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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 읽기

그 사람 / 노정숙

부흐고비 2021. 6. 3. 17:06

살짝 스친 프라이팬은 시침 뚝 떼고 있는데 내 왼팔 안쪽은 붉게 달아오르네. 소독을 하고 연고를 발라도 진물이 질기게 흐르네. 더께 아래서 웅성대는 아우성. 의사는 너덜거리는 젖은 솜뭉치로 사정없이 밀어 붙이며 3도 화상이란다.

아, 오래전 깊이 벤 흉터 하나 근질거리네. 볕바른 날이나 비 오는 날이나 여지없이, 취한 날이나 취하지 않은 날이나 문득문득 들썩이는 흔적. 아무튼 그도 슬쩍 스치기만 했는데 염치없이 깊이 새겨진 검붉은 화인(火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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