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흔들리는 것이 바람 탓만은 아니다 / 박건삼

입춘과 우수, 경칩이 있는 2월은 설레임의 달이다

짧은 미니 스커트를 입은 2월은 그래서 상큼하다

아직은 설한풍에 비수를 감추고 훈풍의 미소를 띄우지만

난 알고 있지 열여섯 가시내의 젖몽울 같은 

수줍음과 부풀음에 떨고 있는 2월은 가슴 설레는 달이다

하늘의 별이라도 따서 순이에게 바치고픈 삼돌이에겐 너무 짧은 달이지만

3월, 그 첫 휴가를 기다리는

김일병의 깨알 같은 수첩 속의 2월은 얼마나 그리운 달인가
보조개가 귀여운 초롱초롱한 소녀 같은 때론 비비드한 말괄량이

선머슴애 같은 애증이 엇갈리는 2월은 변덕스러워 좋다
오랜만에 노사가 손잡고 지하철 파업을 중단하고
시어미와 새댁이 군에 간 아들과 지아비를 손꼽아 기다리며

화해하는 그런 달 2월은 가슴 조이는 모든 이를 설레게 한다
아, 복사꽃 필 날은 아직 멀었는데 남녘에 철 이른 매화 소식이
바람기 있는 누이를 꼬드기고 춘설은 어지러이 날려
올해도 또 한 번 청상의 가슴이 울렁이겠구나

 

 

 

'시詩 느낌' 카테고리의 다른 글

안씨의 공부 / 윤제림  (0) 2018.08.15
세상 살면서 / 신양란  (0) 2018.08.14
반만 접자 / 박영희  (0) 2018.08.14
길 / 도종환  (0) 2010.12.08
산에 대하여 / 신경림  (0) 2010.05.27
공지사항
최근에 올라온 글
최근에 달린 댓글
Total
Today
Yesterda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