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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회 경북 이야기보따리 수기 공모전 금상작

불어오는 봄바람에 가지에 남은 눈을 비집고 연분홍 벚꽃이 피어 벚꽃 날리는 오후는 온통 눈이 내린다. 눈으로 만이라도 담아두려 했는데 너무 빨리 져 버려서 매년 늘 아쉽다.

코로나로 나가서 보지 못하고 사진 속에서 웃고 있는 예전 내 모습을 보니 그래도 행복해 보여 봄이 좋다. 요즘은 텔레비전 드라마 속 풍경을 보는 것만으로 대리만족하며 지내고 있다.

엄마와 나는 드라마 동지다. 기억은 나지는 않지만 아주 어릴 때부터 엄마와 같이 드라마를 보며 웃고 울었던 것 같다. 딸은 엄마를 닮는다고 어른들이 그러셨는데 아니라고 우겨보지만 닮아 가는 건 어쩔 수 없는 것 같다. 아무리 생각해도 내가 손해 보는 느낌이지만 말이다.

코로나로 학교도 쉬고 어디 갈 데도 없던 차에 엄마께서 '미스터 션샤인'이라는 드라마가 재미있다고 하셔서 보게 되었다. 우리 역사상 가장 아픈 시기를 살다간 사람들의 이야기로 처음부터 끝까지 감동적이고 마지막까지 가슴 먹먹함을 안겨주는 드라마이었다.

외국인 기자가 찍은 의병 사진 한 장이 이 이야기의 모티브가 되었다고 한다.

그들은 "우리 의병들은 말할 수 없이 용감하지만, 무기가 별로 없다 총도 낡았고 총알도 다 떨어져 간다. 일본의 노예로 사느니 자유인으로 죽는 게 더 좋다"고 인터뷰를 했다고 한다.

사진 속 그들은 가진 거 하나 없고 천대받던 민중들이었지만 조국의 독립을 위해 목숨도 버려야 했던 사람들이었다. 오직 하나의 염원인 조국의 독립을 꿈꾸던 사람들 빛을 품은 얼굴로 서로 하나라고 비장한 모습을 하고 있다,

누가 먼저인지 알 수 없이 서로를 위해 달려나갔던 그들….

하늘 아래 독립된 나라에서 행복한 꿈을 꾸던 그들….

염원 가득한 들판에서 꽃이 되어버린 그들….

그분들의 희생을 위에 지금을 사는 우리는 빚쟁이들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집을 나서는 김에 드라마의 감동을 안고 안동으로 여행을 가기로 했다. 엄마와의 여행은 오랜만이긴 해도 멀지 않은 곳이라 가벼운 마음으로 집을 나섰다.

촬영지인 만휴정과 촬영지는 아니지만, 드라마의 중요한 장소이기도 한 임청각을 들러 보기로 정하고 안동으로 향했다.

 

안동 임청각.

 

임청각에 대해서는 잘 알지 못했고 석주 이상용 선생의 생가라는 사실도 몰랐다. 드라마 속 고애신 일가의 모티브가 되었다고 해서 만휴정에 가기 전에 들렀던 곳이다.

이곳도 처음에는 99칸 저택이었다고 한다. 지금은 일제에 의해서 잘라지고 철도가 생기고 70여 채만 남아 있었다. 철길 때문에 방음벽이 가로막아서 답답하게 느껴졌다.

전시관을 들러 보고 임청각 여러 곳을 보았다. 임청각 주인인 이상용 선생은 1910년 나라가 망하자 조상의 위패를 땅에 파묻고 노비 문서를 태워 하인들을 면천 시키고 재산을 처분하여 만주로 가서 신흥무관학교에 몸담고 여생을 조국의 독립을 위해 사셨다고 한다.

100년 전 나라를 빼앗겼던 우리에게 일본이 경제 도발을 해왔다. 역사는 진행 중이라 하지 않나 국민은 이제는 더는 일본에 질 수 없다고 독립운동은 못 했지만, 불매운동이라도 한다고 '노 아베' '노 일본'을 외치고 있다.

어차피 세계는 하나고 우리나라만 독불장군이 될 수 없기에 일본과도 잘 지내야겠지만 아베 정권의 잘못을 그냥 지나칠 수는 없을 것이다. 일본이 우리 선조들에게 저지른 만행을 잊지 말아야 할 것 같다.

다시금 나라의 소중함을 되살려보는 여행이 되었다. 2025년까지 복원이 된다고 하니 그때 다시 와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역사에 관심이 별로 없었지만, 이곳에서의 시간은 나를 돌아보는 좋은 여행이 되었다. 애국 소녀가 된 듯 뿌듯함을 안고 임청각을 나와 만휴정으로 향했다.

40여 분을 차로 달려 도착한 만휴정은 시골집을 찾아 올라가는 느낌이 들었다. 담장 아래 접시꽃 피어 바람에 흔들리고 다리 아래 물빛은 태양에 반짝이고 바람마저도 향기롭게 느껴졌다.

하천을 건너 정자가 자리 잡고 있고 나무로 만든 다리로 건너 들어갈 수 있게 되어 있었다. 드라마 속 유진과 애신이 러브하자고 했던 곳이다.

만휴정은 보백당 김계형(1431~1517)이 말년에 독서와 사색을 위해 지은 정자라고 한다. 조선전기 청렴한 관리로 '내 집에 보물이 있다면 오직 맑고 깨끗함뿐이다'라는 가르침을 남겼다고 하니 조선 시대 선비의 바른 성품을 느낄 수 있는 좋은 곳이라 생각이 들었다.

친구들하고 놀이공원에서 신나게 노는 여행도 좋지만, 드라마 속 주인공도 되어보고 나라의 소중함도 되새겨 보는 시간이라 너무 좋았다.

안동에 왔으니 찜닭을 꼭 먹어야겠다고 엄마를 졸라서 늦은 점심으로 달콤하고 매콤한 찜닭을 먹고 안동에서 유명하다는 빵집에서 크림치즈 빵과 패션 크림빵을 가족들과 나눠 먹으려고 포장을 해왔다.

이번 여행은 드라마로 시작해서 애국심으로 머리를 채우고 찜닭과 맛있는 빵으로 배를 채우는 멋진 여행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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