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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詩 느낌

박남규 시인

by 부흐고비 2022. 2. 25.

박남규 시인
1953년 대구 출생. 제주제일고부설 방송통신고 졸업, 서울사이버대 사회복지과 중퇴.

2016년 계간지 《대한문학세계》 등단. 대구문인협회 회원. 2019년 대구시 자원봉사례 수기 공모 최우수상, 도동전국시낭송대회 우수상, 상화문학제 시낭송 입선.

시집으로 『아프지 않아도 사랑하게 해주세요』, 『몽돌』, 『구들목』이 있다.

 

 

 

시한부 인생에서 ‘밥 푸는 할아버지’로 거듭난 박남규씨! - 시니어매일

박남규(68) 씨는 대구 본동에서 태어났다. 6.25 전쟁의 상흔이 제대로 아물지 않았던 극도로 궁핍한 시절 10남매의 여섯째로 태어난 그는 중학교를 졸업하자마자 직업 전선에 뛰어들어야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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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들목 / 박남규
검정 이불 껍데기는 광목이었다./ 무명 솜이 따뜻하게 속을 채우고 있었지./ 온 식구가 그 이불 하나로 덮었으니/ 방바닥만큼 넓었다.// 차가워지는 겨울이면/ 이불은 방바닥 온기를 지키느라/ 낮에도 바닥을 품고 있었다.// 아랫목은 뚜껑 덮인 밥그릇이/ 온기를 안고 숨어있었다.// 오포 소리가 날즈음,/ 밥알 거죽에 거뭇한 줄이 있는 보리밥,/ 그 뚜껑을 열면 반갑다는 듯/ 주루르 눈물을 흘렸다.// 호호 불며 일하던 손이/ 방바닥을 쓰다듬으며 들어왔고/ 저녁이면 시린 일곱 식구의 발이 모여/ 사랑을 키웠다.// 부지런히 모아 키운 사랑이/ 지금도 가끔씩 이슬로 맺힌다.// 차가웁던 날에도 시냇물 소리를 내며/ 콩나물은 자랐고,/ 검은 보자기 밑에서 고개 숙인/ 콩나물의 겸손과 배려를 배웠다.// 벌겋게 익은 자리는 아버지의 자리였다./ 구들목 중심에는 책임이 있었고/ 때론 배려가 따뜻하게 데워졌고/ 사랑으로 익었다.// 동짓달 긴 밤,/ 고구마 삶아 쭉쭉 찢은 김치로/ 둘둘 말아먹으며 정을 배웠다.// 하얀 눈 내리는 겨울을 맞고 싶다.// 검은 광목이불 밑에/ 부챗살처럼 다리 펴고/ 방문 창호지에 난 유리 구멍에/ 얼핏 얼핏 날리는 눈을 보며/ 소복이 사랑을 쌓고 싶다.//

낙엽아! 나도 서서 울지 / 박남규
세월의 찬바람을/ 이길 힘은 없지// 그래도 원망일랑 말어라/ 미워서 흔들며 보낼 그도 아니란다// 뒹굴고 밟혀/산산 조각이 나도 울지 말자// 아궁이 앞에 설지라도/ 어깨동무 하고 가자// 푸른 여름의 기억일랑/ 저 멀리 잊자// 너는 가면서 울고/ 나는 서서 울지만...// 낙엽아!/ 밀며 보낸 나를 한번 보려무나// 벌거벗고 떠는/ 내 아린 가슴에// 삭풍은 찬 눈 한 움큼 거머쥐고/ 이토록 모질게 비비고 있다// 봄을 기다리는/ 칠삭둥이 안은 채// 저 살을 찢고/ 눈물로 틔울/ 産苦를 헤아리며// 또 한 번의 성장을/ 벼르고 있단다// 나/ 너/ 서로 길이 다를 뿐이란다.//

시인의 기도 / 박남규
창문을 열면 푸른 하늘에 감사하고/ 가슴으로 들어오는 맑은 공기가/ 너무 고마워 차오르는 희열에/ 얼굴이 환해지게 하소서// 누구에겐가 이기쁨을 마구 나누고 싶은/ 고운 마음이 되게 하소서/ 설레는 맘으로 하루가 즐겁게 하소서/ 내 얼굴에 미소가 밝게 그려지고/ 따뜻한 가슴은 모두가 사랑스럽고/ 누구를 만나던 웃음으로 손잡게 하소서// 글로만 마음을 그려내지 말고/ 눈짓이 글이 되고 발걸음이 선한 노래되고/ 웃음이 시가 되어 나의 하루가/ 오월의 장미처럼 피게 하소서// 힘들어도 병들어도 내 삶은 시가 되어/ 모든 이를 기쁘게 하는 시인이 되게 하소서//

외기러기 / 박남규
눈썹달 희미한 저녁/ 소리 죽여 날아간다// 차오르는 울음을/ 긴 목에 걸고// 설움에 젖은 날개/ 접을 수 없어// 그림자 흔적/ 찿을 수 없는 길을 나선다// 찬 바람 재 구름이/ 붙잡고 말렸지만// 오늘 보고픈/ 님이기에// 조각달 하나 들고/ 시린 갈대/ 뒤적이며 강가를 날고 있다// 찿지 못할/ 님인줄 알면서도...//

저 모퉁이 돌아가면... / 박남규
해 질 녘/ 나무 한짐 짊어지고/ 내닫는다// 희뿌연 연기 오르는/ 내 집을 향해// 다리 구렁을 지나/ 헐떡 고개를 오르면/ 우물 하나/ 덩거러니 서있는/ 동네 어귀// 저 모퉁이를 지나면...// 암소 한 마리/ 허연 김이 나는/ 여물통에// 핑 경소리 딸랑이며/ 여물 먹는 우리 집이 있다// 어깨 짓누르며/ 모가지 빼고/ 실룩거리며 왔으나// 저 모퉁이만 돌아가면...// 장독 옆 백철 솥에/ 호박 썰어 수제비 뜨고 있는/ 어머니가 있다// 일곱 식구/ 평상 마루에 앉아/ 파란 별 보며/ 저녁을 맞는 우리 집이 있다// 저 모퉁이를 돌아가면...//

봄에 내린 눈 / 박남규
마지막 한 벌의/ 흰옷을 입었다// 소나무 푸른 잎은/ 두툼하게 입었다// 잿빛 하늘이 열리면/ 한 벌 이 옷마저 벗고 떠나야 한다// 아쉬운 포옹이 끝나면/ 눈물 훔치며 가야 한다// 신작로 가로수 위에/ 겨울의 추억 걸어놓고// 늦게 왔으나/ 망설임 없이 떠나야 한다//

까치밥 홍시 / 박남규
빨간잎 하나둘 떠나고/ 찬바람 내 볼을 만지는 초겨울/ 홀로 남아 기다 린다// 귀에 익은/ 너의 울음소리를 기다린다// 대 한 의 시린 바람이/ 오기 전에 흰 줄 날개 펴고/ 어서 오시게나// 내 붉은 맘 가시기/ 전에 어서 오시게나// 하얀 눈 녹아/ 내흐느끼기 전에...//

산속의 노란우산 / 박남규
등산화 한 짝이/ 젖도록 걸었다// 솔잎도 울고/ 상수리 잎도 울고// 모두를 놓아 버린/ 떡갈나무도 운다// 추적거리는/ 봄비 따라 오실 것만 같아// 추억 안개 되어 희뿌연/ 동산에 올라/ 노란우산 들고 서성이고 있다//

할미 똥 한번 치워주거라 / 박남규
할미 까맣게 타는/ 기도가 모자라// 용한 한의사 탕제까지 먹고/ 너 어미 간장을 녹여 낳았구나// 할배 꿈에/ 장어 한마리 꿈틀 거리더니/ 너 아비 사랑을 녹여 낳았구나// 손자야/ 너 태어나던 날/ 할미는 할배 버리고/ 너한테 가더구나// 밤새 얼리어도 우는 너를/ 웃으며 안고 사니/ 할배는 홀아비가 되었구나// 이놈 손자야!/ 훗날 커서/ 할미 똥 한번 치워 주거라//

나팔꽃 / 박남규
초록으로 위감긴 덩굴/ 새벽잠 깨우는/ 정다운 꽃망울// 그리운 아침 햇살에/ 보라빛 향기로/ 수줍게 피어나// 오늘도 새 단장하는/ 다정스런 얼굴/ 방긋 웃음 짓는다//

동전 한 움큼 / 박남규
처마 끝에 빗물이 매달려/ 땅에 떨어지기 싫은 날// 할미도/ 고무신이 새니/ 경로당에 가기 싫은 날// 읍내 사는 아들이/ 흙 마당에 차를 몰고 왔다// 새는 데는 없는지/ 지붕 밑을 한 바퀴 도는 아들/ 키 큰 다알리아는 아는지/ 허연 웃음을 빗속에서 웃는다// 정구지 지짐 부쳐 먹이고/ 이슬 밭에서 뜯은 나물 한 봉지 쥐여 주며/ 해 저물기 전에 보내는 어머니// 차창 내리며 건네는 동전 한 움큼/ 화투 열심히 치라는 부탁 남기고/ 아들은 갔다// 이 비 그치면/ 한참은 화투를 쳐도 든든하겠다/ 아들이 있어 행복한 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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