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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詩 느낌

장석주 시인

부흐고비 2021. 6. 25. 08:27

 

날아라 시간의 포충망에 붙잡힌 우울한 몽상이여 / 장석주
1/ 후생의 아이들이 이마를 빛내며/ 동과 서편 흩어지는 바람 속을 질주한다./ 짧은 겨울해 덧없이 지고/ 너무 오래된 이 세상 다시 저문다./ 인가 근처로 내려오는 죽음 몇 뿌리/ 소리없이 밤눈만 내려 쌓이고 있다.// 2/ 회양목 아래에서/ 칸나꽃 같은 여자들이 울고 있다./ 증발하는 구름같은 꿈의 모발,/ 어떤 손이 잡을 수 있나?// 3/ 밤이 오자 적막한 온천 마을/ 청과일 같은 달이 떴다./ 바람은 낮은 처마의 불빛을 흔들고/ 우리가 적막한 헤매임 끝에/ 문득 빈 수숫대처럼 어둠 속에 설 때/ 가을 산마다 골마다 만월의 달빛을 받고/ 하얗게 일어서는 야윈 물소리.// 4/ 어둠 속을 쥐떼가 달리고/ 공포에 떨며 집들이 긴장한다.// 하나의 성냥개비를 켤 때/ 또는 타버린 것을 버릴 때/ 더 깊고 단단하게 확인되는 밤// 쥐떼의 탐욕의 이빨이 빛나고/ 피묻은 누군가의 꿈이 버려져 있다.// 5/ 하오 3시 바다는 은반처럼 빛난다./ 흰 공기 속을 통과하는 햇빛의 정적// 바람이 분다, 벌판에/ 흰 빨래처럼 처박힌 저 어두운 바다가 운다.// 포악한 이빨을 드러내는 바다, 하오 4시/ 위험한 시간 속으로 웃으며 뛰어드는 아이들.// 6/ 전파는 다급하게 태풍 경보를 예보하고 탁자의 유리컵에는/ 바다가 갇혀서 필사적으로 몸부림치고 있다.// 폐쇄된 전 해안// 새파랗게 질린 풀들이 울고 그 풀들 사이에 누군가의/ 거꾸로 처박힌 전생애가 펄럭거리고 있다.// 오, 병든 혼,/ 아이들은 폭풍 속을 뚫고 하얗게 떠있는 바다로 달리고/ 내 붉은 핏톨은 쿵쿵 혈관을 뛰어 다니며 울부짖고 있다.// 7/ 햇빛 그친 낡은 문짝에 쇠못들이 박혀 녹슬고 있다.// 잊혀져 가는 누군가의 이름들.// 8/ 바람은 오늘의 풀을 흔들며 지나가지만/ 흙 속에 숨은 풀의 흰 뿌리를 다치지 못한다.// 9/ 통제구역 팻말이 꽂혀 있다./ 끝없이 거부하며 어둠속으로 쓰러지고/ 풀뿌리 밑에서 피투성이가 되어 잠들곤 했다./ 팻말 뒤에서 펄럭이는 막막한 어둠/ 어두운 창너머 벌판에는 비가 뿌리고/ 잠자면서도 절벽을 보았다. 밤마다/ 시간, 오오, 가혹한 희망과 다정한 공포여/ 소멸의 이마를 스치는 푸른 번개/ 서치라이트의 섬광만 미친 짐승처럼/ 이빨을 번득이고/ 나는 꿈속에서도 필사적으로 질주를 하며/ 땀을 흘리고 울었다./ 아, 1975년 여름/ 절벽에 부딪쳐 산산이 튀어오르는/ 파도 조각처럼 부서지고 싶었다, 그때.//

 

폐허주의자의 꿈 / 장석주
1./ 술취한 저녁마다/ 몰래 春畵를 보듯 세상을 본다./ 내 감각속에 킬킬거리며 뜬소문처럼/ 눈뜨는 이 세상,/ 명륜동 버스 정류장에서 집까지/ 도보로 십분 쯤 되는 거리의/ 모든 밝음과 어두움./ 우체국과 문방구와 약국과/ 높은 육교와 古家의 지붕 위로/ 참외처럼 잘 익은 노란 달이 뜨고/ 보이다가 때로 안 보이는 이 세상./ 뜨거운 머리로 부딪치는/ 없는 壁, 혹은 있는 고통의 形象./ 깨진 머리에서 물이 흐르고/ 나는 괴롭고, 그것은 진실이다.// 2./ 날이 어둡다./ 구름에 갇힌 해, 겨울비가 뿌리고/ 웅크려 잠든 누이여./ 불빛에 비켜서 있는 어둠의 일부,/ 희망의 감옥 속을 빠져나오는 연기의 일부,/ 그 사이에 풍경으로 피어 있던/ 너는 어둡게 어둡게 미쳐가고/ 참혹해라, 어두운 날 네가 품었던 희망./ 문득 녹슨 면도날로 동맥을 긋고/ 붉은 꽃피는 손목 들어 보였을 때, 나는/ 네가 키우는 괴로움은 보지 못하고/ 그걸 가린 환한 웃음만 보았지./ 너는 아름다운 미혼이고/ 네 입가에서 조용히 지워지는 미소./ 열리지 않는 자물쇠에서 발견하는/ 생의 침묵의 한 부분, 갑자기 침묵하는 이 세상/ 비가 뿌리고, 비 젖어 붉은 녹물/ 땀처럼 흘리고 서 있는 이 세상/ 가다가 돌아서서 바라봐도 아름답다.// 3./ 무너진 것은/ 무너지지 않은 것의 꿈인가?/ 어둠은 산비탈의 아파트 불빛들을/ 완벽하게 껴안음으로 어둠다와진다./ 살아 떠도는 내 몸 어느 구석인가/ 몇 번의 투약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살아서 꿈틀거리는/ 희망이라는 이름의 몇 마리 기생충,/ 그것이 나를 더욱 나답게 하는 것인가?/ 효용가치를 상실하고 구석에 팽개쳐져/ 녹슬고 있는 기계, 이 세상에 꿈은 있는가?/ 녹물 흘러 내린 좁은 땅바닥에/ 신기하게도 돋고 있는 초록의 풀을/ 폐기처분된 기계의 꿈이라고 할 수 있는가?//

 

실패한 인생엔 상자가 없다 / 장석주
이 저녁 누군가 문설주에 기대/ 울고 있다면/ 내 탓이라고 알아다오/ 이 세상 어느것 한 가지라도/ 나와 무관한 것은 없다// 이 아침 감꽃이 마당에 함부로 떨어져/ 나뒹굴고 있는 것은/ 내 탓이다,/ 나의 후덕함이 모자랐기 때문이다// 처음 만나는 새들에게/ 어깨를 툭 치고 스쳐가는 바람에게/ 상냥한 미소를 지어 보이지 못했기 때문이다// 내가 상냥한 미소를 짓지 못했던 것은/ 아아 이 아침/ 인생의 쓰디쓴 실패를 자인해버렸기 때문이다/ 내가 가졌던 상자들을/ 모두 잃어버렸기 때문이다// 상자마다 피어나는 꽃들/ 상자마다 가득했던 별들/ 상자마다 가르릉거리는 예쁜 새끼고양이들// ....../ 그러나, 이제 내겐 상자가 없다//

 

총체적 난국의 세월 속에서 / 장석주
아무하고도 약속 없는 점심/ 혼자 짜장면 한 그릇 비우고 돌아오면서도/ 어떻게 살아야 하나,/ 내 막막함과 무관하게 가로수의 잎들이 쓸데없이 날린다./ 금방 도착한 석간의 행간들마다 웅크리고 있는 어둠에서/ '총체적 난국'의 한 징후를 냄새 맡는다.// 어떻게 살아야 하나,/ 입 속에는 짜장면과 함께 씹은 양파 냄새가 진동한다./ 스산하여라, 근심 속에서/ 한 세상이 꽃 피고 진다.// 보라, 낮은 짧고,/ 어둠은 쉽게 내린다.// 철문은 녹이 슬고,/ 문 위에 일렁이던 햇빛은 감쪽같이 사라진다./ 물 빠진 뒤 뻘 속에서 물고기 한 마리가 아가미를 한껏 벌/ 렁거린다./ 내가 지고 가는 짐, 짐승 같은 세월이 너무 무겁다./ 세상을 알 만큼 알고 난 뒤/ 몸이 먼저 아는 늙음에 대한 예감이여.// 내 사후의 바람 속을 거슬러올라가는 한떼의 새들을 본다./ 새들이 꼭 성냥개비 끝에 쬐끔 묻은 유황 같다./ 새들은 어둠 속을 발화성 씨앗을 물고 난다.//

 

낡은 세상 속의 집들 / 장석주
1/ 날개 없이 날아오르려 하다니,/ 낡은 세상 속의 집들이 중얼거린다/ 우리들의 노동의 대가인 비관과 허무/ 붉은 잠 속의 흰 꿈// 공허에 감염된 사람의 눈동자에도/ 어두워 불밝혀지는 집들은 피를 따습게 한다// 2/ 날개 접고 주저앉아 있는/ 집,/ 집,/ 집들,//

 

한밤중 부엌 / 장석주
어머니 상(喪) 치른 뒤/ 보름 지나고.// 모란은 아직 일러 땅속에서 웃고 있는데,// 가스 불은 끄고/ 형광등은 켜고// 한밤중 널따란 부엌에/ 우두커니 앉은/ 웬 늙고 낯선 남자,// 마두금(馬頭琴)이 없으니/ 삶은 계란을/ 세 개째 먹는 중이다.//

 

새 / 장석주
새, 어떤 규율도 따르지 않는 무리./ 새, 허공의 영재(英才)들./ 새, 깃털 붙인 질항아리./ 새, 작고 가벼운 혈액보관함./ 새, 고양이와 바람 사이의 사생아./ 새, 공중을 오가는 작은 범선./ 새, 지구의 중력장을 망가뜨린 난봉꾼./ 새, 떠돌이 풍각쟁이./ 새, 살찐 자들을 부끄럽게 만드는 가벼운 육체./ 새, 뼛속까지 비운 유목민들./ 새, 똥오줌 아무 데나 싸갈기는 후레자식./ 새, 국민건강의료보험 미불입자.//

 

바람 / 장석주
바람은 저 나무를 흔들며 가고/ 난 살고 싶었네/ 몇 개의 길들이 내 앞에 있었지만/ 까닭없이 난 몹시 외로웠네// 거리엔 영원불멸의 아이들이 자전거를 달리고/ 하늘엔 한 해의 마른풀들이 떠가네/ 열매를 상하게 하던 벌레들은 땅 밑에 잠들고/ 먼 길 떠날 채비하는 제비들은 시끄러웠네// 거리엔 수많은 사람들의 바쁜 발길과 웃음 소리/ 뜻없는 거리로부터 돌아와 난 마른꽃같이 잠드네/ 밤엔 꿈 없는 잠에서 깨어나/ 오래 달빛 흩어진 흰 뜰을 그림자 밟고 서성이네// 여름의 키 작은 채송화는 어느덧 시들고/ 난 부칠 곳 없는 편지만 자꾸 쓰네/ 바람은 저 나무를 흔들며 가고/ 난 살고 싶었네//

 

바람의 집 / 장석주
바람의 집이 몹시 흔들린다./ 창이 보여주는 것은 언제나 명확한 구도이다./ 너는 창의 안쪽에서/ 창의 바깥을 응시하고 있다.// 네가 단순성 속에서/ 걷잡을 수 없는 혼란을 발견하는 것은 이때이다./ 소리없이 흐르던 강이 역류하기 시작하고/ 네가 세상을 도무지 알 수 없는 모호한 것으로/ 받아들이는 것도 이 순간이다./ 너는 몇 살인가?/ 날 때/ 다리는 날개죽지 가까이 붙여야 한다.// 오늘은 바람의 집이 몹시 흔들리고/ 나는 네 울음소리를 듣는다./ 네 울음 끝을 바람소리가 지운다./ 네 마음은 지워진 울음 끝을 찾다가 되돌아온다./ 네 밋밋한 가슴이 어느날 멍울을 품고 부푼다.// 오늘 아침 흰 컵들이 깨진 이유를 밝힐 수 없다./ 네 성대에서 울려나오는 말들이 낯설다.// 너는 창의 안쪽에서/ 아직도 창의 바깥을 응시하고 있다.//

 

길 / 장석주
내가 가지 못한 길을/ 한사코 마음만이 분주히 간다./ 내가 가는 길에 마음이 없고/ 마음 가는 길에 내가 없으니/ 저녁답 가던 길을 버리고 말다.//

 

돌 / 장석주
속눈썹 없는 지평선에서/ 박쥐들이 돌아오는 저녁,// 지금 막 떨어지는 앵두들,/ 항구를 떠나는 배들,/ 요람에서 옹알이를 하는 아기들,// 목청 없는 목들이 부르는/ 황혼의 노래를 듣노라.// 아버지는 막 잠들었으니,/ 쉿, 조용히 해라,/ 나뒹구는 소규모 불행들아,/ 이제 좀 쉬렴,// 발굽도 없는 늬들,/ 이름조차 갖지 못한 늬들,/ 날마다 쓸쓸함 한 점을 떼어 먹는 늬들,/ 돌들아, 누가 밤의 깊이를 재는 일을 맡겼느냐?// 내게 오렴, 늬들 불행을 덮어 줄/ 푸른 지붕을 마련해 주마.//

 

자전거 타고 가는 길 / 장석주
저문 시골길을 민간인 하나가 자전거를 타고 지나간다/ 시골의 길들이 대개 그러하듯이/ 인생의 길들은 비포장이다/ 길 양 켠 웃자란 고추밭 위로 털뭉치 같은 어둠이 툭툭 떨어져 쌓인다/ 저 아래 물이 가득 찬 금광저수지에 뜬 달은/ 은박지를 오려붙인 것 같다/ 달 아래 새들은 세계의 어떤 쓸쓸한 징표다/ 뻑뻑하기만 한 가난도 조금은 헐거워지는 밤/ 어디선가 아이가 자지러지게 운다//

 

섬 / 장석주
먼지가 되어 먼지의 꿈을 꾸며/ 수백 년 동안 잠들어 있던/ 내가 다시 일어난다면/ 수천 개의 일요일이 한꺼번에 오리라// 친구들은 하나도 없고/ 내가 걸었던 길이며 집들 남김없이 사라져버린 뒤/ 나 길 잃고/ 길 한복판에 우두커니 서 있게 되리// 나를 감싸는 허탈과 슬픔의 이유를/ 누구에게도 묻지 않으리// 바람을 타고 날아드는 새들은/ 내게 잊혀진 섬의 소식을 실어 나른다/ 난 한 번도 나 자신이었던 적이 없다!/ 새들은 나를 무서운 깨달음에 이르게 한다// 생선 내장에 썩는 악취로 진동하는 도시를 버리고/ 여름 태양이 바다 한가운데 피워낸/ 돌의 장미, 발 밑에/ 수많은 청어들을 기르는 섬으로 가리라// 달빛 속에 잠든 해안을 거닐며/ 배고프면 해안을 뜯어먹고 벌거벗은 채 잠든다/ 심심하면 물 속을 헤엄치며 청어들과 놀고/ 몇 번 하품도 하고/ 마침내 내가 먹고 버린 청어가시들과 함께/ 실종되리라// 푸른 달빛에 바래진/ 화석 되리라//

 

썰물 / 장석주
저 물이 왔다가 서둘러 가는 것은/ 아무도 불러주는 사람이 없기 때문이다// 저 너른 뻘밭은/ 썰물의 아픈 속내다// 저 물이 왔다가 서둘러 가는 것은/ 털어놓지 못한 비밀이 있기 때문이다// 저 뻘밭에/ 여름 철새 무리의 무수한 발자국들은/ 문자를 깨치지 못한/ 썰물의 편지 같은 것// 썰물이 자꾸 뒤를 돌아보면서도/ 저렇게 서둘러 돌아가는 것은// 먼 곳에서/ 누군가 애타게 부르고 있기 때문이다//

 

희망은 카프카의 K처럼 / 장석주
희망은 절망이 깊어 더 이상/ 절망할 필요가 없을 때 온다./ 연체료가 붙어서 날아드는/ 체납이자 독촉장처럼 절망은/ 물빠진 뻘밭 위에 드러누워/ 아무것도 보고 싶지 않아 감은 눈 앞에/ 환히 떠오르는 현실의 확실성으로 온다./ 절망은 어둑한 방에서/ 무릎 사이에 머리를 묻고/ 서랍을 열어 서랍 속의/ 잡동사니를 뒤집어 털어내듯이/ 한없이 비운 머릿속으로/ 다시 잘 알 수 없는 아버지와 두 사람의 냉냉한 침묵과/ 옛날의 病에 대한 희미한 기억처럼/ 희미하고 불투명하게 와서/ 빈 머릿속에 불을 켠다./ 실업의 아버지가 지키는 썰렁한 소매가게/ 빈약한 물건들을/ 건방지게 무심한 눈길로/ 내려다보는 백열전구처럼./ 핏줄을 열어, 피를 쏟고/ 빈 핏줄에 도는 박하향처럼 환한/ 현기증으로, 환멸로,/ 굶은 저녁 밥냄새로,/ 뭉크 畵集의 움직임없는 여자처럼/ 카프카의 K처럼/ 와서, 살고 싶지 않은 마음의 주인을/ 달래서, 살고 싶게 만드는/ 절망은//

 

몽해항로 1 -악공(樂工) / 장석주
누가 지금/ 내 인생의 전부를 탄주하는가./ 황혼은 빈 밭에 새의 깃털처럼 떨어져 있고/ 해는 어둠 속으로 하강하네./ 봄빛을 따라간 소년들은/ 어느덧 장년이 되었다는 소문이 파다했네.// 하지 지난 뒤에/ 황국(黃菊)과 뱀들의 전성시대가 짧게 지나가고/ 유순한 그림자들이 여기저기 꽃봉오리를 여네./ 곧 추분의 밤들이 얼음과 서리를 몰아오겠지.// 일국(一局)은 끝났네. 승패는 덧없네./ 중국술이 없었다면 일국을 축하할 수도 없었겠지./ 어젯밤 두부 두 모가 없었다면 기쁨도 줄었겠지./ 그대는 바다에서 기다린다고 했네./ 그대의 어깨에 이끼가 돋든 말든 상관하지 않으려네./ 갈비뼈 아래에 숨은 소년아,/ 내가 깊이 취했으므로/ 너는 새의 소멸을 더듬던 손으로 악기를 연주하라./ 네가 산양의 젖을 빨고 악기의 목을 비틀 때/ 중국술은 빠르게 주는 대신에/ 밤의 변경(邊境)들은 부푸네//

 

몽해항로 2 -흑해행 / 장석주
잡풀들이 무너져 키를 낮추고/ 들에 숨은 웅덩이들이 마른다./ 가을 가뭄은 길고 꿈은 부쩍 많아지는데/ 사는 일에 신명은 준다./ 탕약이 끓는데, 이렇게 살아도/ 되나, 옛날은 가고 도라지꽃은 지고/ 간고등어나 한 마리씩 먹으며 살아도 되나./ 요즘 웬만한 길흉이나 굴욕은 잘 견디지만/ 사소한 일에 대한 인내심은 사라졌다./ 어제 낮에는 핏물이 있는 고기를 씹다가/ 구역질이 나서 더 먹지를 못했다./ 비루해, 비루해. 남의 살을 씹는 거,/ 내 구강(口腔)에서 날고기 비린내가 난다./ 이슬람이라면 라마단 기간에 금식을 할 텐데,/ 금식은 얼마나 순결한가./ 안성 시내에서 탄 죽산행 버스 안에서/ 취한 필리핀 남자 두 명을 만났다./ 안성 공단에서 일하는 노동자겠지./ 황국이 피는 이 낯선 땅에서 술을 마시며/ 헤매는 저 이방의 노동자들!// 기온이 빙점으로 내려가는 밤/ 서재에서 국립지리학회보를 들여다보는데/ 뼛속의 칼슘들이 조용히 빠져나간다./ 지난해 이맘때 자주 출몰하던 너구리가/ 올해는 보이지 않는다./ 하천 양쪽으로 콘크리트 옹벽을 친 탓일까./ 배나무에서 배꽃 필 무렵/ 잉잉대던 벌들도 올해는 드문드문 보인다./ 주변에서 사라지는 것들이 많다./ 가창오리들이 꾸륵꾸륵 우는 소리 들으니/ 집 아래 호수의 물이 어는 모양이다./ 꿈속에서 모래먼지를 일으키며 달리는 버스를 탄다./ 누군가 흑해행 버스라고 했다./ 검은 염소들이 시끄럽게 울어 댄다./ 한 주일쯤 달리면 흑해에 닿는다고 했다./ 나는 참 멀리도 가는구나, 쓸쓸한 내 간을 위하여/ 누가 마두금(馬頭琴)*이라도 울려 다오./ 마두금이 없다면 뺨이라도/ 철썩철썩 때려 다오, 마두금이 울지 않는다면/ 나라도 울어야 하리!//

* 馬頭琴: 우리나라 해금같이 생긴 몽골 악기

 

몽해항로 3 -당신의 그늘 / 장석주
구월 들어 흙비가 내리쳤다./ 대가리와 깃털만 남은 멧비둘기는/ 포식자가 지나간 흔적이다./ 공중에 뜬 새들을 세고/ 또 셌다, 자꾸 새들을 세는 동안 구월이 갔다./ 식초에 절인 정어리가 먹고 싶었다./ 며칠 입을 닫고 말을 삼간 것은/ 뇌수막염에 걸린 듯 말이 어눌해진 탓이다./ 여뀌와 유순한 그늘과 나날이 어여뻐지는/ 노모와 함께 나는 만월의 슬하에 든다./ 당신의 그늘을 알아,/ 당신에게 그늘이 없었다면/ 몇 그램의 키스를 탐하지 않았을 터다./ 만월에는 오히려 성운(星雲)의 흐름이 흐릿하다./ 금식 사흘째다. 모자를 쓰고/ 안성 시내를 나갔다가 원산지 표시가 없는/ 쇠고기를 먹었다. 중국에서는 부화 직전의/ 알을 깨서 통째로 씹어 먹는다고 했다./ 사람의 식욕은 처절하다./ 초승달이 뜨고 모란꽃 지던 밤은/ 멀리 있었다, 밤엔 잠이 오지 않아/ 따뜻한 물에 꿀을 타서 마셨다./ 흑해가 보고 싶었다./ 물이 무겁고 차고 검다고 했다./ 날이 차진 뒤 장롱에 넣었던 담요를 꺼냈다./ 안성종고 이영신 선생이 올해 텃밭 수확물이라고/ 고구마 한 박스를 가져왔다./ 조개마다 진주가 들어 있는 것은/ 아니다, 삽살개의 눈에 자꾸/ 눈곱이 낀다. 속병을 가진 모양이다./ 집개는 아파도 아프다는 소리를 못하는데,/ 나는 치통 때문에 신경 치료를 받으러/ 두 달간이나 치과병원을 드나든다./ 작년보다 흰 눈썹이 몇 올 더 늘고/ 바둑은 수읽기가 무뎌진 탓에 승률이 낮아졌다./ 흑해에 갈 날이 더 가까워진 셈이다.//

 

몽해항로 4 -낮에 보일러 수리공이 다녀갔다 / 장석주
겨울이 들이닥치면/ 북풍 아래서 집들은 웅크리고/ 문들은 죄다 굳게 닫힌다./ 그게 옳은 일이다./ 낮은 밤보다 짧아지고/ 세상의 저울들이 한쪽으로 기운다./ 밤공기는 식초보다 따갑다./ 마당에 놀러 왔던 유혈목들은/ 동면에 들었을 게다./ 개똥지빠귀들은 떠나고/ 하천을 넘어와 부엌을 들여다보던 너구리들도/ 며칠째 보이지 않는다.// 나는 누굴까, 네게 외롭다고 말하고/ 서리 위에 발자국을 남긴 어린 인류를 생각하는/ 나는 누굴까./ 나는 누굴까./ 낮에 보일러 수리공이 다녀갔다./ 산림욕장까지 갔다가 돌아오는 길에/ 아무도 만나지 못했다./ 속옷의 솔기들마냥 잠시 먼 곳을 생각했다./ 어디에도 뿌리 내려 잎 피우지 마라!/ 씨앗으로 견뎌라!/ 폭풍에 숲은 한쪽으로 쏠리고/ 흑해는 거칠게 일렁인다.// 구릉들 위로 구름이 지나가고/ 불들은 꺼지고 차디찬 재를 남긴다./ 빙점의 밤들이 몰려오고/ 물이 언다고/ 물이 언다고/ 저 아래 가창오리들이 구륵구국 구륵구국 운다./ 금광호수의 물이 응결하는 밤,/ 기름보일러가 식은 방바닥을 덥힐 때/ 나는 누굴까,/ 나는 누굴까.//

 

몽해 항로 5 -설산 너머 / 장석주
작약꽃 피었다 지고 네가 떠난 뒤/ 물 말은 밥을 오이지에 한 술 뜨고/ 종일 바람에 흰 빨래가 펄럭이는 걸 바라본다./ 바람은 창가에 매단 편종을 흔들고/ 제 몸을 쇠에 쳐서 노래하는 추들,/ 오, 제 몸을 쳐서 노래할 수 있다면/ 덜 불행했으리라. 나는 몸을 쳐서/ 소리를 내지 못 하는 사람,/ 허나 소리의 아름다움보다 구업(口業)을 짓는/ 입은 닫는 게 낫다./ 어제는 문상을 다녀오고/ 오늘은 돌잔치에 다녀왔다./ 내가 어디에서 와서 어디로 가는지/ 더 이상 묻지 않기로 했다./ 작약꽃과 눈[雪] 사이에 다림질 잘 하는 여자가/ 잠시 살다 갔음을 기억할 일이다./ 공중에 떠도는 몇 마디 적막한 말과/ 여래와 같이 빛나는 네 허리를 생각하며/ 오체투지(五體投地)하는 일만 남았다./ 땀이 옷에 배인 뒤 마르면/ 마른 소금이 우수수 떨어진다./ 해저보다 깊고 어두운 밤이 오면/ 매리설산(梅里雪山)을 넘는 야크 무리들과/ 양쯔강 너머 금닭이 우는 마을들을 떠올린다./ 누런 해가 뜨고 흰 달이 뜨지만/ 왜 한번 흘러간 강물은 다시 돌아오지 않는가./ 바람 불면 바람과 함께 엎드리고/ 비가 오면 비와 함께 젖으며/ 곡밥 먹은 지가 쉰 해를 넘었으니,/ 동쪽으로 난 오솔길을 따라 가는 일만 남았다./ 저 설산 너머 고원에 금빛 절이 있다 하니/ 곧 바람이 와서 나를 데려가리라.//

 

몽해 항로 6 -탁란(濁卵) / 장석주
가장 좋은 일은 아직 오지 않았을 거야./ 아마 그럴 거야./ 아마 그럴 거야./ 감자의 실뿌리마다/ 젖꼭지만 한 알들이 매달려 옹알이를 할 뿐/ 흙에는 물 마른자리뿐이니까./ 생후 두 달 새끼 고래는 어미 고래와 함께/ 찬 바다를 가르며 나가고 있으니까,/ 아마 그럴 거야./ 물뜨러 간 어머니 돌아오시지 않고/ 나귀 타고 나간 아버지 돌아오시지 않고/ 집은 텅 비어있으니까,/ 아마 그럴 거야.// 지금은 탁란의 계절,/ 알들은 뒤섞여 있고/ 어느 알에 뻐꾸기가 있는 줄 몰라./ 구름이 동지나해 상공을 지나고/ 양쯔강 물들이 황해로 흘러든다./ 저 복사꽃은 내일이나 모레 필 꽃보다/ 꽃 자태가 곱지 않다./ 가장 좋은 것은 아직 오지 않았어./ 좋은 것들은/ 늦게 오겠지, 가장 늦게 오니까/ 좋은 것들이겠지./ 아마 그럴 거야./ 아마 그럴 거야.//

* 탁란(濁卵) : 아직 노른자와 흰자의 구별이 잘안되는 미성숙한 달걀

 

단순하고 느리게 고요히 / 장석주
땅거미 내릴 무렵 광대한 저수지 건너편 외딴 함/ 석지붕 집/ 굴뚝에서 빠져나온 연기가/ 흩어진다// 단순하고,/ 느리게,/ 고요히,/ 오, 저것이야!/ 아직 내가 살아보지 못한 느림!//

 

붕붕거리는 추억의 한때 / 장석주
세상에서 내가 본 것은 아픈 사람과 아프지 않은 사람들,/ 살아 있는 것들의 끝없는 괴로움과/ 죽은 것들의 단단한 침묵들,/ 새벽 하늘에 떠가는 회색의 찢긴 구름 몇 장,/ 공복과 쓰린 위,/ 어느 날 찾아오는 죽음뿐이다.// 말하라 붕붕거리는 추억이여./ 왜 어떤 여자는 웃고,/ 어떤 여자는 울고 있는가./ 왜 햇빛은 그렇게도 쏟아져내리고/ 흰 길 위에 검은 개는 어슬렁거리고 있는가./ 구두 뒷굽은 왜 빨리 닳는가./ 아무 말도 않고 끊는 전화는 왜 자주 걸려오는가./ 왜 늙은 사람들은 배드민턴을 치고/ 공원의 비둘기떼들은 한꺼번에 공중으로 날아오르는가.// 완전주의자의 꿈 / 장석주
1980년 12월 31일 오후 7시/ 모든 스윗치를 내리고, 석유스토브를 끄고/ 사무실을 나왔다. 채 끝내지 못한 교정지와/ 빈 책상들만 어둠 속에 남아 있을/ 사무실과 내가 방금 내려온 어두운 계단들이/ 내 뒤에 남겨져 있는 모든 것이다./ 나를 열기 위하여, 활짝 열려진 문처럼/ 혹은 나를 닫기 위하여, 쾅쾅 못질하여 닫아버린 문처럼/ 나는 일년을 살았다. 아니 일년을 죽었다./ 극장 앞에는 예수의 제자들이 표를 사기 위하여/ 긴 줄을 서고 있다. 커피잔에 담긴 無爲와/ 재떨이에 눌러꺼진 담배꽁초들과/ 신문가판대 옆에 붙어있는 소년들을 지나서/ 나를 묶고, 혹은 나를 풀어주는 이 모든 不自由/ 非本質들을 사랑하지 못했음을 참회하며 걷는다./ 날은 쉽게 어두워졌다. 밤 9시/ 나는 이홉 소주 한 병에 발갛게 취한다./ 자기에게 몰두해 있던 사람에 취하고/ 혈관의 피까지 결빙시키는 지독한 추위에 취하고/ 삶이 사소함과 우연에 얽매인 것임을 깨달으며 취하고/ 아니다, 아니야 라고 부정하며 취한다./ 시간은 흐르지 않고 모든 비본질의 노예인/ 우리가 온갖 우연과 사소함으로 출렁이며 흐른다./ 밤 11시, 친구여 밤은 얼마나 깊었느냐./ 서울 시민의 몇 퍼센트가 편안한 잠에 들었느냐./ 지우리라, 이루어지지 않은 꿈과/ 종로 바닥의 어두운 골목들로 숨어드는 어린 여인들의/ 뒷모습과 만원인 호텔과 여관방들의 교합들을./ 아아, 나는 왜 이렇게 낯선 이들의 어깨에/ 기대고 싶은 걸까. 아아, 나는 왜 이렇게/ 따뜻하게 무작정 허물어지고 싶은 걸까./ 눈발은 자정 근처에서 잠시 흩날리고/ 통행금지가 해제된 이 밤의 자유는 편안하다./ 느닷없는 종소리, 제야의 종소리?/ 침묵에 이르는 병과 근시안경을 버리고/ 나는 잠시 무엇인가를 소망하고 싶다./ 서울 시민들에게 인사하고 싶다./ 깊은 밤거리의 한 모퉁이를 쌍쌍이 사라져 가는/ 저들에게 고통주소서, 동파된 수도꼭지를 바라보며/ 깨어있는 가난한 주부들과/ 아직 잠들지 않은 그들의 아이들과/ 새로 회임되는 미구의 태아들에게/ 고통주소서, 그들의 잠이 달콤한 마약이 되기 위하여./ 우동국물에서 오르는 따뜻한 김과/ 낯선 여자와 두 번 부딪치며 걷는다./ 나는 너무 취했다. 흐르는 세월, 술, 어둠에/ 내 혈관들은 너무 혹사 당했다.// 이제까지 내 생명을 지켜주신 분이시여,/ 나는 아무 물에나 힘없이 붕괴하는 모래탑입니까?/ 이제 불켜진 집에 돌아가게 허락해 주십시요./ 고통이신, 그리고 사랑이신/ 적막한 황혼의 하나님이여.//

 

가을 法語 / 장석주
태풍 나비 지나간 뒤 쪽빛 하늘이다./ 푸새것들 몸에 누른빛이 든다./ 여문 봉숭아씨방 터져 흩어지듯/ 뿔뿔이 나는 새 떼를/ 황토 뭉개진 듯 붉은 하늘이 삼킨다.// 대추 열매에 붉은빛 돋고/ 울안 저녁 푸른빛 속에서/ 늙은 은행나무는 샛노란 황금비늘을 떨군다./ 쇠죽가마에 괸 가을비는/ 푸른빛 머금은 채 찰랑찰랑 투명한데,/ 그 위에 가랑잎들 떠 있다.// ……몸 뉘일 위도에/ 완연한 가을이구나!// 어두워진 뒤 오래 불 없이 앉아/ 앞산 쳐다보다가/ 달의 照度를 조금 더 올리고/ 풀벌레의 볼륨을 키운다.// 복사뼈 위 살가죽이 자꾸 마른다./ 가을이/ 저 몸의 안쪽으로 깊어지나 보다.//

 

가을 병(病) / 장석주
아우는 하릴없이 핏발선 눈으로/ 거리를 떠돌았다. 아우는/ 몸 버리고 돌아와 구석에서 소리없이 울었다./ 오, 아버지는 어둠 속에/ 헛기침 두어 개를 감추며 서 계셨다.// 나는 저문 바다를 적막히 떠돌았다./ 검은 파도는 섬기슭을 울며울며/ 휘돌아 사납게 흰 이빨을 세우고/ 물어뜯어도 물어뜯어도 절망은 단단했다.// 너무 오래되어서 낡은 이 세상/ 가을 해 떨어져 저문 날의 바람 속으로/ 마른 들풀 한 잎이 지고 어둠이 오고/ 나는 얼굴 가득히 범람하는 속울음을 참았다.// 살 부비며 살아온 정든 공기와/ 친밀했던 집 안팎 구석구석의 생김생김/ 아우와 누이와 아버지가/ 작은 불빛 몇 개로 떠올라/ 마람에 하염없이 쓸리는 것을 보았다.// 오, 그때 세상에는 좁혀지지 않는 거리가 있다는 걸 알았다./ 가을 저문 바다 섬과 섬 사이/ 그 사이를 재우고 있는 것은/ 어둠과 바람과 파도뿐임을 알았다.//

 

겨울나무 / 장석주
잠시 들렀다 가는 길입니다/ 외롭고 지친 발걸음 멈추고 바라보는/ 빈 벌판/ 빨리 지는 겨울 저녁 해거름/ 속에/ 말없이 서있는/ 흠없는 혼/ 하나// 당분간 폐업합니다, 이 들끓는 영혼을./ 잎사귀를 떼어 버릴 때/ 마음도 떼어 버리고/ 문패도 내렸습니다.// 그림자/ 하나/ 길게 끄을고/ 깡마른 체구로 서 있습니다//

 

12월 / 장석주
해진 뒤 너른 벌판,/ 하늘엔 기러기 몇 점./ 처마 밑/ 알록달록한 거미에게/ 먼 지방에 간 사람의 안부를 묻다.//

 

안개, 안개 / 장석주
네 생에 최고의 날들은 지나갔어/ 안개는 내게 가만히 속삭인다/ 그럴까, 그럴까...../ 그제 심은 벽오동나무가/ 나를 앞질러 상심을 드러낸다/ 아직 심장의 피들이 이렇게 붉은데// 저 안개 가사袈裟를 휘감고/ 물가에 도열해 있는 나무들은/ 물없는/ 텅빈 바닥을 굽어보고 있다/ 적산가옥 몇채로/ 내마음이 내려앉고/ 내 견령능력도 문맹이나 다름없이 바닥 났으니/ 그건 도무지 슬픈 일이겠다// 살라가야 할 많은 날들이/ 저기 수줍게 핀 수수꽃다리 꽃보다 환해진다/ 새벽 안개 속에/ 망명자처럼 자취 감추었던 물들이 돌아와/ 끔찍하지만 다시한번, 하는 얼굴로/ 저 아래 가득하다//

 

어둠 속을 들여다본다 / 장석주
아무 붙잡을 것 없는 허공에/ 가 닿은 내 눈길/ 재개발 지역 너머 강둑 위의 노을.// 지친 내 어깨를 미는/ 가벼운 바람조차 힘겹다./ 날이 빠르게 어두워지고/ 이윽고 단층집들에 불이 켜진다.// 바람이 달려가는 허공은 울고/ 어둠은 굶주린 들쥐떼처럼 달려든다./ 추위 떨며/ 옷깃을 여미면/ 누군가 어둠 속에서 나를 부른다./ 어둠 속에 서서/ 오래 어둠 속을 들여다본다./ 누가 자꾸 나를 부른다./ 난 아직은 갈 수 없는데/ 누가 자꾸 나를 부른다......// 날 부르지 말아라,/ 세상의 길들이여// 난 어둠 속을 들여다보아야 한다./ 어둠은 하나의 세상을 이루고 있다.//

 

빵 / 장석주
누군가 이 육체의 삶,/ 더 이상 뜯어먹을 것이 없을 때까지/ 아귀아귀 뜯어먹고 있다!/ 이스트로 한없이 부풀어오른 내 몸을/ 뜯어먹고 있다!//

 

갈색 빵을 위한 노래 / 장석주
한 개의 잘 구워진 갈색 빵 속에/ 짐승의 살찐 앞가슴과 같은/ 연하고 부드러운/ 땅의 감촉이 있다./ 열이틀간의 비의 신선한 냄새와/ 하늘의 우울이 있다./ 급하지 않게 허공을 더듬어가며/ 곡식의 알갱이를 익히던 바람과/ 밤의 차가운 적막이 있다./ 5개월간의 차가운 새벽 기운,/ 해돋는 아침의 타오르는 기쁨이 있다./ 잡초를 뽑고/ 흙을 북돋아주던/ 농부의 거칠고 무뚝뚝한/ 노동의 손,/ 수확의 손이 있다.// 한 개의 잘 구워진 갈색 빵 속엔/ 일곱 살짜리 딸애의/ 물어뜯는 첫 이빨 자국,/ 그 오랜 세월의 단단한 견딤의 부서짐,/ 말랑말랑한 혀의 즐거움이 있다./ 어둡고 뜨거운 식도,/ 지옥처럼 요동하는 위,/ 그리고 길고긴 터널의 여행이 있다./ 빻아지는 고통을 넘어서서/ 굽는 불길의 고통을 넘어서서/ 태어나는 한 개 갈색의 빵.// 멋진 혈관의 피가 되어/ 허파의 들숨과 날숨이 되어/ 노동하는 손의 억센 힘이 되어/ 오늘 또다시 구워지는 한 개의 갈색 빵.// 내일 구워질 열 개의 갈색 빵./ 모레 구워질 천 개의 갈색 빵.//

 

크고 헐렁헐랑한 바지 / 장석주
어렸을 때 내 꿈은 단순했다, 다만/ 내 몸에 꼭 맞는 바지를 입고 싶었다/ 이 꿈은 늘 배반당했다/ 난 아버지가 입던 큰 바지를 줄여 입거나/ 모처럼 시장에서 새로 사온 바지를 입을 때조차/ 내 몸에 맞는 바지를 입을 수가 없었다/ 한참 클 때는 몸집이 하루가 다르게 자라니/ 작은 옷은 곧 못 입게 되지, 하며/ 어머니는 늘 크고 헐렁헐렁한 바지를 사오셨다/ 크고 헐렁헐렁한 바지는 나를 짓누른다/ 크고 헐렁헐렁한 바지를 입으면/ 바지가 내 몸을 입고 있다는 착각에 빠지곤 했다/ 충분히 자라지 못한 빈약한 몸은/ 큰 바지를 버거워했다/ 크고 헐렁헐렁한 바지통 사이로/ 내 영혼과 인생은 빠져나가 버리고/ 난 염소처럼 어기적거렸다/ 매음녀처럼 껌을 소리나게 씹는 크고 헐렁헐렁한 바지/나는 바지에 조롱당하고 바지에 끌려다녔다/이건 시대착오적이에요, 라고/ 크고 헐렁헐렁한 바지를 향해 당당하게 항의하지 못했다/ 크고 헐렁헐렁한 바지, 오, 모멸스런 인생/ 바지는 내 꿈을 부서뜨리고 악마처럼 웃는다/ 바지는 인생을 이렇게 살아라, 저렇게 살아라, 라고 참견한다/ 원치 않는 삶에 질질 끌려다니지 않으려먼/ 진작 바지의 독재에 대항했어야 했다/ 진작 그 바지를 찢거나 벗어 버렸어야 했다/ 아니면 진작 바지에 길들여졌어야 했다/ 크고 헐렁헐렁한 바지, 오, 급진적인 바지/ 내 몸과 맞지 않는 바지통 속에서/ 내 다리는 불안하게 흔들린다/ 언제까지나 불사조처럼 군림하는 크고 헐렁헐렁한 바지는/ 검은 그림자를 늘어뜨리고/ 끝끝내 길들여지지 않는 내 인생을 송두리째 뒤흔든다//

 

수목장 / 장석주
나 죽으면/ 꼭 그믐밤에 죽고 싶어./ 숨을 거두는 그 밤이/ 모란꽃 피는 그믐밤이라면/ 더욱 좋겠어.// 죽은 뒤 화장해서 骨粉은/ 숲 속 소나무 아래에 뿌려주면 좋겠어./ 해와 저녁 푸른 공기와 흐르는 물이 있는/ 세상은 살 만하고, 이끼와 달팽이같이/ 여린 생명들은 가여웠어./ 고요와 구월 숲을 사랑해/ 그맘때는 자주 숲속에서 종일을 지내곤 했지./ 그 사람 말없이 누워 있다고/ 누군가 말해주면 좋겠어.// 나는 더 바랄 게 없네.//

 

명자나무 / 장석주
불행을 질투할 권리를 네게 준 적 없으니/ 불행의 터럭 하나 건드리지 마라!// 불행 앞에서 비굴하지 말 것. 허리를 곧추세울 것. 헤프게 울지 말 것. 울음으로 타인의 동정을 구하지 말 것. 꼭 울어야만 한다면 흩날리는 진눈깨비 앞에서 울 것. 외양간이나 마른 우물로 휘몰려가는 진눈깨비를 바라보며 울 것. 비겁하게 피하지 말 것. 저녁마다 술집들을 순례하지 말 것. 모자를 쓰지 말 것. 콧수염을 기르지 말 것. 딱딱한 씨앗이나 마른 과일을 천천히 씹을 것. 다만 쐐기풀을 견디듯 외로움을 혼자 견딜 것.// 쓸쓸히 걷는 습관을 가진 자들은 안다./ 불행은 장엄 열반이다./ 너도 우니? 울어라, 울음이/ 견딤의 한 형식인 것을,/ 달의 뒤편에서 명자나무가 자란다는 것을/ 잊지 마라.//​

 

목련 부처 / 장석주
겨우내 주린 뱀에게 개구리가 제 몸을/ 통째로 바친다./ 온몸으로 공양의 禮를 치르는/ 장엄 현장에/ 목련 한 그루 서 있다./ 갑각의 묵은 가지마다 희고 뽀얀 젖들이/ 눈부시다./ 주린 입들에게 젖을 물린다.// 도처에 生佛이다.//

 

앵두가 잘 익었다 / 장석주
유월 三伏이다. 땡볕 아래 장독대/ 간장독에서 간장은 짠맛이 깊어진다./ 모시적삼 입은 새댁이 간장을 뜨며/ 앵두 몇알 입 안에 넣고 오물오물 하더니/ 씨만 골라 투투— 뱉어낸다.// 露宿도 봄철에는 할 만하겠다./ 저렇게 탱글탱글 여문다면/ 할 만하겠다.//

 

숨은 꽃 / 장석주
1// 너……숨은/ 꽃이 아름답다// 겨울 잠에서 깨어난 뱀들이 또아리를 틀고/ 짓누르는 땅거죽 헤집고 돋는 초록의 들판에서/ 아무 일도 없었던 듯 그냥 태연히 떠나갈 수는 없다// 핏방울 떨어지듯 앙징맞게 맺힌 꽃망울이여/ 숨어서 앙칼지게 쏘아보는 꽃이여// 2// 징그러워라, 상처 아문 뒤 철죽보다 더 짙은 붉음으로/ 타는 이 삶이 괴로움은 죄보다 더 가시같다// 세상에 태어나 이 괴롬보다 더 큰 괴롬은 없었다/ 널 향한 미친 피의 참을 길 없는 줄달음질에/ 난 서릿발 풀린 흙덩이마냥 부서지고 싶었다/ 그러나, 보라…… 삶은 징그럽고도 다정한 것,/ 가랑비 흐릿한 저 들녘에 하염없는 꽃상여 행렬을……// 우린 더욱 살아봐야 하리, 삶은 포기할 수 없는 것/ 살아서 타는 괴롬으로 더욱 생생히 빛나야 하리//

 

냉이꽃 / 장석주
여기 울밑에 냉이꽃 한 송이 피어 있다./ 보라, 저 혼자/ 누구 도움도 없이 냉이꽃 피어 있다!// 영자, 춘자, 순분이, 기숙이 같은/ 어린 시절 함께 뛰어놀던 계집애들 이름 같은,/ 촌스럽지만 부를수록 정다운/ 전라남도 벌교쯤에 사는 아들 둘 딸 셋 둔/ 우리 시골 이모 같은 꽃!// 냉이꽃/ 어찌 저 혼자 필 수 있었을까.// 한 송이 냉이꽃이 피어나는 데도/ 움트는 씨앗의 꿈틀거리는 고단한 생명 운동과/ 찬 이슬,/ 땅 위를 날개처럼 스치고 지나간 몇 날의 야밤과/ 피어도 좋다는 神의 응락,/ 줄기와 녹색 이파리를 매달고 키워준 햇볕과/ 우주적 찰나가 필요하다!//

 

꽃에 바치는 시 / 장석주
마침내 뿌리가 닿은 곳은/ 메마른 흙이 가두고 있는/ 세상이 가장 어두운 시절이다.// 흙 속에 길 찾지 못한 죽음들/ 흙 속에 주체할 수 없는 욕정들/ 흙 속에 죄 많은 혼령들/ 흙 속에 나쁜 욕망들// 저렇게 많이 피어 있는 꽃들이 세상 가장 어두운 시절의/ 죽음들과 욕정들과 혼령들과 운명들을 품고/ 피어난 것이라고/ 누가 믿을 수 있을까.//

 

나비 / 장석주
나비는 날아간다./ 나비는 햇빛 속을 떠간다./나비는 무게를 채 갖지 못한 가벼운 넋이다./ 나비는 모든 소리를 인멸하고 떠가는 한 점 정적이다./ 세상이 시끄럽다고 말하지 않는다./ 세상이 더럽다고 말하지 않는다./ 세상이 힘들다고 하지 않는다./ 나비는 날아간다./ 최루탄 가스 자욱하게 피어 있는 거리를 지나/ 땅거미 내린 어둔 땅을 지나/ 누군가의 버려진 무덤을 지나/ 가뭄으로 말라버린 강을 지나/ 나비는 날아간다./ 나비는 햇빛 속을 떠간다./ 혼자 날아가지만/ 세상을 혼자 가는 것은 아니다./ 지렁이랑, 개미랑, 게랑, 진흙뻘 속의 조개랑,/ 별과, 유령과, 바람과/ 함께 간다./ 도무지 남을 해칠 줄 모르는 것,/ 세속의 아우성을 한 점 고요로 제압하는 것,/ 나비는 날아간다./ 맹목의 겨울이 오기까지/ 나래를 펴고/ 나래를 찢겨/ 어느 산정에서 숨질 때까지/ 나비는 날아간다./ 이승의 한 점 슬픔으로/ 나비는 햇빛 속을 떠간다.//

 

애인愛人 / 장석주
누가 지금/ 문밖에서 울고 있는가./ 인적 뜸한 산 언덕 외로운 묘비처럼/ 누가 지금/ 쓸쓸히 돌아서서 울고 있는가// 그대 꿈은/ 처음 만난 남자와/ 오누이처럼 늙어 한 세상을 동행하는 것/ 작고 소박한 꿈이었는데/ 왜 이렇게 힘들었을까.// 세상의 길은 끝이 없어/ 한 번 엇갈리면 다시는 만날 수 없는 것/ 메마른 바위를 스쳐간/ 그대 고운 바람결/ 그대 울며 어디로 가고 있는가// 내 빈 가슴에 한등 타오르는 추억만 걸어 놓고/ 슬픈 날과 기쁜 때를 지나서/ 어느 먼 산 언덕 보랏빛 저녁/ 외롭고 황홀한 불빛으로 켜지는가//

 

입맞춤 / 장석주
너는 봉인된 편지/ 입맞춤으로/ 네 몸의 적멸보궁 네 몸속의 편지를/ 꺼내 읽는다 그 바닷가다/ 바닷가의 바람에는 소금이 녹아 있다/ 이 바람 속에서/ 일체의 꿈들을 중절당한 내몸이/ 낱낱의 원소로 해체되어 버릴/ 때까지/ 나는 서 있고 싶다// 벼랑의 끝에 가 본 자만이/ 바다를 본다/ 절망해본 자만이 사랑을 안다/ 나는 이 바닷가에서/ 너와 처음으로 입을 맞춘다/ 오오 너는 언제나 밤보다 빨리 온다/ 바다는 잠잠하고/ 너는 꿈틀댄다 바람의 정령들도/ 우리의 입맞춤을 시샘한다// 내 입술과 맞닿은/ 네 수정의 입술에서 핀/ 일곱 송이의 수선화꽃 그 황금빛 수선화꽃 지고/ 아침과 이슬이 진다/ 너는 한번도 가보지 못한 신의주/ 너는 손길이 닿지 않는 수평선/ 너는 새빨갛게 타오르는 노을/ 너는 창 밑 화단에 떨어진 사르비아 꽃잎/ 너는 사막/ 너는 죽음// 하지만, 하지만, 너는 아직/ 태어나지도 않았나?/ 오래 굶주린 내 피는/ 소리를 지른다//

 

다시 첫사랑의 시절로 돌아 갈수 있다면 / 장석주
어떤 일이 있어도 첫사랑을 잃지 않으리라/ 지금보다 더 많은 별자리의 이름을 외우리라/ 성경책을 끝까지 읽어보리라/ 가보지 않은 길을 골라 그 길의 끝까지 가보리라/ 시골의 작은 성당으로 이어지는 길과/ 폐가의 잡초가 한데 엉겨 있는 아무도 가지 않은 길로 걸어가리라/ 깨끗한 여름 아침 햇빛 속에 벌거벗고 서 있어 보리라/ 지금보다 더 자주 미소짓고/ 사랑하는 이에겐 더 자주 "정말 행복해" 라고 말하리라/ 사랑하는 이의 머리를 감겨주고/ 두 팔을 벌려 그녀를 더 자주 안으리라/ 사랑하는 이를 위해 더 자주 부엌에서 음식을 만들어보리라/ 다시 첫사랑의 시절로 돌아갈 수 있다면/ 상처받는 일과 나쁜 소문,/ 꿈이 깨어지는 것 따위는 두려워하지 않으리라/ 다시 첫사랑의 시절로 돌아갈 수 있다면/ 벼랑 끝에 서서 파도가 가장 높이 솟아오를 때/ 바다에 온몸을 던지리라//

 

잊자 / 장석주
그대 아직 누군가 그리워하고 있다면/ 그대는 행복한 사람이다// 그대 아직 누군가 죽도록 미워하고 있다면/ 그대 인생이 꼭 헛되지만 은 않았음을/ 위안으로 삼아야 한다// 그대 아직 누군가 잊지 못해/ 부치지 못한 편지 위에 눈물 떨구고 있다면/ 그대 인생엔 여전히 희망이 있다// 이제 먼저 해야 할 일은/ 잊는 것이다// 그리워하는 그 이름을/ 미워하는 그 얼굴을/ 잊지 못하는 그 사람을/ 모두 잊고 훌훌 털어버리는 것이다// 잊음으로써 그대를/ 그리움의 감옥으로부터 해방시켜야 한다/ 잊음으로써 악연의 매듭을/ 끊고 잊음으로써 그대의 사랑을/ 완성해야 한다// 그 다음엔 조용히 그러나 힘차게/ 다시 일어서는 것이다!/ 다시 시작하는 것이다!//

 

우리에게 더 좋은 날이 올 것이다 / 장석주
너무 멀리 와버리고 말았구나/ 그대와 나/ 돌아갈 길 가늠하지 않고/ 이렇게 멀리까지 와버리고 말았구나// 구두는 낡고, 차는 끊겨버렸다./ 그대 옷자락에 빗방울이 달라붙는데/ 나는 무책임하게 바라본다, 그대 눈동자만을/ 그대 눈동자 속에 새겨진 별의 궤도를// 너무 멀리 와버렸다 한들/ 어제 와서 어쩌랴// 우리 인생은 너무 무겁지 않았던가/ 그 무거움 때문에/ 우리는 얼마나 고단하게 날개를 퍼덕였던가// 더 이상 묻지 말자/ 우리 앞에 어떤 운명이 놓여 있는가를/ 묻지 말고 가자/ 멀리 왔다면/ 더 멀리 한없이 가버리자//

 

난 건달이 되겠어 / 장석주
그동안 너무 오래 일만 하면서/ 살았어/ 흰 손 흰 얼굴은/ 노동에 어울리지 않는데도 말이야/ 책 읽는 것도 신물이 나/ 망상은 줄지 않고/ 미친 피는 잠들지 않아/ 구름 구두를 신고/ 카페에 나가 에스프레소를 마셔야지./ 카페 통유리 너머로/ 사람들과 흘러가는 구름과 거리의 풍경을 바라보며/ 오후의 한 때를 보내야지./ 줄을 세운 바지를 입고/ 젊은 여자를 향해/ 휘익 휘이익 휘파람을 불어보겠지./ 그러면 여자가 돌아볼테지./ 눈웃음 치며 그 여자에게/ 시간이 있느냐고,/ 나와 함께 춤출 시간이 있느냐고.//

 

대추 한 알 / 장석주
저게 저절로 붉어질 리는 없다/ 저 안에 태풍 몇 개/ 저 안에 천둥 몇 개/ 저 안에 벼락 몇 개// 저게 저 혼자 둥글어질 리는 없다/ 저 안에 무서리 내리는 몇 밤/ 저 안에 땡볕 두어 달/ 저 안에 초승달 몇 날//

 

단감 / 장석주
단감 마른 꼭지는/ 단감의 배꼽이다./ 단감 꼭지 떨어진 자리는/ 수 만 봄이 머물고/ 왈칵, 우주가 쏟아져 들어온 흔적,// 배꼽은 돌아갈 길을 잠근다./ 퇴로가 없다./ 이 길은 금계랍 덧칠한 어매의 젖보다/ 쓰고/ 멀고 험하다.// 상처가 본디 꽃이 진/자리인 것을,//

 

쑥 / 장석주
움트는 것, 해토된 땅의 가랑이를 밀며, 가장 먼저 나오는 것,/ 나와서 솟는 것, 솟으며 일어서는 것, 시퍼렇게 잎을 내밀어/ 땅을 덮는 것, 함부로 밟지 마라, 다시, 일어선다, 함부로 뜯지 마라,/ 하얀 손아, 진액 한 방울 흘리지 않고, 다시, 솟는다, 수천의/ 저녁들은 지나간다, 울음을 속으로 삼키며, 어느 땅에서도,/ 쑥, 쑥, 솟구치는 것, 솟구쳐 뻗는 것, 뻗어서 흔들리는 것,/ 고요히 흔들릴 때조차 굳건한 것, 내일을 기다려 본 적이 없는 것,/ 나약하면서도, 꿋꿋하게, 죽음을 무찌르며, 나아가는 것,/ 오 무적인 이것, 땅이 키운 극렬분자여.// 이것,/ 이것,/ 나약한 것들의 피를 보고야 마는 붉은 여단,/ 피도 눈물도 없이 휩쓸고 가는 적군파.//

 

잠시 눕는 풀 / 장석주
풀은 조용하다. 흔들리고/ 싶지 않아서 뿌리의 정적 쪽으로/ 마음을 눕히고 풀은 조용하다. 바람은/ 흐린 하늘을 쓴 소주처럼 휘저으며/ 벌판을 들끓는 아픔으로 흔들며/ 온다. 흔들리지 않으려는 것과/ 흔들며 지나가는 것 사이의/ 긴장은 고조된다. 시간은/ 어디론가 숨어 보이지 않는다. 다만/ 예기치 않은 방향에서 바람은 오고/ 잠시 풀은 눕고, 그러나, 흔들리지 않는 것은/ 끝까지 흔들리지 않는다. 오늘의/ 풀은 지나가는 바람에 몸을 눕히지만/ 끝내 바람은 흙 속에 숨은/ 풀의 흰 뿌리를 흔들지 못한다. 종일을/ 빈 벌판은 푸른 모발을 날리며/ 엎드려 있고 종일을 빈 벌판은/ 통곡을 하며 엎드려 있고/ 또 다시 바람은 불어오고/ 풀은 잠시 눕고 다시 풀은/ 일어서며 풀은 조용하다//

 

일획(一劃) / 장석주
초봄에 매화 꽃눈 돋다, 어제와 다른 하늘 밑/ 내닫는 호랑이다, 호랑이 눈동자다, 저 꽃들!/ 아버지 가고 맞은 늦봄 천지에 모란꽃 붉다/ 벚 꽃잎 분분하게 무너진다, 저 끊긴 인연들/ 자다 깨다 설친 밤 개구리 떼 서책 읽는 소리/ 물 빠진 개펄에 혼자 서 있는 민댕기물떼새/ 오동은 곧고 소나무 굽었다, 무릇 금생이다/ 풍란이 허공에 붓을 친다, 획이 굽은 듯 곧다/ 하마 당신 올까, 무서리에도 꿋꿋한 까치밥/ 아, 살아 움직인다, 명월 아래 기러기 떼 서체書體/ 매화 국화 다 진 뒤 초겨울 앵두나무에 박새/ 가는 길에 꽃 없어 섭섭할까 가지마다 설화雪花!//

 

마을 / 장석주
마을에는 오리나무가 없다./ 오리나무가 없으니 뱁새도 오지 않는다./ 봄은 중부지역을 통과하는 중이다.// 위쪽과 아래쪽으로 마을을 분단하면서/ 지방국도가 빠져나간다./ 일제시대의 전분공장이 서 있고/ 그 옆으로 성결교회 첨탑이 솟아 있다./ 그 위는 천연덕스러운 녹색의 숲,/ 그 아래에는 기와 얹은 개량 한옥 서너 채,/ 길가에는 심심한 전봇대들 몇 개.// 텃밭 구멍에선 뱀이 기어 나오고,/ 장끼들은 암컷을 부르며 숲에서 운다./ 영산홍 진 뒤 저물 무렵엔/ 무논에서 개구리들이 운다.//

 

시골로 내려오다 / 장석주
당신의 정부는 더 이상 내정부가 아니다 나는 당신을 버렸다 내게/ 이래라 저래라 명령하지 말아라! 이제부터 당신의 경전은 더 이상 유/ 효하지 않다 내가 지켜야 할 계율은 내가 만든다 당신을 떠나면서 점/ 집에 갔더니 구설수를 조심하라고 한다 구설수란 누구에게나 붙는 국/ 민연금이거나 지방세 같은 것이다// 당신을 버렸지만 길까지 버릴 수는 없었다 무릇 길들이란 땅 위에/ 세운 당신과 나의 삶의 유적이다 타클라마칸 사막에서는 하루에도 몇/ 번씩 길이 바뀐다 길 없는 길 위에 서서 새 길을 꿈꾼다// 끼니때가 되면 쌀을 씻어 안치고 밥물이 끓는 동안엔 슬하의 것들/ 을 돌보아야 일과는 매우 신성한 것이다 밥때가 되면 밥을 먹고 잘 때/ 가 되면 눈을 붙인다 고립은 그것을 능동적으로 받아들인 자에겐 고/ 립이 아니다 심심한 큰 개가 희디흰 햇빛 속에서 저보다 몸짓이 작은/ 강아지의 목덜미를 물고 마구 흔들어댄다 어디에서나 힘없는 것이 속/ 수무책으로 당하게 되어 있다// 노란 수박꽃 밑에 엄지손톱만큼 작은 수박이 매달렸다 지금 이 순간/ 부화하지 않는 것들은 끝내 부화하지 못한다 올 봄에 심은 나무 중에/ 석류나무가 가장 늦게 잎을 피워낸다 저수지 바닥이 다 드러나도록 비/ 가 없다 벌써 용솔 묘목의 반이 벌겋게 잎이 말라죽었다 물의 문하에 들/ 어선 자에게 이보다 더 큰 실망은 없다 나는 절망함으로써 절망을 채찍/ 질하며 건너갈 것이다 너무 크게 상심하지 않기로 한다// 이 순간을 살지 못하는 당신에겐 삶이 없다 이 순간에도 당신은 당신이/ 알지 못하는 곳으로 흘러가고 있다 내 전생은 라마승이었으니 마흔 너머/ 부터는 라마승의 삶의 길을 갈 수밖에 없다 큰 불편을 냉큼 받아들였더니/ 마음의 작은 불편들이 입을 다문다 시골에 오니 비로소 희망이 있었다//

 

燈에 부침 / 장석주
1.// 누이여, 오늘은 왼종일 바람이 불고/ 사람이 그리운 나는 짐승처럼 사납게 울고 싶었다./ 벌써 빈 마당엔 낙엽이 쌓이고/ 빗발들은 가랑잎 위를 건너 뛰어다니고/ 나는 머리칼이 젖은 채/ 밤 늦게까지 편지를 썼다./ 자정 지나 빗발은 흰 눈송이로 변하여/ 나방이처럼 소리없는 아우성으로/ 유리창에 와 흰 이마를 부딪치곤 했다./ 나는 편지를 마저 쓰지 못하고/ 책상 위에 엎드려 혼자 울었다./ 2.// 눈물 글썽이는 누이여/ 쓸쓸한 저녁이면 燈을 켜자./ 저 고운 불의 모세관 일제히 터져/ 차고 매끄러운 유리의 內壁에/ 밝고 선명하게 번져나가는 鮮血의 빛./ 바람 비껴불 때마다/ 흔들리던 숲도 눈보라 속에 지워져 가고,/ 조용히 燈의 심지를 돋우면/ 밤의 깊은 어둠 한 곳을 하얗게 밝히며/ 홀로 근심없이 타오르는 신뢰의 하얀 불꽃./ 燈이 하나의 우주를 밝히고 있을 때/ 어둠은 또 하나의 우주를 덮고 있다./ 슬퍼 말아라, 나의 누이여// 많은 소유는 근심을 더하고/ 늘 배부른 자는 남의 아픔을 모르는 법,/ 어디 있는가, 가난한 나의 누이여/ 燈은 헐벗고 굶주린 자의 自由/ 燈 밑에서 신뢰는 따뜻하고 마음은 넉넉한 법,/ 돌아와 쓸쓸한 저녁이면 燈을 켜자.//

 

술 마시는 남자 / 장석주
다치기 쉬운 마음을 가진 사람들과/ 술을 마시네/ 술 취해 목소리는 공허하게 부풀어오르고/ 그들은 과장되게/ 누군가를 향해 분노를 터뜨리거나/ 욕을 하네/ 욕은 마음 빈 곳에 고인 고름,/ 썩어가는 환부,/ 보이지 않는 상처 한 군데쯤 가졌을/ 그들 마음에 따뜻한 위안이었으면 좋겠네/ 취해서 누군가를 향해 맹렬히 욕을 하는 그대,/ 취해서 충분히 인간적인 그대,/ 그대는 날개 없는 天使인가/ 그들 마음의 갈피에 숨어 있던 죄의 씨앗들/ 밖으로 터져나와/ 마음 한없이 가볍네/ 그 마음 눈 온 날 신새벽 아직 발자국 찍히지 않은 풍경이/ 네/ 술 깬 아침이면/ 벌써 후회하기 시작하네/ 그렇다 할지라도/ 욕할 수 있었던/ 간밤의 자유는 얼마나 행복했던 것이냐//

 

꿈 -청자상감매죽학문 매병에 부쳐 / 장석주
사는 게 고되고 지칠 때/ 나 떠나려네./ 대숲이 있고 댓잎 이슬만 먹고 산다는/ 학들이 한가로이 날고/ 날다 지치면 흰 나래 닫고 쉬는 저 먼 곳으로./ 잔설 녹아 골짜기 물소리 높아지면/ 대숲에 죽순이 돋고/ 매화 꽃떨기의 향기는 공중에 어지럽겠네./ 비 끝에 무지개가 공작새처럼 날개 펼치는/ 그 먼 곳으로 나 떠나려네./ 나 거기서/ 씨 뿌리고 열매를 따서 양식을 삼고/ 학과 매화를 벗 삼아 삼백 년쯤 숨어 살겠네./ 사람들이 나를 다 잊을 만하면/ 피는 맑아지고 숨결은 편안해지겠네./ 해거름마다 고요가 벗하자고 내려오겠네./ 햇빛 좋은 날엔 빨래를 하고/ 바람 좋은 날엔 빨래를 말리고/ 물결 잦은 날엔 물고기를 잡고/ 종달새 공중에 뜨는 날엔 두보를 읽고/ 뜰 안 앵두나무와 사과나무가 꽃을 피우면/ 꿀벌들 잉잉대는 소리에 취해/ 낮잠도 자고/ 명월 아래 기러기 뜬 밤엔/ 벗들에게 편지를 쓰겠네./ 나 잘 살고 있다네./ 나 잘 살고 있다네./ 저 푸름 속에서 대나무는 백 년을 살고/ 저 푸름 속에서 학은 천 년을 산다네.//

 

강 / 장석주
님은 강을 건너지 말라 하지만/ 기어이 강 건너지 아니 하고는/ 끝내 갈 수 없으니/ 과녁 향해 날으는 한 촉 화살의/ 두려움과 떨림으로 깊은 강을 건너네.//

 

난간 아래 사람 / 장석주
난간에 서서 아래를 볼 때/ 당신은 난간 아래에서 운다.// 거리엔 피 없는 자들이 활보하고/ 아아, 이럴 수는 없지!/ 당신은 연옥에서 깃발로 펄럭인다./ 펄럭이는 것은 울음,/ 손톱은 비통(悲痛)에서 돋은 신체다.// 당신이 난간을 붙든 채 서 있고/ 나는 난간 아래 사람,/ 나는 머리칼을 짧게 자르고/ 당신은 나를 모른다.// 우울은 슬픔의 저지대다.// 푸른 벽에 못 박힌 달!// 꿈길 밖에 길이없어 바다 속으로/ 침수한다면,/ 물속에서 누가 울고 있습니까?/ 당신도 무섭습니까?//

 

소년과 나무 / 장석주
황조롱이 떠 있는 하늘을 가만히 바라보아라./ 황토밭 둔덕 저 너머/ 어머니의 등 뒤로 시린 하늘을 보라./ 한겨울 수만의 흰나비들이 날아가던/ 그 저녁을 기억하라./ 옹알이를 하는 아이는 아무도 돌보지 않아/ 혼자 흙을 파먹고 논다./ 내가 발음하는 모국어에는/ 햇빛과 바람과 진흙과 풀물이 들어 있다./ 모국어를 발음할 때마다/ 햇빛과 황토와 풀냄새가 코끝으로 왈칵 밀려든다./ 마른 소년은 병 속에서 자란다./ 밖에는 봄비가 내리고 실내의 투명한 병에는/ 흰 파뿌리들이 자란다./ 정오의 희망음악이 흘러나오는데/ 어른들은 출타 중이다./ 빈집에서 심심함이 줄기를 뻗고 잎을 피우더니/ 이내 집 안을 가득 채운다./ 심심함이 피운 나뭇잎들이 살랑거리며/ 소년을 달랜다./ 소년은 여전히 우울하다./ 소년은 나무 위로 올라간다./ 나무들은 저마다 방을 하나씩 가졌고/ 소년은 그 방에서 잠을 자고/ 주사위를 갖고 놀기도 한다./ 소년이 한 나절을 보내고 나무에서 나왔을 때,/ 어느덧 장년이다./ 어제는 간송미술관을 다녀왔다./ 오후에는 이빨을 닦고 나가서/ 복권 두 장을 샀다./ 저물 무렵 거리에서 누군가/ 뒤를 돌아다보았다.//

 

내 스무 살 때 / 장석주
참 한심했었지, 그땐 아무것도/ 이룬 것이 없고/ 하는 일마다 실패투성이였지/ 몸은 비쩍 말랐고/ 누구 한 사람 나를 거들떠보지 않았지/ 내 생은 불만으로 부풀어오르고/ 조급함으로 헐떡이며 견뎌야만 했던 하루하루는/ 힘겨웠지, 그때/ 구멍가게 점원자리 하나 맡지 못했으니// 불안은 나를 수시로 찌르고/ 미래는 어둡기만 했지/ 그랬으니 내가 어떻게 알 수/ 있었을까, 내가/ 바닷속을 달리는 등푸른 고등어처럼/ 생의 가장 아름다운 시기를 통과하고 있다는 사실을/ 그랬으니, 산책의 기쁨도 알지 못했고/ 밤하늘의 별을 헤아릴 줄도 몰랐고/ 사랑하는 이에게 “사랑한다"는 따뜻한 말을 건넬줄도 몰랐지// 인생의 가장 아름다운 시기는 무지로 흘려보내고/ 그 뒤의 인생에 대해서는/ 퉁퉁 부어 화만 냈지//

 

절벽 / 장석주
모란꽃 수명은 짧고/ 별들은 궁륭에서 벌 떼처럼 붕붕거린다./ 방울새는 땅에서 알을 품고/ 뱀장어 치어들은 봄강을 거슬러 오른다./ 늙은 어머니가 새벽에 깨서/ 빗자루로 마당을 쓰는 동안/ 밀실에서는 육해공군의 머릿수와/ 野砲와 장거리미사일을 대폭 늘리려고/ 머리를 맞댄 채 긴 회의를 한다./ 그들은 결심을 하면/ 서류마다 서명을 한다./ 적란운과 별똥별과 오솔길을 모르고/ 단것과 뇌물과 회의에/ 빠진 사람들은/ 계속 늘고 있다.// 지구는 큰일 났다!//​

 

달의 뒤편 / 장석주
그믐밤이다, 소쩍새가 운다./ 사람이건 축생이건 산 것들은/ 사는 동안 울 일을 만나 저렇게 자주 운다./ 낮엔 喪家를 다녀왔는데/ 산 자들이 내는 울음소리가 풍년이었다./ 무뚝뚝한 것들은 절대 울지 않는다./ 앞이 막혀 나갈 데가 없는 자리에서/ '죽음!'이라고 나직이 발음해본다./ 혀뿌리가 목젖에 붙어 발음되는/ 이 어휘의 슬하에 붙은 기역 받침과/ 막다른 골목의 운명은 닮아 있다./ 저녁 산책길에서 똬리 튼 뱀을 만나고/ 저수지에서는 두어 번 돌팔매질을 했다./ 작약 꽃대가 두 뼘 넘게 올라왔다./ 그믐밤이다, 直立人의 앞길이 캄캄하다./ 소쩍새 울음소리에 귀 기울이며/ 마시는 커피는 쓰고 깊고 다정하다./ 다시 혼잣말로 '죽음!' 해본다./ 바닥이라고 생각한 그것은/ 바닥이 아니었다.//

 

엽낭게의 내밀한 살림 / 장석주
엽낭게가 꾸리는 살림을/ 아주 가까이에서 본 적이 있다./ 바다 속으로 빠지는 해,/ 붉은빛을 목도리처럼 휘감은 회색 구름,/ 남도 내륙의 산들이/ 엽낭게의 조촐한 살림 내역이다./ 그 살림에 비추어 내밀한 것의 규모를/ 나 혼자 짐작해 보는데/ 슬픔도 기쁨도 아닌 것이 왈칵, 하고/ 목구멍을 타고 넘는다.// 점심 대신에 삶은 감자를 천일염에 찍어/ 두어 개 먹는다./ 혼자 무엇을 먹는다는 건/ 참으로 쓸쓸한 일인분의 고독이다./ 이 정찬은 황홀하다고 할 수밖에 없다./ 삶은 감자와 천일염만 있다면/ 나, 오동나무에 보랏빛 꽃 필 때/ 이 세상을 떠나고 싶지 않다.// * 엽낭게 : 달랑겟과의 하나. 모래사장에 수직으로 구멍을 파고 무리를 지어 산다. 개미야, 개미야, 하루종일 너는 얼마나 가니 / 장석주
온통 백색 광선으로 들끓는 여름 한낮을 쉬지 않고 기어서/ 기어이 가야 할 곳이 있다,// 교묘한 뱀들아, 덩치 큰 야생 쥐들아/ 두꺼비들아, 賣淫의 개들아,// 나는 더 이상 방관자가 아냐,//

 

살아보자고, 살아보자고! / 장석주
저물 무렵 産痛으로 개가 운다./ 자정 무렵 개는/ 강아지 다섯 마리를 순산한다./ 개집 앞에 쭈그리고 앉아/ 갓 태어난 것들을 들여다본다.// 자정 너머 둥근 금빛 달 아래 그림자도 함께 흐뭇한 얼굴로 들여다본다./ 아직 눈도 못 뜬 것들이/ 어여쁜 분홍 꽃잎 주둥이들을/ 냅다 들이대며/ 제 어미의 젖꼭지를 향해 돌진한다.// 살아보자고, 살아보자고!//

 


 

장석주 시인, 평론가

1954년 충남 연무에서 출생, 1975년 『월간문학』에 「심야」라는 시를 발표하고, 1979년 조선일보 신춘문예에 시가 당선되면서 시작 활동을 시작했으며, 같은 해 동아일보에 문학평론이 입선하면서 평론 활동도 하고 있다. 시집으로 『햇빛사냥』 『완전주의자의 꿈』 『그리운 나라』 『새들은 황혼 속에 집을 짓는다』 『어떤 길에 관한 기억』 『붕붕거리는 추억의 한때』 『크고 헐렁헐렁한 바지』 등이 있고, 평론집으로 『한 완전주의자의 책읽기』 『비극적 상상력』 『세기말의 글쓰기』 『문학의 죽음』 등이 있다.

 

 

 

장석주 박연준 부부 '작가인사이드', '내 아침 인사 대신 읽어보오'에 대해 말하다

[BY 뉴스페이퍼] [뉴스페이퍼 = 육준수 기자] 지난 22일 책과 커피, 사람이 머무는 공간 ‘북티크 서교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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