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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아 시인
1976년 서울에서 출생하였다. 본명은 이현정. 중앙대학교 문예창작학과 박사과정 수료.
2000년 《월간문학》 신인상(희곡)을 수상하고, 2015년 《쿨투라》 신인상(시)을 수상했다.
시집으로 『오트 쿠튀르』, 『이렇게나 뽀송해』가 있다.
2022년 박상륭상을 수상했다.
강당과 직선 / 이지아
스웨터 털실이 하나 삐져나왔을 때, 겨울이 끝나고 있었다 팔짱은 옆에서 이루어지고, 의자는 아래에서 이루어진다 더 이상 차분하지 말아야 한다 생닭을 씻는다 다리를 벌리고 마늘을 넣고 대추를 넣는다 나는 배를 가르지 않고 배속으로 들어갈 수 있어 굳은 몸을 뒤져서 기저귀를 뺀다 냉담에 살코기가 생긴다 코털을 자를 때마다 다짐한다 아무 상관없이 살자던 사람은 눈을 감아도 보이지 않는다//
들판 위의 챔피언 / 이지아
그것은 속도와 힘으로 가득한 것이다. 놀리고 싶은 것들이 생길 때는 그 뒤에서 따라 했는지도 모른다. 가령 희망이거나 가능성. 아니면 상관없어 이런 말들// 굴뚝을 돌아 다른 구멍을 찾아 헤맸는지도. 거짓을 믿어주는 것은 승리자의 배려이고. 세무적으로 문제가 되지 않는다면 박수 치며 수박을 깨는 것도 괜찮지 싶다// 문어 빨판을 처음으로 만지면서 할 수 없는 일에 대해 생각한다. 소름과 소음 속에서 끓는 물이 생성된다. 누운 이의 두껍고 웅장한 마음을 이끌면서//
기체들의 교환 / 이지아
문을 열었더니/ 하얀 새가/ 나를 물고 날아간다// 우리는 함께 있는 것 같아/ 같은 칸에서// 냉동고에 새벽을 넣어준다/ 환상은 실체와 살림을 잘 차리더라// 아버지가 만난 여자들은/ 내게 새로운 걸 하나씩 주었다// 이걸 들고/ 멀리 가 있으렴// 체조를 하다가/ 구름에게 흰 운동화를 주었다// 뛰고 있을 것이다/ 멀리 가려고// 맨발이 창공에 닿는다// 뛰고 있는 것이다/ 끓고 있는 비도//
미술관 / 이지아
교양은 협박일까. 깨끗하고 천장이 높은 공간에 있다 멋지다, 생각하는 것은/ 폭력적이다 미술과 마술을 본다// 소크라테스와 스파이더맨 조각이 있다 하나는 수직으로 서 있고 하나는 천장에거꾸로 붙어 있다 둘 다 휘어진 얼굴을 하고// 철학과 공상이 서로에게 누드를 보여주고 있다/ 대결하는 것일까?// 새마을 시장 철물점에 사내가 있다 사내는 철사의 굵기를 잘 안다 잘 안다는 게 심심해서 사내는 자신의 음경을 꺼낸다 조각 같은 주상복합 빌딩을 향해 흔든다 철이 부딪치는 소리가 맑다// 긴장한다 부끄러움은, 사내는 선거 포스터 앞에서 정액을 쏜다, 중요한 걸 벗지 않는 지점까지, 긴장한다 폭력이 있어서, 거리는 상쾌하다 사내는 치약 거품을 뱉는다 뉴스처럼 작품처럼// 나는 출근하다가 사내를 본다/ 두 조각이 서로를 보고 있다// 미술관은 움직이지 않고 조용하다/ 교양은 게으르다//
여름 나무들은 계속 장발이 되었지 / 이지아
어떤 고어의 건너편에 가기 위해 가방을 팔아야 한다. 나무들이 서 있다. 지상을 들고 다니던 손잡이처럼. 강아지 한 마리를 산다. 데리고 다니는 걸 좋아해서 가방이라 부르기로 한다.// 가방, 거기에 싸면 안 돼, 착한 짓을 해야 간식을 주지./ 가방, 알았지. 조용히 있어.// 퇴원한 아버지 혹은 아무거나 머물던 자리. 베개도 없이 가방을 베고 잤다. 추웠어. 계속 추웠지. 퇴근 후에 잠에게 용서를 빌면 된다. 씨앗은 눈을 옮기고. 사람을 옮기고. 목도리. 도리 도리.// 가방. 너도 멀리 갈 거니.// 가방이 짖는다. 나를. 보면서. 새침하게. 나는 계속 흐느적거리는 문장을 말한다. 흐느적거리는 공예가 될 테야. 결의도 없이. 세계인이 즐기는 공예 축제는 계속된다.// 특이하고. 온유적이고. 감각을 잃지 말고. 유유자적 용맹스럽게. 목도리. 목을 조르며 아버지는 내 머리카락을 다 가져가신다.//
죽어가는 레티지아를 보는 것은 왜, 짜릿한가 / 이지아
나의 베이비/ 식물의 축제에는 참석하지 말기로 해요// 여기가 더 재밌으니까 그러니까 비가 온다/ 메에에, 젖은 양들에게 치킨 버거를 돌리는 건 어떨까// 나의 베이비/ 나의 작은 방/ 주유소 간판을 뜯어오고 싶어서/ 기름을 두른다// 네/ 요리는 최고의 아류가 아닌가// 이유는 복잡하고 반응은 가볍게 튀겨지리라/ 에헴,/ 코는 옆에서 봐야 높이를 알 수 있다// 진짜 패를 돌릴까. 전쟁이 끝나고 나태가 끝나고. 창문이 글썽이네. 큰 아빠 작은 아빠 큰 애들 작은 애들. 사적인 일이 공적인 일로 확대되네. 그러나 빗물의 정치는 박애// 나의 딸랑이를 모아 베이비를 늘릴까/ 씽글이네/ 딩동/ 아직/ 빙글/ 정체성을 찾아주기 위해/ 화분을/ 오븐에 넣고 돌린다// 이불 속에서 우리는 한자처럼 보일 수도 있다/ 이불 속에서 우리는 생산자처럼 보일 수도 있다// 조합원에서 탈퇴한/ 사내의 복부는 참으로 근사하다// 한 달 동안 우유를 마셔요/ 위에게도 나눠 줘요/ 튼튼해지게// 결합의 상대는 그 대령이었는지 그 대통령이었는지 대수의 집합에서 튀어나온 스위치였는지 모르겠다. 밖에는 비가 온다. 변함없이. 나의 베이비. 죽어가는 아이를 두고 집을 나간다.//
P도시 / 이지아
새로운 도시가 발견되고 인류가 생명을 연장한다면, 그녀는 구석에서 노끈을 자른다./ 김이 나가고 차가워진 일이다// 이를테면 스프링이 나타나고, 그녀는 아픈 국가를 잊어버린 채 탕을 끓인다./ 손님들이 먹다 남긴 뼈를 우려내면서 회전문은 두통을 모르고 냉동차는 안개를 품고 도착한다// 버스나 건물을/ 그대로 두면서 닭이 끓고 있다// 차가운 물이/ 수증기가 되고/ 고기가 고기를 찾는/ 초현실의 순간// 눈이 오고 눈이 오지 않는 요일에도/ 문, 거기엔 계속 닿고 싶은 빛이 들어가고, 우크라이나 국가의 주변에서, 새벽이라고 부르는 살코기의 국적 없는 망명들// 끝내야 하는 것은/ 뜨거운 물에 불린 닭털이다/ 하얗고 조용한 증발이다// 첫 관계를 배울 때, 육신의 연한 조직은 털이 많은 짐승에게 아무것도 느끼지 못하였다// 언젠가 울타리 밖에서 서성대던 감시자, 이를테면 스프링이 휘어지고, 사고는 주기적으로 일어난다. 주인은 남은 것을 정리하라며 그녀에게 할 일을 준다// 오늘은 질긴 껍질의 줄거리를 풀어본다/ 노끈을 자르면, 냉동 닭이 가득 찬 박스가 열리고, 골목이 열리고, 화재 경보음이 울리고// 질퍽이는 냉동 닭을 끌어안고 강서지점 간판 밑에 서 있다// 환영같이/ 티브이는 내용 안에서 움직일 테고/ 흑인 목사는 들리지 않는 영어예배를 몇 년간 주도하겠지// 피// 그녀는 잘라진 노끈을 처음처럼 연결한다. 소금보다 고운 첫눈이, 저런 건 틀어진 살들의 노래일거야// 피// 피로하다 라는 말은 한국말로 무엇이지/ 그녀는 천장 꼭대기에 매달려 있다/ 흔들리는 스프링// 이를테면 녹슨 도시가 튕겨져 나가고/ 날이 풀리면/ 눈이 녹고, 창문에 두드러기가 붙으면, 액체가 꿈틀대고, 도시의 암벽에는 실외기가 매달려 있다// 우리는 능글맞게 순진하게/ 불이라는 후예를 전해주며// 고기는 고기를 피하고, 서로에게 무뎌지지. 도시는 긴 팔을 꺼내 서로에게 묶인 뒷목을 끊어주려고/ 여린 미래부터/ 팽글팽글 돌리고 있는 것이다//
페타치즈 / 이지아
구름이 자루를 끌고 간다/ 영원하자는 말. 그러니까 숲은 얼떨떨해지네/ 나는 한 번도 도끼를 날려 고기를 얻은 적이 없어. 생고기를 어떻게 만져야 하는지/ 염사는 건네주네. 뇌에도 잎사귀가 있으면 좋겠어. 이슬이 맺히게/ 조심하시오. 그런 문장을 말아 나팔을 불면서/ 연기는 높은 곳에서 뛰어내린다/ 늘어진 자루를 따라가네. 오로라를 보기 위해선 모르는 것과 하룻밤을 보내야 한다는데/ 나는 안에서 순서를 기다리고, 밖에서는 나약한 소녀들이 아무 잘못도 없이 뺨 맞는 소리가 시작된다//
초록 방 / 이지아
스무 살 내 피는 초록이었나. 밀림을 찾아 얼쩡거렸지. 갈기처럼 두껍고 뻣뻣한 파마에 술을 마시고 토하면 초록 웅덩이가 생겼지.// 아침마다 전철을 타고 커피를 탄다. 털을 숨기며 상냥해지기// 야간대에 들어가서 다른 사자들과 만난다. 누가 더 위엄스럽게 소리를 낼 수 있는지 얼마나 더 여린 짐승을 가져야 하는지 의논한다. 몇 달 만에 집에 가면 어미는 얼갈이김치를 담그던 바가지를 던지며// 저 사자 같은 년// 굵은 소금을 뿌려도 순해지질 않아. 정맥 속엔 긴 실이 기어 다니고// 이렇게 살다가 죽을 것을 안다. 나는 여섯 살 망원동 뒷방에 버려져 있었다. 어미는 나를 구했다. 어미는 함정이었지// 이 사자 같은 년/ 내 방에서 나와//
앵두와 몽롱과 비탈 / 이지아
기어이 시 대신 앵두 같은 것을 만들기 위해서 나는 오랫동안 비열했고 피했고 응했다// 기꺼이 신 대신 분비물 같은 것을 만들기 위해서 베란다에 만약이라는 화분을 키우며// 줄기차게/ 세차게// 소나기는 내 어깨를 자른다//
삵 / 이지아
어떻게 하면 둥글둥글한 너의 도전에 다리를 걸어 자빠지게 하고 영원한 로맨스를 핏발 선 밀대 훈련 사관학교로 보낼 수 있을까 나는 그것을 상대하려 분석하는 중
현대성 / 이지아
누나는 차분했다. 나는 열심히 비닐팩에 배즙을 넣고 있었다.“어떤 사람들은 모자라니까 배즙에 다른 걸 한 방울씩 섞기도 한 대”// 누나는 나만 두고, 한 아저씨를 따라갔다. 나는 나무속에 들어갔다.// 누나는 내장산 단풍 구경을 하며 계곡으로 이리 저리 끌려다녔다. 아저씨는 낡은 모텔에 키를 꽂고 들어갔다.// 물고기 할래, 말 할래? 아저씨는 누나 등에 올라탔다. 누나는 아저씨를 태우고 거실을 빙글빙글 돌았다. 아저씨는 콧노래를 불렀다. 뭐가 불만야. 도대체. 뭐가 문제야. 썅. 내가 다 해준다고 했잖아.// 아저씨는 스탠드를 꺾었다. 누나가 맞을 때마다 전기 빠진 스탠드에서 황홀한 불빛이 튀어 나왔다.// 누나는 나무 구멍 속의 나를 봤다./ “누나, 거기서 뭐하는 거야?”/ 누나는 손가락으로 괜찮아, 재밌어, 하는 것처럼 오케이 신호를 보냈다.// 나는 구멍 속으로 아직 다 익지 않은 배 하나를 굴려 보냈다./ 누나가 조심스럽게 그 배를 잘 잡기를 바랬지만, 음 누나는 돌아서서 차분했다.// 나한테 집으로 돌아가 하던 걸 계속 하라고 했다. 나는 배즙을 포장했고, 누나가 돌아오면 시원한 즙 하나를 빼서 줘야겠다고 생각했다.//
기체들의 교환 / 이지아
문을 열었더니/ 하얀 새가/ 나를 물고 날아간다// 우리는 함께 있는 것 같아/ 같은 칸에서// 냉동고에 새벽을 넣어준다/ 환상은 실체와 살림을 잘 차리더라// 아버지가 만난 여자들은/ 내게 새로운 걸 하나씩 주었다// 이걸 들고/ 멀리 가 있으렴// 체조를 하다가/ 구름에게 흰 운동화를 주었다// 뛰고 있을 것이다/ 멀리 가려고// 맨발이 창공에 닿는다// 뛰고 있는 것이다/ 끓고 있는 비도//
작은 화분 / 이지아
피에로가 졸고 있다// 풍선들을 생각하면서// 노곤한// 군중 속에서/ 잠에 빠진 피에로가 고개를 흔들고 있다/ 진짜로 멀리 가고 싶지는 않아// 흘러내리는 가발을 다시 씌워준다//
모조품 / 이지아
피조개를 씻어서 보낸다/ 시간을 끌면서 첨벙거리던 사랑은 잊고 싶다며 엇갈리던 오해는 지친다며, 현대 소설이 상상력을 증시하고 문제가 많은 밴드를 궁금해하고 그들의 앨범을 기다리면서도 항진성 높은 인간을 은근히 기대했다는 게 파도들의 증언이지// 게이트 앞에서 어떤 멤버가 교체되었는지 궁금했다/ "로션 대신 땅콩잼을 발랐더군"/ "그것도 감동적이라 하더군"// 노을의 놀라움을 새로운 사업으로 설명함고 스테로이드를 먹고 추가로 사과나무 주사를 테스트해서 밴드 이야기를 기대하며 사인을 받고 싶어 몸이 저렸는데, 육지는 뿌리에 개입하나, 어디서 상세해지나,// (기다리다 뱉은 말, 안 보던 사이에 얼굴이 길어졌어. 뭐 한 거야, 윷놀이, 훗, 자랑스러운 나의 스타), 너에게 하고 싶은 말을 녹음하면 작곡을 해주는 기계를 샀어, 매일 밤,// 캄캄한 건물 안에서 거짓말을 녹음했다/ 끝내지 말아요/ 꽃병이 내 발을 물러지게 해도//
1인 판소리 곁에 작은 시 / 이지아
감동과 감촉,/ 감동은 속살에 속하고 감촉은 음,/ 음악이라고 할 수 있어요/ 아이가 싱크대 밑에서 스테인레스 냄비를 다 펼쳐놓고 두드리고 던지고 웅얼웅얼거린다 ㅋ피피피 ㄹㅎㅎㅎㅎ Wqqqqq ㅉ…// 이렇게 상상해 보는 거 어떨까/ 조선시대 마당에 둘러앉아서 우유빛깔 아씨의 이야기를 듣는 사람이 이런 심정이지 않았을까요/ 혹은 담장 밑에/ 사과가 하는 말./ 연노랑 나의 속살은 사각거리고 달콤하고/ 내 살을 내가 먼저 맛보네요// 느닷없이 좌단을 시작합니다/ <심술보 덧니>와/ <심부름꾼 싫었니>의 논의는 펼쳐지고/. 흥미있게 우리는 아무나 이기기를 원한다/ 상황은 상황끼리 놀 테니// 바깥은 느리고 우리는 바빠졌어/ 내일이라는 시궁창./ 하지만 누구보다 내일을 사랑하는 나/ 이리 오너라. 여기서 엉덩이를 씻고 가요// 역사가 기저귀를 벗는 날이 온다면 나는 더 바랄게 없겠어, 성화를 올리고 복을 칠 거야. 불안감, 죄책감, 비루함, 이런 아가들에게 색다른 이유식을 준비하겠어요// 자, 1인 시위를 사작합니다/ 골동품, 별똥별, 순식간에 나는 억울합니다. 꼬집 어 주세요. 어떤 현실입니까/ 꽃길마차 사거리에서 선물 받은 소고기를 도둑맞았어요. 아니 더 정화하게 생사확인도 못했는데, 죽어버렸습니다. 그녀를 먹을 수 없어요. 불을 켜고 빛을 준비함. 그녀의 이름은 <채끝살> 나는 이 여인에 대한 사연을 시작해요/ 모든 순간이 완벽할 수 없는 것처럼 감정의 모피를 벗습니다/ 무엇을 숨기려고 이렇게까지 일찍 떠나버린 것일까요/ 계급주의 사망, 소시민은 분노합니다./ 그녀의 계급이 좋습니다. 그녀의 소시민은 뽀로로와 거란족과 버릇없는 짱구와 내지르는 목소리,/ 대초는 작은 북을 치면서 작은 방에 들어갑니다// 그녀의 육습은 민주적입니다/ 붉은 피를 흘리며 골방에서 꼼수를 아꼈습니다/ 산소를 모으는 심정으로 이 편지를 읽고 있습니다/ ㄹㅆㅆㅆㅆㅆ Lqqqqqqqq/ 어쩌겠어요/ 세상의 모든 첫 번째는 어리숙하기 마련이지요//
s#. 약국과 외계인의 상업 활동 / 이지아
의구심은 긴 흥정이 필요했다/ 나는 과학의 발전이 시의 발전과 동일하다고 생각,/ 인간의 발전이 비인간의 발전과 동일하지 않다고 생각// 그리고 그 외에 모든 것이 그 위에 있다// 장면이 시작된다.// 제로미로간파는/ 창밖을 보고 있다/ 우리는 여기서 헤어지겠지// Deep kiss/ 옳지,/ 난 얼굴을 구기며 춤을 춘다/ 두루마리 휴지 풀어서 몸을 돌리며/ 고개를 끄덕이며/ 그 모든 형식과 마음/ 자꾸 숨기면서 설정을 만드는/ 많은 분의 행동/ 획 내 이름 밑에/ 먼지/ 라는 타이틀,/ 깨어나는 게 부담이라면 빛 속에서 춤을 춘다/ 절도 있게 각을 맞추고/ 숨소리 낮추고 발을 높이 들어서/ 허리를 돌리고 어깨를 들어/ 눈을 내리깔고 춤을 춘다/ 가끔 연락이 없고 사람들이 죽는다고 해도/ 최선을 다해 어렵지 않게 작은 동작으로/ 어떻게든 살아서// Inside us there is something that has name,/ that something is what we are// 무서운 내 꼬리를 잡아/ 우리는 지금/ 떠나고 있다// 내 이름은 렉,/ 신체 중 두 군데를 수술했다/ 인공 신장 키트를 삽입하고/ 그래 너는 바닷가에서// 돌고래들과 사랑을 외치며/ 혁명과 상처를 증명하며/ 과거인/ 과거의 사람들은 지나쳐왔고// 우리는 어떤 사명감도 없이/ 지구를 벗어나고 있다/ 지구에서 더 이상 배울 게 없습니다// 수진대교 밑에서/ 박카스 병으로 머리 맞았다/ 수진대교 밑에서/ 박카스 병으로 머리 때렸다// If I were inn gis shoes, I wouldn't go with thea to the dance party// 뭐가 더 아픈가// 허벅지에 호치키스 박았다/ 허벅지에 나무 심었다/ 팔뚝에 연필심 심었다/ 참았다/ 이제 새싹이 돋아/ 벌도 나비도 온다// 발명품은 이름이 된다 선배들한테 배운 거/ 화장실/ 땅거미/ 지독히/ 감자칩/ 소금과// 어떤 지적인가// 아저씨가 너희 아버지 때렸다/ 아버지가 너희 아저찌 먹었다/ 꼬리 치지 마/ 그럼 꼬리 잘라// 그것만 하면 된다/. 그럼 지옥이 끝이다// 펜치를 갖고 와/ 컴퍼스는 안 되니// 뭐가 더 낫지/ 엄마는 남자를 잘 만났다// 서정은 마음이 편한가/ 감정을 다 보여줘서/ 서정찌 무슨 견과류인가/ 감정은// 손을 들어/ 지갑을 가져오면 풀어주겠다고 했다/ 센세이션 카네이션/ 머리를 밀고 연극부에 들어갔다/ 지구를 그렇게 시작했다// 애국가 시험 보고 모국어 시험 봤다/ 나를 버린 엄마의 죄책감을 지워주려고/ 엄마 뇌에 침을 박았다/ 그때부터 생물학자 되었다// 오토바이 타고 다리 아픈 애의 몸을 지나갔다/ 누가 시켰다/ 여기서 누가는 나다/ 기차 타고 다리 없는 땅을 버렸다/ 그곳에 다시 못 가겠어// 약 올랐어/ 엿같애/ 열받아// It's time to stop your agonizing// 약국이 아직 열었을 거야/ 약국에 가자/ 마지막 남은 곳에 /약국은 지구에만 있어// 제로미로간파는 구로역 간이 약국에/ 물품을 제공하고 있다 출세했다//
연합 인간 / 이지아
날짜, 연도, 시세, 개뼈다귀 이런 걸 따지는 것도 관성이다. 이뿐인가. 공간, 인성, 사시를 찾는 건 어떠한가. 이런 걸 따지는 건 옳다. 나는 지금 장면을 잃어버린 삶, 털을 다 밀어버린 사자 인형, 시대를 주저하는 개수대 앞에 있다.// 부드러운 비누도 아니며, 시원한 냉소도 아니다. 냉수마찰을 좋아하던 총명과 청포도의 일생을 기억하고 있다.// 목적은 분명하지만 밝히기엔 아직 이르다. 생선탕이 끓고 있다. 눈알 빠진 생선 머리를 깊숙이 숨긴다. 겨울바람의 운명은 평생 제 눈알을 찾으러 돌아다니는 것이다. 창문이 깨질 것 같다. 사사감독은 열이 나고 얼굴이 붓고 가래를 뱉고 담배 피운다. 감독은 두 눈을 잃어가고 있다. 그러니 그는 내게 혀를 깨물어 이번 작업에 대한 자신의 의지를 보여주기에 충분했다. 나는 그의 혀를 생선탕에 넣었다. "미소는 무지개 누구나 절실한 것 앞에서는 증명해 보이고 싶으니까.// 독기를 넘어서고 싶다. 증오스럽고 화나고 투쟁하는 그 모든 것, 도시의 우울과 혁명의 참혹함을 넘어, 잘린 수박을 다시 붙여볼 때 틈 없이 잘 붙을 수 있는 붉은 수박의 운명 따위를 찾고 있다. 또한 농촌의 우울과 여명의 우스꽝스러움을 넘어, 잘린 수박을 다시 붙여볼 때, 틈 없이 붙어 있던 초파리알, 순식간에 알을 까고 나온 초파리들이 번영을 일으킬 때, 이것 또한 문명이라고 생각했다. 나는 뒷다리를 긁은 생물학자. 나는 가끔 타인들의 꿈에서 알을 깐다.// 숨 쉴까?/ 아침 요리는/ <드링킹 아침 마침 풍수지리>이시다.// 사사감독은 촬영 준비 중. 그는 어깨에 스크린을 달았다. 자유롭게 두 손을 쓸 수 있다. 두 발도 쓸 수 있다. 그는 노래를 불렀다. 나는 내가 만든 요리를 앞에 놓으며 말했다. 쓸 만한 곡식이 없어서 살로살로대 뱀의 표피를 잘라 빻았다. 여전히 가솔린 향이 났다.// 아침 먹을 생각이 없다고 했다. 내가 다 먹었다. 사사감독은 잘 생각이 없다고 했다. 내가 다 잤다. 사사감독은 계속 스크린을 닦고 있었다./ 할 말이 떨어져서 쌀을 사야겠다고 생각했지만, 이 장소에서 쌀을 팔 농부는 누구인가. 살로살로대 뱀이 잡아먹은 휴먼 새를 관찰했다. 휴먼 새는 죽었고 점액질로 덮여 있었고 털이 없었다. 털이 없는 휴먼 새는 인간들을 사랑했다. 인간들을 위해 밤마다 인간들에게 이름을 지어주었다. 휴먼 새는 휴먼 나무와 같이 살았다. 휴먼 나무는 바람이 불 때마다// 이파리 털었다./ 이파리 무거웠다./ 이파리 지시받으며,/ 상을 받으며/ 존재하는 것들을 연민했다./ 휴먼 새는 휴먼 나무를 위해 죽음을 대신한다./ 나는 특별한 재능을 가지고 있다. 생물의 제외된 얼굴을 바꿀 수 있다./ 특별 식당 특별 병원 특별 도구/ 휴먼 새의 얼굴을 고쳤다./ 휴먼 새의 얼굴을 문질러/ 이파리로 만들었다./ 아름다웠음./ 그 과정은 마치 현대 무용 같았음.// 사사감독은 잠자코 촬영했다./ 우리는 실내에서 가까워졌다./ 나는 여기서 행을 나눌 것이다.// 사사감독과 시점에 대해 얘기했다./ 시점은/ 몰래카메라./ 모든 것이 끼어들어도 된다./ 가령, 정치학과 사회학./ 사과와 참외의 관계는 사회학이고/ 과일과 과잉은 정치학이라고 하자./ 사사감독은 그런데 개인적인 질문은 나에게 하지 않았다./ 개인적인 관점과 태도는 조심할 것./ 해결 방법만 필요한 것./ 개별적인 평가는 어진 것.// 건배를 하자고 했다./ 휴먼 새를 수술하면서 얻은 피를 마셨다./ 비처럼 투명하고 비냄새가 났다. 비를 못 본 지/ 오래됨./ 고장 났다./ 안 고장 났다./ 수리 불가. 23세기는 첨단 기술과 첨예의 정신을 이루었으나 자연의 감성을 기억하지 못했다. 나는 무찌를 매일 먹었다. 경험은 겹치고 명기되며, 사사감독은 종이에 뭔가를 씀.//
회전하는 편지 / 이지아
한없이/ 삶은 아무 조건 없이 잔인하다는 걸 느꼈어/ 기꺼이 오래/ 위태로웠지/ 그건 영원에 닿기 위해/ 계속 생명이 죽음을 연습하거나// 인간 심화 비물질 합성/ 관념들의 절대성/ 영혼을 얻기 위해 전부를 버리는 일과 같아/ 사파이어 나무야/ 원하지 않으면 사라져도 된단다//
1. 인간 심화// 後/ "목표를 버리면 살아났어"/ 노래들이 말했다// 비가 내리는 날은 그러했다/ 농도 짙은 소리와 습기와 우산과 손의 호응/ 키스와 침묵의 효과/ 주인공이 없어도 멋진 풍경/ 기도가 없는 성당은/ 진짜로 천국 같아/ 안나가 손을 모았다// 제번째 아기를 지우고 안나는 덤덤했다/ 야마하는 안나를 옥상에서 데리고 놀았다/ 안나가 울면 야마하는 계속 웃었다/ 원래 그렇게 하는 거라고/ 안나의 교복이 더러웠다// 진정한 리더쉽은 세상을 이끈다/ 총명한 것들은 스스로 자신이 무엇을 해야 할지 안다고// 희망이 살인을 대신하고, 결혼식장 인물들의 병렬 구조, 안나는 미모의 고모를 시집보내고 약을 시작했다. 안나는 공연 때 트리가 된다고 했다. 우리는 공연에 필요한 물품을 구해야 했다, 뺏긴 것을 다시 돌려와야지, 식욕에 전율이 있다, 당무는 일을 다시 하자고 했다, 근질거려 못 참겠어, 피가 나도록 긁어보자, 육질이 벗겨지도록, 캬, 당무는 마른 오징어를 씹으며 말했다// 브래드는 개를 데리고 왔다/ 동그랗고 바보 같은 표정이 귀여워서/ 개의 입속에 개미를 넣었다// 뭐 하는 거야 병신아, 실은 브래드가 화내는 걸 보고 싶었다/ 개도 필요하대, 살아 있는 게/ 지랄마, 오늘은 내가 참는데... 화풀이하지 마라// 니가 뭘 알아?/ 나는 브래드의 개를 던졌다./ 브래드는 그날 맥주병으로 내 어깨를 그었고/ 나는 개를 주워 왔다/ 치료는 됐어// 우리는 저녁 내내 개를 지켜봤다/ 당무는 개에게 생수를 뿌렸다// 혼자 다녀올게, 나는 편의점에 가서 물건을 구해 왔다/ 브래드는 개를 안고 있었고/ 나는 조용히 앉아서 츄파춥스 막대 사탕의 껍질을 벗겼다/ 당무가 물었다/ 학교는 미련 없어?/ 어/ 당무는 브래드에게 물건을 가져오라고 했다/ 개는 한쪽 다리를 절었지만/ 다시/ 계속 개처럼/ 낑낑/ 혀를 내밀고 본분을 다했다// 전율과 고통과 슬픔이 비슷한 맛이라는 걸 안다/ 우리는 신나게 짜장면 그릇을 비우면서 학습했다/ 야마하가 자신이 아버지가 된다고/ 한턱 쏜다고/ 짜장면을 셀 수 없이 가져왔다/ 우리는 까만 소스를 얼굴에 묻혀가며/ 헐떡거렸다 진짜 죽인다/ 우리는 짜장면을 마셨다/ "어 근데, 갑자기 생각 바뀌었어"/ 이딴 건 내가 아니잖아/ 야마하는 우리에게 짜장면을 처먹이다가/ 일하는 안나를 끌고 와 바닥에 던지고/ 발로 찼다/ 나는 야마하 얼굴에 먹은 짜장면을 다 토했다/ 형 미안, 내가 눈깔이 삐어서/ 나도 양파 조각 되도록 맞았다// 그리고 싸움은 비슷한 색깔과 지휘로 뭉쳐져 있다는 것을/ 무료 관람, 미술관 뒤뜰에서 알게 되었다/ 우리는 "본질의 아카이브, 동서양 팬티의 역사"라는 제목이 좋았다/ 크크 팬티의 역사래 낄낄거리며 나는 다리를 흔들었다// 하지만 휴관이었고/ 들어갈 수 없었다/ 우리는 웃다가 쓰러졌다/ 휴관이래 시팔 휴관이 뭐야, 우리도 휴관하자// 경찰과 버스와 벽과 투사들이 몰려들었다/ 꽤 화나 있었고 진지해 보였다/ 어느 날, 안나는 말하지 않았던가/ 진지한 건 오만한 거라고/ 그래, 오만한 덩어리들이 총을 쏘고 때리고 죽이고 있었다/ 혁명과 혐오를 외치며/ 우리는 그들 중 제일 멍청하고 선명해 보이는 애가/ 작은 가방을 떨어뜨린 것을 목격한다// 가방 안에는 <사라지고 중독>/ 이라는 가루가 있었다/ 우리는 그 가루를 훔쳐서 존나게 뛰었다/ 아무도 못 봤다 모두들 진지한 척 오만한 척하느라/ 코치·노동·투쟁·평등·몰이해, 이런 것들이 모자를 벗고/ 비범함을 드러냈으면 좋겠다 다음 생엔 단어가 아니라/ 문장으로 태어나시길/ 무엇이 그들을 움직이게 하며 증상은 무엇을 긍정하려고/ 밤새도록 우리는 츄파춥스 껍질을 깠다// 당무는 실험이 필요하다며 손가락에 가루를 묻혀 먹었다/ 또라이 새끼/ 느껴봐야 할 것 아냐/ 니가 어떻게 알아 여자도 아닌데/ 그거나 이거나 같겠지/ 당무는 귀엽다// 피곤한 브래드는 개와 좀 편해져갔다/ 나는 브래드에게 괜찮냐, 하고 물었다/ 안 괜찮다 새끼야, 브래드는 웃었고 우리는 괜찮다는 뜻이다//
2. 공동의 사연 혹은 긍지, 있지, 갔지// 고밀도작업/ 껍질 벗기고/ 묻히고/ 다시 껍질 붙이고/ 접착제로 마무리// 우리는 능력이 많다 악마의 능력은 뭘까// 삶을 좆 빠지게 매달리게 하는 비법/ 나는 브래드의 개에게 가루 묻힌 츄파춥스 하나를 입/ 속에 넣어주었다/ 브래드는 화를 내려다 관뒀다/ 너는 여름이 좋다고 했다// 세상은 참 복잡하지 않니? 안나는 작은 연못에 발을 담그며 말했다. 괜찮을까? 안나의 발은 연못의 물고기보다 작았다. 응 괜찮아, 안나는 얼굴이 더 말랐고 온몸에 멍이 늘었다. 너 대학 간다며? 안나가 나에게 물었다. 안나의 목소리는 찬란한 음악 같았다. 나는 바보같이 늘 몇 박자 늦게 대답했다. 뭐 되는대로, 안 가도 되고, 안나는 연못에 빠진 플라타너스 이파리를 잡았다. 이파리를 하나 떼어서 내게 줬다. 예쁘다. 나도 안나 옆에 앉았다. 우리는 나란히 앉아 담배를 피웠다. 하늘을 향해 연기를 뿜었다. 안나가 말했다. 저 구름은 참 맘에 안 들어, 내가 신나서 말했다. 그럼 내가 치울까, 뭐? 하하하하, 안나가 말했다. 저 별은 더 싫어, 그럼 내가 영원히 삭제할게, 안나는 잠시 조용했다. 세상은 참 복잡하지 않니? 나는 물고기가 안나의 발을 물까 봐 걱정이 되었다. 넌 뭐가 되고 싶니? 어른이 되면, 나는 고개를 들지 못했다. 나는 물속에 비친 플라타너스를 보았다. 너가 좋아하는 거, 그게 될 거야, 그 후 안나는 작은 고니가 있는 강에서 죽었다.// 신이시여, 신이 없는 신이시여, 같은 태도 같은 말투/ 연설과 위선의 빛이여, 역겨움, 강요/ 쉽게 흥분하는 인간 탐닉 부적응자여,/ 대장장이의 불을 빌려 잠시 당신의 이마에/ 내 이름을 새기리라/ 창작과 기계는 같은 것/ 찬란한 것/ 나는 오토바이 안장을 더 높이고 조이며/ 말했다/ 다른 곳으로 떠나려면// 우리는 돈을 모아야 한다. 우리의 사업은 대성할 가능성이 있고 매일 꾸준히 여러 명의 여성분들이 들이닥친다. "제가 원하는 게 뭔지 몰랐어요. 하지만 저도 두렵습니다" 이딴 변명을 지껄이며, 돈을 내밀었다. 우리는 츄파춥스를 열 개씩 팔았다. 휴머니즘 전의의 힘으로 다양한 인종을 받아들이고, 신중하게, 악마에게도 재능이 있어, 천사를 대조하는 힘, 사랑을 통해 절대를 느껴본다. 대안이 없다. 실패에 대한 대안//
3. 환상적인 삶// 관찰과 몰입 궁금과 호기심/ 직관과 핵심/ 실행력/ 내 기억의 클라리넷 같은/ 안나의 목소리/ 규칙과 채찍/ 하나가 들어오면 하나가 나갔다/ 하나가 사 가면 하나가 늘었다/ 안나와 함께 일하던 누나들, 기쁨을 잃은 중년의 여자들, 술집 마담들, 생명공학도 여학생, 인생 포기한 초딩 아이들, 애인에게 선물 주고픈 아저씨들, 길거리 거지들, 마지막으로 문제 많은 그 판소리 무당 늙은이// "환상과 기쁨이 없는 세계를 향해/ 불안과 두려움을 없애고 싶다면/ 달콤하고 자랑지지배배 같은 쪽쪽이를 팝니다/ 표현하세요, 발휘하세요/ 대량 구입하셔도 감사합니다"//
4. 사명감이라는 사업// 그런데 점점 기분이 이상해졌다/ 여자애들이나 아줌마들은 사탕을 사지도 않으면서/ 우리에게 안부 문자를 하거나 장난을 걸어왔다/ 이상하게 기분이 포근했다/ 더 생각해보면 우리는 꽤 공정하게 하려고 했다/ 가격을 속이거나 개수를 속이지 않았으며/ 돈 많은 여자에게 친절을 베풀지도 않았다// 그사이에 주말에 당무는 브래드와 학교에 다녀왔다/ 손가락이 네 개였던 학생주임은 우리를 볼 때마다 했다/ 그리고 담배와 돈과 반지와 신발을 빼앗았다/ 어느 날 브래드에게 밤에 찾아오라고 했다/ 게이 학주 새끼는 브래드 몸을 빨았고/ 돈을 줬다 브래드는 죽고 싶다고 했고/ 어쨌든 우리는/ 복수를 꿈꾸고 있었다/ 브래드는 학주 손가락을 하나 더 잘랐다/ 죽어도 신고 못 할 것이다 병신새끼//
5. 안나의 트리// 안나 말대로 진지함은 오만이며/ 고통은 충격이며/ 판소리 늙은이는 북청사자놀음 탈과 옷을 입고 등장했다/ 우리는 간만에 겁을 먹고/ 놀랐다/ 우리는 문신을 하고 있었다/ 브래드는 내 등을 파랑색 이파리 그림으로 덮었다// 삶과 그 존재 형태, 그 야릇한 비밀을/ 판소리 무당 늙은이는 이상한 소리를 지껄였다/ 판소리 무당 늙은이는 한복을 입고 소리쳤다/ 정신없이 세상을 섞어버리고 싶어// 야. 빨리 약 줘서 보내/ 당무가 소리쳤다// 판소리 늙은이는 달 타령 판소리를 읊더니/ 춤을 췄다/ 기괴한 가면을 우리에게 하나씩 줬다/ 미친 시팔/ 우리는 돌을 던졌다/ 판소리 늙은이는 돈을 한 뭉치 던지고 가며/ 아들 아들, 야들 야들아 미안해~ 이런 더러운 말을 던지며/ 전자음악을 틀었다 크게/ 재수 없어서/ 배고파서// 우리는 찜질방에서 남극 체험을 했다/ 해골처럼 말랐다/ 식혜와 계란을 정신없이 먹었고/ 짜장면도 먹고 라면도 먹고/ 제육볶음도 먹었다/ 머리 말리며 나오고/ 바람이 차가웠고/ 가면과 달/ 가면과 탈/ 당무와 브래드는 여관에 들어갔고/ 나는 거리를 걸었다/ 취했고 외로웠고 비틀거렸고 위태로웠다/ 차마 이 질긴 의지와 육질/ 커다란 개가 내 팔을 물어뜯었다/ 피부가 벗겨지고 피가 흐르고 뼈가 드러나/ 나뭇가지가 드러났다/ 파란 이파리가 돋아났다/ 나는 평화로운 수분에 잠기며/ 물속에서 안나의 하얀 발을 보았다/ 우리는 경찰에게 잡혔고/ 안나는 맑은 어항 속에서 책을 보고 있었다/ 컷 컷/ 꿈과 빛 꿈과 빛/ 안나는 나를 보며 웃었다/ 트리처럼/ 안나는 물속에서//
6. 신비로운 안녕// 인간은 긴장하고 참고 숨기고 싶을 때/ 영원히 기억하고 사랑할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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