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경북문화체험 전국수필대전 장려상 꿈자리가 뒤숭숭해도 이 자리에 오지 않는다. 도시락밥도 4주걱은 담지 말란다. 아침 일찍 여자의 방문은 금한다. 출근길 아녀자가 가로질러 가면 그날은 일찍 퇴근을 서두른다. 또 남편의 신발은 항상 방 안쪽으로 향하게 놓는다. 어떤 힘든 일이 있어도 아내의 아침 잔소리는 절대적 부정을 낳으니 가능하면 웃는 얼굴로 배웅을 하여야 한다. 탄광촌 광부들의 생활 금기 사항들이다. 언제 지하에 묻힐지 모르는 앞날의 운명을 어떤 보이지 않는 힘에 의지해보려는 뜻이기도 하다. 이 항목들이 있기에 그들에겐 위로가 되었는지 모른다. 다행히 장애물을 겪지 않으면 분명 안전한 하루가 될 것이란 기대를 가질 수 있으니까. 또 힘의 원천이 되었을 것 같다. 서로서로 조심하는 자세는 물론이..

2020 경북문화체험 전국수필대전 장려상 산 중턱을 오르자 뿌연 안개를 걷어 올리며 적막했던 성전의 터, 검정 부리 하나를 쑥 내민다. 1천500여 년을 이어오는 승가람임에도 세상에 그렇게 알려지지도 않으면서 경이로움이 스민 그곳에 귀한 문화유산이 있었다. 여름 절집의 운치도 느낄 겸 수미단의 숨은 뜻을 알아보려고 아들과 함께 길을 나섰다. 경산 시내를 조금 벗어나 청도 쪽 자동차로 십여 분 달리다 보면 남천면 산전리 이정표가 나온다. 옛 압독국의 젖줄인 남천을 따라 아담한 마을로 접어들다가 모골 길 2km 정도 가면 그 끝인가 싶은 곳, 학의 부리쯤에서 천년고찰 경흥사를 만난다. 열기가 이곳만은 비켜 가는지 제법 신선하다. 도심의 경쟁에서 한 걸음 물러 서 있는 듯하다. 수미단(須彌壇)이 불교 공예품이..

2020 경북문화체험 전국수필대전 동상 담장은 안과 밖을 가로막는 벽이다. 그렇지만 담장에는 소통을 위한 틈새도 있다. 언젠가 송소고택을 다녀온 적이 있다. 경북 청송군 파천면 덕천리에 자리한 송소고택은 조선 영조 때 심처대(深處大)의 7대손 송소(松韶) 심호택(沈琥澤)이 건축한 가옥이다. 우리 조상의 후덕한 인심처럼 대문이 활짝 열려 있었다. 위에 홍살까지 설치해 놓은 거대한 솟을대문이 낮은 담장과 대비 되어 오히려 기이한 모양새다. 마치 입을 크게 벌려 상대를 제압하려는 하마의 입 같다는 생각에 웃음이 새 나왔다. 문 안으로 들어섰다. 문설주에 기대선 행랑채에서 허술한 옷차림의 행랑아범이 머리를 조아리며 손님이라도 맞으러 나올 듯했다. 행랑아범 대신 품이 넉넉한 시골 마당이 평화롭게 손님을 맞이했다...

2020 경북문화체험 전국수필대전 대상 짙은 햇살이 창가에 와서 빨리 일어나라고 재촉을 하는 아침이다. 팔월 초의 날씨는 여름의 권위를 내세우기라도 하려는 듯 온 힘을 다해 적의를 뿜어댄다. 햇볕은 불덩이를 녹이는 것같이 이글거린다. 잡다한 일상을 접고 가까운 거리에 있는 경주로 향했다. 여기에도 마치 하얀 불 파도가 출렁이는 것 같다. 박물관 입구부터 햇살을 피하려는 사람들이 그늘을 찾아든다. 이런 것을 보면 자연이 천지 만물의 주인이고, 거기에 따르며 사는 사람들은 손님에 지나지 않는다는 생각이 든다. 신라역사관으로 들어섰다. 소장된 문화재들이 많다. 그중에서 자그마한 항아리에 시선이 꽂혔다. 붉은색과 푸른색과 하얀색의 무늬가 자연스럽게 조화를 이루었다. 삼색이 어울리어 안정감을 준 무늬가 곱다. 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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