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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 읽기

두 번 결혼하기 / 정목일

부흐고비 2021. 4. 5. 17:11

요즘 결혼식에서 “머리가 파뿌리가 될 때까지 사랑하라”고 말하는 주례자主禮者가 보이지 않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결혼 당사자들이나 하객들 중에서도 ‘시대에 뒤떨어진 소리를 하느냐?’고 마음속으로 핀잔을 받을 성도 싶다. 이미 미국이나 유럽에서 이혼율이 50% 이상인 것으로 나타나 ‘일생 1회 결혼’은 현실에 맞지 않다는 것이 증명된 셈이다.

일생에 한 번 결혼하는 것을 철칙으로 삼던 종래의 결혼풍속은 어느새 삶의 질質을 충족시키는데 미흡하다는 인식 속에, 몇 번을 하든 자유의사에 맡겨야 한다는 것이 일반화 된 느낌이다.

최근 일본인들의 정부 통계조사에 의한 결과를 보면, 결혼하지 않고 혼자 살다가 죽겠다는 ‘단 세대’가 30%를 차지하여, 결혼 가정 비율보다 높게 나타났다. 결혼이란 제도를 통해 남녀가 가정을 갖고 평생을 같이 살아야 한다는 고정관념이 붕괴되고, 개인의 자유와 의사가 보장되는 방향으로 조정되는 현상이다.

개인적인 삶의 의미와 자유 의지가 강조되는 대신, 민족이나 공동체의식과 핏줄, 후계 같은 연대의식이 희박해짐을 드러낸다. 생태계에 모든 생명체의 삶은 종족의 번식을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 이런 생존 본능은 생태계의 질서와 순환을 위한 영원 구조를 이루며, 자연의 섭리인 데도 인간만이 이탈을 시도하는 게 아닌가 한다.

생태계를 보면 강한 유전자를 지닌 동물이 많은 교미를 통해 종족의 번식을 도모하려는 현상을 보인다. 비단 인간만이 한 번의 결혼이라는 도덕적인 올가미를 씌워놓은 것이 합당한 일인가를 생각해 볼 법도 하다. 그러나 인간사회를 동물세계와 같이 무법 상태로 둔다면, 질서는 엉망진창이 되고, 힘이 없는 자는 평생에 한 번 결혼도 못하는 신세가 되고 말 것이다.

결혼이라는 것도 예전엔 한 남자와 한 여자의 결합이라는 게 상식이었다. 현대에 와선 동성 간의 결합, 계약 결합 등으로 개념과 성격이 달라진 경우도 생기게 되었다. 성인이 되면 ‘결혼’을 통한 사회생활이 일반화 되던 사고나 풍조와는 다른 형태들이 나타나고 있다. 결혼에 대한 인식의 변화라 할 수 있다.

한 번의 결혼이 원칙이라는 결혼관습과 인식은 이미 통계상의 이혼율로써 깨어지고 퇴색되고 말았다. 평균 수명 연장으로 말미암아 한 번의 결혼 관행은 앞으로 두 번 하는 쪽으로 나갈지 모른다. 인생의 상반기, 하반기를 나눠 한 번씩 결혼하는 방식이 상식화 되었을 경우에, 우리 사회는 어떤 현상이 빚어질 것인가?

또 민족의 관습과 종교의식 때문에 출산제한과 자유출산을 하는 나라가 있다. 인구 증가와 축소로 말미암아 어떤 영향을 미칠 지 단언하기 어려운 일이다. 결혼과 출산은 개인적인 문제일 뿐 아니라, 나라와 민족의 기본을 마련하는 일이 아닐 수 없다.

글로벌 시대를 맞아 모든 나라에서 다문화를 받아들이고 있지만, 중국과 인도 등 특정 나라의 인구가 과대화過大化 되는 추세에서 결혼의식은 곧 민족의 미래와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

결혼문제를 개인 문제로 돌려서 생각한다면, 나의 경우는 어떤 결정을 내릴 수 있을까? 참으로 난감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나의 결혼에 대한 선입견은 환상적인 면이 있었다. 결혼은 하나의 구원이 돼야 한다는 희망이었다. 누구나 왕자병과 공주병을 조금씩 지니고 있기 마련이다. 현실을 넘어선 사랑의 기적과 인연의 특별함에 의한 새로운 삶을 꿈꾸기 마련이다. 자신의 환경이 매우 열악했지만, 처지가 좋지 않은 사람의 눈물을 닦아줄 수 있다면 좋으리라고 생각하였다. 가정환경에 따라서 신분이 정해져서 비슷한 형편끼리 짝을 짓고 평생을 살아보자는 결혼의식엔 심한 염증을 느끼고 있었다.

총각 때부터 연애결혼을 선호했다. 자신의 발견과 서로의 눈 맞춤으로 인연을 맺고, 끌리는 매력을 느끼며 사랑하지 않고는 결혼에 도달할 수 없다. 결혼의 조건으로 첫째가 연애결혼이며 사랑을 전제로 해야 한다는 점이다. 재산이나 명예를 위해 안전한 삶을 위해 집안끼리 결합하는 안전장치는 현명하기도 하나, 일생에 있어서 사랑할 수 기회를 빼앗는 상실을 의미한다.

나는 아들과 딸이 결혼하기 전에, “당사자의 선택권을 빼앗지 않기 위해 반드시 연애결혼을 하는 것을 원칙으로 삼을 테니, 배우자를 선택하여 알려 달라.”고 했다.

인간은 두 번 정도는 결혼해야 한다는 게 통계상으로 나타나고 있지만, 나에게 그런 능력이 있을 성 싶지 않다. 지금까지 걸어온 삶을 회상하건데, 오늘의 일상을 갖추기까지 만도 시련과 노력의 결과로 이루어진 것임을 알고 있다. 문학에 빠져 생활을 모르는 나를 부축하여 여기까지 걸어온 사람이 아내임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나는 삶의 길을 묵묵히 가고 있으며 꿈꾸는 집을 짓고 싶어 한다. 문학이란 자유 공간에서 짓는 창조의 집이며, 그 안에 함께 할 문학이란 신부를 맞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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