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시詩 느낌

우원호 시인

부흐고비 2022. 1. 16. 10:39

우원호 시인
1954년 서울에서 출생. 1983년 육군 중위 예편.

2001년 월간 《문학21》 시 부문 신인작품상에 당선.

시집으로 『도시 속의 마네킹들』, 『폴 세잔의 정물화가 있는 풍경』, 『아! 백두산』이 있음.

웹진 『시인광장』 편집주간 역임. 웹진 『시인광장』과 계간 『시인광장』 발행인 겸 편집인, 도서출판 『시인광장』 대표.

 




설국(雪國) / 우원호
대한민국 수도 서울은, 지금/ 설국(雪國)이다// 매일매일 계속되는 기습적인 눈폭탄의 투하로 인해/ 서울 전지역에 대설주의보 경보가 내려진 가운데// 새볔부터 다시 어마하게 눈폭탄이 계속해서 투하되던/ 엄동설한(嚴冬雪寒) 속의 어느 날의 늦저녘,// 늘상 북적대던 자동차의 행렬도 이미 자취를 감추었고/ 사람들도 자신들의 아지트나 피난처로 대피한지 오래!// 함박눈의 세례가 그치기가 무섭게/ 해저문 광화문 네거리의 상공에는// 한 마리의 비둘기// 두 마리의 비둘기// 세 마리의 비둘기// 네 마리의 비둘기// 다섯 마리의 비둘기// 여섯 마리의 비둘기// 일곱 마리의 비둘기// 여덟 마리의 비둘기// 아홉 마리의 비둘기// 열 마리의 비둘기// 그리고 또 한 마리// 그리고 또 한 마리// 모두 열두 마리의 비둘기가// 편대를 이루어 도심의 빌딩숲을 가로질러/ 어디선가 나타나서 잠시 선회비행 하더니// 이순신 장군의 동상 앞의 보도블럭 위로/ 일제히 착륙했다// 주변에는 여기저기 온통 눈폭탄의 잔해들뿐,/ 인간들이 먹다버린 빵조각의 부스러기조차 어디에도 없다// 모두 눈 속으로 묻혀버린 초토화된 도시(都市),/ 엄동설한(嚴冬雪寒) 속의 그런 도시(都市)에서// 그들 비둘기 레지스탕스*들이 찾아야할 피난처는/ 진정 어디인가?// 아아! 시인들은 지금 비둘기들과 같은/ 신세라네// 비둘기들은 혼돈의 이 시대를 살아가는/ 모든 시인들의 슬픈 자화상(自畵像)// 설국(雪國)으로 변해버린 서울에서 그들의 피난처는/ 이제 어디인가?// 밤이 깊어지자,/ 열두마리 비둘기들은 모두 정처없이 어디론가 사라졌고// 주변이 온통 눈에 덮힌 25時**의 깊은 적막 속에서도/ 도심 속의 빌딩 숲속 거리들은// 고해상도 전광판과 네온싸인들이/ 다시 소돔과 고모라의 환락街로/ 어느새/ 불야성을 이루고 있었다//
* 레지스탕스(résistance): 저항(抵抗)을 뜻하는 프랑스어(語). 제2차 세계대전 중 나치스 독일에 의하여 점령된 프랑스·덴마크·노르웨이·네덜란드·벨기에·유고슬라비아·체코슬로바키아·그리스·폴란드·소련 등의 유럽 제국(諸國)에서 비합법적으로 전개된 독일에 대한 저항운동 또는 저항군을 뜻함.
** 루마니아 작가 C.V.게오르규의 유명한 소설 제목으로 이 시에서는 인간성 부재의 상황과 폐허, 절망의 시간을 표현한 것임.

詩人시인 / 우원호
우주를 동경하는 지구의 그 어느 외로운 生생의 방랑자가 있어/ 그가/ 불확실한 우주의 미래를 바라본다/ 우주(宇宙) 안의 모든 사물들은/ 불안정한 시간 앞에 멈춰 있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계속해서 지구는 공전한다/ 조물주가 그러하듯/ 그의 마음 또한 호기심이 충만하다/ 거울처럼 그의 영혼에 새로이 존재하는/ 또 다른 조물주의 영혼// 빈 몸을 소유하고 하는 물방울의 존재처럼/ 맑고 순수하다// 누가 그를 비난하랴?/ 인간들의 법이 따로 필요없는 그다// 새로운 세계의 관조(觀照)와 불투명한 문장들의 향연(享宴)이 그를 삼백예순 날을 하루같이 계속해서 유혹한다// 그를 통해/ 미완성의 언어가 자신을 복제하는 詩의 언어로 완성된다// 그는 완전한 自由人자유인/ 비로소/ 그는// 자신만의 이상향과 우주을 창조하는/ 또 한 사람의 시인이 된다/ 언어보다 폭력적인 것은 없다. 그러나 언어보다 아름다운 것도 없다. 매순간 불과 얼음 사이를 오가는 천형을 받은 자!*/ 그가 시인이다//
* 최형심의 2018년 웹진 시인광장 '100인의 시인에게 듣다' 메시지서 인용

君子三樂군자삼락* / 우원호
군자에게는 세 가지 즐거움이 있다/ 양친이 다 살아 계시고 형제가 무고한 것이 첫번째 즐거움이요/ 우러러 하늘에 부끄럽지 않고 굽어보아도/ 사람들에게 부끄럽지 않은 것이 두 번째 즐거움이요/ 천하의 영재를 얻어서 교육하는 것이 세 번째 즐거움이다// 왕도王道를 바랐던 이천 년 전의 맹자孟子의 말씀이지만,/ 이 시대를 살아가는 현대인에게도 세 가지 즐거움이 있다/ 부모를 향한 효심과 형제간에 우애가 깊지 않음이 첫번째 즐거움이요/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럽지 않은 삶을 버림이 두번째 즐거움이요/ 후학後學들 모두에게 존경尊敬받지 않는 삶을 사는 일이 세번째 즐거움이다// '오늘날의 군자君子는 자본가로 성공한 사람을 일컫는다'라고/ 역사가들이 말할 것이므로……//
* 군자삼락君子三樂: 중국 전국 시대의 사상가인 맹자(孟子 B.C. 372~B.C. 289)가 《맹자(孟子)》〈진심편(盡心篇)〉에서 이른 말로 君子有三樂(군자유삼락) 父母俱存 兄弟無故 一樂也(부모구존 형제무고 일락야) 仰不愧於天 俯不怍於人 二樂也(앙불괴어천 부부작어인 이락야) 得天下英才 而敎育之 三樂也(득천하영재 이교육지 삼락야).

靑春청춘 / 우원호
타오르는 태양 같은 활화산의 정열이여!/ 파릇파릇 대지 위에 솟아나는 희망이여!/ 순수하게 피어나는 샤프란의 사랑이여!/ 미래 향해 자라나는 꿈나무의 群像이여!// 아아, 설렘의 기쁨이여!/ 아아, 싱그러운 나날이여!// 봄날의 태양은 그래서 더욱 찬란하다/ 산야의 잎들은 그래서 더욱 푸르르다// 이 세상의 젊은이여!/ 그대들의 청춘은 그래서 더욱 아름답다//

지금 나는 고독하다 / 우원호
그 어느 때보다도 지금 나는 매우 고독하다/ 동서남북 어디에도 내가 아닌 나는 없다// 아파트의 廣場에서 서산마루 지는 해를 바라보며/ 나 홀로 외로이 서 있는 나는 분명히 나다// 사람들의 마음을 넓이와 깊이로 가늠할 수 없듯/ 나도 나를 알 수 없다// 이제 다시/ 밤이 된다// 낮과 밤은 극과 극의 조화이다/ 색깔과 모든 존재는 그 조화의 배경이다// 그것들을 모두 지배하는 것은 태양과 달과 지구이다/ 그것은 명백한 진실이다// 지금 나는/ 고독하다// 때문에 지금처럼 고독할 때 나는/ 나는 나를 향해 이렇게 얘기한다// 내가 이리 고독한 것은/ 사랑의 결핍 때문이다// 나는 나를 잃고 나를 찾아/ 방황하고 있다// 사랑은 나와 나를, 나와 세상을 지탱하는/ 힘이다// 누구라도 결코 사랑없이 홀로 존재할 수 없다/ 그것은 명백한 진실이다// 내가 이해하는 모든 것은 내가 사랑하기 때문에 이해한다*// 마음 속의 내가 아닌 나를 이해하며/ 나는// 비로소 다시/ 나를 되찾는다// 비로소 다시/ 나는 깨닫는다// 사람이 사람인 것은 사람이 사람인 때문이다//
* Everything that I understand, I understand only because I love.: 러시아의 大文豪(대문호) 레프 톨스토이(Lev Nikolayevich Tolstoy, 1828. 9. 9 ~ 1910. 11. 20)의 명언.

카르페 디엠(Carpe diem)* ㅡ時間 / 우원호
1// 신약성서(新約聖書)에도/ 구약성서(舊約聖書)에도// 예수가 못 박혀서 숨진 골고다의 언덕에도/ 붓다[buddha]가 열반한 쿠시나가라 에도/ 공자가 묻혀 있는 중국 산동성의 곡부에도/ 아테네의 아크로폴리스 언덕의 소크라테스 감옥에도// 이집트의 스핑크스 미라에도, 사라진 잉카의 공중도시 마추픽추에도, 그리스의 시칠리아 시라쿠사에도// 서울에도/ 뉴욕에도/ 파리에도/ 런던에도/ 도쿄에도/ 방콕에도/ 홍콩에도/ 샹하이와 아바나의 도시에도// 라디오의 시보(時報)에도/ 텔레비전 자막(字幕)에도/ 스마트폰 액정(液晶)에도/ KTX와 지하철과 인간들이 쏘아올린 인공위성 궤도(軌道)에도// 러가는 구름에도, 불어오는 바람에도/ 존재하는// 과거와 현재와 미래를 윤회(輪廻)하는/ 시간// 세월 속의/ 소용돌이// 아니 가는 듯하면서 쉴 새 없이 달려가고/ 아니 오는 듯하면서 쉴 새 없이 달려오는...//
2// 태양의 빛 속에서/ 인간들의/ 동물들의/ 식물들의 눈 속에서, 뇌腦 속에서// 재깍 재깍 재깍 재깍/ 회전(回轉)하는// 생의/ 시계 바늘// 과거와 현재와 미래를 윤회(輪廻)하는/ 시간// 우주 속의/ 소용돌이// 아니 가는 듯하면서 쉴 새 없이 달려가고/ 아니 오는 듯하면서 쉴 새 없이 달려오는...// 神의/ 법칙// 그러나 인간이여/ 지나버린 시간은 환상에 지나지 않는// 망각의 판타지[fantasy]/ 역사의 세레나데[serenade]// 오늘의 시간은 다시 오지 않으니.../ 그래서 오늘은 더욱 소중하다//
* 카르페 디엠: 고대 로마의 시인 호라티우스의 라틴어 시의 한 구절로 흔히 '오늘을 즐기라'고 인용된다.

현대인의 아이러니 ―일명 사이코psycho의 도시都市 / 우원호
1막 1장/ 지금 여러분들에게 소개하는 연극의 무대는/ 이름하여 사이코psycho의 도시都市// 두 개의 해가 뜨며/ 칸트의 인식론*과 변증법*이 공존하는 그곳// 서로 다른 두 얼굴의 사람들은/ 그 도시에서// 이성理性과 비이성非理性의 삶들을/ 매일매일 연출한다// 1막 2장/ 그들은 이미 지구의 역사 따윈 잊은 지 오래다/ 지구의 역사를 잊어버린 자신들의 삶 속에서/ 변명으로 일관된 자신들만의 왜곡된 역사를 새로이 쓰며// 도시의 또 다른 알리바이*를 연출한다// 1막 3장/ 그 도시는 그들에게 천국인가/ 그 도시는 그들에게 지옥인가// 환상적인 꿈의 도시로 탈바꿈을 하다가도/ 이내 환락으로 불야성을 이루면서// 점차 사람들은 자신들의 혼魂마저도/ 송두리째 망각한다/ 그로 인해/ 죽은 이상理想의 묘지로 변해간다// 황금빛의 찬란한,/ 또 다른// 이상理想의 태양太陽을/ 뒤로 하고//
* 칸트의 인식론:인간의 인식의 기원·본질·한계 등을 연구하는 철학의 한 분야로 “인간은 어떻게 알 수 있는가”, “안다는 것은 무엇인가”, “우리는 무슨 권리로 ‘안다’고 말할 수 있는가” 등의 문제를 탐구하는 학문이다.
* 칸트의 변증법:인간의 이성理性이 빠지기 쉬운, 일견 옳은 듯하지만 실은 잘못된 추론推論, 즉 ‘선험적 가상假象’의 잘못을 폭로하고 비판하는 가상의 논리학論理學.
* 알리바이alibi:범죄가 일어난 때에, 피고인 또는 피의자가 범죄 현장 이외의 장소에 있었다는 사실을 주장함으로써 무죄를 입증하는 방법. 법률용어로서 ‘현장 부재 증명’으로 순화.

달 / 우원호
천지창조天地創造 이후 밤하늘의 둥근 저 달은/ 황홀하리만치 아름다운 밤하늘의 둥근 저 달은// 인류人類의 역사가 시작된 그 날로부터/ 공수래 공수거空手來空手去의 표상이 되었다// 달은 모른다/ 바로 오늘이 있기에 어제가 있었음을/ 달은 모른다/ 어제가 있었기에 다시 오늘이 있음을// 달은 모른다/ 달을 바라보며 비는 전인류의 소원을/ 달은 모른다/ 天江에 비쳐있는 자신의 붉은 얼굴을//

거울 ㅡ이상의 「거울」을 패러디함 / 우원호
거울 속의 나는 진정 내가 아니라오/ 내가 조정하는 그냥 로봇일 분이라오// 눈이 있긴 해도 나의 눈이 아니라오/ 코가 있긴 해도 나의 코가 아니라오/ 귀가 있긴 해도 나의 귀가 아니라오/ 입이 있긴 해도 나의 입이 아니라오// 물론, 얼굴이 있긴 해도 나의 얼굴이 아닌/ 거울 속의 나는 마술사일 뿐이라오// 거울이 걸려 있는 벽에서는 안 보이니/ 마술의 신 신들헤카테의 농간 같소// 벽에 걸린 거울 속의 나를 볼 때마다/ 무척이나 슬프다오// 플라톤(Platon)과 아리스토텔레스와 같은 철학가나/ 레오라르도 다 빈치와 같은 화가나/ 베토벤과 같은 음악가나/ 헤르만 헷세 같은 시인을 꿈꿀 수도 없으니 말이오// 거울 속의 나는 진정 내가 아니라오/ 내가 조정하는 그냥 로봇일 뿐이라오// 그냥 눈으로만 보이는/ 허깨비일 분이라오//

말할 수 없는 것에 대하여는 침묵하여야 한다* ㅡ데카르트의 존재론적 논증에 대한 나의 견해 / 우원호
1// 어린 시절 나는 밤하늘의 별들에게 이렇게 물은 적이 있다. 나는 누구인가? 라고. 그때나 지금이나 대답 대신 침묵이다//
2// 언제인가 나는 온누리를 밝게 비추는 밤하늘의 보름달을 향해서도 또 다시 물은 적이 있다. 나는 누구인가? 라고. 그때나 지금이나 대답 대신 침묵이다.//
3// 이제 나이 들어 서쪽 하늘 지는 해를 바라보며 진정 나는 누구인가 되물었다. 평생 나의 인생길에 빛이 되어준 저 해마저도 대답 대신 침묵이다.//
4// 이제 나는 알고 있다. 별도, 달도, 해도 인간들과 삼라만상 모두 1250억개 은하계에 공전하는 코스모스[cosmos] ** 계보系譜의 후예라는 것을……// 나와 네가 별이고, 나와 네가 달이고, 나와 네가 해이며 나와 너의 조상들과 후손들도 모두 과거와 현재와 그리고 미래를 이어주는 우주宇宙 속의 행성行星이란 것을……// 끊임없이 돌고 돌며 윤회輪廻하고 있는 행성行星…… 행성行星……//
5// "나는 생각한다 그러므로 나는 존재한다"***라고 말한 데카르트 명제命題는 명확하다/ 지금 살아서도 훗날 죽어서도// 나와 네가 곧 우주이며/ 우주가 바로 나와 너다//
* 비트겐슈타인의 철학명제
** 카오스(chaos)와 대립하는 ‘질서와 조화를 지니고있는 우주’라는 의미의 그리스語.
*** 라틴어로 "코지토 에르고 숨(Cōgitō ergo sum)"이라고 함. 프랑스의 철학자 R.데카르트가 방법적 회의 끝에 도달한 철학의 출발점이 되는 제1원리. 다른 모든 사물은 의심할 수 있어도 그와 같이 의심하고 있는 나의 존재는 의심할 수 없으며 의심하고 있는, 다시 말해 사유(思惟)하고 있는 순간에 내가 존재하지 않는다고 할 수는 없다고 생각했던 그는 "나는 생각한다, 고로 나는 존재한다." 이것이야말로 확실한 명제라고 믿고 이 명증적(明證的)인 제1원리에서 출발하여 모든 존재인식(存在認識)을 이끌어 내려고 했음.

하루살이 / 우원호
동해바다 지류(支流)인 강릉시의 남대천(南大川)*/ 황혼으로 붉게 물든 아름다운 그 강가에서/ 하루살이들이 불꽃 같은 열정으로 춤을 추며/ 生의 희열을 만끽하고 있다/ 수컷들이 위아래로 날며 무리지어 춤추다가/ 암컷들이 군무(群舞) 속으로 날아들면/ 수컷들과 암컷들은 함께 교미춤을 추며/ 혼인 비행을 한다./ 그리 혼신을 다해 펼쳐지는/ Sex의 향연(饗宴)이 끝나면/ 물 표면에 알 덩이를 떨어뜨려/ 산란 후 이내 生을 마감한다/ 딱 오늘 하루뿐인 부유일기(蜉蝣一期)/ 그 짧은 生의 무대/ 불꽃 같은 열정으로/ 하루를 천 년처럼 이승에서 살다가는/ 저/ 하루살이들은/ 이 풍진세상(風塵世上)에서/ 구름처럼 바람처럼/ 속절없이/ 살다가는/ 인간들의/ 자화상(自畵像)//
* 강릉시 왕산면 대화실산(1,010m)에서 발원하여 성산면과 구정면을 비롯, 시가지인 성내동을 거쳐 흘러가는 길이 32.86km의 강릉을 대표하는 하천

Kiss 1 / 우원호
에덴 동산에서 아담과 이브가 했던 인류 최초의 Ero*!/ 당신은 내 갈비뼈요 내 몸임을 서로 승인하는 허가증/ 마피아처럼 더 이상 한 몸이 아님을 선언하는 마지막 키스도 있지만/ 여자가 아기를 낳고 자신의 분신을 들여다보는 나르시스의 키스도 있지/ 서로의 입과 입이 만나면/ 한 몸의 기운이 흐른다네/ 아!/ 그것은 사랑하는 사람끼리 주고받는 가장 달콤하고 황홀한 선물!//
* Ero(eroticism) : 그리스 신화의 사랑의 神 에로스에서 유래된 말로 남녀간의 사랑이나 관능적 사랑의 이미지를 의식적·무의식적으로 암시하는 경향. 또는 성애(性愛).

Kiss 2 ㅡ戀人에게 / 우원호
지난밤 꿈 속에서 나는/ 사랑하는 그대를 내 품안에 꼭 껴안았다오// 그리고/ 나는 용기내어 그대에게 사랑을 고백했소// 그대는 내게/ 아주 달콤하고 농밀한 키스*로 화답했소// 아아! 그것이/ 꿈이 아니라 생시(生時)라면 얼마나 좋았을까?//
* 아주 달콤하고 농밀한 키스: 인사이드 키스

KISS 3 ㅡ프렌치 키스 / 우원호
Adam과 Eve가 에덴 동산에서 나누었던// 인류 최초의 키스// 서로의 입술과 입술을 마주대고/ 혀와 혀로 은밀하게 나눈// 우주에서 가장 순수하고 아름다운 본능,/ 사랑의 정표// 로미오와 줄리엣도/ 애절하고 격렬하게/ 황홀하고 아름답게/ 주고받은 그 Kiss,// 세상에서 가장 황홀하고 아름다운/ 그 사랑의 밀어密語// 아아!!/ 이 세상의 모든 연인戀人들이여!// 진정 서로가 서로를 죽도록 사랑하는 사이라면/ 진정 서로가 서로에게 영원을 약속한 사이라면// 나만의 사랑하는 그 연인을/ 나만의 은밀한 그 장소에서// 유혹을 하세요 그리고/ 키스로 고백을 하세요// 물론, 그런 분위기를 위해서는 ㅡ아드리느를 위한// 발라드ㅡ와// 같은 음악이 흐른다면/ 그야말로 금상첨화겠죠?// 서로가 서로의 손을 잡고 불루스를 추듯/ 은밀하게 포옹하며// 그야말로 부드러이 느껴지는 감촉으로/ 가벼이 입술과 입술을 교감하고// 이어 서로 진한 애정을 담아 혀와 혀를/ 향기나는 캔디를 빨 듯이/ 감미로운 솜사탕을 먹듯/ 매너있게 빨고, 또 부드러이 핥으면서// 혀와 혀로/ 황홀하게// 사랑의 대화를 나누세요// 혀와 혀로/ 진지하게// 사랑의 고백을 해보세요// 매너있게/ 진지하게// 아름답게/ 황홀하게//

KISS 4 ㅡWhere are you now? / 우원호
1// 나의 평생 배필이 되어줄 시랑하는 나의 반쪽,/ 그대는 지금 어디에 있나요?// 굳은 사랑을 맹서하며 나와 결혼해줄 피앙세여!/ 그대는 지금 어디에 있나요?// Where are you now?/ Where are you now?// 운명처럼 인생의 동반자로 언젠가는 만나게될/ 그대를 매일매일 꿈꾸지만// 그대 앞에 백마 탄 믿음직한 왕자의 모습으로/ 그대를 꿈속에서 만나지만// 그건 단지 꿈일 뿐입니다/ 그건 아직 꿈일 뿐입니다// 나의 평생 배필이 되어줄 시랑하는 나의 반쪽,/ 그대는 지금 어디에 있나요?// 굳은 사랑을 맹서하며 나와 결혼해줄 피앙세여!/ 그대는 지금 어디에 있나요?// Where are you now?/ Where are you now?// 앞길이 구만 리 같은 젊은 나로서는/ 인생의 패배감과 좌절감이 아니라// 구원받지 못한 굴욕적인 운명보다/ 아름다운 내 사랑을 택할 것이라오// Where are you now?/ Where are you now?//

2// 지난밤 꿈 속에서 나는, 지난밤 꿈 속에서 나는/ 애타게 그리던 미래의 내 반쪽, 그대를 만났소// 운명처럼 우리들은 꿈 속에서 그리 미리 만나/ 아아! 둘만의 행복한 밀회의 시간을 가졌다오// 연인인 나는 용기를 내어 그대에게 사랑을 고백했소/ ​그대는 내게 아주 달콤하고 농밀한 키스*로 화답했소// 로테에게 퍼부었던 베르테르 키스보다/ 데미안과 나누었던 싱크레어 키스보다// 너무나도 황홀했던!/ 잊지 못할 키스였소// 아아! 그것이/ ​꿈이 아니라 生時생시라면 얼마나 좋았을까?// 나의 평생 배필이 되어줄 시랑하는 나의 반쪽,/ 그대는 지금 어디에 있나요?// 굳은 사랑을 맹서하며 나와 결혼해줄 피앙세여!/ 그대는 지금 어디에 있나요?// Where are you now?/ Where are you now?//
* 달콤하고 농밀한 키스: 인사이드 키스(Inside Kiss)

神은 죽었다 / 우원호
「神은 죽었다」라는 프리드리히 니체 [Friedrich Nietzsche, 1883∼1885]의 도발적인 명제는 명징하다// 구약성서 〈창세기〉편의 우주를 창조한 조물주(造物主)로 기록된 그는 신격화(神格化)된 인간 상상력의 산물이며,// 神은 눈먼 선지자들이 눈먼 숭배자를 문고리가 없는 방의 탈출구로 인도하는 등불로서의 언어(言語)의 수사(修辭)// 神이 정한 진리 또한/ 절대적인 존재,/ 절대적인 가치가 아닌/ 수사(修辭)적인 은유(隱喩)일 뿐!// 우주는/ 4차원의 시공(時空)이 영겁(永劫)의 세월을 이어가며/ 스스로가 존재하며 디자인한/ 불후(不朽)의 역작! 불멸(不滅)의 대서사시(大敍事詩)// 神의 피조물도 소유물도 아닌/ 만물(萬物)의 유산이다// 도덕적 가치와 규범을 최고의 가치로 삼고 문명(文明)과 사회(社會)를 이루고 사는 영장류의 고등동물(高等動物), 지구인들!// 신의 피조물도/ 아담의 후손도 아닌// 인간들의 본질은 영혼이며/ 인간들은 우주만물의 척도//
* 신은 죽었다(독: Gott ist tot, 영: God is dead): 독일의 철학자 프리드리히 니체의 말로서, 허무주의를 나타내는 말로 넓게 인용.

존 키츠(John Keats)*의 遺言 / 우원호
대문호(大文豪) 윌리암 세익스피어에 비견(比肩)되던 천재 시인 키츠(Keats)!/ 그러나, 25세의 젊은 나이로 로마에서 객사(客死)한 키츠(Keats)!// 「물 위에 그 이름을 써 남긴 자(者) 여기에 잠들다」라고 스스로가 지은 그의 묘비명(墓碑名)의 유언처럼 그 얼마나 허무한가?// 생전(生前)에 광야(廣野)에 핀 백합꽃을 무척이나 사랑했던 그가 머나먼 타국땅에 쓸쓸하게 묻혀있는 그 자신의 무덤가에 해마다 여름이면 한 송이의 백합으로 홀로 피어 사랑이며 명성(名聲) 나부랭이가 한갓 꿈이라고 세상을 향해 슬프도록 공허하게 미소를 보낸다.//
* 존 키츠(John Keats, 1795~1821): 가장 나중에 태어난 영국의 낭만주의 시인이다. 셸리, 바이런과 함께 18세기 영국 낭만주의 전성기의 3대 시인 중의 한 사람이다. 하지만 25세의 젊은 나이로 요절했다.

미스터 미스토펠리스(Mr. Mistoffelees)* / 우원호
뉴욕 주 맨해튼의 59번가에서 110번가 사이의 시민공원, 센추럴 파크 (Central Park)! 수 백만 그루의 관목들과 사시사철 피고지는 식물들이 다양하며 평평하게 고른 너른 잔디밭과 완만한 능선, 그늘진 골짜기와 어느 지점에서 보더라도 전망 좋은 풍경들과 연인들과 시민들을 위한 산책로가 연결되어 있고 메드로폴리탄(Metropolitan) 미술박물관이 5번가를 마주보며 공원 안에 자리하고 있는 그곳,// 매일매일 한적한 산책로를 배회하는 족보조차 알 길 없는 검은 털과 파란 눈의 늙은 페르시아 고양이 한 마리가 그곳에서 자유를 만끽하며 살고 있다. 오고가는 산책객들 사이에서 그 고양이는 보헤미안 집시처럼 행동했고, 이따금씩 내리쬐는 햇살 아래에서 꾸뻑꾸뻑 졸기도 하며 한가로이 생의 시간을 보낸다.// 도대체 그 고양이는 누구인가?// 시간의 카메라는 미스테리 속의 고양이의 신원을 알아내기 위해 산책하는 사람들에게 말을 건다./ 저마다가 갖고 있는 기억들을 떠올리며 진술하는 사람들.// 그네들이 말하는 이야기의 조각들이/ 하나 들씩 퍼즐처럼 맞춰지며// 그곳, 미술박물관에 전시되어 있는 고대 이집트의 신비스런 유물들과/ 조지아 오키프(Georgia O'Keeffe)의 모더니즘 작품 〈암소의 해골: 빨강, 흰색, 파랑〉처럼// 베일 속에 가려 있던/ 고양이의 지난 날의 삶의 단서들이 차츰 드러난다.// 세계인이 동경하는 자유와 평화의 나라. 아메리카 뉴욕에서// 자유와/ 평화와/ 낭만과/ 행복을 즐기면서// 미스터 미스토펠리스(Mr. Mistoffelees)*처럼/ 지혜롭게 살아가는 고양이 집시ㅡ// 그 보헤미안 고양이와 자유의 여신상을/ 배경으로// 카메라는 기억과 현실 사이를 부유하며/ 하나의 풍경이 되어버린// 그곳 시민들의 얼굴들을/ 다시 바라보기 시작한다.//
* 미스터 미스토펠리스(Mr. Mistoffelees): 영국의 시인 T. S. 엘리엇의 고양이의 정신과 사회에 대한 시집 『지혜로운 고양이가 되기 위한 지침서』( The Old Possum 's Book of Practical Cats ) 속에 등장하는 과묵하고 몸집이 작은 검은 고양이로 괴테의 소설 《파우스트》에 등장하는 악마 메피스토펠레스(Mephistopheles)의 이름에서 유래함.

도시 속의 마네킹들 / 우원호
인간들은 본디 아담과 이브의 후예지만 오늘날엔 로봇처럼 살아간다. 오직 현재 그리고 미래만이 존재할 뿐, 사이보그* 그들에겐 과거란 없다. 가타카(Gattaca)**의 도시에서 생각하고 움직이며 매일매일 로봇처럼 살아가는 도시 속의 마네킹들.// 남자 마네킹들./ 여자 마네킹들.// 그곳, 가타카(Gattaca)의 도시에서 최첨단(最尖端)의 자동차와 초고속(超高速)의 열차로 기계처럼 이동하고, 서로서로 화상으로 통화하며 서로서로 아가페의 사랑보다 기계적인 사랑하고 키스를 나누고 섹스하고 유전자의 조작으로 사이보그 인간으로 아이들이 태어난다. 본디 아담과 이브의 후예들인 인간들은 이제 매일매일 로봇처럼 살아가는 도시 속의 마네킹들.// 남자 마네킹들/ 여자 마네킹들//

黃砂황사 / 우원호
1// 4월은 가장 잔인한 달*이라고/ 하지 아니하였던가?// 때는 바야흐로 전국토에 흰 벚꽃들이 화사하게 만개(滿開)한 무렵이던/ 20XX년 4월 XX일ㅡ// 아직 여명(黎明)이 트지 않은 이른 새벽/ 사람들이 모두 깊은 잠에 빠져있는 칠흙처럼 어두운 그 야음을 틈타// 내몽고(內蒙古)의 아라산(阿拉善)** 사막을 발진한/ 황사바람 비행군단은/ 500mb(미리바) 저기압의 한냉전선 공격로를 따라/ 황하강(黃河江)을 횡단해서// 그 옛날에 고려국(高麗國)을 침략했던 몽고군의 기세로/ 순식간에 한반도를 포위했다// 시야조차 가로막는 검붉은 흙먼지와 안개까지 동반한/ 그 軍團의 행렬은 도무지 끝이 없어 보였고// 사람들은 그 장대함에 놀라 다들 바짝 긴장했다// 그날 이후, 그들의 공습(空襲)은/ 도시와 농촌은 물론, 모든 산야와 해안 심지어는 샛강까지 밤과 낮, 구분없이 계속됐고// 그들에게 점령당한 지역들은/ 시나브로** * 유령들의 도시로 변해갔다//
2// 징기스칸 [Genghis Khan, 成吉思汗]의 몽고군이 이 땅에서 저질렀던 것처럼/ 삶의 터전들을 무참히도 유린하는/ 침공군의 오만함에/ 사람들은 모두 혀를 내둘렀다// 많은 사람들이 불안하여/ 아예 꼭꼭 숨어 외출을 삼갔다// 황사군의 침공 소식은 연일 신문들과 각 방송사의 라디오와 텔레비젼 뉴스를 통해 연일 보도됐고 전세계로 긴급 타전됐다// 대륙군의 침공은 왜 해마다 계속되는 것인가?/ 대륙군의 침공을 왜 속수무책 당해야만 하는 것인가?// 보도되는 뉴스를 지켜보던 고려국의 후예들은/ 하나 같이 분노했다// 바로 그 대군(大軍)의 기습적인 공습과 막강한 기세에 밀려/ 퇴각을 거듭하던 한반도의 기단은// 적벽대전에서 조조의 100만 대군을 격파했던 제갈공명이/ 나주 전투에서 견훤의 군선(軍船)을 대파했던 태평군사가// 남동풍(南東風)을 이용하여/ ㅡ대승(大勝)했듯// 남동풍의 북태평양(北太平洋) 기단 그리고 적도기단(赤道氣團)과 연합군(聯合軍)을 형성하여 마파람의 협공으로// 드디어/ 파상적인 반격을 개시했다// 노도(怒濤)처럼/ 거침없이 남하를 계속하던 그들의 대이동은// 연합군측 기단(氣團)의 총공세로,/ 지지멸렬 와해되기 시작하여// 마침내, 황사바람 대군단의 유해들은 일시에 토우土雨로 변하더니/ 붉은 피를 흘리면서/ 비로 내려 떨어졌다/ 그들은 최후를 맞이하는 순간까지 전국토를 온통 핏빛으로 물들였다//
3// 사나흘간/ 끔찍했던 시간들이 그리 지나가고// 다시/ 따사로운 빨간 태양이 대지 위를 환히 비치면서/ 가리웠던 형체들도/ 서서히 본모습을 드러냈다// 九死一生 살아남은 침공군의 잔당들은/ 더 이상의 진군을 포기하고 백기 들고 항복했다// 거리마다 플라타너스와 은행나무 등의 가로수들과 오고가는 행인들도/ 일제히 연합군의 승리를 크게 반기었다//
4// 전국에 발령된 공습경보 해제와 더불어/ 모든 상황이 종료되자// 공습의 상처들을 저마다의 가슴 속에 깊이 묻은 채로/ 사람들은 정상적인 일상으로 돌아갔다// 한 편의 몹시 불쾌했던 공포영화라도 본 듯/ 몸서리를 치며// 다다**** 그 악몽 같던 나날들을/ 하루라도 빨리 잊기 위해// 어떤 사람들은/ 내일의 일상으로 미리 돌아갔다// 그들 모두 그리 해서라도/ 그토록/ 인내하기 힘들었던 그 날들의 분노의 기억들을/ 잠시라도 빨리 잊기 위해ㅡ//
5// 해마다 봄이 되면 한반도를 어김없이 유린하는/ 황사군단黃砂軍團.// 그들은 정녕/ 1,000년전의 몽고군의 망령亡靈인가?//
* T.S 엘리엇의 시 ‘황무지(荒蕪地)’서 인용.
** 네이멍구 자치구[內蒙古自治區] 서부와 간쑤 성[甘潚省] 북부에 걸쳐 있고 동쪽으로는 황허 강[黃河]과 허란 산맥[賀蘭山脈], 남쪽은 치롄 산맥[祁連山脈], 서쪽은 헤이허 강[黑河]의 북쪽 유역, 북쪽은 지각구조상 함몰지역으로서 몽골과 각각 경계를 이루고 있는 중국 북부의 중앙에 있는 고비 사막의 최남단 부분. *** 시나브로: 모르는 사이에 조금씩 조금씩
**** 다다: 아무쪼록 힘 닿는 데까지

그곳이 차마 꿈엔들 잊힐리야*ㅡ回憶 / 우원호
아스라이 먼먼 옛날부터 그 수려함과 웅장함이 중국 명산 화산(华山)과도 비견되는 백운대와 인수봉, 만경대의 세 봉우리가 하늘 높이 솓아 있어 천하의 장관인 삼각산(三角山)과 산세가 완만하고 비경이 손꼽히는 수락산(水落山)과 산의 정상부가 마치 부처님의 모습을 닮았다고 패서 불려지는 불암산(佛巖山)에 둘러싸여 있어 그 대자연이 절경이던 성북구(城北區) 장위동(長位洞)의 소곤내와 북쪽에서 남쪽으로 한가로이 흐르던 내(川)의 물줄기의 방죽 둑의 소롯길을 따라 가지들을 길게 늘어뜨린 버드나무 길과 둑 아래의 드넓었던 모래사장 그리고 동구밖에 있던 수백 년도 더 된 고목(古木)의 느티나무 두 그루와 한 폭의 동양화를 감상하듯 해마다 연꽃들이 아름답게 피고지던 그 옛살래비** 연못과 복숭아꽃 만개하던 그 너른 과수원과 천변 포도밭과 아름드리 밤나무의 군락지는 자자손손 대를 이어 그곳에서 살아가던 사람 모두에게 무릉도원(武陵桃源)이요, 낙원(樂園)이던 그곳,// 그곳이 차마 꿈엔들 잊힐리야// 산과 들에 진달래가, 과수원엔 매화꽃과 복사꽃이 그리고 가가호호 앞마당과 울타리에 노란 개나리꽃 만개하는 봄이 되면 아낙들과 젊은 처자들이 바구니나 소쿠리를 들고 나가 밭둑이나 논둑, 산기슭에 파릇파릇 돋은 쑥과 냉이들을 뜯고, 여름이면 개구쟁이 동무들과 소곤내서 발가벗고 물장구를 치며 미역감고나면 한강에서 중랑천의 물줄기를 거슬러서 이곳까지 올라와서 서식하던 송사리와 빠가사리, 버들치와 누치, 몰개, 참게, 강준치와 모래무지, 지방마다 다르지만 표준어가 동사리인 뚜굴무지, 대농갱이, 쏘가리와 황쏘가리, 가물치와 메기, 잉어, 붕어, 참붕어와 각시붕어, 동자개와 꺽지. 은어들과 숭어까지 온갖 물고기나 주변 논두렁서 미꾸라지들을 삼태기로 잡아 동네밭서 동무들이 서리해온 무와 파와 양파, 감자들과 부모 몰래 가져나온 두부까지 양념으로 곁들여서 숭숭 썰어 양은솥에 넣고 칼칼하고 매콤하게 고추장을 풀어 냇가에서 철렵해서 먹고, 다시 배가 고파지면 먹골 배와 수박들과 참외들과 옥수수와 복숭아와 탐스럽게 주렁주렁 달려 있던 정식이네 포도밭의 포도들을 서리하던 그 옛날 어린 시절에 동네 개구쟁이 철부지들의 낙원(樂園)이던 그곳,// 그곳이 차마 꿈엔들 잊힐리야// 푸른 잎이 무성하여 가지마다 매미들이 앉아 여름 내내 목청껏 소리내며 울던 두 그루의 정자나우 그늘 아래에선 여기저기 돗자리를 펴고 앉아 노인들이 한가로이 장기도 두거나 이따금씩 여인들이 모여 수다들도 떨고, 지나가던 길손들이 흘린 땀을 식히면서 잠시 쉬어가던 그곳, 동네 꼬마들이 해가 지는 줄도 모르고 종일토록 자유로이 뛰어놀고 밤이 되면 정자니무 꼭대기의 망루에서 부엉이가 부엉부엉 밤새 울며 마을의 수호신이 되어주던 그곳, 장위동의 사람들과 모든 길손들의 안식처가 되어주며 모두에게 낙원(樂園)이던 그곳,// 그곳이 차마 꿈엔들 잊힐리야// 가을날의 들녘에는 오곡백과 무르익고 집집마다 해마다가 풍년이요, 농한기의 겨울날엔 화롯가에 가족들이 오손도손 둘러앉아 고구마와 감자들을 구워 먹으면서 밤새도록 정담을 나누던 회억(回憶) 속의 바로 그곳,// 그곳이 차마 꿈엔들 잊힐리야// 우이동서 발원하여 중랑천을 거쳐 한강으로 흘러가는 소곤내의 물가 주변 그 너른 모래사장 벌판에는 종다리와 비오리와 흰비오리, 물총새와 박새, 솔개, 부엉이와 매와 송골매와 독수리와 황조롱이, 흰죽지와 댕기흰죽지와 검은머리흰죽지, 지빠귀와 노랑지빠귀와 개똥지빠귀와 흰배지빠귀와 원앙, 기러기와 백로, 청둥오리, 고방오리, 흰빰검둥오리, 해오라기, 검은댕기해오라기, 두루미와 황새 같은 철새들이 사시사철 날아들어 저 멀리 병풍처럼 둘러싸인 삼각산과 수락산과 불암산을 배경으로 인간들과 공생하며 살아가던 철새들의 낙원(樂園)이던 그곳!// 그곳이 차마 꿈엔들 잊힐리야// 이웃집엔 식구들이 몇 명이고 숟가락과 젓가락이 몆 개인지 알 수 있고, 잔칫날과 초상날에 기쁜 일도 슬픈 일도 서로 함께 하고, 농번기가 되면 모심기와 밭매기로 서로 품앗이를 하며 도와가며 살아가던 정과 인심 또한 넘쳐나던 나의 고향, 성북구(城北區) 장위동(長位洞) 사람들의 닉원(樂園)이던 바로 그곳!// 그곳이 차마 꿈엔들 잊힐리야//
* 정지용[鄭芝溶, 1902. 5.15 ~ 1950. 9.25] 시인의 〈鄕愁 (향수)〉중의 독백조의 후렴구를 인용.
** 옛날에 살던 고향이란 뜻의 북쪽 지방 사투리

화가 레오나르도 다 빈치의 최후의 만찬과 모나리자 / 우원호
미술, 조각, 건축, 해부, 천문, 지리, 토목, 수학, 과학, 음악에 천재성을 발휘하던/ 이탈리아 르네상스 시대 최고의 천재// 레오나르도 다 빈치[Leonardo da Vinci]// 화가이며 조각가요, 해부학자, 천문학자, 지리학자, 식물학자, 발명가요 음악가로/ 많은 분야에서// 인류문화 유산으로 위대한 업적들을 남긴/ 다 빈치, 그는// 어린 시절부터/ 호기심이 많아// 해와 달과/ Aquario 아쿠아리오(물병자리), Cancro 깐끄로(게자리), Leone 레오네(사자자리), Toro 토로(황소자리), Ariete 아리에떼(양자리), Gemelli 제멜리(쌍둥이자리), Vergine 베르지네(처녀자리), Bilancia 빌란치아(천칭자리), Scorpione 스코르피오네(전갈자리), Capricorno 카프리꼬르 노(염소자리), Pesci 뻬쉬(몰고기자리), Sagittario 싸지타리오(궁수자리) 같은 그의 조국, 이탈리아 밤하늘의 별자리들// 그가 태어나고 자란 고향, 피렌체의/ 작은 도시 빈치 하늘 위를 자유로이/ 둥둥/ 떠다니던 구름들과// 그 아래로 그림처럼 펼쳐진/ 높고 낮은 구릉마다 너른 포도밭들/ 그리고/ 올리브 과수원의 풍경들과// 산타 마리아 델 피오레 성당 (Basilica di Santa Maria del Fiore), 산조반니 세례당, 피렌체대성당과 조토의 종탑 같은/ 꽃의 도시, 피렌체의 고대 건축물들// 모든 것이 호기심의 대상이던/ 그가// 눈으로 보이는 신비함의 대상들을/ 하나의 작품으로 완성이 될 때까지// 그리고 되풀이해 또 다시 그린/ 그가// 神의 계시(啓示)인가?/ 神의 사도(使徒)인가?// '예수 그리스도가 십자가에서 죽기 전날, 열두 제자와 함께 만찬을 나누었다'는/ 마태 복음 26장 20절, 마르 복음 14장 17절, 루가 복음 22장 14장 성경의 말씀을// 산타마리아 델레 그라치에 성당에/ 神이 내린 재능과/ 神이 내린 능력으로/ 神의 경지에서 그린// 인류 최고(最古)의 걸작(傑作) 〈최후最後의 만찬晩餐〉을/ 완성하고// 대화가(大畵家)의 명성(名聲)을 얻은 레오나르도 다 빈치/ 그가// 피렌체의 거상이던/ 조콘다의 요청으로// 안토니오 마리아 디 놀드 게라르디니의 딸이면서/ 그의 아내, 리사 게라르디니(Lisa Gherardini)를// 몇 번이나 그리고 되풀이해 또 다시 그린 그가/ 4년 넘게 그린 「리자 부인」이란 제목의/ 인류 최고(最古)의 또 하나의 걸작(傑作)이 된 작품/ 모나리자(Mona Lisa)!// 명암의 부드러운 처리와 색감의 깊이를,/ 스푸마토(sfumato) 기법*으로 표현해낸/ 완벽한 구도와 조화로운 색감이 빚어낸/ 신비로운 미소와 마치 살아 숨을 쉬고 있는 듯한 표정의// 젊고 매력적인 여인女人, 우아하고 아름다운 여인(女人)/ 스물일곱 살의 관능적인 매력의 저 리자 부인!// 500년 동안 이 세상 모든 이의 사랑하는 연인(戀人)이 된/ 모나리자(Mona Lisa)// 정녕 화가 레오나르도 다 빈치. 그의 작품인가?/ 神의 작품인가?//
* 스푸마토(sfumato) 기법: 안개처럼 색을 미묘하게 변화시켜 윤곽선을 자연스럽게 번지듯 그리는 명암법리라는 의미의 이탈리아語.

 


백두산(白頭山) 0 ​ㅡ아! 백두산(白頭山) / 우원호
아아! 여호아 하나님이 동방의 에덴(Eden)에 동산으로 만든 저 산, 백두산의 신화/ ​아아! 여호아 하나님이 인간 아담을 흙으로 빚어 만든 저 산, 백두산의 신화/ ​아아! 여호아 하나님의 성스러운 영(靈)과 혼(魂)이 서 려있는 저 산, 백두산의 정기// 아아! 백두산은 인류문명의 발상지요,/ ​아아! 백두산은 전 인류의 성지이네/ ​아아! 백두산은 인류문명의 발상지요,/ ​아아! 백두산은 전 인류의 성지이네// 아아! 한반도서 가장 높은 곳에 있는 저 산, 백두산의 위용/ ​아아! 계절마다 실로 경이와 환상의 저 산, 백두산의 신비/ ​아아! 귀한 동물들과 야생화의 천국 저 산, 백두산의 신비// 아아! 백두산은 자연과 문명의 천국이요,/ 아아! 백두산은 전 인류의 성지이네// 아아! 백두산은 자연과 문명의 천국이요,/ 아아! 백두산은 전 인류의 성지이네// 이 세상에서 가장 높은 우주 속의 호수, 백두산의 천지/ 이 세상에서 가장 깊은 신비 속의 호수, 백두산의 천지/ 이 세상에서 가장 맑은 저 칼데라 호수, 백두산의 천지// 아아! 백두산은 우주 宇宙 의 중심 中心 이요,/ 아아! 백두산은 전 인류의 성지이네// 아아! 백두산은 우주 宇宙 의 중심 中心 이요,/ 아아! 백두산은 전 인류의 성지이네//

백두산(白頭山) 1 ㅡ한민족의 성지聖地 / 우원호
어느 날, 갑자기 누군가가 그의 삶을 지탱하던 심장의 고동소리 멈춰지면, 이승서의 생을 그리 마감하면/ 바로 그 순간부터// 그가 이 세상에 태어나서 기나긴 세월을 그와 함께 했던,/ 그리고 그를/ 지구상에 존재하는 오만가지 동물들 가운데 늘 자긍심 잃지 않고 당당하게/ 만물의 영장인 인간으로 살아가게 했던// 그 모든 만물들과 인연들과 모두 한꺼번에/ 이별하게 되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를 그 너른 품안으로 사시사철 포근하게 감싸주던/ 우주宇宙와도/ 그의 삶과 삶의 행로에서 때론 황량했던 황무지와 한치 앞도 안보이게 모래바람 드세게 몰아치던 열사의 사막 길과, 때론 거세게 폭풍우와 눈보라가 몰아치던 망망대해 암흑 같은 항해 길을 방향 잃고 헤메었을 때, 그때마다 나침반이 되어 동반자가 되어 그의 참된 친구로서 든든하게 버팀목이 되어주던, 저 하늘의 태양과 달과 그리고 아름답게 반짝이며 무수하게 빛나던 별들과도 모두 한꺼번에/ 이별하게 되는 것입니다// 그가 태어나기 이전부터 탯속에서 만났었던/ 자신의 조상들과 아버지와 어머니// 그리고/ 태어나서 만난 형제들과 자매들 그리고 살아가며 그가 만난 모든 사람들과 또한 동물들과// 그리고/ 그가 만진 모든 사물들과 그가 듣던 모든 소리들과 그가 다닌 모교들과 눈에 익은 모든 곳들과도// 그리고/ 그가 지구상에 남긴 숱한 순간순간 흔적들과 발자취들// 모두 한꺼번에/ 이별하게 되는 것입니다// .심지어는 그가 매일같이 꿈꿔왔던 모든 이상들과/ 오래도록 늘상 품어왔던 그의 원대했던 야망까지// 한순간에 모두 잃고 작별하게 되는 것입니다/ 보였다가 사라지는 신기루와 같습니다// 네로의 로마제국, 피사로가 멸망시킨 잉카제국/ 진시왕이 중국을 통일시킨 진나라와/ 유럽까지 침략하여 대제국을 건설했던 징기스칸 후예들의 몽고국과/ 한때 북만주 일대까지 지배하며 호령했던 광개토대왕의 고구려와/ 한강 이북까지 영토를 넓혔었던 근초고왕의 백제,/ 고구려와 백제를 멸망시켜 3국을 통일했던 29대 태종무열왕 김춘추가 통치했던 신라,/ 후고구려 임금이던 폭군 궁예를 몰아내고 태조 왕건이 세운 고려,/ 그리고 고려 장수 이성계가 쿠테타로 새로운 나라를 만들었던 조선처럼/ 지금까지 인간들이 지구상에 세웠었던 수많었던 나라들과/ 고대도시 트로이나 페트라와 같은 수많은 도시들이/ 구름처럼 바람처럼 마치 신기루와 같이/ 역사 속의 뒤안길로 사라지고 말았지만/ 동아시아 대륙의 동북 쪽에 한반도의 최북단에 위치하며/ 함경남도 해산군과 함경북도 무산군을 경계로/ 해발 2,744 미터 높이로 장엄하게 우뚝 솟아 있고/ 최고봉인 장군봉과 그 아래로 사자처럼 생긴 망천후,백운봉과 청서/ 봉과 같은 높고 낮은 준봉들이/ 아름다이 펼치는 풍경, 그 풍경마다마다// 아아! 실로 너무나도 장관입니다그려/ 아아! 실로 너무나도 절경입니다그려// 대화가인 안견이나 정선이나 김홍도도 산윤복도 장승업도/ 이 세상의 어느 화가라도 수이 흉내낼 수 없는 풍경이지 아니한가?// 다달이 계절별로 달라지는 열두 폭의 병풍 속의 그림으로// 아아! 너무나도 아름다이/ 아아! 너무나도 신비로이// 신선神仙들이/ 그려내어// 그 누구라도 찬탄하는/ 볼 때마다 감동하는// 산山, 저 백두산은// 반만 년이 지나도록 한민족의 조상들과 그 후예들이/ 겨레의 영산靈山으로 한결같이 추앙하고 찬양하는// 아아! 사시사철 아름다운/ 아아! 너무나도 아름다운// 아아! 저 산山, 백두산은// 세월이 흘러 흘러 동해물이 마른다고 해도/ 또다시 흘러 흘러 억겁만큼 흐른다고 해도// 영원불멸永遠不滅/ 사라지지 않습니다// 한민족의 마음에서 마음으로/ 한겨레의 표상으로// 영원불변永遠不變/ 이어져갈 것입니다// 아아! 사시사철 숭고하고/ 아아! 사시사철 경이로운// 바로 저기 저 산山!/ 백두산은// 영원불변永遠不變 한민족의 시원始原입니다/ 영원불멸永遠不滅 한민족의 성지聖地입니다//

백두산(白頭山) 2 ㅡ정녕 신의 조화인가? / 우원호
1// 때는 서기 1205년, 고려시대 제21대 희종 임금 재위 1년/ 을축년(乙丑年)의 일이었다// 경천동지驚天動地할 대개벽이 있었다 대폭발이 있었다/ 대지진과 노아의 대홍수에 버금가는 마그마의 대범람이 있었다// 한반도의 강과 바다 산과 들이 천지사방 온세상이 뒤집힌 듯,/ 백두산이 폭발했다// 실로 경천동지驚天動地의 대개벽이었다/ 실로 방대하고 엄청난 규모의 대폭발이었다//

2// 요란하게 지축을 흔들면서 활활 시뻘겋게 타오르는 불기둥과 함께/ 구름버섯 형상으로 하늘 높이 하늘 높이/ 솟아오른/ 그날의 검디검은 화산재가, 실로 엄청나게 거대한 규모의 거대한 화산재가// 한반도를 뒤덮었고 편서풍의 기류 타고 멀리 멀리 날아 날아/ 일본국의 최북단인 홋카이도(北海島) 하늘까지 날아 갔다// 정녕 신의 조화인가?/ 정녕 신의 섭리인가?// 이도 저도 아니면서, 독일 천문학자 요하네스 케플러가/ 오직 순수하고 아름다운 믿음으로 했던 표현이라 해도// 화산火山, 그토록 공포스러운 재앙災殃의 저 화신火神을/ '지구가 흘리는 눈물의 샘’이라고 한 말은// 그 얼마나 순진하고/ 그 얼마나 미적美的이며 센티멘탈했던 표현인가?//

3// 한민족의 영산靈山이요, 한겨레의 성지聖地, 백두산(白頭山)을 바라보며/ 나는 이리 외치나니// 일년이면 여덟 달간 수정처럼 곱디고운 흰눈들이 산머리에 덮여 있고, 화산으로 생긴 흰색의 부석浮石들들이 산머리를 덮고 있어 흰머리산이라고도 불리는 저토록 고상하고 신비로운 산, 저 산! 활화산인 백두산엔// 호랑이와 산멧돼지, 도룡뇽과 여러가지 뱀들, 검은 담비와 수달, 다람쥐와 족제비, 사향노루, 사슴, 백두산사슴, 산양, 반달곰과 큰곰,, 늑대와 표범들이 대대손손 대를 이어 야생으로 살아가고 삼지연메닭.·신무성세가락딱따구리, 세가락메추리, 북올빼미, 긴꼬리올빼미, 흰두루미, 재두루미, 원앙, 청둥오리, 붉은허리제비 같은 산새들과 들새들과 숲새들이 사시사철 아름다이 노래하며// 숱한 고유종의 희귀한 동물들이 조화로이 살아가는/ 지상에서 가장 수려하고 가장 아름다운 산이라고// 그리고는 하늘 향해/ 이리 나는 묻노나니// 저기 저 산, 백두산은 그저 대자연의 소치인가?/ 정녕 그대, 조물주가 창조해낸 작품인가? 라고// 또한 나는 하늘 향해 다시 이리 외치나니/ 호수의 둘레가 14키로이고, 평균 깊이 213미터, 최대 수심은 384미터에 이르면서 10월 중순부터 5월 중순까지 눈과 얼음으로 덮혀 있고, 눈이 시리도록 푸른 하늘에서 비가 내려 마치 거울 보듯 호수마저 저리 쪽빛인가? 그 투명하고 맑은 쪽빛 저 하늘이여! 저 호수여! 그리하여 하늘 아래 호수라고 불리는 저토록 신비롭고 아름다운 명경수인 칼데라호. 저 호수, 천지天池여!// 그 주변에서 여기저기 샛노란 황금빛의 금매화와 보라빛의 매발톱, 분홍빛의 바늘꽃과 하양색의 범꼬리풀, 연분홍빛 바위구절초와 저 하늘에 떠다니는 구름처럼 새하얀 빛깔을 뽐내는 구름범의귀풀 군락지가 너무나도 환상적인 그곳!// 그리고 그들과 함께 이름모를 풀꽃들이 자유로이 자생하는/ 야생화의 천국, 그곳!// 또한 아주아주 깊고 너른 호수 속엔 천지산천어와. 칠색송어, 붕어, 버들치,종개, 민물거북이와 빙어들이 선택받은 물속나라에서 선택받은 귀족어로 평생 살아가는 고기들의 또다른 천국, 그곳!// 압록강과 두만강과 송화강의 발원지인 그곳, 천지는/ 지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호수라고// 그리고는 하늘 향해 다시 나는 되묻나니// 저기 저 호수, 천지는 대체 대자연의 소치인가?/ 정녕 그대, 조물주가 창조해낸 작품인가? 라고//

백두산(白頭山) 6 ㅡ두만강豆滿江 / 우원호
'두만강 푸른 물에 노젓는 뱃사공'이란 가사로 시작되는 <눈물 젖은 두만강>, 이 노래는/ 스무 해 가량 전에 세상 떠난 원로 가수 김정구 선생이 일제 말기 불러/ 나라 잃은 서러움과 슬픔, 애환을 달래주던/ 4분의 2박자에 라단조의 이 트로트 노래는/ 오랜 세월 흘렀어도 여전히 사랑받는/ 국민들의 애창곡/ 이 노래를 부른 그 가수는 세상 떠났어도/ 남과 북의 동포들의 마음에서 마음으로 흘러가는/ 한민족의 강줄기인/ 이 두만강은/ 백두산白頭山의 대연지봉 동쪽 기슭에서 발원하는/ 석을수石乙水를 원류로 하여/ 장장 521킬로미터, 1,300여 리의 길고도 먼 대장정의 흐름이 시작된다 그 물줄기가/ 처음에는 동쪽으로 향해 흘러간다/ 백두산에서 두륜산까지 북서에서 남동 방향으로/ 높은 고봉들이 뻗어 있는 고산지대 마천령산맥/ 그곳에서 발원하는 소홍단수小紅瑞水와 합류,/ 다시 북동쪽의 방향으로 선회하여 도도하게 흐르다가/ 이곳 또한 아름다운 고봉들로 첩첩이 둘러싸여 있어/ 그 산세와 그 절경이 너무나도 웅장하고 아름다운/ 두류산頭流山에서 북동쪽으로 뻗어 나간 한반도서 가장 높은 고산지대 함경산맥!/ 이곳, 서로 다른 정상에서 발원하여 흘러내린/ 서두수西頭水와 연면수延面水, 성천수城川水와 다시 합류하며/ 물줄기의 항진進은 계속된다/ 이 거대한 물줄기는 중국 지역 도문시와 접한 중류에 이르러서/물길 양편으로 깊고 대칭적인 하곡을 이루면서/ 그 물살은 더욱 빨라지고 더욱 거세진다/ 그 물살은 더욱 깊은 협곡을 만들어 곡류曲流한다/ 도문시는 천재 시인 윤동주가 태어나고 자란/ 연변 용정시의 명동촌과 그리 멀지 않은/ 도시都市이며/ 국민가요 <눈물 젖은 두만강>의 배경이 되는 그곳!/ 1935년 식민지의 나라 조선의 - 예원좌藝苑座-란 이동 악극단의 단원들이/ 동북지역 중국 동포 순회공연 전날, 달 밝은 밤에 묵은/ 그곳 두만강변 국경도시 도문의 어느 작은 여관에서/ 국경수비대의 일본군의 총에 맞아 안타까이 숨진/ 무명 독립군 남편의 사망 소식 전해 듣고/ 불원천리 길을 마다 않고 국경 넘어 찾아와서/ 옆방에서 목청 높여 소리 내어 통곡하며 울던/ 그 어느 여인네의 애닯고도 슬픈 사연을/ 조선족 시인 한명천韓鳴川이 1절을 작사하고/ 악극단원 소속이던 음악 청년 이시우가/ 강물 소리 들으며 곡을 붙여/ 작곡했던 바로 그곳!!/ 지금도 매양 달밤이면 강물이 곡哭 소리를 내며/ 목메어 애달피 운다는 슬픈 전설이 되어버린/ 애달픈 사연의 그곳, 도문시를 흘러가는 그 눈물 젖은 두만강은/ 세월 따라 매양 속절없이/ 한숨 쉬며 흘러간다/ 다시 강물은 흐르고 흘러 함경북도 회령시의/ 보을천甫乙과 회령천會寧川과 합류,/ 본류는/ 북북동쪽 방향으로 흘러간다/ 그곳에서 다시 함경북도 최북단에 이르러/ 중국 지역 간도間島 방면에서 흘러오는/ 해란강海江을 만나 합류한 뒤, 물줄기는 급히 회전하여/ 남동쪽을 향해 항진을 계속한다/ 다시 간도 지방에서 남서 방향으로 흘러 흘러/ 혼춘강庫春江과 한반도의 오룡천五龍川과 아오지천阿音地川 지류와 만나 /합류한 뒤,/ 물줄기와 강의 폭을 크게 넓히면서/ 강줄기는 더욱 더 급물살을 타고/ 강하구의 서수라西水羅를 거쳐/ 종착지인 동해바다로 흘러 흘러 들어간다/ 이로써 한민족의 영산 백두산에서 동해까지 이어지는/ 두만강의 길고 먼 여정의 대장정의 항진은 끝이 난다/ 지금도 민족의 강, 저 두만강은 분단된 조국의 남녘과 북녘 동포들을/ 하나로 이어주며/ 한민족의 마음에서 마음으로 매양 그렇게/ 한겨레의 이름으로 매양 그렇게/ 마음에서 마음으로 매양 그렇게/ 유유히 도도하게 매양 그렇게 흘러가고 있다//

백두산(白頭山) 7 ㅡ압록강鴨綠江과 고구려의 대제국과 광개토대왕 / 우원호
엄동설한, 그 한겨울의 맹추위에 호숫물과 강물이 꽁꽁 얼지언정/ 마르지 않는 샘물은 어는 법이 없다/ 설령 천지 호숫물과 압록강 강물이 얼지언정/ 백두산의 지하수가 솟아오른/ 삼지연의 용천수는/ 제아무리 혹한에도 어는 법이 없다/ 모든 강의 물줄기는 대개/ 산 정상의 작은 샘물이/ 지하수나/ 습지에서 시작된다/ 장장 2천 리의 물줄기로 한반도의 가장 긴 강인/ 압록강도/ 북녘땅인 양강도 삼지연의 용천수가/ 그 시작이다/ 중국의 국경 서부를 이루는 랴오닝성과/ 한반도 북서부 사이를 흐르는/ 한민족의 기나긴 역사와 함께하며/ 한민족의 마음과 마음을 이어주는/ 민족의 강인 저 강!/ 압록강!/ 1,500여 년 전, 역사의 저 강/ 압록강의 중류 강변에는/ 동아시아 최고의 거대한/ 왕국이 있었다/ 그 옛날 유리왕 재위 3년, 졸본에서 천도하여/ 사백스물다섯 성상星霜의 기나긴 세월 동안/ 통치하며/ 고구려 대제국의 수도로/ 국내성이 자리했던 그곳,/ 수도였던 국내성을 중심으로/ 광개토대왕이 동아시아 최고의 위용을 자랑하던/ 막강했던 전투력의 정예부대 기마병부대를 선봉으로 하여/ 시베리아 남부를 비롯, 내몽고자치구, 몽고고원, 신장 위구르, 티벳, 사마르칸트, 북만주와 유주, 북평, 태원, 요서 지역 등의 광활한 영토를 정복하여/ 고구려를 상징했던 삼족오三足烏의 깃발을 하늘 높이 아주 하늘 높이/ 그 위세도 당당하게/ 그 위풍도 당당하게/ 오랜 세월 휘날렸다/ 전쟁터에 나설 때마다 백전백승 연승하며/ 불멸의 신화를 이룩했던/ 이 세상의 그 어느 왕보다도/ 용맹스러운 왕이었지만/ 고구려의 백성들을 지극히도 사랑했던/ 이 세상의 그 어느 왕보다도 어진 군주였던,/ 그이름도 거룩하고 위대한/ 광개토대왕廣開土大王!!/ 동아시아 당대 최고의 제국, 고구려국 수도였던 그곳에 /당대 최고의 지도자요, 당대 최고의 정복자의 위엄을 내보이며/ 193척의 높이로 웅장하게 세워진/ 고구려국의 제19대 국왕이던 그의 비문碑文에는/ 4면에 1,802 자가 기록되어 있고,/ 대왕이 생전에 이룩한 치적 중에/ 나라와 백성을 사랑했던 성군聖君으로서의/ 위용과 치세의 명문銘文이/ 다음과 같이 적혀 있다/ "왕의 은택이 하늘까지 미쳤고, 위엄은 온 세상에 떨쳤다. 나쁜 무리를 쓸어 없애자 백성이 모두 생업에 힘쓰고 편안하게 살게 되었다. 나라는 부강하고 풍족해졌으며, 온갖 곡식이 가득 익었다. 그런데 하늘이 이 백성을 불쌍히 여기지 않았나 보다. 39세에 세상을 버리고 떠나시었다."라고/ 살아서는 영락대왕이라 불렸으며,/ 죽어서는 그의 아들 장수왕이/ 선왕의 빛나는 치세와 업적을 기려/ 땅을 크게 넓힌 태왕이란 뜻을 담아/ 거대한 공적비를 세워 비문碑文으로 새겨/ 광개토태왕이라 불리우게 되었다/ 불과 열여덟의 젊은 나이에/ 왕에 즉위하여/ 남으로는 백제국과 신라국 북으로는 숙신과 동부여 그리고 광활한 대륙의 북만주와 몽고고원 일원까지/ 영토를 넓혀/ 광대했던 고구려 대제국을 건설했던/ 그다/동방원정의 네 번의 큰 전투에서 승리해/ 이집트에서 인더스강에 이르는/ 거대한 제국을 건설했던/ 마케도니아의 알렉산더 대왕과도 비견되는,/ 세계사世界史에 영원토록/ 찬란하게 길이 빛날/ 고구려국 후예들의 자랑스런 영웅이여!/ 한민족의 위대한 대왕이여!//

백두산(白頭山) 8 ―백두산과 애국가는 한국인의 자랑스러운 표상 / 우원호
‘동해물과 백두산이 마르고 닳도록’으로/ 우리나라 애국가는 시작되네// 백두산과 애국가는 한국인의 자랑스러운 표상// 반만 년의 유구하고 찬란한 역사의 나라지만/ 애국가의 역사는 일백 년도 안된다네// 서기 612년인 영양왕 23년, 중국 수隋나라의 대군과의 전투에서 을지문덕 장군의 뛰어난 용병술로 살수*에서 대승했던 고구려국도// 패망한 군주 의자왕의 마지막 남은 5천 명의 결사대를 이끌고 황산벌 전투에서 목숨 걸고 싸우다가/ 끝내 장렬하게 전사한 계백 장군의 백제국도// 태종무열왕인 김춘추를 도와 삼국을 통일했던/ 불세출의 명장 김유신 장군의 신라국도// 1018년 현종 9년, 거란 소배압의 10만 대군과의 흥화진 전투와 그 이듬해 재침입한 거란군과의 귀주 전투에서 모두 대승하여 구국의 영웅으로 추앙 받는 일흔 살의 노장이던 강감찬 장군의 고려국도// 정명가도(征明假道)를 외쳐대며/ 임진왜란을 일으켰던 도요토미 히데요시(豊臣秀吉)의 침략전쟁!/ 그 7년간의 기나긴 왜군과의 전쟁에서/ 삼군통제사로/ 거북선의 수군을 이끌고 전투마다 연전연승!/ 세계 해전사에 길이 빛나는 전공을 세워/ 백척간두百尺竿頭의 위기에서 나라를 구한/ 성웅 이순신 장군의 조선국도/ 애국가는 없었다네// 대한제국의 무능과 실정, 그 관리들의 부패와 비리/ 을사오적(乙巳五賊)*의 매국으로 36년 동안/ 나라를 빼앗긴 채 학대받던 조센징의 신분으로/ 일본 제국주의 신민臣民으로 살아야만 했던/ 그 굴욕적인/ 그 치욕적인 식민지의 시절에도// 물론, 애국가는 없었다네// 1936년 이역만리 독일 베를린에서 개최된// 제11회 하계 올림픽 대회/ 일장기를 달고 출전해 마라톤 경기에서 우승한/ 손기정 선수가 시상대 가장 높은 곳에 올라/ 월계수관이 머리 위에 씌여진// 그 순간에도/ 그 순간에도// 물론, 애국가는 없었다네// 우승자이었지만 그는 기뻐하는 표정을 애써 감추고/ 기념으로 받은 창나무 화분을 두 손에 가지런히 모아쥐어/ 그의 겸손함을 표시했고/ 불과 몇 개밖에 달려있지 않던/ 이파리로/ 스포츠복 상의에 새겨진 일장기를 슬며시 가린 채로// 금메달리스트였던 손기정 선수도/ 동메달리스트였던 남승룡 선수도// 나라 잃은 서러움과 수치심에/ 둘은 모두 고개를 떨구었다네// 슬프게도 애국가는 없었다네// 이젠 결코 아니라네// 1976년 제 21회 캐나다 몬트리올 하계 올림픽 레슬링 자유형의/ 금메달리스트 양정모 선수의 시상식 때에도// 1988년 서울올림픽에서 구기종목 사상 첫 금메달과 1992년 바르셀로나 올림픽에서 처음으로 2연패를 달성한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의 주역들,/ 한국 여자 핸드볼 선수들의 금메달 시상식 때에도// 1992년 제25회 바르셀로나 하계 올림픽 마라톤을 제패한/ 몬주익 영웅 황영조 선수의 시상식 때에도/ 매우 젊고 아름다운 동양적인 미모에/ 매우 우아하고 환상적인 분위기를 연출하며/ 심사위원 모두와 세계인의 찬사를 한몸에 받으면서/ 2010년 제21회 벤쿠버 동계 올림픽 피겨스케이팅 여자싱글에서/ 세계최고기록 228.56점으로 우승한/ 피겨 여왕 김연아 선수의 시상식 때에도// 벤쿠버의 리치먼드 오벌 올림픽 경기장 열린/ 스피드 스케이팅 여자 500m 경기에서 우승한/ 금메달리스트 빙속 여제女帝 이상화 선수의/ 시상식 때에도// 코로나19 펜데믹의 영향으로/ 1년 늦게 치루어진./ 2020 도쿄 올림픽 대회에서/ 당당하고 자랑스레 우승하며/ 단체전 종목으로 처음 채택된/ 지난 1988 서울올림픽 이후,/ 올림픽 역사에 오래도록 찬란하게 빛날/ 영광의 9연패 금자탑을 쌓은/ 여자 양궁 단체전의 금메달리스트들!// 그 자랑스런 이름의 한국 여궁사들!/ 안산 선수와 장민희 선수 그리고 강채영 선수!// 그들 세 명의 여자 궁사들이/ 우승자의 시상대에 우뚝 서 있을 때에도// 그리고―/ 5년 전의 2016 리우 올림픽에 이어/ 2연패의 위업을 달성한/ 남자 단체전의 자랑스런 그 이름의 선수들!/ 김제덕 선수와 김진우 선수 그리고 오진혁 선수!/ 그들 세 명의 남자 궁사들이/ 우승자의 시상대에 우뚝 서 있을 때에도/ 남녀 혼성 단체전과 여자 단체전에 이어 여자양궁 개인전도/ 기세 좋게 우승하여/ 올림픽 역사상 양궁 종목 첫 3관왕의 영예도 안고/ 이 순간을 지켜보던 국민들과 해외 동포 모두에게/ 최고의 기쁨과 감동을 선물한 안산 선수, 그녀가/ 우승자의 시상대에 우뚝 서 있을 때에도// 우승국인 대한민국 태극기가/ 가장 높은 곳에 오르면서// 일본 도쿄(東京) 아리아케 아레나 양궁장에/ 자랑스레 펄럭였고// 또한 생중계로,/ 지구촌의 축제祝祭, 올림픽을 세계인이 지켜보는 가운데/ 함께 연주되던 애국가는 세계만방 울려 퍼져// 한민족, 코리안의 자긍심과 코리아의 위상을/ 크게 드높혔다네// ‘동해물과 백두산이 마르고 닳도록’으로/ 우리나라 애국가는 시작되네// 백두산과 애국가는 한국인의 자랑스러운 표상// 이젠 힌국인의 핏줄이면 누구나가 자랑스레/ 애국가를 부른다네// 기쁠 때나, 슬플 때나, 괴로우나, 즐거우나/ 애국가를 부른다네// 온 국민이 하나되어 나라 사랑하는 마음으로/ 온 겨레가 하나되어 겨레 사랑하는 마음으로// 애국가를 부른다네/ 자랑스레 부른다네// ‘무궁화 삼천리 화려강산 대한 사람 대한으로 길이 보전하세’란/ 후렴구를 끝으로// 코리아를 상징하는/ 한국인을 대표하는// 애국가는 엄숙하게 그리 끝난다네/ 애국가는 장엄하게 그리 끝난다네//
* 살수(薩水): 지금의 청천강.
** 을사오적(乙巳五賊): 1905년 을사늑약에 찬성하여 서명한 다섯 대신. 박제순(朴齊純, 외부대신), 이지용(李址鎔, 내부대신), 이근택(李根澤, 군부대신), 이완용(李完用, 학부대신), 권중현(權重顯, 농상부대신)을 일컬음.

백두산(白頭山) 9 ㅡ시인 윤동주 / 우원호
일송정 푸른 소나무야 , 그대는 지금도 그 자리에 그리/ 변함없이 잘 있구나/ 몇 번이나 죽었다간 다시 살아나는/ 불사신의 모습으로/ 일송정 푸른 소나무야, 그대는 지금도 그 자리에 그리/ 변함없이 잘 있구나/ 고향 용정 마을 비암산의 정상에 오래전에 우뚝 자란/ 그대의 그늘 아래에서/ 함께 자란 그 옛날의 정든 동무들은/ 흘러간 세월 속에 모두 사라지고/ 아아!/ 이제는 그대만이 외로이 홀로 남았구나/ 소학교 시절 교실에서 책상을 함께 했던/ 동무들도/ 연변에서 북서쪽에 자리한 한민족의 산, 겨레의 산 , 백두산!!/ 무수히도 많은 밤하늘의 별들 가문데서/ 유난히도 밝게 반짝이는 백두산 상공의/ 북두칠성北斗七星 바라보며/ 밤늦도록 별을 헤던 동무들도/ 그 옛날에 고향 용정에서 함께 놀던 정든 동무들은/ 흘러간 역사 속에 사라져서/ 이젠 모두 고향 밤하늘의 별이 되었고/ 아아!/ 그리하여 그대만 외로이 홀로 남았구나/ 그대는 지금까지 홀로 남아/ 마을의 수호신이 되었구나/ 사람들은 이제/ 일송정 푸른솔은 으로 시작되는/ 가곡 〈선구자〉를 부르며/ 그대를 기억하고/ 내가 남긴 〈자화상〉과 〈서시〉 같은 시를 외우면서/ 모두 나를 시인으로 기억하고 있지/ 총칼의 무력으로 일본에게 나라를 빼앗긴/ 암울했던 그 시절,/ “시를 계속 쓰라. 총은 내가 들 거니까.”/ 동갑내기 고종사촌, 평생의 동지였던 몽규는/ 힘찬 목소리로/ 늘 그리 나를 위로하고 격려 했지/ 나의 고향 용정 마을 그대의 그늘 아래에서/ 조국의 독립과 광복을 위해/ 정봉주의 단심가를 외치며/ 투쟁을 결의하고/ 맹세를 다짐했던/ 윤동주와 송몽규란/ 소년들의 이름을/ 소년들의 다짐과/ 포은의 단심가를/ 오랜 세월이 흐른 지금까지/ 그 자리에 홀로 남아 있는/ 일송정 푸른 소나무야, 불사신의 그대는 아직/ 그대는 아직 기억하고 있는가?/ 그 시절에 우리들이 했던 그 맹세와 그 약속은/ 철없는 아이들이 생각없이 말한/ 말장난이/ 아니었다/ 윤동주와 송몽규**란/ 소년들의 이름을/ 소년들의 다짐과/ 포은의 단심가를/ 오랜 세월이 흐른 지금까지/ 그 자리에 홀로 남아 있는/ 일송정 푸른 소나무야, 불사신의 그대는 아직/ 그대는 아직 기억하고 있는가?//
* 고려 후기의 문신 정몽주[鄭夢周, 1337 ~ 1392] 의 호.
** 독립문동가로 일본 유학 중에 윤동주와 함께 체포되어 후쿠오카 형무소에서 옥사(獄死).

백두산(白頭山) 10 ㅡ백석 시인에게* / 우원호
아니 누구신가? 백석 시인 아니신가?/ 시인 이상일세/ 먼저 내가 평소 너무나도 좋아하는 동료 시인 자네의 시집 상재를 진심으로 축하하네/ 지난해 1월 출간된 자네의 처녀시집 사슴 초간본을/ 나랑 가장 친한 후배 K 시인을 통해 이곳 도쿄에서 어렵사리 구해 읽었다네/ 입원 중인 제국병원에서/ 내가 평소 존경하는 백석 시인 첫 시집을 받아들고/ 그 얼마나 기뻤는지 모른다네/ 감명 깊게 시를 모두 읽고 자네의 시들에서/ 조선시의 밝은 미래를 보았다네/ 무엇보다 강렬하게 독자에게 전달되는/ 자네만의 아주 독특하고 미학적인 시어들로 씌여진 이 시집에서/ 일본 제국주의 무리들의 조선어 말살정책에 저항하며/ 평안도 고유의 사투리로 이토록 문학사에 길이 남을/ 명시들을 써서 깊은 울림으로 모두에게 진한 감동을 선물해 준/ 자네에게 진심으로 매우 깊이 감사하고/ 시인으로서의 불꽃보다 뜨거운 열정과 그동안의 노고에/ 문학을 사랑하는 모든 이와 겨레의 이름으로/ 이리 경의와 더불어 찬사를 보내는 바일세/ 시집 상재를 축하하는 나의 진심이 찐득이와 같은 고등계 형사들의 눈과 귀를 피해/ 조심스레/ 인편으로/ 자네의 고향, 평안북도 정주(定州)까지/ 하루라도 빨리 무사히 전달되길 바라는/ 애가 타는 마음으로/ 이리 펜을 들었다네/ 산(山)턱 원두막은 비었나 불빛이 외롭다/ 헝겊 심지에 아주까리 기름의 쪼는 소리가 들리는 듯하다/ 잠자려 조을던 무너진 성(城)터/ 반딧불이 난다 파란 혼(魂)들 같다/ 어데서 말 있는 듯이 크다란 산새 한 마리 어두운 골짜기로 난다/ - 「定州城」의 부분 -/ 등단작인 위의 시를 조선일보에 발표한 뒤에도 자매지인 「조광(朝光)」지에 통영 '統營' 등의/ 향토색이 짙은 서정시를/ 계속해서 발표했던 것을/ 지금까지 나는, 나는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네/ 가난한 내가/ 아름다문 나타샤를 사랑해서/ 오늘밤은 푹푹 눈이 나린다/ 나타샤를 사랑은 하고/ 눈은 푹푹 날리고/ 나는 혼자 쓸쓸히 앉어 소주(燒酒)를 마신다/ 소주를 마시며 생각한다/ 나타샤와 나는/ 눈이 푹푹 쌓이는 밤 흰 당나귀 타고/ 산골로 가자 출출이 우는 깊은 산골로 가 마가리에 살자/ 눈은 푹푹 나리고/ 나는 나타샤를 생각하고/ 나타샤가 아니 올 리 없다/ 언제 벌써 내 속에 고조곤히*와 이야기한다/ 산골로 가는 것은 세상한테 지는 것이 아니다/ 세상 같은 건 더러워 버리는 것이다/ - 나와 나타샤와 흰 당나귀 '-의 부분/ 이 시를 읽다가 나는 울었다네/ 너무 슬퍼 눈물을 흘리면서 나는 펑펑 울었다네/ 우리들의 운명처럼 자넨 자야(子夜)였고,/ 나는 금홍(錦紅)이란 기생과의/ 그토록 애절하게 사랑했던 연인과의/ 안타까운 이별이 너무나도 슬펐지만/ 자네처럼 망국의 한을 달래며 이역만리 타국 땅을 정처없이 떠들면서 살아가는/ 보헤미안 같은 떠돌이의 나의 이 삶이/ 견디기가 힘들 만큼/ 너무나도 슬픈 탓에/ 마음으로 울었다네/ 서글퍼서 울었다네/ 이곳 일본과 나의 조국 조선이 아직은 비록/ 폭풍한설 몰아치고/ 작품이 불어대는/ 매섭도록 추운 영하의 2월 날씨지만/ 남쪽에선 제주도의 한라산을 시작으로/ 북쪽으론 자네의 고향, 정주와 지척인/ 백두산의/ 정상까지/ 전국 팔도 방방곡곡 금수강산 산천마다/ 집집마다 무궁화가/ 화려하게/ 아름답게/ 스스로가/ 자유로이/ 만개하는 훈풍의 그런 봄이 다시/ 머지않아 곧 돌아오지 않겠나?/ 간절하게 기다리던 그 봄이 다시 돌아오는/ 그날,/ 누구보다 우리 먼저 백두산의 정상에서 만나/ 태극기를 꽂고/ 만세삼창 하고/ 서로 얼싸안고 피가 터질 만큼 목청껏 소리 높혀/ 애국가를 부르세나/ 우린 한민족의 같은 피를 나눈 단군의 자손이며/ 자넨 내게 있어 훌륭하고 자랑스런 문우 文友일세// 부디 하루라도 빨리 그런 날이 오기만을/ 나는 정말이지 학수고대 하고 있다네// 자네의 건승을 빌며// 1937년 2월/ 일본국의 도쿄제/ 국대학 부속병원 병실에서/ 시인 이상 보냄//
* 이 시는 서간문 형식을 빌어 넌픽션 단편 소설 기법으로 쓴 시임.

백두산(白頭山) 11 ㅡ봄 / 우원호
1.// 6월 하순下旬이 되어서야/ ​백두산의 봄은 시작되네// ​눈이 부시도록 장엄하게 아름다운/ ​태곳적의 신비로운 꽃들이// ​능선마다 여기저기/ ​화사하게 만개하는// ​야생화의 축제祝祭가 시작되고/ ​천국天國으로/ ​길이/ ​화려하게 이어지네// ​평생토록 곁에 두고 두고 보고 싶은/ ​연인 같은 꽃들// ​누구라도 일생에 꼭 한번 걷고 싶은/ ​꿈속 같은 꽃길// ​보이는 꽃들마다/ ​참으로 절색이네// ​보이는 길들마다/ ​참으로 절경이네// ​

2.// ​백두산의 봄은 늘 싱그럽다네/ ​봄의 숲속은/ ​더욱/ ​싱그럽더네// ​그곳의 숲속은 이름모를 새들의/ ​고향// ​보헤미안처럼 정처없이/ ​이곳에서 저곳으로 날아다니면서// ​대자연을, 우주를, 자신들의 고향인 백두산을/ ​인간보다 사랑하는 마음으로// 찬란하게/ ​찬양하며// ​존재의 이유를/ ​존재의 기쁨을/ ​존재의 가치를/ ​생명의 소중함을// ​너무나도 애절하게/ ​아름다이 노래하네// ​너무나도 애절하게/ ​절창으로 노래하네// ​아아! 백두산의 봄이여// ​!아아! 생의 환희여!//

백두산(白頭山) 12 ㅡ여름 / 우원호
소천지로부터 지하삼림으로 이어지는/ 넓디너른 자작나무 숲속// ​그곳 또한/ ​그 옛날에는 화산 폭발 지형으로/ ​척박하고 거칠었던/ ​현무암의 카르스트 지형// ​오랜 세월 백두산의 천지에서 흘러내린/ ​비룡폭포 물줄기에// ​비바람을 맞으며 용케도 뿌리내려/ 웅장하고 화려한 숲을 이루었네​// ​반만 년 역사의기나/ 긴 세월을// ​모진 비바람이 불어와도/ ​거친 폭풍우가 닥쳐와도/ ​세찬 눈보라가 몰아쳐도/ ​맵게 폭풍한설 몰아쳐도// ​갖은 세파 모두 의연하게 견뎌내온/ 한민족의 의지처럼// ​세찬 눈보라와 비바람에 제아무리 흔들려도/ ​바위 틈에 깊이 깊이 뿌리 내려// ​오히려 그럴수록 나무의 줄기를 곧추세워/ ​하늘 위로 높이 높이 자라// ​자신의 존재를/ ​자신의 위용을// ​자랑스레/ ​과시하는// ​백두산의 저 자작나무들/ ​나무들의 존재,// ​존재들!온갖 세파에 시달려도/ ​오히려/ ​사람들과 세월을 위로하고 보듬으며// ​자신의 존재를/ ​자신의 위용을// ​자랑스레/ ​과시하는// ​백두산의 저 자작나무들/ ​나무들의 존재, 존재들!// ​백두산의 여름은/ ​천지에서 흘러내린/ ​폭포수와 함께/ ​이곳에서 시작되네// ​해마다 여름이면/ ​바로 이 드넓은 자작나무 숲이 떠나가라/ ​귀가 먹먹하리만치 목청 높혀 울어대는/ ​매미들, 매미들의 합창으로 시작되네// ​암컷들을 유혹하는/ ​구애의 울음으로// ​자신들의 존재를/ ​한껏 과시하며// ​풍류를 즐기면서 세월을 노래하고/ ​사람들의 마음도 한결 위로해주는// ​저기 저/ ​백두산의 매미들, 매미들!// ​저기 저/ ​백두산의 매미들, 여름의 전령사들!// ​해마다 백두산의 여름은/ ​그렇게 시작되네//

백두산(白頭山) 13 ㅡ가을 / 우원호
백두산의 북쪽, 북파에는 일찌감치 붉게 .물든/ ​억새풀과 나무들이// ​골짜기와 능선마다 울긋불긋/ ​가을 옷을 갈아입고// ​광활하고 성긴 저 우주라는 천체 속의/ ​무공해의 저 자연, 대자연의 화선지에// ​이 세상의 그 어느 화가들도 도저히/ ​이 세상의 그 어느 예술가들도 감히// ​흉내조차 내지 못할/ ​모방조차 하지 못할// ​절경의 풍경화를/ ​불세출의 대작을// ​매일매일 서로 다른/ ​대자연의 기법으로// ​이 세상의 그 어느 화가들도 도저히/ ​이 세상의 그 어느 예술가들도 감히// ​흉내조차 내지 못할/ ​모방조차 하지 못할// ​비경의 풍경화를/ ​불세출의 대작을// ​매일매일 새롭게 그려내네/ ​매일매일 다르게 창조하네// ​마술과 주문을 관장하는 고대 그리스의/ ​헤카테(Hecate) 여신의 마술처럼// ​고대 로마의 시인, 오비디우스(Ovidius)의/ ​변신 이야기처럼// ​매일매일 경이롭게/ ​매일매일 화려하게// 매일매일 새롭게 그려내네/ 매일매일 다르게 창조하네//

백두산(白頭山) 14 ㅡ겨울 / 우원호
아직까지는 9월인데 백두산엔 폭설이 내려/ ​이미 겨울이네// ​천지사방天地四方/ ​눈천지네// ​이도백하 마을에도, 드넓은 들판에도/ ​1킬로미터(kilometer) 넘는 자작나무 숲길에도// ​천지天池를 중심으로 사방으로 펼쳐진/ 봉우리들// ​큰 것은 십육칠 개,/ ​작은 것이 서른 개,/ ​아주 작은 것은 육십 개나 되는// ​크고 작은 저 봉우리들, 저기 저 봉우리들// ​나뭇가지마다 마다에도/ ​아름답고 신비로이// ​설화雪花들이 만개하고// ​어딜 봐도, 어딜 가도 온통/ ​눈꽃들의 축제, 눈꽃들의 세상이네// ​9월부터/ ​그 이듬해 6월 중순까지 이어지는// ​백두산의 겨울!// ​혹독하게 추운 겨울 지나/ ​봄이 오면 이내 여름 되고/ ​여름 되면 이내 가을 오고/ ​가을 오면 이내 겨울 되는// ​백두산의 계절!// ​긴긴 엄동설한 다시 지나/ ​봄이 되면 이내 여름 오고/ ​여름 오면 이내 가을 되고/ ​가을 되면 이내 겨울 오는// ​백두산의 사계四季!// ​아직까지는 9월인데 백두산엔 폭설이 내려/ ​이미 겨울이네// ​천지사방天地四方/ ​눈천지네// ​한민족의 영산, 백두산의/ ​크고 작은 저 봉우리들, 저기 저 봉우리들// ​나뭇가지마다 마다에도// ​화려하고 경이로운/ ​설화雪花들이 만개하고// ​어딜 봐도, 어딜 가도 온통/ ​눈꽃들의 축제, 눈꽃들의 세상이네//

백두산(白頭山) 15 ㅡ7인조의 세계적인 보이그룹 밴드 방탄소년단, BTS* / 우원호
방탄복이 총알을 막아내는 것처럼/ 생의 힘든 일과 편견을 막아내고/ 자신들이 창조하는 음악적 가치를 당당히 지켜내겠다는/ 숭고하고 아름다운 의미를 담고 있는**// 방탄소년단, BTS!/ 그들의 탄생은 모두에게 축복이요, 환희였네// 만고萬古의 역사에 길이 빛날 자랑스런 이름들!/ RM, 진, 슈가, 제이홉, 지민, 뷔 그리고 정국/ 이렇게 백두산의 정기를 이어받은 한민족의 젊은 후예들로 구성된/ 7인조의 세계적인 보이 그룹 밴드(Boy Group Band),// 방탄소년단, BTS!// 데뷔곡인 을 부르면서/ 화려하게 조명받은 그들의 그 노래는/ 거대한 불기둥이 용솟음친/ 활화산의 대폭발이었다// 팝 역사의 새 시대를 예고한/ 뜨거운 열기의/ 마그마의 대분출이었다// 대한민국 가요계의 역사는 물론,/ 전세계의 팝의 역사를/ 한꺼번에 뒤바꿀/ 대혁명을 예고하는 전주곡이 되었고// 그후로도 계속해서/ 발표하는 곡들마다// 헤르만 헤세의 소설 《데미안》에서 영감을 얻었다는 음반/ / 프리드리히 니체의 철학서《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에서 인용을 했다는 노래/ 〈피 땀 눈물〉/ 에리히 프롬의 《사랑의 기술》에서 영감을 얻었다는 시리즈 음반/ / 제임스 도티의 회고록 《닥터 도티의 삶을 바꾸는 마술가게》에서 영감을 얻었다는 노래/ 〈Magic Shop〉/ 머리 스타인의 심리서 《융의 영혼의 지도》에서 영감을 얻었다는 시리즈 음반/ 같은// 그들이 불렀던 노래들은 모두/ 또 다른 비틀즈의 노래가 되고/ 또 다른 빌보드의 차트가 되고/ 노래들 중에〈Dynamite〉와 〈Savage Love〉와 〈Life goes on〉, 〈Butter〉 같은 명곡들은 이미 빌보드 차트의 1위 곡이 되었고, 전세계 아미 BTS 팬들과 젊은이들 모두 노래들을 함꼐 따라부르면서 매일매일 열광하고, 그네들의 또 다른 뜨거운 심장이 되고, 삶이 되고// 또 다른 세게인의 문학이 되고/ 또 다른 세계인의 문화가 되고/ 또 다른 세계인의 전설이 되고/ 또 다른 세계인의 역사가 되고// 또 다른 백두산의 정기를 받은/ 또 다른 한민족의 영웅이 되었다네// 그들이 부르는 노래들은 다시/ 또 다른 비틀즈의 노래가 되고/ 또 다른 빌보드의 차트가 되고/ 어느 곡은 빌보드 차트의 1위곡이 되고/ 또 다른 세계사의 문학이 되고/ 또 다른 세계사의 문화가 되고/ 또 다른 세계사의 전설이 되고/ 또 다른 세계사의 역사가 되고// 앞으로도/ 계속해서// 또 다른 백두산의 정기를 받은/ 또 다른 한민족의 영웅이 되리라// 방탄소년단이여, 영원하라!/ BTS여, 영원하라!//
* 본래 이름인 'Bangtan Boys' 또는 'Bulletproof Boys'의 이니셜.
** 위키백과에서 일부 인용

백두산(白頭山) 16 ㅡ장군봉(將軍峰) / 우원호
하늘이 참으로 화창하게 개인 청명한 날에는/ 푸른 바다 위를 한가로이 떠다니는/ 흰 돛단배들처럼시리도록 짙푸른 빛의 하늘 위를// 아름다이/ 수놓으며// 넓디넓은 저 우주宇宙의 바다 위를// 사색하는 여행자들의 모습으로,/ 시를 쓰는 시인들의 마음으로/ 넓디넓은 저 우주宇宙의 바다 위를// 자유로이/ 부유浮遊하며// 깊은 사색에 잠겨 있는 몽환적읜 풍경의/ 저 흰 구름들!// 오 보아라, 구름이 다시금 흘러간다/ 잊어버린 아름다운 노래의/ 조용한 멜로디처럼/ 파아란 하늘 저 멀리!// 그 누구도 구름을 알 수 없다,/ 오랜 여행길에서/ 모든 방랑의 고통과/ 기쁨을 알지 못한 사람은*// 한민족의 영산, 백두산의 하늘 위를 자유로이 떠다니는/ 저기 저 구름들의 행렬, 행렬들!// 실로 경이로운 풍경이네/ 실로 너무나도 장관이네// 엄청 넓은 천지(天池)의 맑은 호숫물이/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해발 2,744미터의 백두산의 최고봉인/ 그곳,// 실로 신비로운 절경絶景의/ 저 장군봉!// 북으로는 중국의 산야山野로 이어지는 산세의 진경珍景이,/ 남으로는 백두대간으로 이어지는 산세의 진경珍景이,//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그곳,// 실로 아름다운 진경珍景의/ 저 장군봉!// 한반도의 모든 산을 하나로 이어주는/ 한민족의 산맥이 처음 시작되는 그곳,// 실로 성스러운 백두산의/ 저 장군봉!// 한민족의 가슴에서 가슴으로 이어주는/ 민족의 산, 백두산의/ 저 신비스러운/ 숭고한 정기精氣여! 민족의 정기精氣여!// 한민족의 심정에서 심장으로 전해지는/ 민족의 산, 백두산의/ 저 끓어오르는/ 뜨거운 혈맥血脈이여! 민족의 혈맥血脈이여!//
* 헤르만 헤세[Hermann Hesse, 1877 ~ 1962]의 시 「흰 구름」에서 인용.

백두산(白頭山) 17 ㅡ용문봉(龍門峰) / 우원호
​백두산의 천지에서 서북쪽에 승사하를 사이에 두고/ ​천활봉과 대치하고 있고// ​북쪽으로는 옥벽과 잇닿았고/ 서쪽으로는 관일봉과 접한// ​두 봉우리가 용의 형상으로 문門처럼/ ​솟아오른 봉우리라 하여// ​이름 붙은/ ​백두산 천지天池의 수호신, 용문봉(龍門峰)// 그 용문봉을 향해 오르면 오를수록/ ​하늘 높이 떠있는 붉은 태양은/ ​더욱 빛나고/ ​사람들의 그림자를 더욱 길게 만든다// ​산새들의 아름다운 노랫소리/ ​떼지어서 흘러가는 구름소리//​메아리로/ ​들려오고// ​귀를 기울여 들으면/ ​백두산의 심장소리// ​쿵쾅쿵쾅/ ​들려오네// "산이 거기에 있어 오른다"라고 했던/ 영국인 산악가 조지 멀러리의 말처럼// 산을 좋아하는 모든 사람들에게/ 그의 그 말은// 산의 큰 울림이네! 메아리네!// 입산수도하여 성불했을 때의/ 스님들의 심정이 그러할까?// 정상에 우뚝/ 서본 자만이// 등정의 기쁨을 한껏/ 만끽할 수 있는 것!// 하늘의 이마’라고 불리는 히말라야 산맥의/ 에베레스트 14좌는/ 산악인이라면 누구라도 한번쯤은/ 등정을 꿈꾸는 산이라네// 설령 그곳이나 아프리카 킬리만자로의 설산이 아니라도// 등정의 묘미는 역시/ 겨울산의 등정임을…// 눈에 덮인 백두산의 용문봉의 정상을 밟았었던/ 사람들은// 하나같이/ 외쳐댄다// 겨울산이 최고라고/ 용문봉이 최고라고// 용문봉의 정상에 오른 사람들은/ 진정 등정의 묘미 가득 만끽하네//

백두산(白頭山) 18 ㅡ백운봉(白雲峰) / 우원호
백두산의 천지에서 서쪽으로 녹명봉과/ 백두산의 천지에서 남쪽으로 옥주봉과// 정면으로 마주보며/ 둥근 형상으로/ 우뚝 솟아 있는/ 가파르고 험한 준봉峻峯,// 저 백운봉(白雲峰)은/ 저 백운봉(白雲峰)은// 시시각각 변화무쌍하게/ 수시로 달라지는/ 기상대의 예보조차 믿을 수가 없는// 변덕스러운 날씨 탓에/ 오늘 지나 내일 또 다시 그리고 내일 또 다시 연거푸 사흘 동안/ 그리고 그 이상의/ 맑은 날을 기대하는 것은/ 마치 목숨 바쳐 사랑하던 정든 님과 헤어지고 다시 기약없이/ 기약없이 재회의 날을 기대하는 확률만큼 적다 아주 적다// 이른 아침 동녘에서 붉은 태양이 떠오르고/ 운좋게도 화사하게 맑게 개인 날에도, 그 날에도// 거대하고 신비로운 흰 구름들에 창조해내/ 자신만의 비경을, 자신만의 절경을// 독특하게 연출하는 백운봉(白雲峰),/ 저 백운봉(白雲峰)!// 모든 봉우리가 장엄하게 본모습을 보이지만/ 천상천하 유아독존天上天下 唯我獨尊// 하늘 위와 하늘 아래에서/ 오직 내가 홀로 존귀하다 라고// 룸비니 동산의 보리수 아래에서 태어나,/ 사방으로 일곱 걸음을 걸으면서// 오른손으로는 하늘을 그리고/ 왼손으로는 땅을 가리키며// 사바세계 중생들을 향해 외쳤던/ 그날의 부처님의 그 말씀 같이// 백운봉(白雲峰)의 비경을/ 백운봉(白雲峰)의 절경을 보기위해// 백운봉(白雲峰)을 찾아오는/ 백운봉(白雲峰)을 사랑하는// 사람들을 향해, 사람들을 향해서/ 백날을 하루같이 같은 모습으로// 천상천하 유아독존天上天下 唯我獨尊// 하늘 위와 하늘 아래에서/ 오직 내가 홀로 존귀하다 라고// 천상천하 유아독운天上天下 唯我獨雲// 하늘 위와 하늘 아래에서/ 오직 내가 홀로 구름이다 라고// 백운봉(白雲峰)의 비경을/ 백운봉(白雲峰)의 절경을 보기위해// 백운봉(白雲峰)을 올라오는/ 백운산(白雲峰)을 사랑하는// 사람들을 향해, 사람들을 향해서/ 백날을 하루같이 같은 모습으로// 당당하게 그리/ 부르짖고 있네//

백두산(白頭山) 19 ㅡ제운봉(梯雲峰) / 우원호
백두산의 서남쪽에 우뚝 솟아 있는 재운봉(梯雲峰),// 그 위에는 평평하게 넓쩍하고 둥그스름하게 퍼져 있는 모습의/ 바위가 있는데​/ 바위 양옆으로 거울 걸어 놓은 자리가 있어/ 사람들에 의해 화선대라 불리우는 그곳,/ 제운봉(梯雲峰)의 정상에도// 그리고 사람들이 묵고 있던/ 이도백하 마을의 숙소에도// 그제부터 어제까지 종일토록 비가 내려/ 트레킹을 준비하던 사람들이 모두 걱정이네// 백두산의 천지에서 맑게 개인 쪽빛 하늘을/ 볼 수 있는 날은 일년내내 겨우 한달 가량// 인생은 한치 앞도 내다볼 수 없으므로/ 좋은 일이 나쁜 일이 되기도 나쁜 일이 좋은 일이 되기도 한다는/ 그런 뜻의// 새옹지마塞翁之馬라는/ 사자성어四字成語처럼// 우리네의 인생사도 모두/ 그러하지 아니한가?// 이른 아침 동녘에서 붉은 빛의 둥근 해가/ 찬란하게 다시 떠오르고// 온 세상이 한순간에 화창하게/ 날이 개어// 트래킹을 즐기는 사람들은 일제히 환호했고/ 사람들은 힘들어도 모두 기쁜 마음으로// 해발 2,459미터 높이의 제운봉(梯雲峰) 정상에 올라/ 기쁜 마음으로 일제히// 하늘 향해 일제히/ 환호성을 지르네// 그 제운봉(梯雲峰)를 오른쪽에 두고 우회하니// 백두산의 천지(天池)가/ 천지 수면 위에 비친 맑게 개인 쪽빚 하늘이// 한눈에 들어오네// 제운봉(梯雲峰)의 정상에서 천지의 그 쪽빚 같은 하늘 향해/ 기쁜 마음으로 일제히 더욱 크게// 하늘 향해 일제히 더욱 크게/ 환호성을 지른다 아예 환호성을 질러댄다// 인생은 한치 앞도 내다볼 수 없으므로 좋은 일이 나쁜 일이 되기도 나쁜 일이 좋은 일이 되기도 한다는/ 그런 뜻의// 새옹지마塞翁之馬라는/ 사자성어四字成語처럼// 우리네의 인생사도 모두/ 그러하지 아니한가?//

백두산(白頭山) 20 ㅡ쌍무지개봉 / 우원호
백두산의 천지(天池)와 연해 있는/ 해발 2,626미터의 산봉우리,// 쌍무지개봉!// 백두산의 천지 물가에 흔히 비끼는/ 쌍무지개 한쪽 다리가 이 봉우리에/ 걸린다고 하여 그리 불리우는/ 저기 저// 쌍무지개봉!// 햇빛이 물기를 만나서 만들어내는/ 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빛깔// 무지개!// 모든 사람에게 희망과 행운을/ 상징하는// 쌍무지개!// 빛이 두 번 굴절하고 다시/ 반사하며 생겨나는// 쌍무지개!// 안쪽이 빨간색이고 바깥쪽이 보라색인/ 1차 무지개와/ 바깥쪽이 빨간색이고 안쪽이 보라색인/ 2차 무지개인// 쌍무지개!// 유달리도 화려하고 밝은 빛을 띠는 수무지개/ 아주 엷으면서 흐린 빛을 띠는 암무지개// 두 개의 무지개가 사랑하는 연인처럼 만나는// 쌍무지개!// 백두산의 천지 물가에 흔히 비끼는/ 쌍무지개 한쪽 다리가 이 봉우리에/ 걸린다고 하여 그리 불리우는/ 저기 저// 쌍무지개봉!// 보면 볼수록 너무나도 아름답네/ 보면 볼수록 너무나도 신비롭네//

백두산(白頭山) 22 ㅡ자하봉(紫霞峰) / 우원호
백두산의 북쪽 편에 있으면서/ 고준봉의 북쪽 편에 있는/ 백암봉의 동쪽 편에 있는/ 봉우리 자하봉, 해발 2,618미터의 저자하봉(紫霞峰)!// 봉우리의 조면암질 부석이 자주색을 띠고 있어 그리 불리우는 그곳,/ 봉우리 자하봉, 저 자하봉(紫霞峰)!// 짙푸르고 경이로운 빛깔의 천지와도 대비되는 환상적인 모습의 그곳,/ 봉우리 자하봉, 저 자하봉(紫霞峰)!// 바위구절초와 야생화의 신비로운 군락지가 아름다이 펼쳐져 있는 그곳,/ 봉우리 자하봉, 저 자하봉(紫霞峰)!// 꿈속 같은, 새파랗게 칠해 놓은 천국 같은 하늘 위로 한가로이 떠다니는 흰 구름들이 너무나도 환상적인 그곳,// 봉우리 자하봉, 저 자하봉(紫霞峰)!// 단테의 「신곡」, 〈천국〉편에 묘사되어 있는 정화천(淨化天)*의 모습처럼 너무나도 신비로운 절경絶景의 그곳,/ 봉우리 자하봉, 저 자하봉(紫霞峰)!// 저토록 신비로운 절경絶景의 저기 저 자하봉(紫霞峰)을/ 단 한번만이라도 절경絶景을 구경해 본 사람들은// 철학자 르네 데카르트**가 말한 '나는 생각한다 고로 존재한다(I think therefore I am)'가 아닌/ '나는 본다 고로 존재한다(I see therefore I am)'라는 표현으로'/ 하나같이/ 한결같이// 감탄사를 연발하네/ 환호성을 질러대네// Bravo! 백두산!/ Bravo! 자하봉! 그리 외쳐대며// 하나같이/ 한결같이// 감탄사를 연발하네/ 환호성을 질러대네//
* 지구를 겹겹이 감싸고 있는 하늘을 9개로 구분하여,그 밖을 정화천(淨化天)으로 묘사함.
** 르네 데카르트〔René Descartes, 1596. 3. 31 ~ 1650. 2. 11⁆: 프랑스의, 철학자, 수학자, 물리학자

'시詩 느낌' 카테고리의 다른 글

이원 시인  (0) 2022.01.18
김영찬 시인  (0) 2022.01.17
강정 시인  (0) 2022.01.14
김언 시인  (0) 2022.01.13
이봉주 시인  (0) 2022.01.11
공지사항
최근에 올라온 글
최근에 달린 댓글
Total
Today
Yesterda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