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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詩 느낌

나태주 시인

부흐고비 2021. 5. 10. 09:11

풀꽃 / 나태주


풀꽃 1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 너도 그렇다.//


풀꽃 2

이름을 알고나면/ 이웃이 되고/ 색깔을 알고나면/ 친구가 되고/

모양까지 알고 나면/ 연인이 된다/ 아, 이것은 비밀//


풀꽃 3

기죽지 말고 살아봐/ 꽃 피워 봐/ 참 좋아//

 


​​꽃들아 안녕 / 나태주
꽃들에게 인사할 때/ 꽃들아 안녕!// 전체 꽃들에게/ 한꺼번에 인사를/ 해서는 안 된다// 꽃송이 하나하나에게/ 눈을 맞추며/ 꽃들아 안녕! 안녕!// 그렇게 인사함이/ 백번 옳다.//

촉 / 나태주
무심히 지나치는/ 골목길// 두껍고 단단한/ 아스팔트 각질을 비집고/ 솟아오르는/ 새싹의 촉을 본다// 얼랄라/ 저 여리고/ 부드러운 것이! // 한 개의 촉 끝에/ 지구를 들어올리는/ 힘이 숨어 있다.//

시 / 나태주
마당을 쓸었습니다/ 지구 한 모퉁이가 깨끗해졌습니다// 꽃 한 송이가 피었습니다/ 지구 한 모퉁이가 아름다워졌습니다// 마음속에 시 하나 싹텄습니다/ 지구 한 모퉁이가 밝아졌습니다// 나는 지금 그대를 사랑합니다/ 지구 한 모퉁이가 더욱 깨끗해지고/ 아름다워졌습니다//

시 / 나태주
길거리나 사람들 사이에/ 버려진 채 빛나는/ 마음의 보석들//

행복 / 나태주
저녁때/ 돌아갈 집이 있다는 것// 힘들때/ 마음속으로 생각할 사람 있다는 것// 외로울때/ 혼자서 부를 노래 있다는 것//

기쁨 / 나태주
난초 화분의 휘어진/ 이파리 하나가/ 허공에 몸을 기댄다// 허공도 따라서 휘어지면서/ 난초 이파리을 살그머니/ 보듬어 안는다// 그들 사이에 사람인 내가 모르는/ 잔잔한 기쁨의/ 강물이 흐른다//

선물 / 나태주
하늘 아래 내가 받은/ 가장 커다란 선물은/ 오늘입니다// 오늘 받은 선물 가운데서도/ 가장 아름다운 선물은/ 당신입니다// 당신 나지막한 목소리와/ 웃는 얼굴, 콧노래 한 구절이면/ 한 아름 바다를 안은 듯한 기쁨이겠습니다.//

아끼지 마세요 / 나태주
좋은 것 아끼지 마세요/ 옷장 속에 들어 있는 새로운 옷 예쁜 옷/ 잔칫날 간다고 결혼식장 간다고/ 아끼지 마세요/ 그러다 그러다가 철 지나면 헌옷 되지요// 마음 또한 아끼지 마세요/ 마음속에 들어 있는 사랑스런 마음 그리운 마음/ 정말로 좋은 사람 생기면 준다고/ 아끼지 마세요/ 그러다 그러다가 마음의 물기 마르면 노인이 되지요// 좋은 옷 있으면 생각날 때 입고/ 좋은 음식 있으면 먹고 싶은 때 먹고/ 좋은 음악 있으면 듣고 싶은 때 들으세요/ 더구나 좋은 사람 있으면/ 마음 속에 숨겨두지 말고/ 마음껏 좋아하고 마음껏 그리워하세요// 그리하여 때로는 얼굴 붉힐 일/ 눈물 글썽일 일 있다한들/ 그게 무슨 대수겠어요!/ 지금도 그대 앞에 꽃이 있고/ 좋은 사람이 있지 않나요/ 그 꽃을 마음껏 좋아하고/ 그 사람을 마음껏 그리워하세요.//

사랑에 답함 / 나태주
예쁘지 않은 것을 예쁘게/ 보아주는 것이 사랑이다// 좋지 않은 것을 좋게/ 생각해주는 것이 사랑이다// 싫은 것도 잘 참아주면서/ 처음만 그런 것이 아니라// 나중까지 아주 나중까지/ 그렇게 하는 것이 사랑이다//

봄 / 나태주
봄이란 것이 과연/ 있기나 한 것일까?/ 아직은 겨울이지 싶을 때 봄이고/ 아직은 봄이겠지 싶을 때 여름인 봄/ 너무나 힘들게 더디게 왔다가/ 너무나 빠르게 허망하게/ 가버리는 봄/ 우리네 인생에도/ 봄이란 것이 있었을까?//

너의 봄 / 나태주
봄이 와 슬프냐고 물으면/ 너는 안 그렇다고 말한다// 봄이 와 가슴이 울렁거리느냐고 물으면/ 너는 살그머니 고개를 흔든다// 봄이 와 울고 싶으냐고 물으면/ 너는 무심한 눈빛으로 먼 하늘을 한번 바라본다// 봄이 와 슬프고 가슴이 울렁거리고/ 울고 싶은 사람은 나// 봄이 와도 너는 다만/ 단발머리가 예쁜 아가씨.//

11월 / 나태주
돌아가기엔 이미 너무 많이 와버렸고/ 버리기에는 차마 아까운 시간입니다// 어디선가 서리맞은 어린 장미 한 송이/ 피를 문 입술로 이쪽을 보고 있을 것만 같습니다// 낮이 조금 더 짧아졌습니다/ 더욱 그대를 사랑해야 하겠습니다.//

사는 법 / 나태주
그리운 날은 그림을 그리고/ 쓸쓸한 날은 음악을 들었다// 그리고도 남는 날은/ 너를 생각해야만 했다.//

시인학교 / 나태주
남의 외로움 사 줄 생각은 하지 않고/ 제 외로움만 사 달라 조른다/ 모두가 외로움의 보따리장수.//

서정시인 / 나태주
다른 아이들 모두 서커스 구경 갈 때/ 혼자 남아 집을 보는 아이처럼/ 모로 돌아서서 까치집을 바라보는/ 늙은 화가처럼/ 신도들한테 따돌림 당한/ 시골 목사처럼.//

아름다운 사람 / 나태주
아름다운 사람/ 눈을 둘 곳이 없다/ 바라볼 수도 없고/ 그렇다고 아니 바라볼 수도 없고/ 그저 눈이/ 부시기만 한 사람.//

너를 두고 / 나태주
세상에 와서/ 내가 하는 말 가운데서/ 가장 고운 말을/ 너에게 들려주고 싶다// 세상에 와서/ 내가 가진 생각 가운데서/ 가장 예쁜 생각을/ 너에게 주고 싶다// 세상에 와서/ 내가 할 수 있는 표정 가운데/ 가장 좋은 표정을/ 너에게 보이고 싶다// 이것이 내가 너를/ 사랑하는 진정한 이유/ 나 스스로 네 앞에서 가장/ 좋은 사람이 되고 싶은 소망이다.//

내가 너를 / 나태주
내가 너를/ 얼마나 좋아하는지/ 너는 몰라도 된다// 너를 좋아하는 마음은/ 오로지 나의 것이요,/ 나의 그리움은/ 나 혼자만의 것으로도/ 차고 넘치니까......// 나는 이제/너 없이도 너를/ 좋아할 수 있다//

내가 좋아하는 사람 / 나태주
내가 좋아하는 사람은/ 슬퍼할 일을 마땅히 슬퍼하고/ 괴로워할 일을 마땅히 괴로워하는 사람// 남의 앞에 섰을 때/ 교만하지 않고/ 남의 뒤에 섰을 때/ 비굴하지 않은 사람// 내가 좋아하는 사람은/ 미워할 것을 마땅히 미워하고/ 사랑할 것을 마땅히 사랑하는/ 그저 보통의 사람.//

대숲 아래서 / 나태주
1// 바람은 구름을 몰고/ 구름은 생각을 몰고/ 다시 생각은 대숲을 몰고/ 대숲아래 내 마음은 낙엽을 몬다.// 2// 밤새도록 댓잎에 별빛 어리듯/ 그슬린 등피에 네얼굴이 어리고/ 밤깊어 대숲에는 후둑이다 가는 밤소나기소리./ 그리고도 간간이 사운대다 가는 밤바람소리.// 3// 어제는 보고 싶다 편지 쓰고/ 어제밤 꿈엔 너를 만나 쓰러져 울었다./ 자고나니 눈두덩엔 메마른 눈물자죽,/ 문을 여니 산골엔 실비단 안개.// 4// 모두가 내것만은 아닌 가을/ 해지는 서녘구름만이 내 차지다./ 동구 밖에 떠드는 애들의/ 소리만이 내 차지다./ 또한 동구 밖에서부터 피어오르는/ 밤안개만이 내 차지다.// 모두가 내것만은 아닌 것도 아닌/ 이 가을/ 저녘밥 일찌기 먹고/ 우물가 산보 나온/ 달님만이 내 차지다./ 물에 빠져 머리칼을 헹구는/ 달님만이 내 차지다.//

좋다 / 나태주
좋아요/ 좋다고 하니까 나도 좋다//

기도 / 나태주
내가 외로운 사람이라면/ 나보다 더 외로운 사람을 생각하게 하여 주옵소서// 내가 추운 사람이라면/ 나보다 더 추운 사람을/ 생각하게 하여 주옵소서// 내가 가난한 사람이라면/ 나보다 더 가난한 사람을/ 생각하게 하여 주옵소서// 더욱이나 내가 비천한 사람이라면/ 나보다 더 비천한 사람을/ 생각하게 하여 주옵소서// 그리하여 때때로/ 스스로 묻고/ 스스로 대답하게 하여 주옵소서// 나는 지금 어디에 와 있는가?/ 나는 지금 어디로 향해 가고 있는가?/ 나는 지금 무엇을 보고 있는가?/ 나는 지금 무엇을 꿈꾸고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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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태주 시인​ 1945년 충남 서천 출생. 공주사범학교를 졸업하고 초등학교 교사를 지냈으며 2007년 공주 장기초등학교 교장을 정년퇴임하고 공주문화원 원장을 역임하였다. 현재 공주풀꽃문학관 시인이다.
시 〈대숲 아래서〉로 등단하였다. 대표적인 시로는 풀꽃, 행복, 사랑에 답함이 있다. 시집으로 너도 그렇다(2013.03.31./종려나무), 꽃을 보듯 너를 본다(2015. 06. 20/지혜), 죽기 전에 시 한 편 쓰고 싶다(2016.3.29./리오북스), 내인생에 힘이 되어준 시(2016.04.18./문화유람), 틀렸다(2017.02.20./지혜), 기죽지 말고 살아 봐(2017.02.24./푸른길), 이제 너 없이도 너를 좋아할 수 있다(2017.04.05./푸른길), 그 길에 네가 먼저 있었다(2018.02.05./밥북)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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