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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詩 느낌

황지우 시인

부흐고비 2021. 5. 10. 09:10

새들도 세상을 뜨는구나/ 황지우
영화가 시작하기 전에 우리는/ 일제히 일어나 애국가를 경청한다/ 삼천리 화려 강산의/ 을숙도에서 일정한 군(群)을 이루며/ 갈대숲을 이륙하는 흰 새떼들이/ 자기들끼리 끼룩끼룩거리면서/ 자기들끼리 낄낄대면서/ 일렬 이열 삼렬 횡대로 자기들의 세상을/ 이 세상에서 떼어 메고/ 이 세상 밖 어디론가 날아간다/ 우리들도 우리들끼리/ 낄낄대면서/ 깔쭉대면서/ 우리의 대열을 이루며/ 한 세상 떼어 메고/ 이 세상 밖 어디론가 날아갔으면/ 하는데 대한 사람 대한으로/ 길이 보전하세로/ 각기 자기 자리에 앉는다/ 주저 앉는다//

뼈아픈 후회 / 황지우
슬프다// 내가 사랑했던 자리마다// 모두 폐허다// 완전히 망가지면서/ 완전히 망가뜨려놓고 가는 것; 그 징표 없이는/ 진실로 사랑했다 말할 수 없는 건지/ 나에게 왔던 사람들,/ 어딘가 몇 군데는 부서진 채/ 모두 떠났다// 내 가슴속엔 언제나 부우옇게 이동하는 사막 신전;/ 바람의 기둥이 세운 내실에까지 모래가 몰려와 있고/ 뿌리째 굴러가고 있는 갈퀴나무, 그리고/ 말라가는 죽은 짐승 귀에 모래 서걱거린다/ 어떤 연애로도 어떤 광기로도/ 이 무시무시한 곳에까지 함께 들어오지는/ 못했다, 내 꿈틀거리는 사막이./ 끝내 자아를 버리지 못하는 그 고열의/ 신상(神像)이 벌겋게 달아올라 신음했으므로/ 내 사랑의 자리는 모두 폐허가 되어 있다// 아무도 사랑해본 적이 없다는 거;/ 언제 다시 올지 모를 이 세상을 지나가면서/ 내 뼈아픈 후회는 바로 그거다/ 그 누구를 위해 그 누구를/ 한번도 사랑하지 않았다는 거// 젊은 시절, 내가 자청한 고난도/ 그 누구를 위한 헌신은 아녔다/ 나를 위한 헌신, 한낱 도덕이 시킨 경쟁심;/ 그것도 파워랄까, 그것마저 없는 자들에겐/ 희생은 또 얼마나 화려한 것이었겠는가// 그러므로 나는 아무도 사랑하지 않았다/ 그 누구도 걸어 들어온 적 없는 나의 폐허;/ 다만 죽은 짐승 귀에 모래의 말을 넣어주는 바람이/ 떠돌다 지나갈 뿐/ 나는 이제 아무도 기다리지 않는다/ 그 누구도 나를 믿지 않으며 기대하지 않는다.//

나는 너다 / 황지우
1.// 꼬박 밤을 지낸 자만이 새벽을 볼 수 있다./ 보라, 저 황홀한 지평선을!/ 우리의 새날이다./ 만세,/ 나는 너다./ 만세, 만세/ 너는 나다./ 우리는 全體다./ 성냥개비로 이은 별자리도 다 탔다.//
23.// 숨바꼭질,/ 어디어디 숨었니?/ ?표를 귀에 달고 참호에 엎드린/ 지명 수배자들./ 꼭꼭 숨어라!/ !표를 만들며 쫑끗, 머리카락을 들어올리는/ 숨소리./ 바스락거리는 소리,/ 나를 찾는 사람들이 오면 없다고 말해./ 나는 없다,/ 나는 없다고 말해.//
40-1.// 이곳을 먼저 다녀간 누군가가/ 흰 석회 벽에 손톱으로 써놓았다./ 날개, 날개가 있다면.//
46.// 영덕으로 가는 길목에서 짧게 엽서를 띄우오./ 가슴이 콩콩 뛰고 퇴계로를 가다가도 혼자/ 엉엉 울어버리던 슬픔이 나를 여기까지 오게 했소./ 세상에서 제일 가련한 나라, 이 나라 슬픔을 횡단하여 오늘,/ 나, 무너지는 東海 앞에 섰소. 폭우의 예감을 잔득 진 바다 위로 내리는 잿빛 빛의 雨傘, 소형선박들이/ 급히 돌아오고 이곳에도 젖은 삶이 있다는 것을,/ 고된 그날그날과 아파하는 우리나라 사람이 있다는 것을,/ 포구에 까옥거리는 육식의 굶은 갈매기 떼가 아우성치고 있소. 동해, 동해, 내 진흙 같은 절망을/ 난타하는. 성난 닭의 깃털을 단 파도가/ 돌아가라, 빨리 돌아가라 하오. 내일 보경사 들렀다/ 상경하겠소. 경주는 안 가오.//
59.// 용산, 철도병원 붉은 벽돌집,/ 天上의 플랫폼,/ 땅에서 올라온 담쟁이가 실핏줄처럼 번져/ 꽉 움켜쥐고 있다./ 살려다오, 살려다오.//
63.// 그는 얼마나 아플까./ 아플까?/ 毒 화살촉처럼 뾰쪽 나온 내 혓바닥.//
​102.// 지친 한밤의 100원짜리 삼립빵,/ 가난한 목수 아들의 살에서 뜯은 빵이여/ 잔업이 잔업을 낳고/ 靈魂에 찰싹 달라붙어 안 떨어지는, 利潤이라는 이름의 거머리./ 이 피는 포도주가 아니다./ 사제 목에 걸린 철십자가에 못 박힌 노동자./ 나의 安樂이 너를 못 박았다./ 이 짐승들아,/ 가슴을 친다고 그게 뽑혀지느냐.//
109-5.// 치열하게 싸운 자는/ 敵이 내 속에 있다는 것을 안다./ 지긋지긋한 집구석.//
126-2.// 시리아 사막에 떨어지는, 식은 석양/ 낙타가 긴 목을 늘어뜨려/ 붉은 天桃를 따 먹는다./ 비단길이여,/ 욕망이 길을 만들어놓았구나/ 끝없어라, 끝없어라/ 나로부터 갈래갈래 뻗어갔다가/ 내 등 위에 어느새 와 있는 이 길은.//
136.// 한때는 여기저기 결혼식장에 다니느라 바빴다./ 이제는 애들 돌잔치 챙기면서 우리들은 만난다./ 時事를 이야기하고 누구를 위하여 돈을 걷고,/ 상다리를 숟가락으로 두들기며 흘러간/ 「아침이슬」이나「꿈꾸는 백마강」을 부른다./ 이 애들 시집 장가보내는 식장에서 서로의 안부와 건강을/ 물을 것이다. 그리고 어느 날/ 우리는 問喪客이 될 것이다./ 그때,/ 야, 니는 어떻게 살았니?//
182.// 비 오는 날이면, 아내 무릎을 베고 누워, 우리는 하염없이 노래를 불렀다. 우리가 젤 좋아하는 노래는// 강물아 흘러 흘러 어디로 가니/ 넓은 세상 보고 싶어 바다로 간다.// 는 동요이다.// 그 方舟 속의 권태롭고 지겨운 시절이, 이제는 이 지상에서 우리가 누릴 수 있었던 지복한 틈이었다니!/ 넓은 세상 보고 싶어라. 華嚴의 넓은 세상./ 들어가도, 들어가도, 가지고 나올 게 없는/ 액체의 나라./ 나의 汚物을 지우는, 마침내 나를 지우는 바다.//
212.// 미순아, 미안하다/ 강의하러 양산리 한신대까지 가면서도/ 네가 일하고 있는 동일방직을 스치기만 하였다./ 지난달 네 몸이 아프다고 하여 작은아버지가 완도에서 올라오셨다는 말을 듣고도 가보지 못했다./ 배운 놈들 인정머리 없어서가 아니라/ 니가 노동자라는 사실에/ 이 못난 오빠는 가슴이 얹혔던 거다./ 쉬는 날이면 집에 와서 몸도 녹이고 김치랑 밑반찬이라도 좀 챙겨 가도록 해라./ 어쨌든 몸 성하게 조심하고 연락 좀 해라.// (나는 편지를 찢어버렸다.)/ (나는 안양으로 갔다.)//
301.// 나는 靑春이 싫다./ 터지지 않은 化膿이 화끈화끈 애린다./ 어서 늙고, 병 나아야지.// 내 사타구니에서/ 덜렁덜렁 鍾 치는 붉은 鐘樓,/ 때가 되었다고/ 운다.//
503.// 새벽은 밤을 꼬박 지샌 자에게만 온다./ 낙타야./ 모래 박힌 눈으로/ 동트는 地平線을 보아라./ 바람에 떠밀려 새날이 온다./ 일어나 또 가자./ 사막은 뱃속에서 또 꾸르륵거리는구나./ 지금 나에게는 칼도 經도 없다./ 經이 길을 가르쳐주진 않는다./ 길은,/ 가면 뒤에 있다./ 단 한 걸음도 생략할 수 없는 걸음으로/ 그러나 너와 나는 九萬里 靑天으로 걸어가고 있다./ 나는 너니까./ 우리는 自己야./ 우리 마음의 地圖 속의 별자리가 여기까지/ 오게 한 거야//
508.// 어머니는 우리들 앞에서, 종종, 느그 아부지는, 하고 말을 잇지 못할 때가 있다./ 그 '느그 아부지'라는 말에는 너무나 괜찮은 세월이 들어 있다.//

 

심인(尋人) / 황지우

김종수 80년 5월 이후 가출/ 소식 두절 11월 3일 입대 영장 나왔음/ 귀가 요 아는 분 연락 바람 누나/ 829-1551// 이광필 광필아 모든 것을 묻지 않겠다/ 돌아와서 이야기하자/ 어머니가 위독하시다// 조순혜 21세 아버지가/ 기다리니 집으로 속히 돌아오라/ 내가 잘못했다// 나는 쭈그리고 앉아/ 똥을 눈다//


겨울-나무로부터 봄-나무에로 / 황지우
나무는 자기 몸으로/ 나무이다/ 자기 온몸으로 나무는 나무가 된다/ 자기 온몸으로 헐벗고 영하 13도/ 영하 20도 지상에/ 온몸을 뿌리 박고 대가리 쳐들고/ 무방비의 나목(裸木)으로 서서/ 두 손 올리고 벌받는 자세로 서서/ 아 벌받은 몸으로, 벌받는 목숨으로 기립하여, 그러나/ 이게 아닌데 이게 아닌데/ 온 혼(魂)으로 애타면서 속으로 몸속으로 불타면서/ 버티면서 거부하면서 영하에서/ 영상으로 영상 5도 영상 13도 지상으로/ 밀고 간다, 막 밀고 올라간다/ 온몸이 으스러지도록/ 으스러지도록 부르터지면서/ 터지면서 자기의 뜨거운 혀로 싹을 내밀고/ 천천히, 서서히, 문득, 푸른 잎이 되고/ 푸르른 사월 하늘 들이받으면서/ 나무는 자기의 온몸으로 나무가 된다/ 아아, 마침내, 끝끝내/ 꽃 피는 나무는 자기 몸으로/ 꽃 피는 나무이다//

너를 기다리는 동안 / 황지우
너를 기다리는 동안/ 네가 오기로 한 그 자리에/ 내가 미리 가 너를 기다리는 동안/ 다가오는 모든 발자국은/ 내 가슴에 쿵쿵 거린다/ 바스락 거리는 나뭇잎 하나도/ 다 내게 온다// 기다려 본 적이 있는 사람은 안다/ 세상에서/ 기다리는 일처럼/ 가슴 애리는 일 있을까/ 네가 오기로 한 그 자리/ 내가 미리 와 있는 이곳에서/ 문을 열고 들어오는 모든 사람이/ 너였다가/ 너일 것이었다가/ 다시 문이 닫힌다// 사랑하는 이여/ 오지 않는 너를 기다리며/ 마침내 나는 너에게 간다/ 아주 먼데서 나는 너에게 가고/ 아주 오랜 세월을 다하여/ 너는 지금 오고 있다// 아주 먼데서/ 지금도 천천히 오고 있는 너를/ 너를 기다리는 동안/ 나도 가고 있다/ 남들이 열고 들어 오는 문을 통해/ 내 가슴에 쿵쿵 거리는/ 모든 발자국 따라/ 너를 기다리는 동안/ 나는 너에게 가고 있다//

바깥에 대한 반가사유 / 황지우
해 속의 검은 장수하늘소여/ 눈먼 것은 성스러운 병이다// 활어관 밑바닥에 엎드려 있는 넙치,/ 짐자전거 지나가는 바깥을 본다, 보일까// 어찌하겠는가, 깨달았을 때는/ 모든 것이 이미 늦었을 때/ 알지만 나갈 수 없는, 無窮(무궁)의 바깥/ 저무는 하루, 문 안에서 검은 소가 운다//

수은등 아래 벚꽃 / 황지우
사직공원(社稷公園) 비탈길,/ 벚꽃이 필 때면/ 나는 아팠다/ 견디기 위해/ 도취했다/ 피안에서 이쪽으로 터져나온 꽃들이/ 수은등을 받고 있을 때 그 아래에선/ 어떤 죄악도 아름다워/ 아무나 붙잡고 입맞추고 싶고/ 깬 소주병으로 긋고 싶은 봄밤이었다// 사춘기 때 수음 직후의 그/ 죽어버리고 싶은 죄의식처럼,/ 그 똥덩어리에 뚝뚝 떨어지던 죄처럼/ 벚꽃이 추악하게, 다 졌을 때/ 나는 나의 생이 이렇게 될 줄/ 그때 이미 다 알았다// 그때는 그 살의의 빛,/ 그 죄마저 부럽고 그립다/ 이젠 나를 떠나라고 말한,/ 오직 축하해주고 싶은,/ 늦은 사랑을/ 바래다주고 오는 길에서/ 나는 비로소/ 이번 생을 눈부시게 했던//

재앙스런 사랑 / 황지우
용암물이 머리 위로 내려올 때/ 으스러져라 서로를 껴안은 한 남녀;/ 그 속에 죽음도 공것으로 녹아버리고/ 필사적인 사랑은 폼페이의 돌에/ 목의 힘줄까지 불끈 돋은/ 벗은 생을 정지시켜놓았구나// 이 추운 날/ 터미널에 나가 기다리고 싶었던 그대,/ 아직 우리에게 체온이 있다면/ 그대와 저 얼음 속에 들어가/ 서로 으스져라 껴안을 때/ 그대 더러운 부분까지 내 것이 되는/ 재앙스런 사랑의/ 이 더운 옷자락 한가닥/ 걸쳐두고 싶구나// 이 세상에서 한 사람이 다른 한 사람에게/ 사랑한다고 한 말은/ 아무리 하기 힘든 작은 소리라 할지라도/ 화산암 속에서든 얼음 속에서든/ 하얀 김처럼 남아 있으리라//

어느 날 나는 흐린 주점에 앉아 있을 거다 / 황지우
초경을 막 시작한 딸아이, 이젠 내가 껴안아줄 수도 없고/ 생이 끔찍해졌다/ 딸의 일기를 이젠 훔쳐볼 수도 없게 되었다/ 눈빛만 형형한 아프리카 기민들 사진;/ "사랑의 빵을 나눕시다"라는 포스터 밑에 전 가족의 성금란을/ 표시해놓은 아이의 방을 나와 나는/ 바깥을 거닌다, 바깥;/ 누군가 늘 나를 보고 있다는 생각 때문에/ 사람들을 피해 다니는 버릇이 언제부터 생겼는지 모르겠다/ 옷걸이에서 떨어지는 옷처럼/ 그 자리에서 그만 허물어져 버리고 싶은 생;/ 뚱뚱한 가죽부대에 담긴 내가, 어색해서, 견딜 수 없다/ 글쎄, 슬픔처럼 상스러운 것이 또 있을까// 그러므로, 어느 날 나는 흐린 주점에 혼자 앉아 있을 것이다/ 완전히 늙어서 편안해진 가죽부대를 걸치고/ 등뒤로 시끄러운 잡담을 담담하게 들어주면서/ 먼 눈으로 술잔의 수위만을 아깝게 바라볼 것이다// 문제는 그런 아름다운 폐인(廢人)을 내 자신이/ 견딜 수 있는가, 이리라//

거룩한 식사 / 황지우
나이든 남자가 혼자 밥을 먹을 때/ 울컥, 하고 올라오는 것이 있다./ 큰 덩치로 분식집 메뉴표를 가리고서/ 등 돌리고 라면발을 건져 올리고 있는 그에게/ 양푼의 식은 밥을 놓고 동생과 눈흘기며 숟갈 싸움하던/ 그 어린것이 올라와, 갑자기 목메게 한 것이다.// 몸에 한 세상 떠 넣어주는/ 먹는 일의 거룩함이여/ 이 세상에서 모든 찬밥에 붙은 더운 목숨이여/ 이 세상에서 혼자 밥 먹는 자들/ 파고다공원 뒤편 순대집에서/ 국밥을 숟가락 가득 떠 넣으시는 노인의, 쩍 벌린 입이/ 나는 어찌 이리 눈물겨운가//

신 벗고 들어가는 그 곳 / 황지우
아파트 15층에서 뛰어내린 독신녀,/ 그곳에 가보면 틀림없이 베란다에/ 그녀의 신이 단정하게 놓여 있다/ 한강에 뛰어든 사람도 마찬가지라고 한다/ 시멘트 바닥이든 시커면 물이든/ 왜 사람들은 뛰어들기전에 자신이 신었던 것을 가지런하게 놓고 갈까?/ 댓돌 위에 신발을 짝 맞게 정돈하고 방에 들어가, 임산부도 아이 낳으러 들어가기 전에 신발을 정돈하는 버릇이 있다고 한다// 그러나, 그녀가 뛰어내린 곳에 있는 신발은 생은 여기서 끝난 것이 아니라고 말하는 듯하다./ 그것은 어떤 방향을가리키고 있다/ 다만 그 방향 이쪽에 그녀가 기른 열대어들이 수족관에서 물거품을 뻐끔거리듯 한번의 삶이 있을 따름이다// 돌아보라, 얼마나 많은 잘못 든 길들이 있었는가/ 가서는 안 되었던 곳,/ 가고 싶었지만 끝내 들지 못했던 곳들/ 말을 듣지 않는, 혼자 사는 애인 집 앞에서 서성이다 침침한 밤길을 돌아오던 날들처럼 헛된 것만을 밟은 신발을 벗고/ 돌아보면, 생을 '쇼부'칠 수 있는 기회는 꼭 이번만은 아니다//

겨울 산 / 황지우
너도 견디고 있구나// 어차피 우리도 이 세상에 세들어 살고 있으므로/ 고통은 말하자면 월세 같은 것인데/ 사실은 이 세상에 기회주의자들이 더 많이 괴로워하지/ 사색이 많으니까// 빨리 집으로 가야겠다//

길 / 황지우
삶이란/ 얼마간 굴욕을 지불해야/ 지나갈 수 있는 길이라는 생각// 돌아다녀 보면/ 朝鮮八道,/ 모든 명령은 초소다// 한려수도,內航船이 배때기로 긴 자국/ 지나가고 나니 길이었구나/ 거품 같은 길이여// 세상에, 할 고민 없이 괴로워하는 자들아/ 다 이리로 오라/ 가다보면 길이 거품이 되는 여기/ 내가 내린 닻, 내 덫이었구나//

꽃피는 삼천리 금수강산 / 황지우
개나리꽃이 피었습니다/ 미아리 점쟁이 집 고갯길에 피었습니다/ 진달래꽃이 피었습니다/ 파주 인천 서부전선 능선마다 피었습니다/ 백목련 꽃이 피었습니다/ 방배동 부잣집 철책담 위로 피었습니다/ 철쭉꽃이 피었습니다/ 지리산 노고단 상상봉 구름 밑에 피었습니다/ 라일락꽃이 피었습니다/ 이화여자대학 후문 뒤에 피었습니다/ 유채 꽃이 피었습니다/ 서귀포 앞 남마라도 산록에 피었습니다/ 안개풀꽃이 피었습니다/ 망월리 무덤 무덤에 피었습니다/ 망초 꽃이 피었습니다/ 동두천 생연리 봉순이네 집 시궁창에 피었습니다/ 수국꽃이 피었습니다/ 순천 송광사 명부전(冥府殿) 그늘에 피었습니다/ 칸나꽃이 피었습니다/ 수도육군통합병원 화단에 피었습니다/ 백일홍 꽃이 피었습니다/ 태백산 탄광 간이역 침목가에 피었습니다/ 해바라기 꽃이 피었습니다/ 봉천동 판자촌 공중변소 문짝 앞에 피었습니다/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경북 도경 국기 게양대 바로 아래 피었습니다/ 그러나,/ 개마고원에 무슨 꽃이 피었는지/ 영변 약산에 무슨 꽃이 피었는지/ 은율 광산에 무슨 꽃이 피었는지/ 마천령산맥에 백두산 천지에/ 그렇지 금강산 일만이천봉에/ 무-슨-꽃-이-피-었-는-지/ 무슨 꽃이 피었는지/ 나는 모릅니다/ 나는 못 보았습니다/ 보고 싶습니다//

나무는 여러번 살아서 좋겠다 / 황지우
11월의 나무는, 난감한 사람이/ 머리를 득득 긁는 모습을 하고 있다/ 아, 이 생(生)이 마구 가렵다/ 어언 내가 마흔이라는 사실에 당황하고 있을 때,/ 하늘은 컴퓨터 화면처럼 푸르고/ 환등기에서 나온 것 같은, 이상하게 밝은 햇살이/ 왜정 시대의 로마네스크식 관공서 건물 그림자를/ 가로수가 있는 보도에까지 늘어뜨리고 있다/ 11월의 나무는 그 그림자 위에/ 가려운 자기 생을 털고 있다/ 내가 어떻게 마흔인가/ 병원을 나와서도 병명을 받아들일 수 없는 사람처럼/ 나는 나를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으며// 11월의 나무는/ 아직도 살려고 발버둥치는 환자처럼, 추하다// 그래도 나무는 여러 번 살아서 좋겠다//

너무 오랜 기다림 / 황지우
아직도 저쪽에서는 연락이 없다/ 내 삶에 이미 와 있었어야 할 어떤 기별/ 밥상에 앉아 팍팍한 밥알을 씹고 있는 동안에도/ 내 눈은 골리앗 크레인에 올라간/ 현대중공업 노동자 아래의 구직난을,/ 그러나 개가 기다리고 있는 기별은 그런 것은 아니다,/ 고 속으로 말하고 있는 사이에도/ 보고 있다/ 저쪽은 나를 원하고 있지 않음이 분명하다/ 어쩌다가 삶에 저쪽이 있게 되었는지/ 수술대에 누워 그이를 보내놓고/ 그녀가 유리문으로 돌아서서 소리나지 않게/ 흔들리고 있었을 때도/ 바로 내 발등 앞에까지 저쪽이 와 있었다/ 저쪽, 저어쪽이//

눈 맞는 대밭에서 / 황지우
단식 7일째/ 도량 뒤편 눈 맞는 대밭에/ 어이없이 한동안 서 있다/ 창자 같은 갱도를 뚫고/ 난 지금 박장을 막 관통한 것이다 /눈 맞는 대밭은 딴 세상이 이 세상 같다/ 눈덩이를 이기지 못한 댓가지 우에/ 다시 눈이 사각사각 쌓이고 있다/ 여기가 이 세상의 끝일까/ 몸을 느끼지 못하겠다/ 내 죽음에 아무런 판돈을 걸어놓지 않은 이런 순간에/ 어서 그것이 왔으면 좋겠다/ 미안하지만, 후련한 죽음이//

눈보라 / 황지우
원효사 처마 끝 양철 물고기를 건드는 눈송이 몇 점,/ 돌아보니 동편 규봉암으로 자욱하게 몰려가는 눈보라// 눈보라는 한 사람을 단 한 사람으로만 있게 하고/ 눈발을 인 히말라야 소나무 숲을 상봉으로 데려가 버린다// 눈보라여, 오류 없이 깨달음 없듯, 지나온 길을/ 뒤돌아보는 사람은 지금 후회하고 있는 사람이다// 무등산 전경을 뿌옇게 좀먹는 저녁 눈보라여,/ 나는 벌받으러 이 산에 들어왔다// 이 세상을 빠져나가는 눈보라, 눈보라/ 더 추운 데, 아주아주 추운 데를 나에게 남기고// 이제는 괴로워하는 것도 저속하여/ 내 몸통을 뚫고 가는 바람 소리가 짐승 같구나// 슬픔은 왜 독인가/ 희망은 어찌하여 광기인가// 뺨 때리는 눈보라 속에서 흩어진 백만 대열을 그리는/ 나는 죄짓지 않으면 알 수 없는가// 가면 뒤에 있는 길은 길이 아니라는 것을/ 우리 앞에 꼭 한 길이 있었고, 벼랑으로 가는 길도 있음을// 마침내 모든 길을 끊는 눈보라, 저녁 눈보라,/ 다시 처음부터 걸어오라, 말한다//

무등(無等) / 황지우

무등 / 황지우 山/ 절망의산/ 대가리를밀어버/ 린,민둥산,벌거숭이산/ 분노의산,사랑의산,침묵의/ 산,함성의산,증인의산,죽음의산/ 부활의산,영생하는산,생의산,회생의/ 산,숨가쁜산,치밀어오르는산,갈망하는/ 산,꿈꾸는산,꿈의산,그러나현실의산,피의산,/ 피투성이산,종교적인산,아아너무나너무나폭발적인/ 산,힘든산,힘센산,일어나는산,눈뜬산,눈뜨는산,새벽/ 의산,희망의산,모두모두절정을이루는평등의산,평등한산,대/ 지의산,우리를감싸주는산,격하게,넉넉하게,우리를감싸주는어머니//

 

늙어 가는 아내에게 / 황지우
내가 말했잖아/ 정말, 정말, 사랑하는, 사랑하는, 사람들,/ 사랑하는 사람들은,/ 너, 나 사랑해?/ 묻질 않어/ 그냥, 그래,/ 그냥 살어/ 그냥 서로를 사는 게야/ 말하지 않고, 확인하려 하지 않고,/ 그냥 그대 눈에 낀 눈굽을 훔치거나/ 그대 옷깃의 솔밥이 뜯어주고 싶게 유난히 커 보이는 게야/ 생각나?// 지금으로부터 14년 전, 늦가을,/ 낡은 목조 적산 가옥이 많던 동네의 어둑어둑한 기슭,/ 높은 축대가 있었고, 흐린 가로등이 있었고/ 그 너머 잎 내리는 잡목 숲이 있었고/ 그대의 집, 대문 앞에선/ 이 세상에서 가장 쓸쓸한 바람이 불었고/ 머리카락보다 더 가벼운 젊음을 만나고 들어가는 그대는/ 내 어깨 위의 비듬을 털어 주었지/ 그런 거야, 서로를 오래오래 그냥, 보게 하는 거/ 그리고 내가 많이 아프던 날/ 그대가 와서, 참으로 하기 힘든, 그러나 속에서는/ 몇 날 밤을 잠 못 자고 단련시켰던 뜨거운 말:/ 저도 형과 같이 그 병에 걸리고 싶어요// 그대의 그 말은 에탐부톨과 스트렙토마이신을 한알 한알/ 들어내고 적갈색의 빈 병을 환하게 했었지/ 아, 그곳은 비어 있는 만큼 그대 마음이었지/ 너무나 벅차 그 말을 사용할 수조차 없게 하는 그 사랑은/ 아픔을 낫게 하기보다는, 정신없이,/ 아픔을 함께 앓고 싶어하는 것임을/ 한 밤, 약병을 쥐고 울어버린 나는 알았지/ 그래서, 그래서, 내가 살아나야 할 이유가 된 그대는 차츰/ 내가 살아갈 미래와 교대되었고// 이제는 세월이라고 불러도 될 기간을 우리는 함께 통과했다/ 살았다는 말이 온갖 경력의 주름을 늘리는 일이듯/ 세월은 넥타이를 여며주는 그대 손끝에 역력하다/ 이제 내가 할 일은 아침 머리맡에 떨어진 그대 머리카락을/ 침 묻힌 손으로 집어내는 일이 아니라/ 그대와 더불어, 최선을 다해 늙는 일이리라/ 우리가 그렇게 잘 늙은 다음/ 힘없는 소리로, 임자, 우리 괜찮았지?/ 라고 말할 수 있을 때, 그때나 가서/ 그대를 사랑한다는 말은 그때나 가서/ 할 수 있는 말일 거야//

가을 마을 / 황지우
저녁해 받고 있는 방죽둑 눈부신 억새밭,/ 윗집 흰둥이 두 마리 장난치며 들어간다/ 중풍 든 류씨의 대숲에 저녁 참새 시끄럽고/ 마당의 잔광(殘光), 세상 마지막인 듯 환하다/ 울 밖으로 홍시들이 내려와 있어도/ 그걸 따갈 어린 손목뎅이들이 없는 마을,/ 가을걷이 끝난 고서(古西)들에서 바라보니/ 사람이라면 핏기 없는 얼굴 같구나/ 경운기 빈 수레로 털털털, 돌아오는데/ 무슨 시름으로 하여 나는 동구 밖을 서성이는지/ 방죽 물 우으로 뒷짐 진 내 그림자/ 나, 아직도 세상에 바라는 게 있나//

들녘에서 / 황지우
바람 속에/ 사람들이....../ 아이구 이 냄새,/ 사람들이 살았네// 가까이 가보면/ 마을 앞 흙벽에 붙은/ 작은/ 붉은 우체통// 마을과 마을 사이/ 들녘을 바라보면/ 온갖 목숨이 아깝고/ 안타깝도록 아름답고// 야 이년아, 그런다고/ 소식 한 장 없냐//

등우량선(等雨量線) 1 / 황지우
1/ 나는 폭포의 삶을 살았다, 고는 말할 수 없지만/ 폭포 주위로 날아다니는 물방울처럼 살 수는 없었을까/ 쏟아지는 힘을 비켜갈 때 방울을 떠 있게 하는 무지개;/ 떠 있을 수만 있다면 空을 붙든 膜이 저리도록 이쁜 것을// 나, 나가요, 여자가 문을 쾅 닫고 나간다/ 아냐, 이 방엔 너의 숨소리가 있어야 해/ 남자가 한참 뒤에 중얼거린다//
2/ 이력서를 집어넣고 돌아오는 길 위에 잠시 서서/ 나는, 세상이 나를 안 받아준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아파트 실평수처럼 늘 초과해 있는 내 삶의 덩어리를/ 정육점 저울 같은 걸로 잴 수는 없을까/ 나는 제자리에 그대로 있는데 아이들이 마구 자라/ 수위가 바로 코밑에까지 올라와 있는 생활// 나는 언제나 한계에 있었고/ 내 자신이 한계이다/ 어디엔가 나도 모르고 있었던,/ 다른 사람들은 뻔히 알면서도 차마 내 앞에선 말하지 않는/ 불구가 내겐 있었던 거다/ 커피 숍에 앉아, 기다리게 하는 사람에 지쳐 있을 때/ 바깥을 보니, 여기가 너무 비좁다//
3/ 여기가 너무 비좁다고 느껴질 때마다/ 인도에 대해 생각한다/ 시체를 태우는 갠지스 강;/ 물 위 그림자 큰 새가/ 피안을 끌고 가는 것을 보고/ 세상이 너무 아름다워/ 기저해 쓰러져버린 인도 청년에 대해 생각한다/ 여기가 비좁다고 느껴질 때마다/ 히말라야 근처에까지 갔다가/ 산그늘이 잡아당기면 딸려들어가/ 영영 돌아오지 않는 여행자에 대해 생각한다//

메아리를 위한 각서(覺書) / 황지우
불 속에 피어오르는 푸르른/ 풀이어 그대 타오르듯/ 술 처마신 몸과 넋의 제일 가까운/ 울타리 밑으로 가장 머언/ 물 소리 들릴락말락/ (우리는 어느 溪谷[계곡]에 묻힐까 들릴까)/ 줄넘기하는 쌍무지개/ 둘레에 한세상 걸려 있네//

발작 / 황지우
삶이 쓸쓸한 여행이라고 생각될때/ 터미널에 나가 누군가를 기다리고 싶다/ 짐 들고 이 별에 내린 자여/ 그대를 환영하며/ 이곳에서 쓴맛 단맛 다 보고/ 다시 떠날때/ 오직 이 별에서만 초록빛과 사랑이 있음을/ 알고 간다면/ 이번 생에 감사할 일 아닌가/ 초록빛과 사랑: 이거/ 우주 기적 아녀//

붉은 우체통 / 황지우
버즘나무 아래/ 붉은 우체통이/ 멍하니, 입 벌리고 서 있다/ 소식이 오지 않는다/ 기다리지 않는 사람들에게는/ 思想이 오지 않는다/ 사랑하는 이여, 비록 그대가/ 폐인이 될지라도/ 그대를 버리지 않겠노라/ 고 쓴 편지 한 통 없지만,/ 병원으로 가기 위해/ 길가에서 안개꽃 한 묶음을 사는데/ 두 다리가 절단된 사람이/ 뱃가죽에 타이어 조각을 대고/ 이쪽으로 기어서 온다 //

비 그친 새벽 산에서 / 황지우
비 그친 새벽 산에서/ 나는 아직도 그리운 사람이 있고/ 산은 또 저만치서 등성이를 웅크린 채/ 槍 꽃힌 짐승처럼 더운 김을 뿜는다/ 이제는 그대를 잊으려 하지도 않으리/ 산을 내려오면/ 산은 하늘에 두고 온 섬이었다/ 날기 위해 절벽으로 달려가는 새처럼/ 내 希望의 한 가운데에는 텅 비어 있었다//

상실 / 황지우
귀밑머리 허옇도록 放心한 노교수도/ 시집간다고 찾아온 여제자에게/ 상실감을 갖는 것이 사실이다./ 하물며,가버린 낙타여/ 이 모래 바다 가는 길손이란!// 어쩌면 이 鹿苑은/ 굴절되어 바람에 떠밀려 온 신기루인지도 모른다/ 그렇지만 모래밭과 풀밭이 갈리는 境界에 이르러/ 나는 기를 쓰고 草錄으로 들어가려 하고/ 낙타는 두발로 브레이크를 밟고 완강히 버티고// 결국,어느 華嚴 나무 그늘에서/ 나는 고삐를 놓아버렸지/ 기슭에 게으르게 뒹구는 사슴들,/ 계곡에 내려가지 않고도/ 물의 찬 혓소리 듣는 법을 알고/ 목마름이 없으므로/ '목마름'이 없는 뜨락/ 멋모르고 처음 돌아오는 자에게도/ 돌아왔다고 푸른/ 큰 나무 우뢰 소리 金剛 옷을 입혀 주는구나// 내가 놓아버린 고삐에 있었던 낙타여/ 내 칼과 한 장의 지도와 經 몇 권 든 쥐배낭/ 안 그래도 무거운 肉峰에 메고 어느 모랫바람 속에서/ 방울 소리 딸랑거리고 있느냐/ 새 길손 만나 왔던 길을/ 初行처럼 가고 있지 않은지/ 내 귀밑머리 희어지도록 너를 잊지 못하고/ 내가 슬퍼하는 것은 그대가 나를 떠났다는 것이지만/ 내가 후회하는 것은 그대를 끝끝내 끌고/ 여기에 오지 않았다는 것,/ 차라리 그대를 내 칼로 베어버리고/ 그 칼을 저 鹿溪에 씻어줄 걸/ 씻어줄 걸//

새들도 세상을 뜨는구나 / 황지우
영화가 시작하기 전에 우리는/ 일제히 일어나 애국가를 경청한다./ 삼천리 화려 강산의/ 을숙도에서 일정한 군(群)을 이루며/ 갈대숲을 이룩하는 흰 새떼들이/ 자기들끼리 끼룩거리면서/ 자기들끼리 낄낄대면서/ 일렬 이열 삼렬 횡대로 자기들의쭬세상을/ 이 세상에서 떼어 메고/ 이 세상 밖 어디론가 날아간다./ 우리도 우리들끼리/ 낄낄대면서/ 깔죽대면서/ 우리의 대열을 이루며/ 한 세상 떼어 메고/ 이 세상 밖 어디론가 날아갔으면/ 하는데 대한 사람 대한으로/ 길이 보전하세로/ 각각 자기 자리에 앉는다./ 주저앉는다//

설경 / 황지우
날 새고 눈 그쳐 있다/ 뒤에 두고 온 세상./ 온갖 괴로움 마치고/ 한 장의 수의(壽衣)에 덮여 있다./ 때로 죽음이 정화라는 걸/ 일러주는 눈발/ 살아서 나는 긴 그림자를/ 그 우에 짐부린다.//

세상의 고요 / 황지우
맑고 쌀쌀한 초봄 흙담벼락에 붙어 햇볕 쬐는데/ 멀리 동구 밖 수송기 지나가는 소리 들렸을 때// 한여름 뒤란 감나무 밑 평상에서 낮잠 자고 깨어나/ 눈부신 햇살 아래 여기가 어딘지 모르게 집은 비어 있고/ 어디선가 다듬이질 소리 건너올 때// 아무도 없는 방, 라디오에서 일기 예보 들릴 때// 오래된 관공서 건물이 古宮으로 드리운 늦가을 그림자/ 그리고 투명하고 추운 하늘을/ 재판 받으러 가는 호송 버스에서 힐끔 보았을 때// 백미러에 國道 포플러 가로수의 소실점이 들어와 있을 때// 야산 겨울숲이 저만치 눈보라 속에서 사라질 때// 오랜만에 올라온 서울, 빈말로라도 집에 가서 자자는 놈 없고/ 불 꺼버린 여관 앞을 혼자 서성일 때// 흰 영구차가 따뜻한 봄산으로 들어갈 때// 그때, 이 세상은 문득 이 세상이 아닌 듯/ 고요하고 한없이 나른하고 無窮과 닿아 있다/ 자살하고 싶은 한 극치를 순간 열어준 것이다//

소나무에 대한 예배 / 황지우
학교 뒷산 산책하다, 반성하는 자세로,/ 눈발 뒤집어쓴 소나무, 그 아래에서/ 오늘 나는 한 사람을 용서하고/ 내려왔다. 내가 내 품격을 위해서/ 너를 포기한 것이 아닌,/ 너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이것이/ 나를 이렇게 휘어지게 할지라도./ 제 자세를 흐트리지 않고/ 이 地表 위에서 가장 기품 있는/ 建木 소나무, 머리의 눈을 털며/ 잠시 진저리친다.//

손을 씻는다 / 황지우
하루를 나갔다 오면/ 하루를 저질렀다는 생각이 든다/ 내심으로는 내키지 않는 그 자와도/ 흔쾌하게 악수를 했다/ 이 손으로/ 만져서는 안 될 것들을/ 스스럼없이 만졌다/ 義手를 외투 속에 꽂고/ 사람들이 종종걸음으로 사라지는/ 코리아나 호텔 앞/ 나는 共同正犯이라는 생각을 떨쳐버릴 수가 없었다/ 비누로 손을 씻는다/ 비누가 나를 씻는 것인지/ 내가 비누를 씻는 것인지/ 미끌미끌하다//

아직은 바깥이 있다 / 황지우
논에 물 넣는 모내기철이/ 눈에 봄을 가득 채운다// 흙바닥에 깔린 크다란 물거울 끝에/ 늙은 농부님, 발 담그고 서 있는데/ 붉은 저녁 빛이 斜繕으로 들어가는 마을,/ 묽은 논물에 立體로 내려와 있다// 아,/ 아직은 저기에 바깥이 있다/ 저 바깥에 봄이 자운영꽃에 지체하고 있을 때// 내/ 몸이 아직 여기 있어/ 아직은 요놈의 한세상을 알아본다// 보릿대 냉갈 옮기는 담양 들녘을/ 노릿노릿한 늦은 봄날, 차 몰고 휙 지나간 거지만//

안부 1 / 황지우
아침에 일어나면 먼저, 어머님 문부터 열어본다./ 어렸을 적에도 눈뜨자마자/ 엄니 코에 귀를 대보고 안도하곤 했었지만,/ 살았는지 죽었는지 아침마다 살며시 열어보는 문;/ 이 조마조마한 문지방에서/ 사랑은 도대체 어디까지 필사적인가?/ 당신은 똥싼 옷을 서랍장에 숨겨놓고/ 자신에서 아직 떠나지 않고 있는/ 생을 부끄러워하고 계셨다./ 나를 이 세상에 밀어놓은 당신의 밑을/ 샤워기로 뿌려 씻긴 다음/ 흐트러진 머리카락을 빗겨드리니까/ 웬 꼬마 계집아이가 콧물 흘리며/ 얌전하게 보료 위에 앉아 계신다./ 그 가벼움에 대해선 우리 말하지 말자.//

안부 2 / 황지우
안녕하신지요. 또 한 해 갑니다/ 일몰의 동작대교 난간에 서서/ 금빛 강을 널널하게 바라봅니다/ 서쪽으로 가는 도도한 물은/ 좀더 이곳에 머물렀다 가고 싶은 듯/ 한 자락 터키 카펫 같/은 스스로 발광하는 수면을/ 남겨두고 가대요/ 그 빛, 찡그린 그대 실눈에도/ 對照해 보았으면, 했습니다// 마추픽추로 들어가는 지난번 엽서,/ 이제야 받았습니다/ 숨쉬는 것마저 힘든/ 그 空中國家에 제 생애도/ 얼마간 걸쳐놓으면 다시/ 살고 싶은 마음 나겠지요마는/ 연말연시 피하여 어디 쓸쓸한 곳에 가서/ 하냥 멍하니, 있고 싶어요/ 머리 갸우뚱하고 물밑을 내려다보는/ 게으른 새처럼/ 의아하게 제 삶을 흘러가게 하게요//

한국생명보험회사 송일환씨의 어느 날 / 황지우
1983년 4월 20일, 맑음, 18℃// 토큰 5개 550원, 종이컵 커피 150원, 담배 솔 500원, 한국일보 130원, 짜장면 600원, 미스 리와 저녁 식사하고 영화 한 편 8,600원, 올림픽 복권 5장 2,500원// 표를 주워 주인에게 돌려/ 준 청과물상 金正權(46)// 령=얼핏 생각하면 요즘/ 세상에 趙世衡같이 그릇된// 셨기 때문에 부모님들의 생/ 활 태도를 일찍부터 익혀 평// 가하는 것이 더욱 중요한 것/ 이다. (李元柱 군에게) 아// 임감이 있고 용기가 있으니/ 공부를 하면 반드시 성공//

대도둑은 대포로 쏘라/ - 안의섭, 두꺼비//

저물면서 빛나는 바다 / 황지우
긴 외다리로 서 있는 물새가 졸리운 옆눈으로/ 맹하게 바라보네, 저물면서 더 빛나는 바다를//
* 안치환의 노래 : 저물면서 빛나는 바다

화엄광주(華嚴光州) / 황지우
하늘과 땅을 溶接(용접)하는 보라색 빛/ 하늘의 뿌리 잠시 보여준 뒤/ 환희심에서 발을 동동 구르는 帝釋天(제석천),/ 저 멀리 구름장 밑으로/ 우렛소리, 도라무깡처럼 우르르르르 굴러오네/ 이윽고 비가 빛이 되고/ 願(원)을 세우니, 거짓말이나니/ 희망은 作用(작용)하는 거짓말이므로//
전남대학교 정문// 문짝 없는 문, 해탈했네/ 아귀탕처럼 입 쩍 벌리고 털 난 鐵齒(철차) 드러낸/ 아수라 아귀, 울퉁불퉁 종기 난 쇠방망이 들고/ 無門(무문) 앞에 서 있고, 어?/ 없는 것들이 있네,/ 좋은 것으로 나아가는 문 앞에는/ 어째서 꼭 나쁜 것들이 있을까?/ 푸르스름한 고춧가루 안개가/ 용과 봉황 모양으로/ 버짐 나무숲 위로 자욱하게 기어오르고/ 눈물을 담은 능금 열매들이 후두두두둑/ 다시 그 자리에 떨어지네/ 어메, 저 잡것들, 헛것들이 힘쓰네이/ 헛것들아, 헛것들아, 문 한번 지나간다고/ 해탈할까마는 이 문은 지나가는 것이제/ 빠져나가는 구멍이 아니랑게/ 선남선녀들, 아름다운 舌音(설음)과 母音(모음)으로/ 일렀으나 아귀들, 헛것들인지라/ 그리고 대저 헛것들일수록 불안감이/ 증가시키는 더 큰 힘을 쓰는지라/ 종기투성이 쇠방망이 휘두르며 더 날뛰네/ 이에 선남선녀들, 해탈문 아래 도솔천 계곡에/ 내려가 지천으로 불꽃 핀 불꽃들 꺾어/ 이 헛것들, 물러가라/ 이 헛것들 뒤의 더 큰 헛것들, 물러가라/ 이 헛것들 뒤의 더 큰 헛것들 뒤의 더 더 큰/ 헛것들, 물러가라, 물러가라, 외치며 던지니/ 그 꽃들만 성층권 밖으로 뚫고 나가/ 보이지 않네// 상점 주인들이 수도 호스로 길을 씻고/ 그날 밤, 꽃들이 사라진 그 자리에/ 獅子座(사자좌), 환히 點燈(점등)하고 나타나네/ 돌덩어리에다가 얼마나 뜨거운 마음을 넣으면/ 별이 되었을꼬//
공용 터미널// 나는 이렇게 들었네/ 이 종점은 다시 모든 곳 十方世界(십방세계)로 출발한다고/ 떠나고 돌아오고/ 돌아오고 떠나고/ 업 싣고 갔던 소달구지, 적재량 초과되어/ 입에 진득한 비누 거품 물고/ 때로는 낮은 클라리넷 소리로 엄마를 부르며/ 만겁 인연의 낡은 驛舍(역사)로 돌아오고/ 떠나고 돌아오고/ 돌아오고 떠나고/ 좀체 브레이크가 없는 수레바퀴 아래/ 풀을 먹는 벌레/ 풀을 먹은 벌레를 먹는 딴 벌레/ 풀을 먹은 벌레를 먹는 딴 벌레를 먹는 물고기/ 그 물고기를 먹는 새/ 그 물고기를 먹은 새를 먹는 짐승/ 그 물고기를 먹은 새를 먹은 짐승들을 먹는 사람들/ 아, 수레바퀴여/ 결과를 다시 밟아 잡아먹는 원인이여/ 그해 佛紀(불기) 이천오백스무네 번째 부처님 오신 날/ 어찌하여 진리는 말도 안 되는 역설로/ 복수하였는지요// 약국 앞길에 괴어둔 자전거/ 뒷바퀴를 한 아이가 돌리고 있네/ 시계 톱니 음악 소리를 내며/ 돌아가는 아름다운 바큇살/ 짐을 내린 그 자전거 타고/ 그 아이, 벌써 몇 세상 갔네//
광주 공원// 나는 여러 군데서 여러 번 이렇게 들었네/ 화엄도 말짱 구라고/ 부처도 베어버리자고/ 옳도다, 화엄도 구라였고/ 부처도 이미 베어져 있었네/ 잔뜩 바람 먹은 떡갈나무숲 위로 펄럭이던/ 天幕(천막) 갑자기 暗電(암전)되던 날/ 사람 대가리가 뽀개진 수박 덩이처럼 뒹굴고/ 사람이 없어졌으므로/ 부처도 없어졌네/ 사람이 없어졌으므로 부처도/ 터져 나온 내장은 저렇게 순대로/ 몸뚱어리는 어디론가 가 버리고 다만/ 대가리만 남아 푸욱 삶아져/ 저렇게 눈 감고 소쿠리에 臥禪(와선)하고 있는 거이네// 나무관세음보살 지장보살/ 관세음보살 지장보살/ 관세음보살 지장보살// 떡갈나무숲 공원 광장 건너편 순댓국집들 앞/ 아저씨는 프로판가스 화염 분사기로 돼지머리를/ 지지고 아주머니는 합성고무 다라이에 든/ 출렁출렁한 내장들 피를 씻어낸다/ 그 핏물 광주천으로 흘러내리고/ 그 검은 궁창, 멀리 하남 땅/ 흰 극락강으로 가고 있다// 어느 날/ 극락강 사구에서/ 목 없는 돌부처들,/ 洪水(홍수)에 씻겨/ 올라왔지/ 國會(국회) 光州特委(광주특위) 위원들이 혹시나 하고 다녀가고/ 그렇지만 부처는 이렇게/ 없어진 채로,/ 늘,/ 있네/ 부활도 하지 않고/ 죽지도 않고//
광천동// 我聞如是(아문여시)/ 광주보다 먼저 있는 이름, 빛의 샘/ 그래서 무등 경기장 왼쪽 외야석 상공/ 새털구름 깃털에 노을이 살짝 비낀,/ 부끄럼타는 듯한 아름다운 서광을/ 프로야구 중계 화면이 전국에 보여주기도 하네/ 광주로 빛을 다 보내고/ 어둑어둑해지면/ 일신방직공장 정문 앞 여공들 삼교대하고/ 윤상원의 누이, 형광등 아래에서/ 끊긴 실을 찾고 있네// 오빠, 아직 이 실 끝에 있능가// 세상은 죄다 사람이 지은 거라고/ 쬐그만 들불로 비춰주었던 오빠,/ 그때에 비하면 지금은 바스락 소리가 날 것 같은/ 형광등 아래/ 아직도 이 세상을 빠져나가지 못하고/ 세상을 다감고도 남을 실타래 어디에 걸려 있구만이/ 노동자 보살이 이렇게 해서 끄집어낸/ 형광등 아래의 빛실이/ 충장로 밤거리를 걷는 사람의 옷 솔기에서/ 풀리고 있네//
끝없이 북으로 뻗친 비단江(강)// 광천동을 돌아 금남로에 이른 영업용 택시,/ 양쪽에 물날개 달고 억수 속을 질주하네/ 물은 맑아 물 저 밑/ 거뭇거뭇한 아스팔트가 보이고/ 옛날에는 이 강 밑으로 길이었는가 보죠,/ 묻고 싶었네/ 불과 몇 달 전 일 같은데 벌써 遺蹟(유적)이 되어/ 밑바닥으로 내려가 있는 길,/ 수면에 기총소사 하듯 소나기 두드러기/ 무수히 돋는 먹물강이구나/ 나는 그렇게 들었네/ 검은 무쇠소가 이 강에 들어갔다 나오면/ 흰 羽緞(우단) 같은 소가 된다는데/ 보면 깊어도 서면 발바닥에도 못 미치는/ 이 비단 두께의 강에 어떻게 들어가랴/ 그 당시 자기도 큰 코끼리 등에 타고/ 잠시 들어갔다 나왔다고 말하는 기사님/ 그래서인가, 나이에 비해 머리카락 어느새 허옇네/ 그 당시 가로수였던 은행나무들 물 위로 올라와/ 호우주의보가 몰고 온 비바람에도 휘지 않고/ 맞서 함성 지르네/ 도청 앞 Y건물에 내려서 보니/ 왔던 길,/ 끝없이 북으로 뻗친 비단강, 뿌우옇게/ 보이지 않는 靑天江(청천강) 하늘 아래로 흘러드는 듯하네.//
도청// ​약속 시간이 훨씬 지났는데도/ 온다던 사람 아직 보이지 않고/ 기다리다 못해 사자좌에서 일어난 사자/ 몸을 털며 크게 포효하니 고막이 찢어지게/ 하늘이 번개표 모양으로 찢어지고/ 이윽고, 꽃이 되었다가 별이 되었던/ 돌, 우박 떨어지는구나/ 이 비에 사람이 어떻게 오랴만/ 때로 진실은 약속을 깸으로써 오기도 하지/ 우리가 간절하게 기다리는 건/ 우리가 기다리는 동안에 가장 온전하게, 와있듯이/ 이 비 그치면/ 이 비 그치면// 저 도청 앞 분수대에/ 유리 줄기 나무 높이 올라오르리라/ 그 투명 가지가지마다/ 지금까지 참았던 눈물 힘껏 빨아올려/ 유리 나무 상공에 물방울 뿌린 듯/ 수많은 魔尼(마니)보배 꽃, 빛 되리라/ 그때에 온 사찰과 교회와 성당과 무당에서/ 다 함께 종 울리고/ 집집마다 들고 나온 연등에서도 빛의/ 긴 범종 소리 따라 울리리라/ 상점도 은행도 창고도 모두 열어두고/ 기쁜 마음 널리 내는 강 같은 사람들/ 發光體(발광체)처럼 절로 빛나는 얼굴들 하고/ 젊은이는 무등 태우고 늙은이는 서로 업고/ 어린이는 꽃 갓끈 빛난 신 신겨 앞세우고/ 금남로로, 금남로로, 노동청으로, 도청으로/ 十方(십방)으로 큰 우렛소리 두루 내는 강처럼/ 흘러들고 흘러나오고/ 그때여, 須彌山(수미산)에서 날아와 굳어 있던/ 무등산이 비로소 두 날개 쫘악 펴고/ 羽化昇天(우화승천)하니, 정수리에 박혀 있던/ 레이다 기지 산산조각 나는구나/ 땅에서는 환호성, 하늘에서는/ 비밀한 불꽃 빛 천둥 음악/ 마침내 망월로 가는 길목 山水(산수)에는/ 기쁜 눈으로 세상 보는 보리수 꽃들/ 푸르른 억만 송이, 작은 귓속말 속삭이고/ 오시는 때맞춰 황금 깃털 수탉이 숲 위로/ 구름 憧奇(동기) 일으키며 힘차게 우는 鷄林(계림)/ 그때에 도둑, 깡패, 마약범, 가정파괴범,/ 국가보안법 관련자, 장기수 공산주의자들이/ 폭소를 터뜨리며 교도소 문을 나오고/ 그날 밤, 연꽃 달 환히 띠우고/ 여어러 세상 흘러온 굽이굽이 千江(천강)이/ 산기슭에 닿아 있는 月山(월산), 처음으로/ 물속 연꽃 다 보았던 개 한 마리/ 늑대 울음 울며 산으로 돌아가고//

산경을 덮으면서 1 / 황지우
적설 20cm가 덮은 운주사(雲舟寺),/ 뱃머리 하늘로 돌려놓고 얼어붙은 목선 한 척/ 내, 오늘 너를 깨부수러/ 오 함마 쇠뭉치 들고 왔다/ 해제, 해제다/ 이제 그만 약속을 풀자/ 내, 정이 많아 세상을 이기지 못하였으나/ 세상이 이 지경이니/ 봄이 이 썩은 배를/ 하늘로 다시 예인해가기 전/ 내가 지은, 그렇지만 작용하는 허구를/ 작파하여야것다//

산경을 덮으면서 2 / 황지우
가슴을 치면/ 하늘의 운판(雲板)이 박자를 맞추는/ 그대 슬픔이 그리 큰가/ 적설 20cm,/ 얼음 이불되어/ 와불 부부의 더 추운 동침을 덮어 놓았네/ 쇼크로 까무라친 듯/ 15도 경사로 누워 있는 부처님들/ 석안(石眼)에 괸, 한 됫박 녹은 눈물을/ 사람 손으로 쓸어내었네//

산경을 덮으면서 3 / 황지우
운주사 다녀오는 저녁/ 사람 발자국이 녹여놓은, 질척거리는/ 대인동 사창가로 간다/ 흔적을 지우려는 발이/ 더 큰 흔적을 남겨놓을지라도/ 오늘밤 진흙 이불을 덮고/ 진흙덩이와 자고 싶다// 넌 어디서 왔냐?//

황지우 시인이 보낸 연하장
세월이, 외상값 받으러/ 심부름 온 아이처럼,/ 섣달 그믐 門 앞에서/ 종종거립니다./ 아, 또 저 녀석을 뭐라 달래어 보내지요?/ 지난 한 해 厚意에/ 감사드리며/ 눈돌려 乙丑年 새해 향해/ 벅찬 숨 한번 쉽니다// 황지우 拜上// Dec. 2008//

 



황지우 시인
- 1952년, 전라남도 해남 출생. - 서울대학교 인문대학 미학과 졸업. - 1980년, 중앙일보 신춘문예 입선으로 등단.

- 시집으로 『새들도 세상을 뜨는구나』, 『겨울-나무로부터 봄-나무에로』, 『나는 너다』, 『게 눈 속의 연꽃』, 『저물면서 빛나는 바다』 , 『어느 날 나는 흐린 酒店에 앉아 있을 거다』 등이 있음.

- 옥관문화훈장, 대산문학상, 백석문학상, 소월시문학상, 현대문학상, 김수영문학상 수상. - 한신대 문예창작과 교수, 한국예술종합학교 연극원 극작과 교수, 한국예술종합학교 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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