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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 읽기

다시 만난 인연 / 김순일

부흐고비 2021. 10. 13. 08:12

직장 퇴직 후 사랑방을 만들어 지인들과 즐겁게 소통할 수 있는 장소를 만들고 싶었다. 강원도 횡성군 둔내에 전원주택 겸 펜션을 준비하였다. 전원주택에서 좋은 인연을 만나 이어오고 있다.

어느 봄날 우연히 둔내라는 곳에 놀러 왔다. 첫느낌이 유럽 알프스의 멋진 마을을 보는 듯하여빠져들었다. 고민도 없이 2011년에황토집으로 전원주택 겸 펜션을 지었다. 사람이 가장 살기 좋은 위치 500고지에 있다. 계획했던 펜션을운영하면서 지인들의 사랑방을 만들겠다는 로망을 한 방에 날려 버린 것이 암 발병이다. 5년간 투병을 하여 완치판정을 받아 덤의 인생을 살고 있다. 건강이 최고이기 때문에 펜션 운영 등 스트레스받는 일은 안 하고 있다. 항암 투병으로 식사를 못 했을 때 가마솥 백숙은 공기에 취해 맛에 취해 분위기에 취해 맛있게 먹었다.

새로운 인생을 살게 해준 곳이기도 하다. 작은 텃밭을 만들어 무기 농으로 상추, 가지, 호박 등을 재배하여 먹고 있다. 가끔 지인들이 놀러 와 바비큐 파티를 즐기기도 하고 쉬고 싶을 때 금요일 오후에 내려가 월요일 오전에 서울 집으로 올라온다. 둔내 의 전원주택은 나의 힐링 장소이며 아지트가 되어, 작은 소망을 노래 부르게 한 곳이기도 하다.

둔내 집은 나에게 좋은 인연을 만들어 준 곳이기도 하다.

내가 대단지 영구 임대 아파트인 중계3단지 목련아파트 관리사무소 소장으로 일할 때 첫 번째 만남으로 인연이 되었다. 옛날 아파트는 PDF(폴리에칠렌 플라스틱) 물탱크로 되어 있었다. 물탱크가 오래되어 가루가 떨어져 위생적이지 않아 스테인리스로 다시 덧칠하는 작업을 하였다. 이때 공사를 시행한 협력 업체 직원을 알게 되었다. 그때는 이야기 한번 나누지 않았기 때문에 잘 알지 못했고 얼굴만 알았다. 물탱크에 들어가 검수할 때 인상 좋은 아저씨가 머리를 묶고 열심히 일하시며, 꼼꼼하고 완벽하게 작업한 기억밖에 없는 만남이었다.

그런데 어느 날 둔내에서 두 번째로 아저씨를 만나게 되었다. 세상의 기술발전으로 스테인리스로 된 밀착형 플라스틱이 나오면서 일거리가 줄어 직업을 바꾸어야 했단다. 한옥을 배우러 한옥학교를 알아보았으나 정통 목수 주택 학교가 없었다. 제2의 직업으로 현재 일을 선택하고 고향인 둔내로 귀향하였다. 횡성군 소재 송호대학교 평생 교육원 목조아트과를 졸업하고 선배 목수와 3년 동안 같이 일하면서 기술을 습득하였단다. 지금은 독립하여 조그마한 사업체를 만들어 운영하고 있다.

나는 둔내 집의 조경공사를 가까운 곳에 있는 업체에 맡겼다. 유지보수를 적시에 받기 위함이었다. 데크 만드는 일을 꼼꼼하고 빈틈없이 하였다. 어느 날 공사가 마무리되고 술자리 대화 중에 과거 이야기를 하다가 중계동 아파트의 첫 번째 인연을 알게 됐다. 손재주가 남달라 한번 고객은 영원한 고객이 되었다. 둔내생활을 적응하는데 징검다리 역할을 해주신 고마운 분이 된 것이다.

암 투병을 하는 동안은 둔내의 전원주택은 비워두었다. 집은 살지 않고 가꾸지 않으면 폐허 수준이 되었다. 여름은 그런대로 잡초만 깎아 주면 보아줄 만하다. 주기적으로 한두 번 깎아 주었다. 겨울이 문제이었다. 눈도 많이 오고 무척 춥다. 보일러를 20도로 유지하도록 늘 켜놓아야 한다. 기름 먹는 하마 같이 유지비가 많이 들었다. 아저씨와 대화 중에 “이사를 해야 한다는” 이야기가 나왔다. 비어 있는 집이니 이사 오시라고 간곡히 몇 번을 부탁드렸다. 아저씨가 이사를 왔고, 또한 반려견인 골든레트리버 장군이가 마음껏 놀 수 있는 집이라 생각이 들었다고 한다. 좋은 인연은 소중한 것이다. 잠깐 스쳐 간 인연이 아니라 아저씨 부부가 이사를 와 내 집을 잘 관리하여 줌으로써 마음의 짐을 내려놓을 수 있어 감사하다.

나에겐 또 다른 만남이 있다. ‘장군’ 이름을 갖은 반려견이 나를 반기고 좋아한다. 세상에 태어난 지 3개월 된 아이를 데려왔을 때부터 매일은 아니지만, 내려 올 때마다 자주 만난다. 지금은 내 차를 보면 바로 알고 좋아서 온몸과 함께 꼬리를 흔든다. 차에서 내리면 사다 준 장난감 인형을 물고 와 놀아달라고 뛰는 행동은 너무 예쁘고 감동이다. 반갑게 맞아주는 장군이 덕분에 자주 내려가 보고 싶은 마음이 들고, 서울 올라 온 지 이틀만 지나면 눈앞에 선해지고 보고 싶어진다.

봄이면 털갈이를 하는 장군이는 솔질을 자주 해주어 빠진 털을 제거해주어야 한다. 좋아하면서 빚어 달라고 벌러덩 눕는다. 어리광이 얼마나 심한지 밥도 옆에 있어야 먹는다. 이런 행동들이 주는 기쁨은 뭐라 표현할 수가 없다. 사람이 산다는 것이 무엇인가. 비록 사람이 아닌 동물이지만 장군이와의 교감은 일상의 즐거움을 주고, 또 다른 인연으로 삶의 활력 증진에 힘이 되고 있다.

인생에는 좋은 인연도 있고, 끔찍한 악연도 있다. 20여 년 전부터 우연히 만난 아저씨와의 인연이지만, 청솔가지처럼 늘 변함없이 도움을 주시는 고마운 분이다. 서로의마음을 아는 아저씨 부부와 반려견 장군이와의 만남은 좋은 인연이다. 노란 은행잎으로 책갈피를 만들어 영원히 갖고 싶듯이 지금처럼 평생 좋은 인연으로 머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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