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경북문화체험 전국수필대전 동상 담장은 안과 밖을 가로막는 벽이다. 그렇지만 담장에는 소통을 위한 틈새도 있다. 언젠가 송소고택을 다녀온 적이 있다. 경북 청송군 파천면 덕천리에 자리한 송소고택은 조선 영조 때 심처대(深處大)의 7대손 송소(松韶) 심호택(沈琥澤)이 건축한 가옥이다. 우리 조상의 후덕한 인심처럼 대문이 활짝 열려 있었다. 위에 홍살까지 설치해 놓은 거대한 솟을대문이 낮은 담장과 대비 되어 오히려 기이한 모양새다. 마치 입을 크게 벌려 상대를 제압하려는 하마의 입 같다는 생각에 웃음이 새 나왔다. 문 안으로 들어섰다. 문설주에 기대선 행랑채에서 허술한 옷차림의 행랑아범이 머리를 조아리며 손님이라도 맞으러 나올 듯했다. 행랑아범 대신 품이 넉넉한 시골 마당이 평화롭게 손님을 맞이했다...
2020 경북문화체험 전국수필대전 은상 손은 세상과 소통하는 열쇠다. 숨길 수 없는 온도를 담아 타자와 교감하고 세상과 교류한다. 손을 잡고 놓고 오므리고 펴고 엎는다. 악수는 우호의 표시이고 박수는 환영과 응원, 찬사를 표하는 것이며 ‘손에 손잡고’는 마음과 힘을 합한다는 뜻이다. 세상 밖 어떤 힘이 간절할 적에는 두 손부터 모은다. 조용히 합장하고 비손하는 자세엔 신에게로 향한 혼신의 염원이 담겨있다. 호미곶 ‘상생의 손’은 해맞이 축전을 기리는 상징물. 모든 국민이 서로 도우며 살자는 의미를 담았다. 동해안 해돋이 명소와 ‘손’, 생각해 보니 썩 어울린다는 느낌이다. 그런데 엄청나게 큰 청동상(靑銅像)의 손이 하나가 아니다. 육지의 해맞이광장엔 왼손이, 바다엔 오른손이, 그리 멀지 않은 사이를 두고..
2020 경북문화체험 전국수필대전 금상 그 빛은 경건하여 천년을 비추고, 그 향은 겸허하여 천 리를 간다. 옛 선비들은 나를 문방사우 중 으뜸으로, 한낱 물건이 아닌 고결한 정신을 가진 인격체로 여겨서 정신 수양의 매개로 삼았었다. 벼루 위에 나를 세우고 온 마음을 모아 혼탁한 정신을 갈아내면 내가 닳아지는 만큼 선비의 정신은 정갈해지고 맑아져서 마침내 높은 경지로 고양되고, 그 고양된 영혼이 나를 통해 글로, 그림으로 승화되는 것이다. 선비의 붓에 묻혀지는 순간의 나는 단순한 먹물이 아닌 정신 수양의 결정체이며 드높이 고양된 인간 영혼의 분신인 것이다. 하나의 먹으로 태어나 인간의 정신 수양의 매개로서, 고양된 영혼의 분신으로서 그것을 쓰고 그려서 영원한 생명을 얻게 할 수 있으니 나는 참으로 행복하다..
2020 경북문화체험 전국수필대전 대상 짙은 햇살이 창가에 와서 빨리 일어나라고 재촉을 하는 아침이다. 팔월 초의 날씨는 여름의 권위를 내세우기라도 하려는 듯 온 힘을 다해 적의를 뿜어댄다. 햇볕은 불덩이를 녹이는 것같이 이글거린다. 잡다한 일상을 접고 가까운 거리에 있는 경주로 향했다. 여기에도 마치 하얀 불 파도가 출렁이는 것 같다. 박물관 입구부터 햇살을 피하려는 사람들이 그늘을 찾아든다. 이런 것을 보면 자연이 천지 만물의 주인이고, 거기에 따르며 사는 사람들은 손님에 지나지 않는다는 생각이 든다. 신라역사관으로 들어섰다. 소장된 문화재들이 많다. 그중에서 자그마한 항아리에 시선이 꽂혔다. 붉은색과 푸른색과 하얀색의 무늬가 자연스럽게 조화를 이루었다. 삼색이 어울리어 안정감을 준 무늬가 곱다. 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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