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늙어 가는 사람만큼 인생을 사랑하는 사람은 없다. 인생의 단맛 쓴맛을 두루 겪어온 처지이니 만큼 그러려니 싶다. 어떤 고통도 지나고 나면 아름다운 추억으로 승화되듯이, 희노애락(喜怒哀樂)이란 인생의 강을 건너오면서 어찌 인생에 대하여 미운 정 고운 정이 없을 것인가.

그런데 과연 몇 살부터가 노인의 반열에 오를 수 있는 나이일까. 그 나이도 시대에 따라 변하는 것은 아닐까. 아득한 옛날 같으면 나도 당당히 노인대접을 받을 나이다. 그러나 지금 나는 노인이라고 뻐길 수가 없다. 노인 인구가 해가 갈수록 급격히 불어난 때문이다. 시내버스를 타더라도 경로석에 버티고 앉을 처지가 못된다. 나보다 더 연로한 진짜 노인들이 많은 탓이다. 경로당엔 얼씬거릴 수도 없다. 그 곳 역시 입장이 다르지 않다. 어린이들에겐 어린이 놀이터가 주어지고, 노인들에겐 경로당이란 휴식공간이 마련되는데 나 같은 사람은 어디로 가야 하는가. 늙음은 얼굴보다 마음에 주름살을 준다는데, 내 얼굴에도 도랑이 파였지만 마음은 아직도 청춘이다. 나만 그러랴. 호호백발(晧晧白髮) 노인들의 심사도 나와 다르지 않으리라. 그러기에 스스로 노인인 것을 아는 사람은 없다고 하지 않던가.

그런데 과연 몇 살부터가 노인의 반열에 오를 수 있는 나이일까. 그 나이도 시대에 따라 변하는 것은 아닐까. 아득한 옛날 같으면 나도 당당히 노인대접을 받을 나이다. 그러나 지금 나는 노인이라고 뻐길 수가 없다. 노인 인구가 해가 갈수록 급격히 불어난 때문이다. 시내버스를 타더라도 경로석에 버티고 앉을 처지가 못된다. 나보다 더 연로한 진짜 노인들이 많은 탓이다. 경로당엔 얼씬거릴 수도 없다. 그곳 역시 입장이 다르지 않다. 어린이들에겐 어린이 놀이터가 주어지고, 노인들에겐 경로당이란 휴식공간이 마련되는데 나 같은 사람은 어디로 가야 하는가. 늙음은 얼굴보다 마음에 주름살을 준다는데, 내 얼굴에도 도랑이 파였지만 마음은 아직도 청춘이다. 나만 그러랴. 호호백발(晧晧白髮) 노인들의 심사도 나와 다르지 않으리라. 그러기에 스스로 노인인 것을 아는 사람은 없다고 하지 않던가.

사람은 단순히 나이와 함께 늙는 게 아니라 꿈을 상실하기 때문에 늙는다고 한 맥아더의 이야기는 백 번 옳다. 카토는 여든 살에 희랍어를 배우기 시작했고, 소포클레스가 그의 대표적 비극 작품인 '오이디프스'를 발표한 것도 여든 살 무렵이었다지 않던가. 내가 상사로 모셨던 진기홍 할아버지도 그렇다. 한국 우정사(郵政史)의 대가이신 진 할아버지는 여든이 되자 팔목에 힘이 빠져 원고를 쓸 수 없더란다. 그래서 여든 살부터 컴퓨터를 배워 지금은 컴퓨터로 원고를 쓸 뿐 아니라 가족회의나 자녀들과의 대화도 컴퓨터를 이용한다는 것이다. 마침내 컴퓨터 마니아가 되신 것이다. 올해 여든 일곱이신 진 할아버지의 삶은 나에게 신선한 충격 으로 다가왔다. 나도 무작정 컴퓨터부터 사들였고, 인터넷바다에 빠져들었다. 노인의 대열에 무임승차하여 대접이나 받으려던 나의 의식에 혁명적 변화를 일으킨 것이다. 나는 요즘 아름다운 실버를 위하여 나름의 준비를 하고 있다. 꿈을 지닌 노인이 되기 위하여 다시 대학 입시 수험생이 된 기분으로 살고 있다. 여든 살에 새로운 꿈을 예비하는 노인들이 있는데 나야 아직 이순(耳順)의 문턱도 넘지 않았지 않은가.

"집에 노인이 안 계시면 빌려서라도 모셔라."란 그리스의 속담은 옛이야기다. 나라 상감 님도 늙은이 대접은 한다고 했는데 그것도 왕조시대의 이야기고. 어린이들은 청와대에 초대하지만 노인들을 모셨다는 말은 아직 듣지 못했다. 멋진 노년을 위해서는 스스로 준비할 줄 알아야 한다. 그것이 '준비된 노인'이리라.



원로 수필가 김학(79) 씨는 전북 임실 출생으로 전북대 사학과를 졸업한 후 전주해성중·고 교사와 서해방송 프로듀서, KBS 전주방송총국 편성부장을 지냈다. 1980년 월간문학으로 등단해 전북문인협회, 전북펜클럽 회장 등을 역임했다. 전북 수필계의 원로로 40여 년간 수필가로 활동하며 수많은 문하생을 길러냈다. 전북대 평생교육원, 안골노인복지관, 꽃밭정이노인복지관, 신아문예대학 등에서 후학을 양성하는데 열정을 쏟았다. 저서로는 <손가락이 바쁜 시대> <수필아, 고맙다> <지구촌 여행기> 등 수필집 17권, <수필의 길 수필가의 길> 등 수필평론집 2권이 있다. 목정문화상, 전주시예술상, 대한민국 향토문학상, 한국현대문학 100주년 기념 문학상 수필집 부문 금관상, 원종린 수필문학상 대상 등을 수상했다. 2021.1.28. 작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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