> 자못 깊이 생각해서 써야할 일

攬華遺其實 <람화유기실> 꽃만 따고 열매를 버리게 되면

所以失詩眞 <소이실시진> 시의 참된 멋을 잃게 되건마는

 爾來作者輩 <이래작자배> 요즘 들어 시를 짓는 무리들은

不思風雅義 <불사풍아의> 시의 고아한 멋은 생각지 않고

外飾假丹靑 <외식가단청> 거짓 치장 화려히 겉만을 꾸며

求中一時嗜 <구중일시기> 한 때의 입맛에나 맞추려 하네

意本得於天 <의본득어천> 뜻은 본래 하늘이 내려주는 것

難可率爾致 <난가솔이치> 찾아다녀서도 이루기 어렵다네

自천得之難 <자천득지난> 몸소 생각으론 더 얻기 어려워

因之事綺靡 <인지사기미> 사람들은 꾸미기만 일삼는다네

以此眩諸人 <이차현제인> 꾸밈으로 사람들을 현혹시켜서

欲掩意所墑 <욕엄의소궤> 뜻이 부족한 것을 가리려 하네

此俗寢已成 <차속침이성> 이런 버릇 이미 습성으로 깊어

斯文垂墮地 <사문수타지> 문학이 땅바닥에 떨어져버렸네

李杜不復生 <이두불부생> 이백과 두보 이제 다시는 없고

誰與辨眞僞 <수여변진위> 누구와 함께 진짜 가짜 가릴까

我欲築頹基 <아욕축퇴기> 무너진 터를 내가 쌓고자 해도

無人助一墠 <무인조일궤> 흙 한 삼태기 더해 줄 이 없네

誦詩三百篇 <송시삼백편> 삼백 편의 시를 외운다 하여도

何處補諷刺 <하처보풍자> 어디에다 풍자함을 더하겠는가

自行亦云可 <자행역운가> 홀로 길을 가는 것도 좋겠지만

孤唱人必戱 <고창인필희> 외로운 내 노래 남들은 웃으리

 

이규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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