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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직장 내 프렌드십 진단
강진구, 김현기 | 2008.09.02


  LG경제연구원이 국내 최초로 대한민국 직장의 프렌드십(frendship) 수준을 진단해 보았다. 우리나라 직장인 359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 결과, 직장 내 프렌드십은 ‘직장 만족’, ‘직무 몰입’, ‘팀 성과 인식’, ‘이직 의향’ 등 조직 성과요인에 큰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끈끈한 인간관계라면 한국인을 따라갈 수 없을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 우리나라 직장인의 건설적인 프렌드십 수준은 100점 만점에 52.4점에 불과했다. 또한 ‘권위적이고 강압적인 조직의 분위기’와 ‘업무 과다에 따른 여유 부족’ 등이 프렌드십 형성을 가로막는 대표적인 요인들로 꼽혔다. 프렌드십 경영을 위해서는 구성원간 관계의 힘을 강조하는 여건을 조성하고 구성원 간의 충분한 교류를 유도해야 한다. 또한 리더의 커뮤니케이션 스킬 향상에 많은 관심과 지원을 쏟고, 조직 내 갈등을 관리하는 프로세스를 정형화하는데 각별히 신경 써야 할 것으로 보인다.■

I. 머리말

성공하는 기업이 되기 위해서는 조직 구조, 경영 전략 및 시스템과 같은 좋은 하드웨어(hardware)를 갖추어야 한다. 그리고 하드웨어를 움직이는 좋은 소프트웨어(software)도 있어야 한다. 그런데 여기서 꼭 알아야 할 점은 강력한 소프트 파워는 개별 구성원 한 사람 한 사람의 창의성을 뛰어넘어 함께 일하는 구성원들 간의 건설적인 관계에서 나온다는 것이다. 잔물결이 모여 큰 파도를 이루듯 개별 인재의 창의적 역량이 집단적 창의성으로 발현될 때 조직의 혁신과 도약이 이루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최근 관심을 끌고 있는 것이 바로 ‘직장 내 프렌드십(Workplace Friendship)’이다. 원래 프렌드십은 개인의 삶 속에서 친구와의 돈독한 우정을 일컫는 말로 사용되고 있다. 하루의 절반을 일터에서 보내는 현대의 직장인들에게도 직장 동료들과의 프렌드십은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조직 내에서 서로의 성공을 진심으로 바라고 도와주는 참된 친구의 존재는 개인의 행복은 물론 조직의 발전에도 기여한다. 조직의 발전을 위해서는 직장 동료나 상사와의 사이에서 신뢰, 헌신, 애정을 바탕으로 한 건설적인 관계, 즉, 프렌드십이 공고히 다져야 한다. 이를 위한 기업의 다양한 활동을 ‘프렌드십 경영(Friendship Management)’이라고 말한다(LG주간경제 2007년 8월 1일자 <강한 조직을 만드는 프렌드십 경영> 참조).

미국 갤럽연구소는 직장 내 프렌드십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2002년부터 3년간 112개 국가 총 451만 명을 상대로 한 방대한 설문조사를 실시한 바 있다. 연구 결과 ‘조직 내 절친한 친구의 존재 여부가 회사의 성과 향상에 도움이 된다’는 것이 입증되었다. 그렇다면, 대한민국 기업과 직장인들의 경우는 어떠할까? 직장생활에서 얼마나 건설적인 프렌드십을 형성하고 있을까? 그리고 우리 나라 여건에 맞는 프렌드십 경영의 효과적인 전개 포인트는 무엇일까? 실제 설문조사를 통해 우리나라 직장내 프렌드십의 현주소와 개선 방안을 모색해 보았다.

II. 직장 내 프렌드십의 현주소

금번 설문조사는 우리나라 직장인들이 느끼는 직장 내 프렌드십 경영의 현주소와 개선 방향을 파악해 보고자 하는 취지에서 실시되었다. 이를 위해 LG경제연구원이 설문을 기획하고 취업 포털업체인 ㈜잡코리아의 도움을 받아 설문조사를 실시하였다. 설문은 2008년 8월 7일부터 8월 14일까지 1주일간 온라인 방식으로 이루어졌으며, 20~50대 직장인 359명이 참여하였다(<그림 1> 참조).

 

 

응답자 중에는 국내 대기업 및 중소기업의 직장인들은 물론 IBM, HP, 3M, 듀폰 등 국내에 진출해 있는 외국계 글로벌 기업들에 다니는 직장인 58명도 포함되어 있다. 설문은 총 26개 항목으로 ‘프렌드십 수준’, ‘프렌드십 특성 및 유형’, ‘주요 정성적 성과 요인 인식’ 등을 묻는 내용으로 구성되었다.

구체적인 프렌드십 수준 진단의 기준으로는 경영학자들이 기존에 개발해 놓은 ‘구성원들 간의 수직적 및 수평적 관계의 질(quality of relationship)’, ‘상호 접촉 빈도/기회(frequency and opportunity of mutual relationship)’, ‘개방적이고 열린 커뮤니케이션 풍토(open communication climate)’, ‘친구 보유 인식(perception of having a friend)’ 등을 사용하였다. 그리고 프렌드십 특성은 이 분야의 권위자이자 미국 갤럽연구소의 수석 컨설턴트인 톰 래스(Tom Rath)가 개발한 8가지 유형(공유형, 길잡이형, 각성제형, 동기부여형, 옹호형, 동반자형, 활력소형, 가교형)을 활용하였다. 프렌드십 수준이 기업의 주요 정성적 성과 요인(직무만족/몰입, 팀 성과 인식, 이직 의향 등)에 미치는 영향도 알아보았다. 

한국 기업의 프렌드십 수준은 100점 만점에 52.4점

우리나라 직장인들이 느끼는 직장 내 프렌드십 수준을 100점 만점으로 환산해 본 결과, 조사 대상 한국 기업들의 직장 내 프렌드십 수준은 평균 52.4점에 불과했다. 이 결과만 놓고 볼 때, 그리 만족스러운 점수는 아니다. 한국인은 끈끈한 정(情)과 유대관계가 강조되는 집단주의적 문화를 지녔다는 점을 감안해 볼 때 더욱 그런 생각이 든다.

집단별로 분석해 보면 성별, 직군별, 기업별 등으로는 프렌드십 수준에 큰 차이가 없었다. 하지만 직위, 기업 규모, 산업별 비교에서 약간의 인식 차이가 드러난다. 부하 직원(차장급 이하 팀원)보다 직장 상사(팀장 및 관리자)가 약 10점정도 프렌드십 수준이 더 좋다고 보고 있어 상하간의 인식 차이가 있음을 알 수 있다. 집단별 분석에서 또 하나 흥미로운 결과는 기업 규모와 산업별로 나타난 차이이다. 규모가 작은 회사에 다니는 사람들이 48.2점으로 대기업 55.0점보다 낮은 점수를 기록했다. 이 결과는 작은 기업이 더 가족적인 관계를 가지며 높은 프렌드십 수준을 보일 것이라는 일반적인 통념과 다른 것이다. 또한 공공기업은 46.5점으로 민간기업들보다 상대적으로 낮은 점수를 보이고 있다. 이는 이들 기업의 조직 문화가 다른 기업들에 비해 상하 간의 위계질서를 더 많이 따지는 등 경직적일 수 있다는 점을 간접적으로 말해준다. 

 

 

 

사실 직장생활 속에서 바람직한 프렌드십이란 상호간의 신뢰와 존중감 그리고 열린 대화가 가능한 분위기에서 형성된다. 또한 프렌드십은 업무나 직장 생활에서 서로에게 필요한 것을 기꺼이 도와주는 조력자의 관계가 될 수 있을 때 의미가 있다. 단순히 끈끈한 감성 터치만으로 프렌드십이 쌓일 수 있다는 생각은 금물이다.

상사와 부하 간의 ‘수직적 관계’ 개선이 시급

이번 설문조사에서 프렌드십 수준은 <그림 3>과 같이 4가지 영역에 걸쳐 조사되었다. 이 가운데 흥미로운 부분은 ‘수직적인 관계’ 즉, 직장 상사와 부하 직원들 간의 건설적인 관계가 수평적인 동료들 간의 관계보다 상대적으로 만족스럽지 못하다는 점이다. 구체적으로 상사와 부하 직원 간의 존중감은 49.6점으로 동료들 간의 존중감 55.9점보다 상대적으로 낮았다. 신뢰감 또한 약 3점정도 낮게 나왔다. 그리고 서로가 만나서 의견을 자유롭게 나누고 스스럼없이 대화할 기회를 나타내는 상호 간의 관계의 양도 수직적인 관계가 47.8점으로 수평적인 관계 53.1점보다 낮았다.  

 

 

또 하나 살펴보아야 할 결과는 구성원들 간의 수직적 및 수평적 커뮤니케이션이 자유로운 정도를 나타내는 ‘개방적인 조직 풍토’와 건설적인 친구를 회사 내에서 보유하고 있는지에 대한 인식, 즉 ‘친구 보유 인식’의 차이이다. 여기서는 같은 한국인이라고 하더라도 토종 국내 기업을 다니는 직장인과 외국계 기업을 다니는 직장인이 확연히 다른 결과를 나타냈다. 토종 국내 기업의 구성원들이 개방적인 조직 풍토에 대해 49.4점을 주었지만, 외국계 기업은 56.0점을 주었다. 친구 보유 인식의 경우도, 국내 기업이 55.6점인데 반해 외국계 기업이 60.8점으로 높게 나왔다. 외국계 기업에 비해 토종 한국 기업들이 상대적으로 개방적인 조직 풍토와 건설적 친구 보유 인식에 낮은 점수가 나온 것이다.

친구 하나 없는 메마른 직장인과 삭막한 조직

아리스토텔레스는 “세상에서 가장 끔찍한 일은 친구가 없다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행복하고 의미 있는 삶을 원하는 인간에게 친구는 그 무엇보다 중요한 존재라는 얘기인데, 치열한 경쟁 속에서 고된 업무와 씨름하는 요즘 직장인들에게도 각별한 의미를 갖는다. 절친한 친구는 업무로부터 각종 스트레스를 풀어주는 활력소가 되어 주기도 하고, 어려운 문제에 부딪혔을 때 함께 머리를 맞대고 문제를 해결하는데 도움을 주기 때문이다.

친구는 많으면 많을수록 좋겠지만 현실적으로 바쁜 직장인들이 회사에서 친구 사귀기만 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직장인들은 최소한 몇명의 친구를 보유하는 것이 좋을까? 서두에 언급한 갤럽이 수많은 기업의 직장인들을 조사하여 이에 대해 흥미로운 결과를 제시했다. 이들의 연구 결과 ‘조직 내에 3명 이상의 절친한 친구가 있다’고 응답한 구성원들이 직장 생활의 만족도는 물론 업무 성과가 높게 나타났다는 것이다. 

 

 

 

금번 조사에서도 <그림 4>처럼 ‘실제 회사 내에 절친한 친구가 얼마나 있는가?’를 물어 보았다. 조사 결과 국내 기업 구성원들은 사내에 평균 2.46명의 친구를 보유하고 있고, 외국계 기업 구성원들이 평균 3.09명의 친구를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나왔다. 문제는 ‘친구가 한 명도 없다’는 사람의 비율이다. 국내 기업의 구성원들의 14%가 사내에 ‘친구가 한 명도 없다’고 답했다. 이에 비해 외국계 기업 구성원들은 8.6%만이 친구가 없다고 응답했다. 의외로 많은 직장인들이 회사 내에서 좋은 프렌드십을 경험하고 있지 못하다는 얘기다.

개인주의보다는 집단주의적 가치를 중시하고 서로 간의 끈끈한 유대감을 강조하는 한국 기업에 다니는 구성원들이 왜 이런 응답을 했을까? 우리 기업들의 잘못된 조직 문화가 영향을 주고 있는 것은 아닐까 다시 한번 짚어보아야 할 대목이다.

숨 막히는 직장 생활 속에서 지쳐가는 직장인들

그렇다면, 우리나라 직장인들 사이에서 건설적인 프렌드십 관계가 잘 형성되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다음의 결과에서 그 해답을 유추해 볼 수 있겠다.  

 

 

<그림 5>와 같이 이 시대를 살아가는 직장인들이 직장 생활 속에서 친구를 만들지 못하는 이유로 ‘과다한 업무 부담감 때문에 친구에 신경 쓸 여유가 없다’는 지적이 가장 많았다. 전체 22%의 응답자가 이를 1순위 요인으로 지적했다. 사실 최근과 같이 글로벌 경쟁 체제 속에서 기업은 사활을 걸고 경쟁자들과 싸우고 있다. 이렇다 보니 최근 성과주의 인사제도는 내부 구성원들 간의 치열한 경쟁을 유도하고 개인들에게 업무에 대한 상당한 부담감을 안겨주고 있다. 그래서인지 요즘 세간에는 “이 시대를 사는 직장인들은 ‘월화수목金金金’에 나오는 ‘3金 시대’의 주역”이라는 말도 돈다. 이 대목에서 우리는 직장인들이 느끼는 육체적 및 심리적 피로도가 만만치 않다는 것을 짐작해 볼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 가지 생각해 보아야 할 점은 힘든 직장 생활 속에서도 서로가 서로를 존중하고 배려한다면 업무에서 오는 스트레스는 쉽게 해결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좋은 친구가 우리에게 주는 긍정의 에너지일 것이다.

그런데 안타까운 사실은 1순위 못지않게 2순위 요인으로 약 14%나 되는 직장인들이 ‘강압적이고 권위적인 상사의 존재’가 건설적 프렌드십 관계를 가로막고 있다고 응답한 점이다(<그림 5> 참조). 이는 특히 외국계 기업과 비교해 볼 때 현저히 다른 점 가운데 하나이다. 외국계 기업의 구성원들 역시 높은 업무 강도로 지쳐있지만, 강압적이고 권위적인 상사나 조직의 문화에 대해서는 상대적으로 낮은 응답률을 나타내고 있다.

이를 놓고 볼 때 앞서 언급했던 외국계 기업의 구성원들이 토종 한국 기업보다 직장 내에서 친구 같은 상사나 동료들을 더 많이 보유하고 있다는 것이 이해가 간다. 똑같이 힘든 직장 생활이지만 상대적으로 덜 강압적이고 덜 권위적인 분위기가 좀더 자유롭고 부담 없는 구성원들 간의 관계 형성을 가능케 하고 있다는 얘기다. 여기서 우리는 대한민국 직장인들이 숨 막히는 조직 문화 속에서 지쳐가고 있는 것은 아닌지 꼼꼼히 살펴보아야 한다. 이런 현상이 개선되지 못하고 지속된다면 기업은 구성원들로 하여금 더 나은 성과를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다. 녹초가 되어버린 구성원들에게서 창의적 혁신 능력이 발현될 수 없기 때문이다.

프렌드십이 좋은 기업이 성과도 좋아

고성과를 창출하고 혁신과 창의가 넘치는 기업이 되기 위해 프렌드십은 없어서 안 될 요소이기는 하지만, 직장 내 프렌드십이 경영 활동의 모든 것을 말해준다는 얘기는 아니다. 어찌 보면 프렌드십은 ‘더 나은 기업이 되기 위해 꼭 필요한 숨겨진 2%의 긍정 에너지’라고 보는 게 더 적합할지 모르겠다. 이를 극대화 할 수 있는 기업이 한 단계 더 성장할 가능성이 크다는 말이다. 
 

 

금번 설문조사 결과를 보아도 전체 직장인의 64%가 ‘직장 생활 속에서 친구는 매우 중요하다’라고 응답했다(그림 6> 참조). 그리고 직장 생활 속에서 절친한 친구는 ‘스트레스 해소(37%)’, ‘다양한 정보 습득(27%)’, ‘실질적인 업무 도움(20%)’ 등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는 것으로 나왔다. 하지만 건설적인 프렌드십이 형성되지 못할 경우에는 부작용도 있을 수 있다는 점 또한 간과되어서는 안 될 일이다. 실제 직장인 가운데 36%는 ‘직장 생활 속에서 친구 사귀기가 꺼려진다’라고 응답했다. 그 이유로 ‘이해관계 상충(43%)’, ‘프라이버시 침해(25%)’, 파벌 형성이나 끼리끼리 문화 등 ‘불건전한 조직 문화를 만드는 빌미 제공(18%)’ 그리고 ‘업무 수행에 지장(12%)’을 준다는 의견도 있었기 때문이다.

여기서 프렌드십 수준이 정말로 기업의 주요 성과와 관련되어 있을지 궁금해진다. 필자들은 기업의 실제 재무적 성과는 아니지만, 이에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정성적 성과 변수들과의 관계를 확인해 보았다(<그림 7> 참조). 이를 위해 프렌드십 수준이 높다고 응답한 상위 25%의 직장인들과 반대로 낮다고 인식하는 하위 25% 응답자들을 비교해 보았다.  

 

 

<그림 7>에서 볼 수 있듯이 프렌드십 수준 상위 25%의 ‘직장 만족과 몰입도’가 75.3점인데 비해 하위 25%는 50.3점으로 25점이라는 큰 차이가 나타났다. 마찬가지로 ‘팀 성과 인식’도 상위 25%가 68.7점인데 비해 하위 25%는 36.1점으로 32.6점이나 차이가 났다. 아울러 ‘직장 내에 친구가 한 명도 없다’고 응답한 직장인들의 조직 만족/몰입도와 팀 성과 인식이 각각 59.6점과 35.6점으로 상대적으로 상위 25% 집단보다 낮게 나왔다. 그리고 지난 1년 사이 이직을 생각해 본 적이 있는지의 여부를 묻는 ‘이직 의향’ 문항에서도 하위 25% 집단은 ‘이직을 많이 생각해 보았다’라는 응답을 42% 가량 했다. 이는 프렌드십 수준 상위 25% 집단의 12%보다 4배가량 높은 수치이다. 스트레스 때문에 회사 생활에 회의감을 느끼고 있다는 ‘스트레스 인식’에서도 유사한 패턴이 나타났다.

이 결과를 통해 우리는 건설적인 프렌드십이 회사에 대한 만족감이나 몰입도를 높이고, 인재들의 이직 의향을 감소시켜 준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는 반대로 구성원들 간의 잘못된 관계 형성은 기업의 성과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도 있다는 점을 시사하는 것이다. 따라서 성과를 한 단계 끌어올리기 위해 우리 기업들은 건설적인 프렌드십이 조직 구성원들 사이에서 높아질 수 있도록 각별히 신경을 써야 할 것이다.

뜨거운 가슴과 주도성을 고루 갖춘 인재를 원해

마지막으로 이번 설문 조사에서는 갤럽연구소에서 개발한 8가지 프렌드십 유형(<그림 8> 참조)에 대해서도 살펴보았다. 8가지 프렌드십 유형은 크게 두 가지 스타일로 나누어진다. 먼저, ‘공유형’, ‘길잡이형’, ‘각성제형’, ‘동기부여형’으로 대변되는 머리형 스타일로서, 이성적인 방식으로 인간관계를 맺는 사람들이다. 다음으로 주로 감성적인 방식으로 인간관계를 맺는 ‘옹호형’, ‘동반자형’, ‘활력소형’, ‘가교형’ 등 이른바 가슴형 스타일에 해당되는 사람들이 있다.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대한민국 직장인들 사이에는 이러한 8가지 프렌드십 유형이 골고루 분포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그림 9> 참조). 그런데 직장 상사들의 평소 행동 유형으로는 이성적인 ‘머리형 스타일(64%)’이 감성적인 ‘가슴형 스타일(36%)’보다 상대적으로 많다. 세부적으로는 중대한 결정 사항에 대해 방향을 제시하는 ‘길잡이형’과 지적인 자극을 주어 주위 사람들을 성장하게 만드는 ‘각성제형’이 많았다. 이는 대부분의 직장 상사들이 갖추어야 할 지극히 자연스러운 모습일 것이다. 그러나 상하 간에 보다 좋은 관계를 형성하기 위해서는 리더가 이성적인 행동과 함께 감성적인 모습도 균형되게 보일 수 있어야 한다. 부하 직원이 먼저 상사에게 편하게 다가가기 어려운 것이 우리 조직의 현실이라는 점을 감안해 볼 때 더욱 그러하다.  

 

 

또한 이번 조사에서는 직장인들이 선호하는 동료의 유형도 살펴보았다. <그림 10>에서 볼 수 있듯이, 업무에 도움이 되는 사람들은 주로 머리형으로 대변되는 ‘길잡이형(24%)’, ‘각성제형(16%)’, ‘공유형(13.6%)’, ‘동기부여형(13.2%)’ 순으로 나타났다. 반면 직장 동료이지만 평생 친구로 삼고 싶은 스타일에 대한 의견은 조금 달랐다. 직장인들은 자신의 의견을 존중해주고 지지해주는 ‘옹호형(18.2%)’과 어려운 상황에서도 진심을 다해 도와줄 수 있는 ‘동반자형(18.1%)’ 등 주로 가슴형 스타일을 보이는 사람들을 좋아했다.

위의 결과만 놓고 볼 때, 업무 성과 향상에는 머리형 스타일이 무조건 좋다는 식의 오해를 할 수 있다. 그러나 필자들이 분석해본 프렌드십 스타일과 성과 변수와의 관계는 꼭 머리형 스타일이 좋다고만 말할 수 없었다. <그림 11>에서 볼 수 있듯이, 실제로는 뜨거운 가슴을 가진 스타일이 상대적으로 가장 높은 직장 만족과 몰입을 보였다. 이는 팀 성과 인식의 경우도 마찬가지였다. 물론 여기서 한 가지 유의해야 할 점은 어떠한 스타일의 사람일지라도 ‘적극적이고 주도적인 성향’을 나타내는 사람들이 성과지표가 상대적으로 높게 나타났다는 점이다.  

 

 

III. 숨겨진 2%의 긍정 에너지를 활용하라

지금까지 살펴본 바와 같이 ‘직장 내 프렌드십’은 고성과를 창출하고 혁신과 창의가 넘치는 기업이 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요소임에 틀림이 없다. 탁월한 전략과 체계적인 제도, 우수한 인력으로 이루어진 기업이라도 구성원들 간의 높은 수준의 프렌드십을 통해 발현되는 소프트 파워 없이는 기대한 성과를 내기 어렵다. 이처럼 숨겨진 2%의 긍정 에너지를 잘 활용하는 기업만이 인력과 환경의 한계를 돌파할 수 있다. 국내 기업의 여건을 고려한 프렌드십 경영의 성공 포인트를 몇 가지 짚어 보자.

1. ‘관계의 힘’을 강조하는 제도 구축

조직의 성공과 발전이 구성원 각자의 개별 능력의 합에만 의존한다면 훌륭한 조직이라고 할 수 없을 것이다. 구성원들 사이의 관계의 힘을 통해 환경과 내부 여건의 한계를 돌파할 때 미래 성공을 꿈꾸는 조직이 될 수 있다. 『Vital Friends』의 저자 톰 래스는 “진정한 잠재력은 각 개인의 발전이 아니라 관계의 발전 속에 숨어있다” 라고 말한다. 그의 말처럼 프렌드십 경영의 출발점은 동료간 및 상하간 ‘관계의 힘’을 명확하게 인식하고 상호협력을 통해 더 나은 성과를 창출할 수 있다는 믿음으로부터 시작된다.

앞선 조사 결과에서 확인했듯이, 우리나라 직장인 10명 중 4명은 직장에서 친구를 사귀는 것을 꺼려했다(<그림 6> 참조). 그 이유는 주로 ‘직장에서는 이해관계가 달라 절친한 친구를 사귀는 것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라는 것이었다. 즉, 많은 사람들이 직장의 동료들에 대해 공동의 목표 달성을 위한 협력자로 보고 있지 않다는 얘기이다. 서구식 합리주의에 기반한 개인 간의 치열한 경쟁 체제와 문화가 이미 우리나라 직장 구석구석에 자리 잡았기 때문일 수도 있다. 개인간 차등과 경쟁을 중시하는 성과주의 인사제도는 나름의 장점도 있지만, 동료들 간의 건설적인 협력 정신을 퇴색시키는 결과를 낳는 등 부작용도 적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기업이 개인의 창의성보다 더 커다란 힘을 발휘하는 집단적 창의성을 끌어내기 위해서는 구성원들이 서로를 단순히 경쟁자라고 여기지 않고 협력자로 인식하는 것이 필요하다. 또한 구성원들이 인식하는 관계의 힘을 변화시키기 위해서는 좋은 협력을 강조하고 이를 평가하는 조직의 여건이 조성되어야 한다. 이에 대해 스티븐 코비 박사는 “너와 나의 방식이 아닌 더 나은 제3의 방식을 찾아 협력함으로써 함께 윈-윈(win-win)하는 문화를 만들어야 한다”라고 지적한 바 있다.

이를 위해서는 공동의 목표를 부여하고 팀 성과를 중시하는 소위 ‘코피티션(Co-petition)’을 유도하는 제도적 뒷받침이 필요하다. 구성원들 간의 선의의 경쟁과 협력은 말로만 강조한다고 해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IBM의 전임 CEO인 루 거스너는 부임 초기에 ‘공통 인센티브제도’를 도입함으로써 구성원들에게 협력의 중요성을 인식하도록 했다. 이는 경쟁에만 익숙해져 있던 직원들의 협력 수준을 높이는 계기가 되었던 것으로 유명하다. 이제 우리 기업들도 경쟁에서 이긴 결과물보다 협력의 과정도 중요하게 여기는 평가, 보상, 인정과 격려 방안을 고민해야 할 때이다.

2. 충분한 교류와 잦은 접촉이 가능한 기업 문화 구축

프렌드십 경영은 구성원들 간의 잦은 만남과 활발한 교류가 가능할 때 공고해질 수 있다. 이런 요인은 개인의 성향이나 노력도 중요하지만 근본적으로 조직 차원의 배려가 없이는 많은 제약과 한계에 봉착할 수밖에 없다. 일례로 회사에 휴게실은커녕 변변한 회의 공간도 부족한 회사의 직원들은 업무나 휴식 시간을 이용해 짧은 대화를 나눌 뿐 서로의 관심사를 파악하고 충분한 대화를 나눌 기회조차 갖기 어려울 것이다. 이와 반대로 직원들이 자연스럽게 모여 대화할 수 있는 휴게 공간을 배려하고, 취미나 관심사가 비슷한 사람끼리 업무 외에 함께 시간을 보내도록 배려하는 회사가 있다고 하자. 이런 회사의 구성원들은 상호간에 친밀함을 더 많이 느끼며 서로의 지식과 정보의 공유할 수 있으며, 회사 입장에서는 조직의 목표 인식이나 가치관 전파 등이 수월해질 것이다. 이를 소위 ‘워터쿨러 효과(Water Cooler Effect)’라고 하는데, 워터쿨러 효과는 단순히 일회성 또는 전시성 이벤트로 얻어지는 것이 아니다.

이러한 효과를 잘 활용하고 있는 대표적인 기업이 바로 미국의 소매 유통기업인 베스트바이이다. 동사는 새로운 본사 사옥을 지을 때 다양한 부서의 구성원들이 함께 어울릴 수 있는 안락한 휴게 공간을 건물 중앙에 조성함으로써 워터쿨러 효과를 거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가 하면 일본의 건설회사 카지마는 사무실에 새소리가 들리는 정원을 설치하여 직원들에게 편안한 휴식과 대화의 장소를 제공하고 있다. 우리 기업들도 동호회 활동 지원이나 조직 활성화를 위한 다각적인 노력을 기울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노력이 단지 일회성 또는 전시성 활동에 머물고 있는 것은 아닌지 되돌아 볼 필요가 있다.

3. 리더의 커뮤니케이션 스킬 업그레이드

기업 내에 건설적인 프렌드십이 넘쳐나기 위해서는 상하 간 관계의 질도 매우 중요하다. 이는 직장 상사와 부하 직원이 서로 열린 마음으로 편안하게 쌍방향의 커뮤니케이션을 할 때 좋아질 수 있다. 그런데 우리 조직의 일반적인 문화를 보면 커뮤니케이션의 열쇠는 직장 상사가 쥐고 있는 경우가 많다. 부하 직원들이 편하게 윗사람들에게 자신의 의견을 개진하기보다는 상사의 지시에 순종하는 식의 커뮤니케이션이 보편적이라는 얘기다.

취업 포털 커리어의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부하 직원들로부터 하극상을 경험한 적이 있다’는 상사가 응답자의 64.5%에 이른다고 한다. 이와 반대로 직장인들이 퇴직 충동을 느끼는 가장 큰 요인은 ‘상사와의 갈등’이라고 한다. 이런 조사 결과들은 우리나라 직장에서 상사와 부하 간의 커뮤니케이션이 그리 원활하지는 못하다는 것을 말해준다. 즉, 갈등이 지혜롭게 해결되지 못하다 보니 각자의 마음속이 곪아가고 있다는 얘기인 것이다.

일반적으로 상사와 부하 간 커뮤니케이션은 동료들에 비해 자연스럽지 못하고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이러한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상사나 부하 모두가 노력해야 한다. 하지만 무엇보다 리더의 커뮤니케이션 역량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그리고 이를 그저 리더 개인의 노력에만 의존해서는 안될 일이다. 회사 차원의 관심과 적극적인 지원이 무엇보다 필요하다. 일례로, 최근 들어 많은 기업들이 그 효과를 인정하고 있는 ‘리더십 코칭 프로그램’은 프렌드십 경영에 도움이 되는 대표적인 활동 가운데 하나라고 하겠다. 이외에도 360도 평가 피드백 등 다면평가제도를 응용하여 리더의 자기 인식 능력을 향상시키는 노력도 고려해 볼 수 있겠다.

4. 갈등 관리 프로세스의 정형화

‘비 온 뒤에 땅이 굳어진다’는 속담이 있듯이 조직 내 프렌드십도 갈등의 해결을 통해 더욱 공고해 질 수 있다. 많은 사회과학 연구에서 증명되듯 인간은 감정에 더 쉽게 의존하고 반응하는 비논리적 존재이다. 다시 말해 조직에서 갈등의 발생은 필연적이면서도 자연스러운 것이다. 따라서 조직 갈등은 적절히 관리되고 지혜롭게 해결되면 쌍방간 처지와 여건에 대한 보다 깊은 이해, 업무 지식의 증가 등으로 조직내 프렌드십을 더욱 기름지게 만든다.

그러나 현실은 생존경쟁을 부추기는 환경과 개인의 자존심으로 인해 조직 갈등이 당사자 간에 원만히 해결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갈등관리 프로세스를 정형화하는 조직 차원의 갈등 관리 장치도 프렌드십 경영의 실천을 위해 필요하다. 이는 갈등 해결을 위한 개인의 부담을 덜어주는 동시에 감정의 악화에 따른 갈등의 확대를 방지할 수 있는 효과도 있다. 노르웨이 병원(Norwegian city hospital)이 2000년에 도입하여 효과를 거둔 갈등 관리 방안이 좋은 예이다(<그림 12> 참조). 동사는 갈등 소지에 대한 조기 보고의 문턱을 낮추는 ‘오픈 도어(Open Door)’, 직속 상사와 당사자간 문제를 파악해보는 ‘컨퍼런스(Conference)’, 쌍방간 그리고 인사 부서와 만나서 중재안을 찾아보는 ‘중재(Mediation)’, 그리고 여기서도 해결이 안 되는 경우 사내 소송 제도에 준하는 ‘소송(Litigation)’의 총 4단계로 구성된 갈등 관리 프로세스를 정착시키고 있다. 각 단계에서 갈등을 해결하지 못할 경우 자동적으로 다음 단계로 넘어간다.  

 

 

갈등 관리의 출발은 갈등의 소지를 사전에 파악하여 불필요한 조직 갈등을 줄이는 것이라는 점도 알아두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퇴사하는 직원들을 개별적으로 만나 진솔한 의견을 청취한다거나, 주요 고객 및 외부 거래처 담당자의 객관적 시각을 수렴하는 채널 운영 등이 도움이 될 수 있다. 또한 내부적으로는 사내 게시판이나 이메일 또는 서베이를 통해 내부 구성원들의 불만과 아이디어를 수시로 파악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IV. 맺음말

프렌드십 경영은 조직의 성공과 발전에 매우 중요한 요소로 확인되었지만, 그 자체가 목적이 되어서는 곤란하다. 에버그린 컨설팅 그룹의 CEO 리차드 그린은 “좋은 일터라면 절친한 친구가 좋은 성과를 내는데 기여하지만, 나쁜 일터라면 절친한 친구는 조직을 망하게 한다” 라고 경고한 바 있다. 그의 말 또한 우리 기업들이 프렌드십 경영을 전개할 때 꼭 새겨들을 필요가 있다.

만일 관리자가 독단적이고, 구성원들 간 신뢰가 없으며, 조직의 미래 비전이 없는 기업이 있다고 하자. 이런 기업에서 프렌드십 경영만을 강조한다면 어떤 일이 생길까? 절친한 구성원들끼리 모여 거리낌 없이 회사에 대한 불평불만을 늘어놓는 결과가 빚어질 것이다. 이는 역설적으로 프렌드십 경영이 성과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려면 조직의 전반적인 기능과 여건이 동시에 적절한 수준으로 충족되어야 함을 의미한다.

프렌드십 경영은 나름대로 일장일단을 가지고 있다. 미래가 불투명한 기업에서 맹목적으로 프렌드십만을 외치는 우를 범해서도 안되지만, 그렇다고 프렌드십을 별것 아니라는 식으로 무시하는 것도 문제다. 이와 관련해서는 그리스 철학자 데모크리토스의 얘기에 귀 기울여 보자. 그는 “물은 유용하게 쓴다면 좋다. 하지만 위험하기도 하다. 그 위험에는 대처할 방법이 있다. 바로 수영을 배우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먼 옛날 불이 위험하다고 판단해서 불을 멀리하기만 했다면 인류 문명의 개화는 불가능하였을 것이다. 프렌드십 경영 역시 마찬가지이다. 프렌드십 경영에도 리스크가 존재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프렌드십 경영은 조직의 성과 향상을 위해 포기할 수 없는 중요한 요소이다. 리스크는 회피의 명분이 아니라 관리와 극복의 대상이라는 점을 명심하자. 만일 프렌드십 경영이 평가의 공정성을 해칠 우려가 있다면 평가 방식이나 제도의 개선이 병행되어야 한다. 예를 들어 프렌드십을 강조하는 것이 남녀 직원간 성희롱 이슈로 확대될까 염려된다면 철저한 성희롱 방지 교육 등 리스크를 줄이는 노력을 병행해야 한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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