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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기술로 만든 전략잠수함…'도산안창호함'이 움직인다 [박수찬의 軍]

입력 : 2021-08-14 06:00:00 수정 : 2021-08-14 10:29:20

 

해군 잠수함 도산안창호함이 성능점검을 위해 항해를 하고 있다. 해군 제공

 

우리나라 기술로 만들어진 첫 3000t급 잠수함 도산안창호함이 13일 해군에 인도됐다. 잠수함 발사탄도미사일(SLBM)을 장착할 수 있는 국내 첫 잠수함이다.

 

도산안창호함은 1년간 전력화 훈련을 통해 작전수행능력 평가를 거친 후 내년 8월 실전배치될 예정이다.

 

지금까지 3000t급 이상 잠수함을 독자적으로 만든 국가는 미국과 영국, 프랑스, 일본, 인도, 러시아, 중국이다. 우리나라는 8번째 개발국이다.

 

도산안창호함은 전략적 억제력을 지닌 중형잠수함을 보유하려는 장보고-Ⅲ 사업의 첫 걸음 역할을 한다. 

 

도산안창호함과 2번함 안무함, 이르면 다음달 모습을 드러낼 3번함 신채호함이 장보고-Ⅲ의 시작을 알리는 배치-1에 속한다. 공격력과 탐지능력이 강화된 배치-2는 2020년대 중반쯤 모습을 드러낼 예정이다.

 

◆독자적으로 3000t급 잠수함 제작

 

한국을 포함해 세계 각국에서 쓰이는 디젤잠수함은 2000t 안팎인 경우가 많다. 3000t급 디젤잠수함은 일본, 호주 등 일부 국가에서만 보유하고 있다. 특히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을 탑재한 디젤잠수함은 도산안창호함 이외에는 사례가 드물다. 

13일 경남 거제 대우조선해양 옥포조선소에서 거행된 도산안창호함 취역식에서 도산안창호함이 정박해 있다. 해군 제공

 

기술적 난이도가 높은 3000t급 디젤잠수함을 만들 수 있었던 것은 독일에서 설계한 209, 214급 잠수함 제작 경험, 해군이 잠수함 18척을 운용하면서 구축된 국내 잠수함 산업 인프라, 지속적인 연구개발 노력이 어우러진 덕분이다.

 

도산안창호함에 대한 소요가 공식 제기된 것은 2005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해군과 방산업계에서는 그 이전부터 전략적 억제능력을 지닌 3000t급 중형 잠수함의 필요성이 꾸준히 거론되면서 설계 및 소재와 구성품 기술 연구가 이뤄졌다.

 

수많은 연구 성과 중 일부나마 공개된 것 중 하나가 DSX-3000 잠수함이다. 2000년대 초 대우조선해양을 중심으로 장보고(209급), 손원일(214급), 212A급 잠수함 개발사인 독일 하데베(HDW)가 참여해 설계가 이뤄졌다.

 

배수량 3000t, 길이 78m, 폭 7.7m, 속도 20노트(시속 37㎞)에 42명이 탑승한다. 손원일급에서도 사용되는 연료전지 기반 공기불요추진장치(AIP)를 사용, 잠항기간을 2~3주까지 늘릴 수 있었다.

 

DSX-3000의 가장 큰 특징은 X형 함미타다. 잠수함은 잠항 또는 부상에 사용하는 타기를 함수나 함미 등에 갖추고 있다. 

 

일반적으로 잠수함 끝에 설치된 함미타는 십자 형태지만, 부두에 접안할 때 충돌할 위험이 있다. X형 함미타는 크기는 작으면서 조종성능은 우수하다. 다만 조종과 운용이 복잡해 컴퓨터 제어가 필요하다.

해군 잠수함 도산안창호함이 취역을 앞두고 기술검증을 위한 시험항해를 하고 있다. 해군 제공

 

DSX-3000은 실제로 건조되지 않았지만, 도산안창호함에 큰 영향을 끼쳤다는 평가를 받는다. 

 

함미타가 십자 형태로 바뀌고, SLBM 6발을 탑재하기 위해 길이와 폭이 다소 늘어난 것을 제외하면 DSX-3000과 도산안창호함은 매우 비슷한 외형을 지녔다. 도산안창호함 설계 및 제작 과정에서 DSX-3000의 기술을 활용했다는 것을 짐작하게 하는 대목이다. 

 

도산안창호함은 SLBM을 탑재하는 중형잠수함을 단기간에 독자 설계 및 제작하기 위해 기존에 검증된 기술을 사용하되 일부 분야에서 신기술을 적용, 손원일급보다 전투력을 높였다. 

 

손원일급 잠수함보다 표적 탐지 능력이 두 배 높아진 소나(음파탐지기)체계를 갖췄고, 국내 최초로 음향흡수타일을 적용해 소음 수준을 더욱 낮췄다. 

 

지난해 12월 연속운전 시험평가에서 디젤잠수함 가운데 세계 최장기 연속운전에 성공한 것도 검증된 기술을 기반으로 신기술을 적절히 접목한 결과물이라는 평가다. 

 

호주의 콜린스급, 스페인의 S-70 잠수함이 건조 및 운용과정에서 많은 결함이 발생해 국가적 논란을 빚은 것과 대조적이다.

 

장보고-Ⅲ는 추가 건조과정에서 신기술 적용이 점진적으로 이뤄지도록 3단계에 걸쳐 건조를 진행한다. 

 

4번함부터 적용되는 배치-2형은 국내 기술로 개발된 리튬전지 체계를 적용해 수중작전 지속능력과 고속 기동 시간을 개선했다. 

 

잠수함의 두뇌와 눈이라 할 수 있는 전투체계와 소나(음파탐지기) 성능을 개선, 표적 탐색 능력 등 잠수함의 생존성과 작전운용 능력을 높였다. SLBM 탑재량도 6발에서 10발로 늘어났다.

 

배치-3형은 핵추진잠수함이 될 가능성이 거론된다. 문재인정부 출범 초기 공론화됐으나 별다른 진척이 없었던 핵추진잠수함 건조는 차기 정부에서 가시적인 움직임이 일어날 가능성이 있다. 

2019년 10월 2일 북한이 강원 원산 인근 해상에서 쏘아올린 북극성-3형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이 수면위로 사출되고 있다. 북극성 SLBM은 한국 해군 도산안창호함에 SLBM을 탑재하게 한 계기를 제공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전략적 타격 능력 및 억제력 강화 효과

 

도산안창호함의 핵심은 SLBM이다. 순항미사일보다 파괴력이 강하고 속도가 빨라 요격체계 회피 능력이 우수한 SLBM은 잠수함에 전략적 타격력을 부여한다. 

 

설계 및 제작 초기에는 잠수함발사순항미사일(SLCM)이 탑재될 예정이었으나, 북한이 북극성 SLBM을 공개하자 현무 탄도미사일을 기반으로 한 SLBM으로 변경됐다.

 

지난해 말 지상사출시험에 성공했으며, 올해 들어 바지선을 이용한 수중 사출시험도 성공적으로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남은 것은 도산안창호함에서의 SLBM 시험발사다. SLBM은 발사할 때 잠수함에 설치된 수직발사관을 이용한다. 수직발사관 내 장착된 증기 가스발생기나 고압의 압축공기시스템으로 SLBM을 사출한 뒤 수중 또는 수면 위에서 고체추진제를 점화한다. 

미 해군 트라이던트 SLBM이 가상 표적을 향해 발사되고 있다. 록히드마틴 제공

 

잠수함에서의 SLBM 시험발사는 무장발사체계 신뢰성 확립, 해양 환경 변화가 실제 발사에 미치는 수준 등에 영향을 받는다. 

 

좁은 공간에 설치되는 발사관은 크기는 작고 강도는 매우 튼튼해야 하며, 내부구조는 단순하면서 충격으로부터 안전하게 SLBM과 발사체계를 보호해야 한다. 

 

수십t에 달하는 미사일을 발사관에서 사출하려면 높은 압력이 필요하다. 발사관이 이를 견뎌내지 못하면 잠수함은 생존을 위협받는다. 

 

지상과 달리 활용할 공간이 좁은 잠수함은 지상발사 탄도미사일처럼 거대한 크기의 발사관을 설치할 수 없다. 고도의 내구성과 신뢰성을 최대한 작은 크기의 발사관에 100% 구현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다.

 

기술적 검증이 끝나도 해결해야 할 과제가 있다. 연안과 먼바다는 파도의 높이나 해류 속도 등이 서로 다르다. 해양 환경 변화에 따른 잠수함의 흔들림 차이를 면밀하게 파악해 SLBM 발사체계와 잠수함 평형 유지 체계를 세밀하게 구축하지 않으면 SLBM은 발사가 불가능하다.

미 해군 전략핵추진잠수함 오하이오함이 SLBM 수직발사관을 개방한 채 정박하고 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이를 위해서는 연안과 먼바다에서 SLBM을 여러 차례 시험 발사해야 한다. 전력화 기간은 물론 실전배치 이후에도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데이터를 축적, 개선하는 작업을 지속해야 한다는 의미다. 

 

중국도 2010년 서해에서 JL-2 SLBM을 시험발사했으나, 수중 사출 후 점화가 되지 않아 미사일이 잠수함에 떨어진 적이 있었다. 

 

일각에서는 도산안창호함에 SLBM을 탑재한 것은 기술적 난이도나 효용성 측면에서 적절치 않다고 지적한다. 

 

SLBM 운용국인 미국, 러시아, 중국, 영국, 프랑스 등은 핵보유국이다. 핵무기가 없는 한국의 SLBM은 탄두중량 1t급인 재래식 미사일인데, 전략적 억제능력이 약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재래식 미사일로도 일정 수준 이상의 전략적 가치가 있다는 지적도 많다.

 

현무 계열 탄도미사일은 지대공미사일의 요격시도를 회피하는 풀업 기동(발사체가 하강단계에서 자유 낙하 이후 다시 상승하는 비행형태)을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순항미사일보다 속도가 빠르고 요격회피 기능을 갖췄으며 탄두 위력도 강한 셈이다.

도산안창호함 승조원들이 도열하여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해군 제공

 

높은 수준의 정밀도와 수면 아래에서 은밀히 움직이는 잠수함의 특성까지 더해지면, 유사시 적이 공격을 감행했을 때 도산안창호함의 SLBM 6기로 적 전쟁지도부가 위치한 시설에 대해 대량응징보복(KMPR)과 유사한 반격을 감행할 수 있다. SLBM 10기가 장착되는 장보고-Ⅲ 배치-2형은 보복억제력이 더 커진다. 

 

KMPR은 유사시 적국이 미사일로 공격하거나 핵무기 사용 징후가 포착됐을 때 고위력 미사일 등을 쏟아부어 핵기지나 전쟁지도부 등을 파괴하는 개념으로, 2019년에 사라진 용어다. 용어는 폐기됐지만, 이와 관련해 사전에 계획된 전력 확보는 지속되고 있다.

 

한반도 주변국 해군이 전략적 억제능력을 키우는데 총력을 기울이는 상황에서 도산안창호함은 국내 방위산업 진흥과 군의 전략적 억제력 강화 등에 상당한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해군은 2번함 안무함, 3번한 신채호함을 순차적으로 취역시키고 배치-2형 및 배치-3형 건조도 지속적으로 추진할 방침이다. 

 

박수찬 기자 psc@segye.com

출처 : 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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