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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詩 느낌

외국의 명시

부흐고비 2021. 6. 27. 06:51

아, 해바라기여 / 윌리엄 브레이크
아, 해바라기여! 시간에 지쳐서/ 태양의 한 걸음 한 걸음을 헤아리며/ 나그네의 여정이 끝나는/ 저 향기로운 황금의 나라을 찾는다// 욕망으로 수척해진 젊은이와/ 백설의 수의 걸친 파리한 처녀가/ 그들의 무덤가에서 일어나/ 가기를 열망하는 나라// 그 곳은 나의 해바라기가/ 가고자 하는 곳이니라.//

첫사랑 / 괴테
아 누가 돌려주랴, 그 아름다운 날/ 그 첫사랑의 날을,/ 아, 누가 돌려주랴 그 아름다운 시절의/ 그 사랑스러운 때를,// 쓸쓸히 나는 이 상처를 키우며/ 끊임없이 되살아나는 슬픔에/ 잃어버린 행복을 슬퍼하고 있으니/ 아, 누가 돌려주랴 그 아름다운 나날/ 첫사랑 그 즐거운 때를,//

낙엽 / 레미 구르몽
시몬, 나무 잎새 져 버린 숲으로 가자/ 낙엽은 이끼와 돌과 오솔길을 덮고 있다// 시몬, 너는 좋으냐 낙엽 밟는 소리가?// 낙엽 빛깔은 정답고 모양은 쓸쓸하다/ 낙엽은 덧없이 버림을 받고 땅위에 있다/ 시몬, 너는 좋으냐 낙엽 밟는 소리가?// 해질 녘 낙엽 모습은 쓸쓸하다/ 바람에 불려 흩어질 때/ 낙엽은 상냥스러이 외친다// 시몬, 너는 좋으냐 낙엽 밟는 소리가?// 가까이 오라/ 우리도 언젠가는 낙엽이리라/ 가까이 오라. 벌써 밤이 되었다/ 그리하여 바람이 몸에 스며든다// 시몬, 너는 좋으냐 낙엽 밟는 발자국 소리가?// 가까이 오라/ 우리도 언젠가는 가련한 낙엽이리라/ 가까이 오라 벌써 밤이 되었다/ 그리하여 바람이 몸에 스며든다// 시몬, 너는 좋으냐 낙엽밟는 발자국 소리가?//

사랑의 찬가 / 네르발
여기 우리는/ 얼마나 찬란한 날을/ 보내고 있는가!/ 일렁이는 물결의/ 흔적처럼/ 권태는 슬픔으로 사라진다./ 욕망밖에 없는/ 미친듯한 정열에/ 취하는 시간이여!/ 쾌락 뒤에는/ 사라져 버리는/ 허무한 시간이여!//

마리아의 노래 / 노발리스
나는 본다, 천 개의 그림 속에서 너를./ 마리아여, 아름답게 그려진 너를 보나니,/ 하지만, 내 마음이 너를 생각하여 그린 것처럼/ 그려져 있는 것은 하나도 없구나.// 단지 내가 아는 것은 너를 본 뒤부터/ 세상 물결은 꿈처럼 흘러가고/ 말로 표현할 수 없는 행복스러운 천국이/ 내 마음에 항시 깃들어 있음을 아노라.//

춘망(春望) / 두보
나라는 파괴되고 말았으나 산과 강은 그대로인데/ 거리에는 봄이 왔음에도 그저 초목만 무성할 뿐이로다.// 시절을 느껴 꽃을 보고도 눈물을 흘리고/ 이별을 슬퍼하여 새소리에도 가슴 철렁하네.// 전쟁을 알리는 봉화가 여러 달째 타고 있으니/ 가족의 편지는 만금을 주고도 얻어 보지 못한다.// 센 머리칼 쥐어 뜯으니 더욱 더 짧아져 버려/ 아무리 애를 써도 갓을 고정시킬 동곳조차 견디지 못할 듯하다.//

사랑 / 드라이든
아, 사랑은 얼마나 감미로운가!/ 아, 젊은 욕망은 얼마나 즐거운가!// 처음 사랑의 불에 다가서면/ 즐거운 아픔을 느낀다.// 사랑의 아픔은 모든 다른/ 기쁨보다 훨씬 감미롭다.// 애인들이 내쉬는 한숨은/ 조용히 가슴을 부풀게 한다.// 홀로 흘리는 눈물도/ 흐르는 향유처럼/ 그 아픔을 낫게 한다.// 숨결 잃은 애인들도 아무 괴로움/ 못 느끼며 피 흘리며 죽는다.// 사랑과 시간을 아껴쓰라.//

지옥에서 보낸 한 철 / 랭보
옛날, 내 기억이 정확하다면, 나의 삶은 모든 사람들이 가슴을 열고 온갖 술들이 흘러 다니는 하나의 축제였다.// 어느날 저녁 나는 미(美)를 내 무릎에 앉혔다./ - 그러고 보니 지독한 치(痴)였다 - 그래서 욕을 퍼부어 주었다./ 나는 정의에 항거하여 무장을 단단히 했다./ 나는 도망했다. 오 마녀여, 오 불행이여, 오 증오여, 내 보물을 나는 너희들에게 의탁했다.// 나는 내 정신 속에서 인간이 가질 수 있는 온갖 희망을 사라지게 하기에 이르렀다. 그 희망의 목을 비트는 데 즐거움을 느껴, 나는 잔인한 짐승처럼 음험하게 뛰었다./ 나는 죽어 가면서 그들의 총자루를 물어뜯으려고 사형집행인을 불렀다. 나는 피와 모래에 범벅이 되어 죽기 위해 재앙을 불렀다. 불행은 나의 신이었다. 나는 진창 속에서 팍 쓰러졌다. 나는 죄의 바람에 몸을 말렸다. 나는 광대를 잘 속여 넘겼다./ 봄은 나를 향해 백지처럼 무시무시한 웃음을 웃었다.// 그런데, 요즘 마지막 껄떡 소리를 낼 찰나에, 나는 옛날의 축제를 다시 열어 줄 열쇠를 찾으려 했다. 그러면 아마도 욕망을 되찾을지 모른다./ 자애가 그 열쇠이다 - 그런 생각을 하는 걸 보니 내가 전에 꿈을 꾸었나 보다./ “너는 잔인한 놈으로 남으리라 …” 따위의 말을, 그토록 멋진 양귀비꽃을 나에게 씌워준 악마가 다시 소리친다. “네, 모든 욕망과 이기주의와 모든 너의 죄종(罪宗)을 짊어지고 죽으라”// 오! 내 그런 것은 실컷 받아들였다. 하지만. 사탄이여, 정말 간청하노니, 화를 덜 내시라! 그리고 하찮은 몇 가지 뒤늦은 비겁한 짓을 기다리며, 글쟁이에게서 교훈적이며 묘사적인 능력의 결핍을 사랑하는 당신에게 내 나의 저주받은 자의 수첩에서 보기 흉한 몇 장을 발췌해 준다.//

사랑하는 그대여, 나 죽거든 / 로제티
사랑하는 그대여 나 죽거든/ 나를 위해 슬픈 노래 부르지 마셔요/ 그리고 내 머리맡에 장미를 심지 마시고/ 그늘 짓는 삼나무도 심지 마셔요/ 내 몸을 덮을 풀이 비와 이슬에 젖어/ 무성하게 자라게만 해주셔요/ 그리고 당신이 원한다면 나를 기억해주시고/ 또 잊어버리고 싶으시면 잊어주세요// 나는 그늘을 볼 수 없을 거예요/ 비가 내리는 것도 모를 거예요/ 두견새 구슬프게 우는것도/ 나는 들을 수 없을 거예요/ 그리고 해가 뜨지도 지지도 않는/ 어둠속에 누워 꿈꾸면서/ 나는 당신을 그리워 할거예요/ 아니, 어쩌면 잊을지도 모를거예요//

인생찬가 / 롱펠로
슬픈 사연으로 내게 말하지 말아라./ 인생은 한갓 헛된 꿈에 불과하다고!/ 잠자는 영혼은 죽은 것이어니/ 만물의 외양의 모습 그대로가 아니다.// 인생은 진실이다! 인생은 진지하다!/ 무덤이 그 종말이 될 수는 없다./ “너는 흙이니 흙으로 돌아가라.”/ 이 말은 영혼에 대해 한 말은 아니다.// 우리가 가야 할 곳, 또한 가는 길은/ 향락도 아니요 슬픔도 아니다./ 저마다 내일이 오늘보다 낫도록/ 행동하는 그것이 목적이요 길이다.// 예술은 길고 세월은 빨리 간다./ 우리의 심정은 튼튼하고 용감하나/ 싸맨 북소리처럼 둔탁하게/ 무덤 향한 장송곡으로 치고 있으니.// 이 세상 넓고 넓은 싸움터에서/ 인생의 노영 안에서/ 발 없이 쫓기는 짐승처럼 되지 말고/ 싸움에 이기는 영웅이 되라.// 아무리 즐거워도 ‘미래’를 믿지 말라!/ 죽은 ‘과거’는 죽은 채 매장하라!/ 활동하라, 살아있는 ‘현재’에 활동하라!/ 안에는 마음이, 위에는 하느님이 있다!// 위인들의 생애는 우리를 깨우치느니,/ 우리도 장엄한 삶을 이룰 수 있고,/ 우리가 떠나간 시간의 모래 위에/ 발자취를 남길 수가 있느니라.// 그 발자취는 뒷날에 다른 사람이,/ 장엄한 인생의 바다를 건너가다가/ 파선되어 버려진 형제가 보고/ 다시금 용기를 얻게 될지니.// 우리 모두 일어나 일하지 않으려나./ 어떤 운명인들 이겨낼 용기를 지니고,/ 끊임없이 성취하고 계속 추구하면서/ 일하며 기다림을 배우지 않으려나.//

개의 반박(狗的驳诘) / 루쉰
나는 꿈속에서 좁은 골목길을 걷고 있는 나를 보았다. 옷과 신발이 낡고 헤져서 비렁뱅이 같았다./ 개 한 마리가 등 뒤에서 짖어대기 시작했다.// 나는 잘난 체하며 뒤돌아보며 큰소리로 꾸짖었다./ “야, 주중이 닥쳐! 이 권세에 빌붙는 놈아!”/ “히히!” 그놈이 웃었다. 그리고 이어서 말하길 “아니지, 부끄럽지만 사람만은 못하지.”// “뭣이?” 나는 화가 치밀었다. 극단적인 모욕이라고 생각했다.// “부끄럽지만, 난 아직 동전과 은화를 구분할 줄 몰라. 무명과 비단도 구분할 줄 모르고, 또 관리나리와 백성도 구분할 줄 모르지. 주인과 노예도 구분할 줄 모르고, 그리고 나는…….”/ 나는 도망쳤다.// “잠깐! 우린 더 말해봐야…….” 그놈이 뒤쪽에서 큰소리로 나를 붙잡았다.// 나는 곧장 도망쳤다. 있는 힘을 다해 뛰었다. 꿈속을 도망쳐 나올 때까지. 나는 침대 위에 누워 있었다.//

가을날 / 릴케
주여, 가을이 왔습니다. 여름은 참으로 길었습니다./ 해시계 위에 당신의 그림자를 놓으십시오./ 들에다 많은 바람을 풀어 놓으십시오.// 마지막 과실들을 익게 하시고/ 이틀만 더 남국의 햇볕을 주시어/ 그들을 완숙케 하여/ 마지막 단맛이 진한 포도주 속에 스며들게 하십시오.// 지금 집이 없는 사람은 이제 집을 짓지 않습니다./ 지금 고독한 사람은 이후에도 오래 고독하게 살면서/ 잠자지 않고, 읽고, 그리고 긴 편지를 쓸 것입니다./ 바람이 불어 나뭇잎이 날릴 때, 불안스레/ 이리저리 가로수 길을 헤맬 것입니다.//

바다의 소슬바람 / 말라르메
아, 육체는 서러워라, 내 모든 책을 다 읽었건만./ 빠져 나가리라 저 멀리로!/ 나는 아노니, 미지의 물거품과 하늘 사이에/ 술취한 듯 떠도는 새들을!/ 바다에 잠긴 이 가슴을 아무 것도 붙잡지는 못하리라./ 눈동자에 어리는 지난날의 뜰도, 오, 수많은 밤도!/ 흰 빛이 버티는 허무한 종이 위를/ 비치는 램프의 적막한 불빛도/ 아기에게 젖 물린 젊은 여인도./ 나는 떠나가리라. 기선은 바람에 흔들리며/ 먼 나라를 향해 닻을 올리는구나!// 잔인한 희망으로 황폐해진 권태는/ 아직도 흔드는 손수건의 마지막 작별을 생각하는가?/ 어쩌면 이 배도, 폭풍우 몰아치는 바다에 휘말려/ 조각난 배에 바람만 불어칠지도 모르리./ 돛대도 없이, 돛대도 없이,기름진 섬도 없이.../ 그러나 오, 내 마음이여, 듣거라, 저 사공들의 뱃노래를.//

차라리 침묵하세요 / 밀란 쿤데라
사랑에 대해서 나에게 말하지 말아요/ 벌레가 나무를 갉아먹듯/ 난 당신의 말 한마디 한마디를 듣고 있어요/ 사랑해요 사랑해요 사랑해요// 난 알아요/ 당신의 심장이 다른 여인의 곱슬머리로/ 친친 감겨 있음을/ 그것이 나의 머리카락이라고 거짓말하지 말아요/ 믿지 않아요 당신의 말은/ 항상 갈대 숲과도 수풀과도 같아/ 당신은 모자를 눌러쓰고/ 코트에 얼굴을 파묻은 채/ 서둘러 그 뒤로 숨어 버리곤 하지요/ 하지만 난 당신을 보고 있어요/ 당신의 그럴싸한 말 뒤에 숨어 있는/ 당신을 보고 있어요// 난 알아요 당신이 어디로 가는지/ 난 알고 있어요 그 문을/ 문 위에 새겨진 그 여자의 이름을/ 알고 있어요/ 당신의 온몸을 떨리게 만드는/ 그 열정의 온도를 난 느낄 수 있어요/ 두리번거리는 당신의 두 눈/ 부끄러움에 가득 찬 그 겁먹은 두 눈을/ 난 보고 있어요// 아무 말도 하지 말아요/ 난 모든 것을 알아요/ 오, 차라리 당신이 날 사랑한다고/ 말하지만 않는다면/ 차라리 그냥 침묵해 버린다면/ 그때처럼/ 처음처럼…// 그래요 처음 언젠가 그땐/ 당신은 벙어리였죠/ 마치 한 마리 작은 아기 곰처럼/ 사랑에 대해선 입도 뻥끗 않았지요/ 그때의 당신은/ 사랑 그 자체였어요/ 오, 나의 연인/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여// 뭐라고요/ 또 무슨 말을 하는 거예요/ 제발 이젠 침묵하세요/ 제발…//

이별 / 바이런
사랑스런 소녀여! 그 입맞춤/ 지금보다 더 행복한 때가 올 때까지/ 나 고이 간직하여/ 그때에야 그대의 입술로 돌려줄게요.// 헤어질 때 그대 반짝이던 눈빛은/ 다른 사랑하는 사람을 향하고,/ 그대 눈망울에 고인 눈물을 보니/ 내 마음 더욱 변할 수 없네요.// 맹세코 나는 그대가/ 날 행복케 해 주길 바라지 않고/ 오직 그대만이 나의 전부인 것을······/ 나는 추억조차 바라지 않아요./ 이젠 글을 쓸 수도 없어요.// 나의 사랑을 쓰기엔 붓도 심신도 지쳐 있어요./ 아! 이 심정 무엇이라 말하겠어요./ 이미 말하기조차 괴로운 것을.// 밤낮없이 환희와 비탄 속에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마음으로/ 드러내 보일 수 없는 사랑만이 가슴을 에이고/ 그대 때문에 말없이 가슴을 앓아요.//

달밤에 친구는 오지 않고 / 백거이
옛 사람은 낮이 짧다 하여/ 촛불 들고 밤놀이 하지 않았나?// 이토록 교교한 밤에/ 달빛은 서녘 다락을 비추고// 넘치는 술 한 동이를/ 성곽에다 올려 놓았지만// 그대는 기다려도 오지 않고/ 나하고 달님만 동그마니.// 물을 비추자 하얗게 연기 일고./ 사람을 비추자 하얗게 나부끼는 머리카락.// 호수처럼 맑은 달빛 속에/ 물끄러미 넋을 뺏긴다.//

유령 / 보들레르
들짐승의 눈을 가진 천사들처럼,/ 그대 규방에 되돌아 와서/ 검은 밤의 어둠을 타고/ 살그머니 그대 곁에 들어가리라.// 그리고 나는, 갈색의 여인이여,/ 그대에게 주리라, 달빛과 같은/ 싸늘한 입맞춤을, 구멍 둘레를/ 기어다니는 뱀의 애무를.// 희번한 아침 동녘에 트면,/ 내 자리 빈 것을 그대는 보리,/ 저녁까지 그것은 싸늘하리라.// 남들이 애정으로 그러하듯이,/ 그대 목숨과 그대 젊음에,/ 나는 동포로써 군림하리라.//

어느 인생의 사랑 / 브라우닝
우리 둘이 살고 있는 집/ 방에서 방으로/ 나는 그이를 찾아 샅샅이 둘러본다./ 내 마음아, 불안해 마라, 이제 곧 찾게 된다./ 이번에 찾았다! 하지만 커튼에 남겨진/ 그이의 고뇌, 잠자리에 감도는 향수 내음!/ 그이의 손이 닿은 벽의 장식 꽃송이는 향기 뿜고/ 저 거울은 그이의 매무새 비치며 밝게 빛난다.//

물레질하는 여인의 노래 / 브렌타노
아주 오래전의 일이군요./ 나이팅게일은 노래도 잘 불렀고/ 또 아주 멋진 목청이었지요,/ 당신과 함께 있던 그때는.// 나는 노래 부르느라고 울 수 없군요./ 하얗고 예쁜 실을 자아내느라고/ 오직 홀로 물레질 하고 있지요,/ 그저 달빛만 비쳐 들고 있을 뿐.// 당신과 함께 있던 그때의/ 나이팅게일의 노랫소리는/ 지금 내게 말해 주고 있지요,/ 당신은 가버리고 돌아오지 않는다고./ 달이 환하게 빛날 때마다/ 생각하게 되는 것은 오직 당신뿐./ 내 마음은 한없이 깨끗해요./ 하나님, 저희 둘을 지켜주소서.// 당신이 가버리고 난 뒤에도/ 계속해서 나이팅게일은 울고 있고요,/ 그 소리 들으면서 생각하지요,/ 당신과 함께 있던 때의 일을,// 하나님, 저희 둘을 지켜 주소서./ 혼자서 물레질 하고 있는 나는/ 달빛이 아름답게 비칠 때면/ 노래하며 눈물을 글썽거려요.//

그대는 내게서 본다 / 셰익스피어
찬 바람에 흔들리는 저 나뭇가지에/ 몇잎 누런 잎새 앙상한 계절을 그대는/ 내게서 본다./ 엊그제 아름다운 새들 노래 했건만/ 지금은 폐허된 성가당 또한 내게서 본다./ 만물을 휴식속에 감싸는 제 2의 죽음인,/ 검은 밤이 서서이 데려가는 석양이/ 서산에 파리하게 진 후의 황혼을 그대는/ 내게서 본다./ 청춘을 키워준 열정에/ 그만 활활 불타 죽음처럼 사그라진/ 그 젊음의 잿더미속에 가물거리는/ 청춘의 잔해를 내게서 보았거든,/ 그대 날 사랑하는 마음 더욱 강해지거라./ 머지않아 그댄 내게서 떠나야 할/ 사랑이거든.//

미라보 다리 / 기욤 아폴리네르
미라보 다리 아래 센 강이 흐른다/ 우리 사랑을 나는 다시/ 되새겨야만 하는가/ 기쁨은 언제나 슬픔 뒤에 왔었지// 밤이 와도 종이 울려도/ 세월은 가고 나는 남는다// 손에 손잡고 얼굴 오래 바라보자/ 우리들의 팔로 엮은/ 다리 밑으로/ 끝없는 시선에 지친 물결이야 흐르건 말건// 밤이 와도 종이 울려도/ 세월은 가고 나는 남는다// 사랑은 가 버린다 흐르는 이 물처럼/ 사랑은 가 버린다/ 이처럼 삶은 느린 것이며/ 이처럼 희망은 난폭한 것인가// 밤이 와도 종이 울려도/ 세월은 가고 나는 남는다// 나날이 지나가고 주일이 지나가고/ 지나간 시간도/ 사랑도 돌아오지 않는다/ 미라보 다리 아래 센 강이 흐른다// 밤이 와도 종이 울려도/ 세월은 가고 나는 남는다//

이니스프리 호수 섬 / 예이츠
나 일어나 이제 가리, 이니스프리로 가리./ 거기 욋가지 엮어 진흙 바른 작은 오두막을 짓고,/ 아홉 이랑 콩밭과 꿀벌통 하나/ 벌 윙윙대는 숲 속에 나 혼자 살리.// 거기서 얼마쯤 평화를 맛보리./ 평화는 천천히 내리는 것./ 아침의 베일로부터 귀뚜라미 우는 곳에 이르기까지./ 한밤엔 온통 반짝이는 빛/ 한낮엔 보라빛 환한 기색/ 저녁엔 홍방울새의 날개 소리 가득한 그 곳.// 나 일어나 이제 가리, 밤이나 낮이나/ 호숫가에 철썩이는 낮은 물결 소리 들리나니/ 한길 위에 서 있을 때나 회색 포도 위에 서 있을 때면/ 내 마음 깊숙이 그 물결 소리 들리네.//

가던 길 멈춰서서 / 윌리엄 헨리 데이비스
근심에 가득 차,가던 길 멈춰 서서/ 잠시 주위를 바라볼 틈도 없다면 얼마나 슬픈 인생일까?// 나무 아래 서 있는 양이나 젖소처럼/ 한가로이 오랫동안 바라볼 틈도 없다면// 숲을 지날 때 다람쥐가 풀숲에/ 개암 감추는 것을 바라볼 틈도 없다면// 햇빛 눈부신 한낮,밤하늘처럼/ 별들 반짝이는 강물을 바라볼 틈도 없다면// 아름다운 여인의 눈길과 발/ 또 그 발이 춤추는 맵시 바라볼 틈도 없다면// 눈가에서 시작한 그녀의 미소가/ 입술로 번지는 것을 기다릴 틈도 없다면// 그런 인생은 불쌍한 인생,근심으로 가득 차/ 가던 길 멈춰 서서 잠시 주위를 바라볼 틈도 없다면.//

수선화 / 윌리엄 워즈워스
산골짜기 언덕 위 높은 하늘에/ 떠도는 구름처럼 이내 혼자서/ 지향 없이 떠돌다 보았어라,/ 한 무리 모여 있는 황금 수선화./ 호숫가 수목이 우거진 그늘/ 미풍에 나부끼며 춤을 추었소.// 은하수가 물가 저 멀리/ 반짝이며 비치는 별들과 같이/ 굽이진 포구의 언덕을 따라/ 끊임없이 줄지어 피어 있는 수선화./ 천만 송이 꽃들이/ 머리를 흔들면서 춤을 추었소.// 주위의 물결도 춤을 추건만/ 반짝이는 그 물결 어찌 따르리./ 그처럼 즐거운 친구 속에서/ 어찌 시인인들 즐겁지 않으리/ 나는 하염없이 바라보았소./ 그 정경(情景)의 보배로움은 생각도 않고.// 헛된 생각에 깊이 잠기어/ 내 침상 위에 외로이 누웠을 때/ 고독의 축복인 마음의 눈에/ 홀연 번뜩이는 수선화./ 그때 내 가슴은 즐거움에 넘치고/ 마음은 황금 수선화와 함께 춤추었어라.//

산비둘기 / 장 콕도
산비둘기 두 마리가/ 정겨운 마음으로 서로/ 사랑했습니다// 그 다음은/ 차마 말씀드릴 수 없습니다.//

사랑은 아픔을 위해 존재합니다 / 칼릴 지브란
사랑이 그대를 손짓하여 부르거든 따르십시오/ 비록 그 길이 어렵고 험하다 해도/ 사랑의 날개가 그대를 품을 때에는 몸을 맡기십시오/ 비록 사랑의 날개 속에 숨은 아픔이/ 그대에게 상처를 준다 해도/ 사랑이 그대에게 말하거든 그를 믿으십시오/ 비록 사랑의 목소리가 그대의 꿈을/ 모조리 께뜨려놓을지라도// 왜냐하면 사랑은 그대에게/ 영광의 왕관을 씌워주지만 또한/ 그대를 십자가에 못 박는 일도/ 주저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사랑은 그대의 성숙을 위해 존재하지만/ 그대를 아프게 하기 위해 존재한답니다// 사랑은 햇빛에 떨고 있는/ 그대의 가장 연한 가지들을 어루만져주지만/ 또한 그대의 뿌리는 흔들어대기도 한답니다//

빛나는 별이여 / 키츠
빛나는 별이여, 내가 너처럼 한결같을수 있다면--/ 밤하늘 높은 허공에 매달려 있으면서도 외롭지 않고/ 영원히 눈을 뜨고서 내려다 볼 수 있잖아/ 마치 자연의 인내처럼, 잠들지 않는 은둔자처럼./ 순수한 세정식을 행하는 사제의 의무처럼/ 인간의 해안을 감싸도는 일렁이는 파도를 내려다보고,/ 아니면 산과 평야위에 새로 내려 부드럽게 쌓인 눈을 내려다보지./ 아니, 여전히 한결같고 영원히 바뀌지 않아,/ 내 사랑하는 여인의 농익은 가슴을 배고 누워/ 그 부드러운 오르내리림을 영원히 느끼는 것/ 그 불안한 초조속에서 영원히 깨어나/ 여전히 여전히 그녀의 부드러운 숨소리를 들으며/ 그렇게 살고싶어. 그렇게 할 수 없다면 차라리 질식해 죽는 수밖에.//

동방의 등불 / 타고르
일찍이 아시아의 황금시대에/ 그 등불의 하나인 코리아/ 그 등불 다시 한 번 켜지는 날에/ 너는 동방의 밝은 빛이 되리라//

패자의 노래 / 타고르
임께서 내게 피난의 길가에 서서 패배자의 노래를 부르라고 요청하셨습니다./ 그녀는 임이 비밀리에 구혼하는 신부입니다./ 그녀는 검은 면사포를 쓰고 사람들로부터 얼굴을 가리고, 그녀 가슴에 꽂힌 보석은 어둠 속에서 타오르고 있습니다./ 그녀는 대낮에 버림 받고 불 켜진 램프와 이슬 젖은 꽃을 들고 있는 성스러운 밤이 그녀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그녀는 눈을 내리뜨고 고요히 침묵 속에 머무릅니다; 그녀의 고향에선 바람 따라 울부짖는 소리가 들려옵니다./ 그러나 별들은 그녀에게 영원한 사랑의 노래를 들려주고 그녀의 얼굴은 부끄러움과 고달픔으로 상기되어 있습니다./ 사랑이 넘치는 방의 문이 열리고 임께서 부르시는 소리가 들려왔습니다./ 어둠의 심장이 이제 곧 다가올 임과의 만날 약속에 경외심에 떨려 두근거립니다.//
* 1916년 동경 유학 중이던 진학문(秦學文, 1894~1974)이 일본을 방문한 타고르 시인을 만나 “새 생활을 추구하는 조선 청년들을 위한 시 한편을 써 줄 것”을 간곡히 부탁하여 받은 시

그대는 나의 전부입니다 / 파블로 네루다
당신은/ 해질 무렵/ 붉은 석양에 걸려 있는/ 그리움입니다/ 빛과 모양 그대로/ 내가 가장 좋아하는 구름입니다.// 그대는 나의 전부입니다./ 부드러운 입술을 가진 그대여/ 그대의 생명 속에는/ 나의 꿈이 살아 있습니다/ 그대를 향한/ 변치 않는 꿈이 살아 숨쉬고 있습니다// 사랑에 물든/ 내 영혼의 빛은/ 그대의 발 밑을/ 붉은 장밋빛으로 물들입니다// 오, 내 황혼의 노래를 거두는 사람이여/ 내 외로운 꿈속 깊이 사무쳐 있는/ 그리운 사람이여/ 그대는 나의 전부입니다./ 그대는 나의 모든 것입니다// 석양이 지는 저녁/ 고요히 불어오는 바람 속에서/ 나는 소리 높여 노래하며/ 길을 걸어갑니다// 사랑하는 그대여/ 내 영혼은/ 그대의 슬픈 눈가에서 다시 태어나고/ 그대의 슬픈 눈빛에서 다시 시작됩니다//


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 / 푸시킨
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 슬퍼하거나 노여워하지 말라./ 슬픈 날은 참고 견디라./ 즐거운 날은 오고야 말리니.// 마음은 미래를 바라느니/ 현재는 한없이 우울한 것/ 모든 것 하염없이 사라지나/ 지나가 버린 것 그리움이 되리니.//

마흔. 삶은 두 번째 고개로 넘어갔다 / 사모일로프
마흔. 삶은 두 번째 고개로 넘어갔다./ 난 사랑했고 사색했고 싸웠다./ 어딘가에 머물렀었고, 무언가를 보았으며,/ 가끔은 행복하기도 했었다.// 분노는 나를 피해 갔고, 화살도 비켜 갔다./ 총을 맞아 두 군데 작은 상처를 얻기도 했다./ 날개에서 흩뿌려진 물방울처럼 재앙은 날아가 버렸고,/ 물처럼 재앙은 옆으로 비켜섰다.// 난 첫 번째 고개를 점령했고, 두 번째 고개를 정복하련다,/ 어깨에 걸머진 내 짐이 무거울지라도./ 산 너머엔 대체 뭐가 있는가? 산 아래엔 대체 뭐가 있는가?/ 내 관자놀이는 위에서부터 희끗해졌다.// 마흔. 마지막 휴식처는 그 어딘가에 있을까?/ 내 궤도는 어디서 끊어지게 되려나?/ 마흔. 삶은 두 번째 고개로 넘어갔다./ 그리고 이 잔은 다 비워지지 않았다.//

가지 않은 길 / 프로스트
노란 숲 속에 길이 두 갈래 갈라져 있었습니다./ 안타깝게도 나는 두 길을 갈 수 없는/ 한 사람의 나그네라 오랫동안 서서// 한 길이 덤불 속으로 꺾여 내려간 데까지/ 바라다볼 수 있는 데까지 멀리 보았습니다.// 그리고 똑같이 아름다운 다른 길을 택했습니다./ 그럴 만한 이유가 있었습니다. 거기에는/ 풀이 더 우거지고 사람 걸은 자취가 적었습니다./ 하지만 그 길을 걸으므로 해서/ 그 길도 거의 같아질 것입니다,// 그날 아침 두 길에는 낙엽을 밟은 자취 적어/ 아무에게도 더럽혀지지 않은 채 묻혀 있었습니다./ 아, 나는 뒷날을 위해 한 길은 남겨 두었습니다./ 길은 다른 길에 이어져 끝이 없으므로/ 내가 다시 여기 돌아올 것을 의심하면서.// 훗날에 훗날에 나는 어디에선가/ 한숨을 쉬며 이 이야기를 할 것입니다./ 숲속에 두 갈래 길이 갈라져 있었다고,/ 나는 사람이 적게 간 길을 택하였다고,/ 그것으로 해서 모든 것이 달라졌더라고.//

온종일 / 프뢰딩
온종일 사랑 노래를/ 노래하는 티티새 소리 들리고/ 히드폴과 월귤나무는/ 그 노래를 사랑하였다// 그 사랑의 불에 맞추어/ 방울풀이 고요히 울고/ 별들의 눈은 빛나며/ 들딸기의 뺨은 붉게 되었다// 그러자 날개짓 소리가 들리며/ 솔개가 가수의 가슴에/ 발톱으로 할퀴어 사랑의 노래는/ 영원히 죽고 말았다//

로렐라이 / 하이네
가슴 저며드는 까닭이야/ 내 어이 알리오,/ 옛부터 전해 오는 옛이야기/ 그 이야기에 가슴이 젖네.// 저무는 황혼 바람은 차고,/ 흐르는 라인강은 고요하고,/ 저녁놀에/ 불타는 산정(山頂)// 저기 바위 위에 신비롭게/ 곱디 고운 아가씨가 앉아 있네./ 황금빛 노리개가 반짝이는데/ 금발의 머리카락 빗고 있네.// 황금 비녀로 머리를 다듬으며/ 함께 부르는 노랫소리/ 노래는 신비로워/ 사공의 마음을 사로잡네.// 걷잡을 수 없는 슬픔으로/ 넋을 잃은 뱃사공/ 뱃길 막는 암초는 보지 못하고/ 언덕 위만 바라보네.// 끝내 사공과 그 배는/ 물결에 휩싸였으니/ 로렐라이의 옛 이야기는/ 노래의 요술.//

당신을 사랑하기에 / 헤르만 헤세
당신을 사랑하기에 지난밤 나는/ 그토록 설레며 당신에게 속삭였지요/ 당신이 나를 영원히 잊지 못하도록/ 당신의 마음을 따 왔지요// 당신의 마음은 나와 함께 있으니/ 좋든 싫든 오로지 내 것이지요/ 서레며 불타오르는 내 사랑/ 어떤 천사라도 그대를 빼앗아 가진 못해요//

 

생의 한가운데서 / 횔덜린
노랗게 익은 배가 나뭇가지가 휘도록 매달렸고/ 들장미는 흐드러지게 피어/ 호수를 향해 기울었는데/ 우아한 백조 두 마리/ 입맞춤에 취해서 넋을 잃고/ 맑고 차가운 물에/ 머리를 적시네// 아아, 그러나 이 추운 겨울날/ 나는 어디에서 나의 꽃을 꺾을까/ 어디에서 햇볕을 참으며/ 어디에서 땅 그림자를 찾을까/ 벽은 소리도 없이 싸늘하게/ 앞을 가로막고/ 불어오는 바람에 풍향게만 돌고 있네.//

나 자신의 노래 / 휘트먼
1// 나는 나를 예찬하고 나 자신을 노래한다./ 그리고 내 것은 네 것이기도 하다./ 대체로 내게 속하는 일체의 원자는/ 마찬가지로 네게도 속하는 것이다.// 나는 빈둥빈둥 시간 보내며, 나의 영혼을 초대한다./ 나는 마음 편히 몸을 기대고,/ 빈둥대며 여름 풀의 싹을 응시한다.// 나의 혀, 내 피 속의 일체의 원자는/ 이 땅에서, 이 대기에서 만들어진 것,/ 나는 여기에서 내 양친에게서 생겼고,/ 양친은 또 그 양친에게서, 또 그들은 양친에게서,/ 나는 지금 37세의 완전한 건강체로 시작한다./ 죽을 때까지 중단 없기를 바라면서.// 종파나 학파는 잠시 두어 두고,/ 그것이 어떻든 지금 상태로 족하니, 잠시 거기에서 물러나,/ 그러나 결코 잊진 않고/ 나는 선악을 다 용납하고 만난을 무릅쓰고 마음껏 말하련다,/ 본유의 정력으로 거리낌 없이 자연을, 나의 천성을//
2// 집이란 집, 방이란 방은 모두 향기로 가득 차고,/ 선반도 모두 향기에 차 있다./ 나는 그 향기를 들이마시고, 그것을 분간하고 그것을 좋아한다./ 그 향기를 증류하면 그것이 날 취하게 하겠지만,/ 나는 그렇게 하진 않겠지.// 대기는 향료가 아니다,/ 그것은 증류수 같아서 맛도 향기도 없다./ 그것은 언제나 내 입에 맞아서 나는 그것에 심취한다./ 나는 숲가의 둑으로 가서, 순수하게 벌거숭이가 되리라./ 나는 나에게 와 닿는 것을 미친 듯이 갈망한다./ 내 숨결의 연기,/ 메아리, 잔물결, 은밀한 속삭임, 사랑뿌리, 비단실, 나무 아귀와 덩굴,/ 나의 내뱉는 숨결과 들이마시는 숨결,/ 내 심장의 고동, 내 폐부를 드나드는 피와 공기,/ 푸른 잎과 마른 잎의 냄새,/ 바닷가와 거무스레한 바닷돌의 냄새, 창고의 건초 냄새,/ 선풍의 소용돌이 속에 풀리는 내 목소리의 토해내는 언어의 음향,/ 몇 번의 가벼운 키스, 몇 번의 포옹, 허리를 감싸는 팔,/ 연한 가지가 흔들림에 따라 나무 위에 춤추는 빛과 그늘,/ 혼자 있든 아니면 거리의 혼잡 속이든/ 들판이나 언덕 기슭 따라 갈 때의 기쁨,/ 건강체의 감촉, 대낮의 떨리는 소리,/ 침상에서 일어나 태양을 맞이하는 내 노래.// 너는 천 에이커의 땅을 크다고 생각하는가./ 이 지구를 굉장하다고 생각했는가./ 너는 읽기를 배우는 데 그렇게 오래 연습했는가./ 너는 시의 의미를 이해하는 것이 그렇게 자랑스러운가./ 오늘 하룻밤 하룻밤, 나와 함께 있으면,/ 너는 모든 시의 근본을 파악한다./ 너는 이 지구와 태양의 정수도 파악한다/ (기타 천만의 태양이 있다),/ 너는 이제 이 사람 저 사람의 손을 통하여 물건을 받아선 안 된다./ 그리고 죽은이의 눈을 통하여 보든지,/ 책 속 도깨비에게서 밥을 얻어 먹어선 안 된다,/ 너는 이 내 눈을 통하여 보아서도 안 된다,/ 내게서 무엇을 얻어도 안 된다,/ 너는 널리 귀를 기울여야 하고, 네 자신의 체로 걸러내야 한다.//
6// 한 아이가 두 손에 가득 풀을 가져오며/ “풀은 무엇입니까” 라고 내게 묻는다./ 내가 어떻게 그 아이에게 대답할 수 있겠는가./ 나도 그 애처럼 그것이 무엇인지 모른다.// 나는 그것이 필연 희망의 푸른 천으로 짜여진/ 나의 천성의 깃발일 것이라고 추측한다./ 아니면, 그것은 주님의 손수건이거나,/ 신이 일부러 떨어뜨린 향기나는 기념의 선물일 것이고,/ 소유주의 이름이 구석 어딘가에 들어 있어서/ 우리가 보고서 ‘누구의 것’이라고 말할 수 있는 것이다.// 또한 나는 추측한다./ 풀은 그 자체가 어린아이, 식물에서 나온 어린아이일 것이라고.// 혹은 그것은 모양이 한결같은 상형문자일 것이라고./ 그리고 그것은 넓은 지역에서도 좁은 지역에서도 싹트고,// 검둥이 사이에서도, 흰둥이 사이에서도 자라며/ 태나다인, 버지니아인, 국회의원, 니그로,// 나는 그들에게 그것을 주고, 그들에게서 그것을 받는다./ 또한 그것은 무덤에 난 깎지 않은 아름다운 머리털이라고 생각한다./ 너 부드러운 풀이여, 나는 너를 고이 다룬다./ 너는 젊은이들의 가슴에서 싹트는지도 모르겠고,/ 만일 내가 그들을 미리 알았더라면,/ 나는 그들을 사랑했을지도 모르는데,/ 아마 너는 노인들,/ 혹은 생후 곧 어머니들의 무릎에서 떼낸 갓난아이에서 나오는지도 모른다./ 그리고, 자, 여기에 그 어머니의 무릎이 있다.// 이 풀은 늙은 어머니들의 흰머리에서 나온 것으로선 너무 검다,/ 노인의 색바랜 수염보다도 검고,/ 엷게 붉은 입천장 밑에서 나온 것으로서도 너무 검다.// 아, 나는 결국 그 숱한 발언들을 이해한다,/ 그리고 그 발언이 아무 의미 없이/ 입천장에서 나오지는 않는다는 것을 안다.// 나는 젊어서 죽은 남녀에 관한 암시를 풀어낼 수 있었으면 싶다,/ 또한 노인들과 어머니들,/ 그리고 그들의 무릎에서 떼낸 갓난아이들에 관한 암시도.// 너는 그 젊은이와 늙은이가 어떻게 됐다고 생각하는가./ 여자들과 어린아이들이 어떻게 됐다고 생각하는가./ 그들은 어딘가에서 살아서 잘 지내고 있다,/ 아무리 작은 싹이라도 그것은 진정 죽음은 없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만일 죽음이 있다면,/ 그것은 생을 추진하는 것이고,/ 종점에서 기다렸다가 생을 잡는 것은 아니다.// 만물은 전진하고 밖으로 진전할 뿐/ 죽는 것은 하나도 없다,/ 죽는 것은 사람들이 상상하는 것과는 다르며,/ 훨씬 행복한 것이다.//
7// 태어나는 것이 행복하다고 생각한 자가 있는가./ 나는 당장 그나 그녀에게/ 태어나는 것은 죽는 것이나 마찬가지로 행복하다고 이르리라,/ 나는 그것을 알고 있다.// 나는 임종하는 자와 더불어 죽음의 문을,/ 산욕하는 갓난아이와 더불어 생의 문을 통고한다,/ 나는 자기 모자와 신발 사이에 한정된 사람은 아니다,/ 그리고 각양각색의 사상을 음미한다,/ 한 가지도 같은 것은 없고 모두가 선하다./ 지구도 좋고 별도 좋다,/ 그리고 거기에 뒤따르는 것들도 모두 선하다.// 나는 지구도 아니고, 지구의 부속물도 아니다,/ 나는 민중의 벗이고, 반려자다,/ 그들은 나 자신과 마찬가지로 불멸이며, 무한히 깊다,/ (그들은 어떻게 불멸인가를 모른다, 그러나 나는 안다)// 세상 만물은 동류끼리 모인다,/ 나에겐, 나의 남자와 여자,/ 나에겐, 일찍이 청춘이었던 자들과 여자를 사랑한 일이 있는 자들,/ 나에겐, 연인과 노처녀를, 나에겐, 모친을, 그리고 모친의 모친을,/ 나에겐 미소 지은 일이 있는 입술을, 눈물 흘린 일이 있는 눈을,/ 나에겐, 아이들을, 그리고 아이를 낳는 사람들을.// 옷을 벗어 던져라./ 너희들 누구나 나에게 죄가 없다,/ 재미 없는 자도 배척받은 자도 아니다,/ 나는 검은 나사천이건, 목면이건 그 옷을 통하여/ 너희들의 인물을 투시한다,/ 나는 근처에 있어, 끈질기게 추구하고,// 권태를 모르고 흔들려 떨어져 버리지 않는다.//
9// 농가의 곡간의 대문은 열려서 준비가 돼 있다,/ 수확철의 건초가 천천히 끌리는 마차에 높이 실리고,/ 밝은 햇빛이 그 황갈색과 녹색이 교차하는 짐 위에서 넘실거린다,/ 쌓인 건초의 느슨한 곳에 한 아름이 더 채워진다.// 나도 거기에 있어 돕는다, / 나는 건초 짐 위에 사지를 펼치고 돌아온다,/ 한쪽 도리를 다른 쪽에 포개고서 나는 마차의 가벼운 동요를 느낀다,/ 나는 외양간 가로대에서 뛰어내려 클로버와 큰조아재비풀을 움켜쥔다,/ 그리고 거꾸러져 머리가 건초를 뒤집어쓰고 헝클어진다.//
10// 홀로, 멀리 황야로, 산으로// 나는 사냥간다,/ 자신의 경쾌함과 쾌활함에 경탄하며 방황한다,/ 해질 무렵이면 밤을 보낼 안전한 곳을 찾고,/ 불을 피워서 갓 잡은 사냥감을 굽고,/ 엽총을 옆에 놓고 끌어 모은 낙엽을 깔고 사냥개와 함께 잠이 든다.// 양키 쾌속정이 돛을 하늘에 닿게 달고/ 번쩍이는 파도와 물안개를 뚫고 달린다,/ 내 눈은 육지를 응시하고/ 뱃전에 걸터앉거나 갑판에서 환희의 소리를 지른다.// 가공과 조개 파는 이가 일찍 일어나 나를 찾아왔다,/나는 바지 끝을 장화 속에 구겨넣고서/ 가서 재미있는 시간을 가졌다./ 너도 그 날 우리와 함께 있어 조개 남비 주변에 모였으면 좋았을 것을./ 나는 먼 서부의 야외에서 벌어진/ 한 덮엽사의 결혼식을 보았다./ 신부는 미국 토인의 아가씨였다,/ 신부의 아버지와 그 친구들은/ 가까이에 가부좌를 틀고 앉아서/ 조용히 담배를 피우고 있었다./ 모두 사슴가죽의 신을 신고/ 어깨엔 큰 두꺼운 모포를 걸치고 있었다./ 거의 가죽옷으로 차림하고서,/ 멋진 수염과 곱슬머리가 목을 덮고 있는 덮엽사는/ 신부의 손을 잡고 둑 위에 쉬고 있었다,/ 신부는 긴 속눈썹에다, 머리엔 아무 장식도 없고,/ 빳빳한 머리털은 그녀의 풍만한 팔다리에 처져 발까지 닿았다.// 도망친 노예가 내 집에 와서 문밖에 멎었다./ 그가 움직여서 쌓아놓은 땔나무에서/ 가지가 부러지는 소리를 들었다,/ 열린 반쪽 부엌문으로,/ 나는 지쳐서 다리를 저는 그를 보았다,/ 나는 그가 통나무 위에 앉아 있는 곳으로 가서/ 그를 집안으로 데리고 들어와 안심시켰다,/ 그의 땀에 젖은 몸과 상처난 발을 씻도록/ 통에 물을 가득 퍼주었다,/ 그리고 내 방으로 통하는 방 하나를 그에게 주고서/ 거친 감의 깨끗한 옷가지를 내주었다,/ 그때 그가 눈을 휘둥글게 뜨고서 주저주저하던 것이 잘 기억난다,/ 또한 그의 목과 발꿈치의 상처에/ 고약을 붙여 주었던 것도 기억한다,/ 그는 건강을 회복하고서 북으로 달아날 때까지/ 일주간 내게 머물렀다./ 나는 식탁에서 그를 내 곁에 앉히고,/ 방 구석에는 화승총을 세워 두었다.//
11// 28인의 젊은이가 해변에서 멱감는다,/ 28인의 젊은이가 모두 사이가 좋다,/ 28년간의 여자의 생애는 모두 고독하다,// 그녀는 강둑 고지에 좋은 집을 소유하고 있다,/ 그녀는 곱게 화려하게 차려입고 창문 발 뒤에 숨는다.// 그녀는 젊은이들 중 누구를 제일 좋아하는가./ 아, 그 중에서 제일 못난 남자가 그녀에겐 아름답다./ 부인, 어디로 가시나요. 내겐 당신이 보입니다,/ 당신은 거기 물 속에서 물을 튕기며,/ 그러나 당신은 자기 방에서 꼼짝 않고 있다.// 해변을 따라 춤추며 웃으며 29세의 여자 수영객이 왔다,/ 다른 사람들은 그녀를 안 보았지만,/ 그녀는 그들을 보고 그들을 좋아했다.// 젊은이들의 수염이 물 묻어 번쩍였고,/ 물이 긴 머리에서 흘렀다,/ 작은 물줄기가 그들의 전신을 흘러내렸다.// 그녀의 보이지 않는 손이 그들의 몸을 쓰다듬었다./ 그 손이 관자놀이에서 가슴으로 떨리면서 내렸다./ 젊은이들이 자빠져서 둥실 떠 있고,/ 그들의 흰 복부가 해를 향하여 부풀어 있다,/ 그들은 누가 그것을 꽉 잡아 주는가를 묻지 않는다,/ 그들은 누가 몸을 늘어뜨리고 구부려서/ 훅훅 불거나 가라앉는가를 모른다,/ 그들은 누구에게 물을 끼얹는가를 모른다.//
15// 아름다운 콘트랄토이 가수가 오르간 놓인 단상에서 노래한다./ 목수는 재목을 손질하고,/ 그의 대패날이 사납게 밀어올리는 마찰음을 울린다./ 기혼의 또는 미혼의 자녀들이/ 감사절 만찬에 참석하려고 마차로 귀향한다,/ 키잡이가 키바퀴를 잡고서/ 힘센 팔로 배를 한쪽으로 기울인다,/ 운전사는 포경선에 긴장해서 서서,/ 창과 작살을 준비하고 있다/, 우리 사냥꾼은 발자국 소리 안 나게/ 조심껏 몸을 뻗치고 걷는다,/ 집사는 제단 앞에서 십자를 그으며 임명을 받고 있다,/ 실 뽑는 여공은 큰 물레바퀴의 소리에 맞추어 일진일퇴한다,/ 농부는 일요일 산보에 목책 옆에 서서/ 연맥과 호맥의 작황을 본다,/ 광인은 증세가 확인되어 드디어 수용소로 운반된다,/ (그는 지금까지처럼, 어머니 침실의 침대에서 다시는 자지 못하리라)/ 머리가 하얗고 턱뼈가 앙상한 견습 인쇄공은/ 활자 케이스 옆에서 일한다,/ 그는 흐릿한 눈으로 원고를 보면서 씹는 담배를 입안에서 돌린다,/ 기형의 수족이 수술대에 결박되어 있고,/ 제거된 것이 흉하게 쓰레기통 속에 버려진다./ 흑백 혼혈녀가 경매대에서 팔리고,/ 주정뱅이가 술집 난로가에서 졸고 있다,/ 기계공은 셔츠의 소매를 걷어올리고,/ 경관은 자기 순찰구역을 순찰하고,/ 문지기는 통행인을 주목한다./ 젊은 녀석이 화물운반차를 몰고/ (그를 모르지만 나는 그가 좋다)/ 혼혈아가 경주에 나가기 위하여/ 운동화의 끈을 조른다,/ 서부지방에서의 칠면조 사냥에는/ 늙은이 젊은이가 모인다,/ 어떤 이는 엽총에 기대고, / 어떤 이는 통나무에 걸터앉았다,/ 군중 사이에서 명사수 하나가 걸어나와서,/ 자세를 취하고 총을 겨눈다./ 새로 온 이민의 무리가 선창과 부두를 뒤덮는다,/ 사탕수수밭에선 양털머리의 흑인노예가 풀을 뽑고,/ 감독은 그것을 말타고 지켜본다./ 무도장에서 나팔소리가 울리자/ 신사들이 파트너 쪽으로 달려가고,/ 춤추는 짝들이 서로 인사를 한다,/ 삼나무 판장의 지붕밑 방에서/ 젊은이가 눈뜨고 드러누워서/ 음조 고운 빗소리에 귀를 기울인다,/ 휴론호로 흘러드는 지류에서/ 미시간주의 어부가 덫을 장치한다,/ 노란 테를 두른 옷을 입은 여자가/ 사슴가죽 구두와 구슬백을 팔고 있다,/ 미술 감정사는 몸을 옆으로 구부리고,/ 눈을 가느스름하게 뜨고서 전시장을 보며 돌아다닌다,/ 갑판에서 일하는 선원이 배를 묶어매는 동안/ 널판이 다리 놓여져서 상륙개을 건너게 한다./ 누이동생이 실꾸리를 두 손으로 잡고 있고,/ 언니는 그것을 실패에 감으며,/ 때때로 실이 얽히면 손을 쉰다./ 결혼 후 일 년의 아내는 일 주 전에 첫애를 낳고/ 건강이 회복되면서 행복하다./ 두 발이 깨끗한 양키 소녀는 재봉틀에서,/ 혹은 작업장이나, 공장에서 일한다,/ 포도공사의 인부는 손잡이가 둘 달린 메에 기대고 있고,/ 기자의 연필은 수첩 위를 빨리빨리 움직이고,/ 간판장이는 푸른색과 금색의 글씨를 써간다./ 운하공은 뱃길을 총총걸음으로 걷고,/ 부기사는 책상에서 계산하고 구두공은 실에 초칠을 한다,/ 지휘자는 악대를 지휘하고 연주원들 모두 그를 따른다,/ 유아는 세례를 받고,/ 개종자는 그의 최초의 신앙을 고백한다,/ 범주경기가 만 위에서 전개되어 경주가 시작됐다./ (번쩍이는 흰 돛!)/ 가축 몰이꾼은 우리에서 도망치려고 하는 놈에게/ 큰소리를 지른다,/ 행상인은 등에 진 짐으로 땀을 흘리고,/ (고객은 한 푼 두 푼을 깎는다)/ 신부는 흰 드레스의 주름을 펴고,/ 시계의 초침이 더디기만 하다,/ 아편 흡연자는 굳어진 머리로 멍하니/ 입을 벌리고서 몸을 기울인다,/ 창녀는 숄을 질질 끌고,/ 그녀의 모자는 흔들흔들하는 여드름 투성이의 목 위에 매달려 있다./군중이 그녀의 욕지거리를 비웃고,/ 사내놈들은 조롱하며 서로 눈짓한다,/ (가엾은! 나는 너의 욕을 비웃거나 조소하지 않는다)/ 각의를 열고 있는 대통령은 훌륭한 장관들에 에워싸여 있다,/ 광장에는 부인 셋이 팔짱을 끼고/ 으스대며 다정하게 걷고 있다,/ 어선의 선원들이 선창에 넙치를 채곡채곡 쌓아올린다,/ 미주리주이 남자는 상품과 소떼를 끌고서 평야를 건너간다,/ 차삯을 거두는 차장은 열차 안을 통과할 때/ 거스름돈을 달랑거리며 주의를 끈다,/ 마루를 까는 목수는 마루를 깔고,/ 양철공은 지붕에 양철을 씌우고,/ 석공은 모르타르를 가져오라고 소리친다,/ 노동자들의 일단이 일렬로/ 각자 어깨에 벽돌상자를 지고서 나아간다,/ 계절은 계절을 쫓아가고,/ 말할 수 없이 많은 군중이 군집했다,/ 오늘 7월 4일, 도립기념일/ (대포, 소포의 예포소리!)/ 계절은 계절을 쫓아가고,/ 농부는 밭을 갈고,/ 풀 베는 이는 풀을 베고,/ 겨울 씨앗은 땅에 떨어진다./ 호수 안창에서 열기잡이가/ 얼은 수면에 뚫은 구멍 옆에서 지켜보며 기다린다,/ 그루터기가 개간지 주변에 빽빽이 서 있고,/ 벌목꾼은 도끼를 깊이 찍는다,/ 평저선 선원들이 저녁 무렵,/ 사시나무나 호두나무 근처로 배를 몬다,/ 곰 사냥꾼은 레드강 유역에,/ 또는 테네시강이나 아칸서스강이 흐르는 유역을 찾아다닌다,/ 차타후치강, 혹은 알타마호강에 깔린 어둠 속에 횃불은 타고,/ 늙은 노인들은 자식, 손자, 증손을 거느리고 저녁식탁에 앉아 있다,/ 어도우비 벽돌 담 안이나 캔버스 천막 안에,/ 사냥꾼과 덫꾼들이 그날의 사냥을 끝내고 쉬고 있다,/ 도시도 쉬고 시골도 쉰다,/ 산 자는 주어진 자기 시간을 자고,/ 죽은 자도 주어진 자기 시간을 잔다,/ 늙은 남편은 아내 곁에서 자고,/ 젊은 남편도 아내 곁에서 잔다,/ 그리고 그것들은 안으로 향하여 내게 오고, / 나는 밖으로 향하여 그들에게로 간다,/ 그리고 그런 것들이 그러하듯이, 그런 것들은 많건 적건 나다,/ 그리고 그것들을 모두 가져와서 나는 내 노래를 짠다.//
24// 훨트 휘트먼, 나는 하나의 우주,// 맨해턴 태생의 한 사나이,/ 성미가 거칠고, 살집 좋고, 욕정이 넘치고,/ 잘 먹고, 잘 마시고, 잘 생산하고,/ 감상주의자는 아니고,/ 남의 위에 서 있는 자 아니고,/ 그러나 그들과 유리된 자 아니다,/ 방종하지도 않고, 그렇대서 도학자도 아니다.// 문이란 문에서 자물쇠를 떼어 버려라!/ 옆기둥에서 문 그 자체를 떼어 버려라!/ 누구나 다른 사람을 내리깎는 사람을 나는 내리깎는다,/ 무엇이고 동작이 가고 말이 가면 그것은 결국 내게로 돌아온다.// 나를 통하여 영감의 물결은 오고 가고 나를 통하여 흐르는 조류와 지표.// 나는 원시적인 암호말을 하고, 데모크라시의 신호를 보낸다,/ 단호히! 나는 모든 사람이 나와 같은 조건으로/ 그들의 분신적 상대물을 취하지 않는다면,/ 나는 아무것도 받아들이지 않으련다.// 나를 통하여 오랫돋안 입다물던 목소리들이 들린다,/ 무수한 세대에 걸치는 죄수와 노예들의 목소리,/ 병자와, 절망자와, 도둑과 난장이의 목소리,/ 중비와 증대의 순환의 목소리,/ 그리고 별들을 연결하는 맥락의 목소리, 자궁과 정자의 목소리,/ 다른 이들에게 짓밟혀지는 자들의 군리의 목소리,/ 불구자와 쓸모없는 자와 평범한 자와 어리석은 자와 경멸받는 자의 목소리,/ 대기 속의 안개, 변 덩어리를 굴리는 풍뎅이의 목소리.// 나를 통하여 나가는 금지된 목소리,/ 성과 욕정의 목소리, 베일을 쓴 목소리, 나는 그 베일을 제거한다,/ 점잖지 못한 목소리,/ 그 말은 나로 말미암아 명백해지고 훌륭해진다./ 나는 손가락으로 입을 막지 않는다,/ 나는 두뇌와 심장에 대하여 하듯이, 창자 둘레를 곱게 보살핀다,/ 성교는 내게 죽음이나 다름없이 추악하지 않다.// 나는 성욕과 식욕을 다 인정한다,/ 보고 듣고 만지는 것이 모두 기적이다,/ 그리고 나의 어느 부분이나 내 옷자락 하나도 모두 기적이다./ 나는 내부 외부 할 것 없이 신성하다, 나는 내가 손대는 것,/ 내게 닿는 것을 무엇이고 신성하게 한다,/ 이 겨드랑이에서의 냄새는 기도보다도 훌륭한 방향이다,/ 이 머리는 교회보다도, 성경보다도, 그리고 어느 신조보다도 그 이상이다.// 만일 내가 어느 것을 다른 것보다 더 숭배한다면,/ 그것은 내 자신의 육체의 전부이거나 그 일부일 것이다./ 반투명의 나의 모형, 정액 그것은 너다!/ 그늘에 있는 선반과 휴식처, 그것은 너다!/ 탄탄한 남성의 보습날, 그것은 너다!/ 나의 생식충동을 이루는 것은 무엇이고, 너다!/ 너, 나의 짙은 혈액이며,/ 너의 젖 같은 흐름은 나의 생명의 창백한 긴 가닥이다!/ 남의 젖가슴에 몸을 부벼대는 젖가슴, 그것은 너다,/ 나의 두뇌, 그것은 너의 유현한 뇌의 회전이다,/ 씻긴 창포 뿌리여! 비겁한 연못 도요새여!/ 잘 지켜진 한 쌍의 달걀이 들어 있는 둥우리여! 그것은 너다!/ 헝클어진 건초 같은 머리칼, 수염, 근육, 그것은 너다!/ 자비로운 태양, 그것은 너다!/ 내 얼굴에 명암을 던지는 공중의 수증기, 그것은 너다!/ 땀흘리는 개울과 이슬, 그것은 너다!/ 부드럽게 간질이는 음부로 내 얼굴을 문질러 주는 바람이여, 그것은 너다!/ 넓은 광대한 들판, 떡갈나무 가지,/ 꼬불꼬불한 오솔길을 가는 어여쁜 산책자,/ 그것은 너다!/ 내가 쥔 손, 내가 키스한 일이 있는 얼굴,/ 내가 일찍이 접촉한 일이 있는 인간,/ 그것은 너다.// 나는 내 자신을 뜨겁게 사랑한다,/ 거기에 풍부한 나 자신이 있고, 모두 감미롭다,/ 하나하나의 순간도, 그리고 무엇이 일어나든,/ 나는 기뻐서 몸을 떤다,/ 나는 나의 발꿈치의 굴절을 설명할 수 없고,/ 나의 가냘픈 소망의 원인을 말할 수 없다,/ 또한 내가 발산하는 우애의 원인도,/ 그리고 내가 다시 받아들이는 우애의 근원도/ 설명할 수 없다.// 집의 현관으로 걸어 들어가서 발을 멈추고/ 이것이 과연 내 집인가를 생각해 본다./ 내 창 앞에 핀 나팔꽃이 책 속에 쓰인 형이상학 이상으로 만족을 준다.// 동트는 하늘을 바라본다!/ 희미한 빛이 무한한 투명한 음영을 지워 간다,/ 대기는 내 미각에 상쾌하나다.// 천진난만하게 뛰놀며 회전하는 세계의 중량이 조용히 올라오고,/ 신선하게 발산하고, 높고 낮게 비스듬히 달린다./ 내게는 안 보이는 무엇인가가 그 음탕한 뾰족끝을 위로 내민다,/ 찬란한 액체의 바다가 하늘에 충만하다./ 대지는 하늘 가에서 그 밤을 유숙했던 것이다,/ 양자가 매일 회합한 결과,/ 그 순간 내 머리 위에서, 동쪽에서 솟아오른 도전,/ 조롱조의 말, “그렇다면 네가 천지의 지배자가 될 것인가, 아닌가!”//
31// 나는 믿는다, 풀잎 하나가 별의 운행에 못지 않다고./ 그리고 개미도 역시 완전하고, 모래알 하나, 굴뚝새의 알 하나도 그렇다,/ 그리고 청개구리는 최고의 걸작품이다./ 그리고 땅에 뻗은 딸기 덩굴은 천국의 객실을 장식할 만하다./ 그리고, 머리를 푹 숙이고 풀을 뜯는 소는 어떤 조각보다도 낫다./ 그리고 한 마리 생쥐는 몇 억조의 불신의 무리들을 아연하게 할 만한 기적이다.// 나는 자기가 편마암이나, 석탄, 길게 이어진 이끼,/ 과일, 곡식용 풀뿌리와 일체가 되고,/ 또한 나는 전신이 네 발 짐승과 조류의 색과 모양이 된다,/ 내 뒤에 있는 것은 충분한 이유에서 멀리멀리 뒤쳐져 있지만,/ 내가 필요할 때엔, 무엇이고 다시 불러오게 할 수 있다.// 속력을 내는 것이나 주저하는 것이나 헛된 일이다,/ 나의 접근에 대하여, 화성암이 그 옛날의 열기를 방출해도 헛된 일이다,/ 역사 이전의 거상이 가루가 된 자신의 백골 밑으로 물러가도 헛된 일이다,/ 물체들이 서로 멀리 떨어져 존재하고,/ 각양각색의 형상을 취하는 일도 헛된 일이다,/ 대양이 지구의 텅빈 곳에 자리잡고, / 큰 괴물들이 해저 깊이 누워 있어도 헛된 일이다,/ 말똥가리 매가 몸으로써 하늘에 집을 친들 헛된 일이다,/ 배암이 담장이나 통나무 사이를 미끄러져 가도 헛된 일이다,/ 큰 사슴이 숲속의 뒤안길로 달려가도 헛된 일이다,/ 부리가 예리한 바다오리가 멀리 라브라도르의 북쪽으로 날아간들 헛된 일이다,/ 나는 재빨리 뒤쫓아, 벼랑의 틈새에 지은 둥지로 올라간다.//
32// 나는 몸을 바꾸어 동물과 함께 살 수 있을 것 같다,/ 그들은 아주 태평하고 자족하다,/ 나는 서서 그들을 오래 바라본다.// 그들은 애쓰지 않고, 저희들의 상황에 불평하지 않는다,/ 그들은 어둠 속에 깨어 일어나, 저희 죄 때문에 울지 않는다,/ 그들은 신에 대한 의무를 논하여 나를 괴롭히지 않는다,/ 한 놈도 불만인 놈은 없고,/ 한 놈도 소유욕으로 미쳐 있지 않다,/ 한 놈도 다른 놈에 대하여, 또는 수천 년 전에 산 동류에 대하여/ 무릎을 꿇지 않는다,/ 온 세상에서 한 놈도 존경할 만하거나, 부지런한 놈은 없다.// 이리하여 그들은 그들과 나와의 관계를 밝히고,/ 나는 그들을 받아들인다,/ 그들은 내 자신의 흔적을 내게로 가져와서,/ 그것이 그들의 소유인 것을 분명히 표시한다.// 그들은 어디에서 그런 흔적을 입수했을까,/ 그 방면을 내가 먼 옛날에 통고하여,/ 무심코 그것을 떨어뜨렸던 것이 아닐까.// 나 자신 그때나 지금이나 그리고 영원히 전진한다,/ 항상 더욱 많이 모으고 드러내 보이며, 속력 있게,/ 무한히, 그리고 영원히 재창조된다./ 내 노래하는 것이 그 속에 들어 있고,/ 나의 기념물에 가까이 오는 자 누구도 제외하지 않는다,/ 여기에서 내가 사랑하는 사람을 가려내어,/ 그와 형제간처럼 사이좋게 가련다.// 내 애무에 응하는 한 마리 새뜻하게 아름다운 종마의 거대한 아름다움,/ 앞 이마 훤칠한 머리, 귀와 귀 사이가 넓고,/ 사지는 번들번들 유연하고, 꽁지는 질질 땅에 닿고,/ 눈은 반짝반짝 악의가 가득하고, 귀는 잘 서서 부드럽게 움직인다.// 내가 발꿈치로 동체를 껴안으니, 두 콧구멍이 부푼다,/ 내가 일주하여 돌아오니, 그 잘 발달된 사지가 기쁘게 떨린다,// 나의 종마여, 나는 다만 잠깐 너를 탈 뿐이니, 그리고선 놓아주마,/ 내 자신이 너를 앞질러 달릴 수 있는데, 왜 너를 탈 필요가 있겠는가./ 나는 서 있건 앉아 있건, 너보다 훨씬 빨리 달릴 수 있다.//
35// 너에게 옛날의 해전 이야기를 들려 줄까/ 달과 별빛 아래에서 누가 이겼는가를 알고 싶은가./ 선원이었던 나의 조모의 부친이 내게 들려준 이야기를 들어 봐라.// 자기들의 적이 배 속에 숨는 비겁자는 아니었다(고, 그는 얘기하기 시작했다,)/ 적은 무서운 영국혼을 가진 놈이었다,/ 이보다 강인하고 진실한 놈은 과거에도 미래에도 결코 없을 것이다,/ 저녁 무렵에, 적은 맹렬한 사격을 가해 왔다.// 우리는 바싹 접근하여, 돛대가 서로 얼키고, 대포가 맞붙었다,/ 저희들의 선장은 손수 배를 적선에 꽉 묶어맸다./ 자기들은 배 밑으로 약 18파운드의 탄환의 발사를 받았다,/ 아래 갑판의 포대에는, 두 대의 큰 포가 첫 발 쏠 때에 파괴되어/ 주변의 병사를 다수 살해하고, 천정까지도 폭파하였다./ 해질녘의 전투, 암야의 전투,/ 밤 열 시, 만월이 중천에 올라왔을 때,/ 침수는 늘어나, 5피트라고 보고되었다,/ 위병하사관은 뒤 선실에 감금된 포로들을 풀어 주어,/ 그들에게 살 수 있는 기회를 찾도록 했다./ 화약고의 통로는 이제 보초에 의하여 차단되고,/ 낯선 얼굴이 하도 많아서 누가 아군인지, 전연 믿을 수가 없었다.// 자기들의 군함에 불이 붙었다,/ 누군가는 살려 달라고 해 봤으면 하기도 했다./ 자진해서 깃발을 내리고 항복하면 어떨까 하고 말하기도 했다.// 나는 만족스럽게 크게 웃었다,/ 나의 그 작은 선장의 목소리가 들려왔기에./ 그는 태연하게 외쳤다/ “우리는 패하지 않았다,/ 우리는 이제 우리의 전쟁을 막 시작한 것이다.”// 불과 세 기의 대포가 사용 가능하였다,/ 하나는 선장이 손수 적의 중심 돛대를 향하여 쏘았다,/ 적의 갑판을 일소했다.// 이 작은 포대를 원조하는 것은, 장루, 특히 주잘우뿐이었다,/ 그들은 전투 중 시종 용감하게 견뎌냈다.// 전투는 잠시도 쉬지 않았다,/ 침수는 증가하여 펌프로는 되지 않았다,/ 불은 화약고 쪽으로 타들어 갔다.// 펌프 하나가 탄환에 날아가 버렸다/, 모두 이제는 침몰한다고 생각했다.// 작은 선장은 태연하게 서 있다,/ 서둘지 않고, 목소리는 높지도 낮지도 않았다,/ 그의 눈은 전함의 등불보다 더 형형한 불빛을 우리에게 비추었다,/ 자정 가까이, 달빛 휘황한 속에서 적은 우리에게 항복해 왔다.//
36// 한밤중이 긴장 속에 고요하다./ 두 개의 큰 선체가 어둠의 한복판에 꼼짝 않고 있다,/ 그 중의 한 척 자기들의 것은, / 관통되어 서서히 가라앉고 있다,/ 노획한 군함으로 옮겨 탈 준비,/ 홑이불처럼 창백한 얼굴의 선장이/ 뒷 갑판에서 냉정하게 명령을 내린다,/ 근처에 사관실에서 일하던 소년의 시체가 눈에 뜨이고,/ 긴 백발에 곱게 손질한 구레나룻을 가진/ 늙은 해병의 얼굴도 있다,/ 온갖 노력에도 불구하고 화염이 배의 아래 위로 퍼진다,/ 아직 임무를 수행하고 있는 2, 3명의 사곤의 목쉰 소리,/ 사지가 없는 시체, 또는 시체 그대로인 것,/ 돛대나 돛 가로대에 붙은 살조각들,/ 밧줄의 단편, 매달려 있는 색구,/ 고요한 파도에서 오는 가벼운 충격,/ 머리 위에서 말없이 슬프게 비치는 큰 별,/ 해풍의 미묘한 소리, 바닷가 갈대풀과 들판의 냄새,/ 생존자에게 남겨진 유언들,/ 외과의의 메스 휘드는 소리,/ 그의 수술용 톱의 쓸어 들어가는 톱니,/ 힘든 호흡, 울음 소리, 떨어지는 핏방울의 튀김,/ 짧고 거친 비명, 길게 둔하게,/ 점차 날카로와지는 신음 소리,/ 이런 것들, 다시 되찾을 수 없는 이런 것들.//
44// 이제 나 자신을 설명할 때다- 자, 우리 모두 일어서자.// 이미 아려진 일체의 것을 내던지고서,/ 나는 모든 남녀와 더불어 미지의 세계로 돌진한다,/ 시계는 이 순간을 가리킨다 - 그러나 영원은 무엇을 가리키는가.// 우리들은 지금까지 수억조의 겨울과 여름을 겪어 왔다,/ 앞으로도 수억조의 세월이 있고, 그 앞에도 수억 조가 있다.// 탄생은 우리에게 풍요와 다양을 가져왔다,/ 그리고 또 다른 탄생이 우리에게 풍요와 다양을 가져올 것이다.// 나는 어느 하나를 더 크다고,/ 그리고 다른 것은 더 적다고 말하지 않는다,/ 이 시간과 장소를 점유하는 것은 다른 어떤 것과도 동등하다.// 나의 형제여, 자매여,/ 인류는 너희에게 잔혹하거나 시기스러웠던가./ 그렇다면, 안됐구나,/ 그들은 나에게는 잔혹하거나 시기스럽지 않았다./ 모두가 나에게는 친절했다,/ 나는 슬픔을 말할 만한 것이 없다./ (슬픔이 내게 무슨 상관이 있나)// 나는 완성된 사물의 극치이고,/ 일어날 일체의 것을 포괄하는 자이다.// 나의 발은 계단의 정점의 다시 그 정점을 밟는다,/ 층마다에 시대의 다발, 그리고 그 층과 층 사이에 더 큰 다발이 있다,/ 발 아래의 것은 모두 내가 걸어온 자국, 나는 다시 오르고 또 오른다.// 오르고 오르는 데 따라서, 뒤에는 지난 날의 환영들이 고개 숙이고 있다,/ 멀리 밑으로 나는 거대한 태초의 無를 본다, 거기에도 내가 있었음을 안다,/ 나는 보이지 않는 상태로 언제나 기다렸다,/ 그리고 혼수상태의 안개 속에 잠들어 있었다,/ 그리고 서서히 �를 기다렸고, 악취를 내는 탄소의 해를 받지 않았다.// 오랫동안 나는 꼭 껴안았다 - 오래 오랫동안.// 나를 위한 준비는 엄청난 것이었다./ 나를 도운 팔은 성실하고 친절했다./ 시간의 회전은 쾌활한 뱃사람 모양 노젓고 노저어/ 나의 요람을 실어 보냈다,/ 내 자리를 마련하기 위하여 별들은 저희 궤도를 벗어나 운행했다,/ 그들은 나를 떠받칠 것을 지켜 주기 위하여 온갖 힘을 보내 주었다./ 내가 어머니에게서 탄생하기 전에, 여러 세대가 나를 인도했고,/ 나의 태아는 언제나 생동했고, 어떤 것도 그것을 압도할 수 없었다./ 나의 태아를 위하여 이 한 구체에 집중했고,/ 태아를 그 위에 앉히기 위하여 오랜 완만한 지층이 쌓였다,/ 풍요한 식물이 거기에 양분을 주고,/ 거대한 도마뱀이 그것을 입으로 운반하여, 조심껏 땅에 내려 놓았다,// 온갖 힘이 나를 완성하고 나를 즐겁게 하기 위하여 부단히 쓰였다./ 그리하여, 이제 이 자리에 나는 튼튼한 영혼을 갖고 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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