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면담의 기술

부흐고비 2011. 1. 11. 09:12

면담의 기술

 

 

당신은 누군가 마음 아파하는 사람의 얘기를 귀담아 들어준 적이 있는가. 만약 한번이라도 진지하게 그의 말을 이해하고 같이 걱정하고 같이 힘들어 한 적이 있다면 당신은 이미 훌륭한 심리치료사이거나 최소한 그럴 자격이 있는 사람이다.

다른 사람의 얘기를 귀담아 들어줄 수 있다는 것은 언뜻 쉬운 일 같지만 절대로 쉬운 일이 아니다. 남의 애기를 귀담아 들어 준다는 것이 바로 면담의 시작이요, 끝이라 할 수 있다.

심리치료의 핵심은 면담을 통해 그 사람의 마음을 풀어내 아픔을 이겨내도록 치료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그러므로 심리치료에서 면담이 잘 이뤄질 수 있도록 하는 기술이 매우 중요하다.

면담기술의 첫 번째는 '잘 들어주는' 것이다. 그냥 들어주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쉽지 않은 일이다. 그 사람의 얘기를 들으면서 그가 가진 갈등의 구조를 이해하고 힘들어 하는 부분을 같이 느끼며, 또 잘못 생각하고 있는 부분을 지적해줘야 하기 때문에 힘든 것이다.

더러는 치료자에게 화를 내기도 하고, 더러는 감정에 겨워 울음을 터트리기도 한다. 이런 현상은 치료자를 과거 중요했던 관계에 있는 사람으로 바꿔 생각해 나타나는 '전이 반응'임을 알아야 한다. 이를 모르고 치료자에게 직접 나타내는 반응으로 생각한다면 큰 실수를 하는 것이다. 반대로 치료자의 기분에 의해 면담이 영향을 받거나 다른 방향으로 치우칠 수도 있다.이를 '역전'이라고 하며, 면담 때 이런 상황을 주의해야 한다. 그래서 치료자는 수련과 교육을 받아야 하며, 자기문제가 투영되지 않을 수 있는 자질을 갖춰야 한다.

면담은 관계로 이뤄진다. 면담이 되기 위해서 치료자는 말하는 사람이 힘들어 하고 갈등하는 아픔을 같은 울림으로 느낄 수 있어야 한다. 이를 '공감'이라 한다. 공감이 없는 면담은 아무리 긴 시간 얘기해도 의미없는 수다에 불과하다. 그러나 공감한다고 그 사람이 아파할 때 같이 아파하거나 분노할 때 같이 분노하는 것은 아니다. 이는 동조하는 것이지 공감은 아니다. 객관적이고 절제적인 상태에서 같이 참여하는 것이 바로 공감인데, 이는 면담에서 절대적으로 필요로 하는 것이다.

때로는 자유롭게 얘기하도록 허용하면서 주제에 합당한 면담이 되도록 조절할 수 있는 능력도 필요하다. 어떨 때는 치료자가 적극 나서서 그 사람의 마음을 설명해 주고 이해시켜 줘야 할 때도 있다. 이를 '해석'이라 한다. 만약, 치료자가 갖고있는 능력과 권위로 환자에게 가르치려 든다면 이는 해석이 아니라 훈육이 된다. 면담에서는 방해가 되는 부분이다. 바람직한 면담이 되기 위해서 (치료자에게) 얼마나 많은 능력과 기술과 교육과 훈련이 필요한가를 나타내주는 부분이다. 그래서 남의 말을 잘 들을 수 있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다.

출처 : 영남일보(2011.1.11) 곽호순(신경정신과 전문의·곽호순병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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