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수필 읽기

까치 / 김선화

부흐고비 2021. 5. 31. 11:02

스산한 날씨 탓인가. 까각 까각 까까….

산본역 앞 단풍나무 가지에 올라앉은 까치 한 마리가 고독해 보인다. 

힘차게 우짖지 않고 한 차례씩 까~까~ 하는 모습이 애처롭기까지 하다.

며칠 전 마음 맞는 지인과 맞닥뜨린 한적한 풍경 속의 까치 한 쌍은 푸드득 날아오르는 모습이 경쾌하기 그지없었다.

이 나무에서 저 나무로, 이 낟가리에서 저 낟가리로, 혹은 지붕에서 지붕으로….

한 마리가 날면 다른 한 마리는 더 활기차게 공중에 원을 그렸다.

한데 반지르르한 털을 고르며 홀로 앉은 저 까치는 바쁜 내 발길을 붙잡고 쉬 놓아주질 않는다.

한 차례의 허공을 향하는 눈길마저 서름하기 이를 데 없다.

나는 갈 길도 잊은 채 나무 아래서 서성인다.

까치의 눈길 따라 그윽한 상념에 젖는다.

그러다가 불현 듯, 이것이 암컷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자 맘이 달라졌다.

묘한 질투가 고개를 든다.

쿵쿵 발을 굴려본다.

보는 이만 없다면 나무 밑둥치를 ‘탁’ 걷어차고도 싶었다.

그러나 까치는 이런 내 훼방쯤엔 아랑곳없다는 눈치다.

성질 급한 내가 지레 나가떨어지고 말 일이다.

쓸쓸한 헛기침 몇 번 남겨두고 그곳을 뜬다.

미물이나 사람이나 어느 일에 골몰할 때는 뭔가 연유가 있어도 단단히 있는 것이리라.

저것이 암컷이든 수컷이든 간에, 그야말로 내 눈앞에서 신방이 차려질지도 모를 일이잖은가.

생각이 이에 미치니 눈치 없이 군 조금 전의 행동에 실소가 나온다.

괜히 주변을 흘끔거리며 허둥지둥 발을 옮긴다.

공지사항
최근에 올라온 글
최근에 달린 댓글
Total
Today
Yesterda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