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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배로 사는 법 / 이광

부흐고비 2009. 1. 30. 08:23

 

두 배로 사는 법


태호(太湖) 이원진(李元鎭) 어른은 하루에 먹는 곡식이 몇 홉에 지나지 않았고, 밤에 자는 잠이 두 시간을 넘지 않았다. 누군가 지나치게 괴롭고 담담한 생활이라고 꼬집자 태호 어른이 이렇게 말했다.

“적게 먹는 사람 가운데 맑고 밝은 자가 많고, 많이 먹는 사람 가운데 탁하고 둔한 자가 많다. 따라서 도가(道家)에서는 벽곡을 행하는데 그것은 몸속의 찌꺼기와 더러운 것을 줄이기 때문이다. 먹는 것은 굶주리지 않고 기운을 손상시키지 않을 수만 있다면 충분하다. 사람들은 꼭 배불리 먹어야 좋아하지만 그것은 뱃속에 똥을 많이 채우는 짓이다. 똥이란 것은 더럽기에 멀리하지 않는 사람이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꼭 뱃속에 똥을 많이 채워 두고자 하는 까닭이 대체 무어냐?”

인생이란 흰 망아지가 쏜살같이 지나가는 것을 구멍 틈으로 보는 것과 같다. 잠자는 것은 죽은 것과 한 가지이므로 잠을 자지 않으면 살아있는 것이다. 살아있을 수 있건마는 죽는 사람은 어째서 죽기를 즐기는지 모르겠다.

동파(東坡)의 시에 이런 구절이 있다.

아무 일 없어 이렇게 조용히 앉아 있으니
하루가 곧 이틀인 셈일세.
만약 70년을 산다면
백사십 세를 산 셈이라.

“옛사람은 두 배로 살고자 했건마는 지금 사람은 두 배로 죽고자 한다. 이상한 일이 아니냐?”

내가 그 어른의 말씀을 듣고 좋은 말씀이라 생각했다. 이제 그 어른의 말씀을 기록해두어 내 자신을 깨우치고자 한다.

이광(李磺)1, 〈잡지(雜誌)〉,《가림이고(嘉林二稿)》

  1. 18세기 후반에 충청남도 부여군 임천면에 살았던 이광은 지봉(芝峯) 이수광(1563-1628)의 6대손이다. 이 글은 그의 형인 이강(李矼)과 지은 문집인《가림이고(嘉林二稿)》에 실려 있다. 선배가 한 말을 인용하여 액자형식으로 쓴 글이다. 선배는 남인 학자로 저명한 이원진(1594∼1665)이다.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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