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글을 쓰는 일은 행복한 일이기도 하지만 소름끼치는 끔찍스러운 일이기도 하다.

아침 5시에 일어나 한 시간쯤 글을 쓰고 약수터에 갔다가 와서 아침 먹고 녹차 한 찬 마시고 한두 시간쯤 더 글을 쓴다. 점심 먹고 녹차 마시고 글이 잘 써지면 쓰고 그렇지 않으면 책을 읽는다. 저녁 산책을 하고는 이른 저녁밥을 먹고 밤 9시쯤 뉴스를 보면서 잠을 잔다.

이게 직업이 되다가 보면 쓰고 싶은 때만 쓰는 것이 아니다. 쉬고 싶을 때도 어찌할 수 없이 써야 하는 것이다. 만일 어디 여행을 하려면 미리 그 동안의 연재될 글들은 써놓고 가지 않으면 안 된다.

잡지사나 출판사의 사정을 보아 언제까지 글을 써서 대주지 않으면 안 되는 경우도 있다. 글은 써지지를 않고 시간은 가고 미칠 지경인 경우도 한두 번이 아니다. 그 환장하는 경우가 생기지 않도록 나는 하루에 일정 양의 글을 닭이 알을 한 개씩 낳듯이 의무적으로 써내는 버릇을 들였다.

글을 쓰는 일은 피를 짜내는 일이다. 한 방울씩 한 방울씩 짜내는 피로 글을 쓰는 셈이다. 글을 쓰는 동안은 몸이 마른다. 전설에 학(鶴) 각시가 자기 남편의 방탕한 삶을 위하여 자기의 깃털을 뽑아 길쌈을 한 이야기가 있다. 글을 쓰는 일이 그와 같다고 나는 생각한다. 나는 언제부터인가 글을 쓰는 동안 가슴이 답답한 병증이 생겨 있다. 그만큼 애를 태운 까닭이다.

지난여름에 중국의 돈황엘 다녀왔다. 돈황은 사막 한가운데 있는 오아시스 도시이다. 주변의 모래산을 관광하고 거기에서 낙타를 탔다. 영화에서만 보던 그 낙타 말이다.

잿빛의 추한 털이 달린 그 짐승은 나를 태우면서 고개를 외틀고 울부짖었다. 그 소리가 어찌나 처량한지 나는 소름이 끼쳤다. 그것을 타고 가면서 나는 내가 전생에 어쩌면 낙타였는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다.

그 돈황에서 탔던 그 낙타를 그 돈황에 두고 왔는데 내 방안에 웬 낙타 한 마리가 앉아 있다. 한승원이라는 소설가다. 그는 낙타처럼 글을 쓴다. 글을 쓰면서 가슴을 앓곤 한다. 그러면서도 그 글을 쓰는 일에서 행복을 느끼려고 한다.

사람은 누구든지 일을 하지 않으면 안 된다. 그 일을 하는 것이 즐거움과 영광뿐인 것처럼 보이지만 그 일 뒤에는 슬픔과 고통이 감추어져 있는 것이다. 야구 선수들이 해내는 그림 같은 묘기나, 그들이 탄 상패를 들고 좋아하는 모습 속에는 엄청난 고통과 시련이 감추어져 있는 것이다.

나는 이 글도 가슴앓이하면서 쓰고 있다. 세상의 어떤 일이 그냥 주워서 떡 먹듯 그렇게 손쉬운 일들이 있으랴. 모든 사람들은 낙타가 사막 한복판으로 한 걸음씩 걸어서 건너가듯이 그렇게 고통스러운 삶을 직조해 내는 것이다. 그렇게 낳은 결과가 정말로 값진 것이다. 나는 이러한 신념으로 나의 아픈 가슴을 이겨내곤 한다. 참으로 멍청스러운 작업이다. 운명이다.

공지사항
최근에 올라온 글
최근에 달린 댓글
Total
Today
Yesterda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