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나라 곳곳에는 탑과 관련한 이름이나 지명이 많다. ‘탑동’, ‘탑리’, ‘탑골’ 등 참 익숙한 이름이다. 알고 보면 그곳에 무엇이 있거나, 있었던 것을 직시한다. ‘탑동리’를 처음 들었을 때, ‘탑이 있는 마을이구나.’ 하는 생각이 먼저 든 것도 지금까지 오며 가며 들었던 지명에 대한 익숙함 덕분이다. 탑동리를 찾아가는 길은 그리 업렵지 않았다. 금수리를 찾으며 헤맬 때 ‘탑동리’라는 이정표를 보았다. 간성읍에서 언덕을 넘어 금수리는 오른쪽으로 꺾어 들어가지만, 직진하여 쭉 들어가면 탑동리에 이른다. 탑동리로 접어드는 곳곳엔 군부대와 군사시설이 산기슭마다 자리해 있었다. 그런 것들이 생경해 살짝 두려웠다. 산골짜기로 접어들자 풍경은 점점 낯설게 변해갔다. 길은 점점 좁아졌고 노면은 험했다. 보이는 곳..

불꽃처럼 튀어오른 산봉우리가 한껏 얼었다. 저 완벽한 풍경을 따라 설악으로 드는 길은 온통 순백으로 빛났다. 한없이 눈부셨기에 눈이 멀 것만 같았다. 어릴 적 벽촌에서 태어난 덕분에 눈밭에서 뒹굴며 자랐지만 유년을 잃어버린 후, 도시의 겨울은 겨울답지 않아서 겨울을 모르고 살았다. 설악엔 때마침 눈이 내리고 있었다. 나무에도, 산봉우리에도, 얼어붙은 쌍천에도 눈은 소리 없이 내렸다. 설악은 오랫동안 익숙한 이름이었다. 학창 시절 수학여행을 와, 두 밤을 자고도 아무런 기억 없이 떠났던 산이기도 했다. 그러나 삶 한편에서 불쑥불쑥 튀어나와 여유와 낭만으로 떠오르기도 했다. 기념품 가게 주인이 동그란 옥돌에 직접 새겨주던 문구며, 압화로 만들어 팔던 에델바이스, 끝맛이 아릿했던 머루주, 아슬아슬하게 놓였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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