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습득 코너

매품팔이 / 성대중

부흐고비 2008. 3. 14. 09:43

 

매품팔이


안주(安州)에 사는 한 사람이 볼기 맞는 매품을 팔아 살아갔다. 외군(外郡) 아전이 병영에서 곤장 일곱 대를 맞게 되어 돈 다섯 꿰미를 걸고 대신 매 맞을 사람을 구하였더니 그 매품팔이가 선뜻 나섰다. 집장사령(執杖使令)은 그 자가 빈번히 나타나는 것이 얄미워 곤장을 혹독하게 내리쳤다.

매품팔이는 곤장이 갑자기 사나워질 것을 생각지 못하였으므로 우선 참아 보았으나 두 번째 매가 떨어진 후 도저히 견뎌낼 재간이 없어, 얼른 다섯 손가락을 꼽아 보였다. 돈 다섯 꿰미를 사령에게 뒤로 바치겠다는 뜻이었다.

집장사령은 못 본 척하고 더욱 심하게 내리쳤다.

곤장 일곱대가 끝나기 전에 이러다가 자기가 죽게 될 것임을 깨달은 매품팔이는 재빨리 다섯 손가락을 다시 펴보였다. 뒤로 먹이는 돈을 배로 올리겠다는 뜻이었다. 그 때부터 매는 아주 약하게 떨어졌다.

매품팔이는 나와서 사람들에게 뽐냈다.

“내가 오늘에야 돈이 좋은 줄 알았네. 돈이 없었으면 오늘 나는 죽었을 사람이지.”

이 매품팔이는 돈 열 꿰미로 죽음을 면한 줄만 알고, 돈 다섯 꿰미가 화를 불러 온 것은 모르는구나. 어리석은 사람이로다. 슬프다. 이 이야기는 족히 세상에 경계가 되리라.

 

成大中 (1732~1812) 청성잡기(靑城雜記)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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