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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뢰유(論賂遺) / 이익

부흐고비 2008. 3. 8. 14:31

 

논뢰유(論賂遺)


뇌물을 주는 것은 우리 나라의 오랜 병증이다. 국가의 피폐와 백성의 빈곤이 이에 연유한다. 조정에서 금하지 않을뿐더러 가르치는 실정이다. 외국에서 사신이 오면 각 고을에 서간을 띄워 그 여비를 떠맡기는데 일정한 액수도 없다. 그러므로 음직(蔭職)과 무관(武官)으로 수령이 된 자는 앞을 다투어서 재물을 실어 나른다. 또, 나라에 크고 작은 잔치가 있으면 반드시 여러 가지 물품을 각 고을에 떠맡겨서 구해 들인다. 각 고을에서는 각 마을에 배당하여 구해들이니 그 잔학함이 매우 심하다. 이와 같이 하면서 어찌 사람들의 뇌물 통래(通來)를 금하겠는가.

명절에는 반드시 각 고을에서 고관에게 문안차 보내는 선물이 있다. 무식하고 벼슬을 탐내는 무리는 반드시 이런 기회를 틈타 승진되기를 바란다. 구관(舊官)이 이미 후하게 실어 보냈으므로 신관(新官)은 더욱 많이 실어 보낸다. 뇌물을 더 보내는 자는 유능한 수령이라고 하고 그렇지 못한 자는 중상을 당한다.

뇌물을 보내는 물품은 원래 국비에서 계산한 것이 아닌데 어디서 구해 오는 것인가. 받는 자는 아무렇지도 않게 여기지만 백성은 점차 병들게 된다. 그러므로 조정에서도 예사로 알고 따라서 상하의 풍습이 되어 버렸다. 한 물건을 실어 오는 것이 관가의 수입에는 사소하지만 덧붙여서 백성의 재물은 남김이 없게 된다. 이런 짓을 어찌 그만둘 수 없는가.

법이란 마땅히 조정에서 지키기 시작하여야 한다. 연향(국빈을 대접하는 자리)이나 사신의 접대 같은 일은 모름지기 국비 중에서 마련할 것이지 정당한 세금 외에 더 걷는 일은 없어야 한다. 그리고 각 고을에서 고관에게 문안차 보내는 것은, 곧 옛날의 의장(정부에서 묵인해 주는 장물)이라는 것이나 비록 말채찍이나 구두신과 같은 하찮은 물품이라 하더라도 모두 막는 것이 마땅하다.

문안차 내는 물건은 그 품목과 수량을 정하도록 건의한 자가 있었다. 그러나 사사로 주고받는 것을 누가 살필 것인가. 또, 숙폐(宿弊:오래된 폐단)를 갑자기 금할 수 없다. 그러므로 사헌부 감찰관에게 그 일을 맡기는 것이 마땅하다. 고을에서는 조정에 있는 신하에게 보내는 물품은 그 건수를 문서에 기록하고 먼저 사헌부에 보내어 날인하여 증명한 다음 받도록 한다. 그리고 지나치게 많으면 대관(臺官)이 증거를 들어 논평한다. 이와 같이 하면 오직 일종의 비열한 자 외에는 감히 턱없이 주고받지 못한다. 이것도 또한 백성을 유익하게 하는 일단이다.

이 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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