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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인들은 자기를 불안하게 할 조짐이 보이는 인물을 만나면, 자고로 두 가지 수법을 써왔다. 하나는 내리누르는 것이고 하나는 받들어 올리는 것이다. 내리누르는 데는 낡은 습관이나 도덕을 이용하거나, 아니면 관의 힘을 빈다. 그 때문에 민중을 위해 분투하는 고독한 전사들도, 왕왕 그놈의 ‘행실이 바르지 못하다’느니 하는 비난들로 인해 주저앉아 버리기도 한다. 그들은 이렇게 하지 않으면 안심하지 못한다. 내리누르기를 할 수 없을 경우에는 받들어 올리기를 한다. 상대를 높이 받들어 올려 상대가 흡족해질 경우 자기를 해치지 않을 것이라 여기며 안심하는 것이다.

영리한 사람들은 물론 자기의 이익을 위해서 받들어 올린다. 세력가를 받들어 올린다든지, 배우나 총장을 받들어 올리는 경우가 그러하다. 그러나 보통 사람들, ‘사서삼경도 읽지 않은’ 사람들이 받들어 올리는 행동을 하는 동기는 대개 해(害)를 모면하기 위한 것일 뿐이다. 그들이 받들어 모시고 있는 신들을 보더라도, 대부분이 해를 끼치는 악한 신들이 대부분이다. 불의 신이나 역신(疫神)은 말할 것도 없고, 재물신조차도 뱀이나 고슴도치 같은 무서운 짐승들이다. 부처상은 좀 온화하고 사랑스러운 편이다. 그러나 이는 인도에서 들어온 것이지, 토종 중국의 것은 아니다. 요컨대 받들어 올림을 받는 대상들의 십중팔구는 좋은 것이 아니다.

열이면 아홉이 나쁜 것이기에 애써 받들어 올리더라도 그 결과는 받들어 올린 쪽의 기대와는 정반대로 되는 경우가 흔하다. 따라서 불안이 해소되지 않을 뿐만 아니라 불안이 더욱 가중된다. 그도 그럴 것이 인간의 욕망이란 한계가 없기에 받들어 올림을 받는 자의 욕심도 한이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사람들은 이것을 깨닫지 못한다. 그들은 일시적 안일을 꾀하기 위하여 오늘도 여전히 받들어 올리고 있다.

소화집(笑話集) 한 권을 읽은 적이 있다. 『소림광기(笑林廣記)』이었던 것 같다. 거기에 이런 이야기가 있다. 어느 현감이 회갑을 맞았는데, 그는 쥐띠였다. 그래서 수하의 관리들이 금으로 쥐 형상을 만들어 선물하였다. 현감은 그것을 받은 뒤, 이렇게 말하였다.

“내년에는 안사람이 회갑이라네. 나보다 한 살 아래니까 아마 소띠지.”

기실 현감에게 먼저 황금쥐를 선물하지 않았더라면 그가 결코 금송아지를 생각해 내지 못했을 것이다. 그러나 일단 맛을 들여 버렸으니 수습하기가 여간 어렵게 된 게 아니었다. 금송아지를 선물할 여력이 없는 것은 둘째 치고, 설령 그걸 선물한다 해도 그 다음에는 그의 ‘애첩’의 나이가 코끼리띠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보장이 없었다. 코끼리띠는 열두 간지에 없으니 터무니없는 소리라고 할지 모르겠다. 그러나 이것은 내가 그 현감 대신 그 방법을 한 번 생각해 본 것에 불과할 뿐이며, 현감에게는 우리로서는 감히 상상할 수도 없는 희한한 묘법이 따로 있을 것이다.

신해혁명 때, 내가 있던 S시에 도독이 부임해 왔었다. 그는 사서삼경 같은 것이라곤 읽어 본 적도 없는 인물이었다. 그러나 제법 정확한 판단력을 갖추고 있었고, 여론에도 귀를 기울였다. 그런데 그 지방 선비에서부터 서민에 이르기까지 조상 대대로 내려오는 그 받들어 올리기를 동원하여, 와~ 하고 추켜올리기 시작하였다. 이 사람이 찾아뵙고 저 사람이 모셔 올리며, 오늘은 비단이 들어오고 내일은 상어 지느러미가 들어왔다. 이렇게 받들어 올려지자 그 자신도 어떻게 할 바를 몰랐고, 나중에는 점차 예전 관리배들의 행태를 따라 백성들을 착취하기에 이르렀다.

아주 이상한 것이 하나 있다. 북부의 몇몇 성에는 황화강의 강둑이 사람이 사는 집의 지붕보다 훨씬 높다는 점이다. 처음에는 강물이 넘칠까 봐 흙을 조금씩 쌓아 올렸었다. 그런데 쌓아 올릴수록 수위가 점점 높아져 한번 둑이 터지면 피해가 더욱 막심하게 되었다. 이리하여 둑을 긴급 수리한다, 둑을 보호한다, 둑이 터지지 않게 감시한다. 등등 고생만 자꾸 늘어났다. 애초에 물이 처음 범람했을 때, 둑을 쌓아 올리지 말고 강바닥을 내려 팠더라면 이런 지경이 되지는 않았을 것이다.

금송아지를 바라는 자에게는 황금쥐는커녕 죽은 쥐도 주지 말아야 한다. 그러면 그런 생일잔치도 마련하지 않을 것이다. 생일을 축하하러 가지 않는 것만 해도 그야말로 일대 쾌거다.

중국인들이 사서 고생하는 근본 원인은 받들어 올리기만 좋아하는 데 있다. 복이 저절로 굴러들게 하는 길은 내려 파는 방법이다. 사실 어느 쪽이나 드는 힘은 비슷하다. 그런데도 타성에 젖은 사람은 역시 받들어 올리는 쪽이 힘이 덜 든다고 생각하고 있다.

 

루쉰 - 위키백과, 우리 모두의 백과사전

위키백과, 우리 모두의 백과사전. 루쉰(중국어 간체자: 鲁迅, 정체자: 魯迅, 병음: Lǔ Xùn, 1881년 9월 25일 ~ 1936년 10월 19일)은 중국의 소설가이다. 본명은 저우수런(중국어 간체자: 周树人, 정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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