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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詩 느낌

이장희 시인

부흐고비 2021. 7. 23. 09:16

봄은 고양이로다 / 이장희
꽃가루와 같이 부드러운 고양이의 털에/ 고운 봄의 향기 어리우도다// 금방울과 같이 호동그란 고양이의 눈에/ 미친 봄의 불길 흐르도다// 고요히 다물은 고양이의 입술에/ 포근한 봄 졸음이 떠돌아라// 날카롭게 쭉 뻗은 고양이의 수염에/ 푸른 봄의 생기가 뛰놀아라//
* 1924년 5월에 《금성(金星)》 1호에 발표.

고양이의 꿈 / 이장희
시내 우에 돌다리/ 달아래 버드나무/ 봄안개 어리인 시냇가에, 푸른 고양이/ 곱다랗게 단장하고 빗겨 있소. 울고 있소./ 기름진 꼬리를 치들고// 밝은 애달픈 노래를 부르지요./ 푸른 고양이는 물올은 버드나무에 스르를 올나가/ 버들가지를 안고 버들가지를 흔들며/ 또 목노아 웁니다, 노래를 불음니다.// 멀리서 검은 그림자가 움직이고/ 칼날이 銀 같이 번쩍이더니/ 푸른 고양이도 볼 수 없고,/ 꽃다운 소리도 들을 수 없고/ 그저 쓸쓸한 모래 위에 鮮血이 흘러있소.//
* 1925년 5월 《생장(生長)》 5호에 발표.

봄하늘에 눈물이 돌다 / 이장희
憧憬의 비들키를 놉히 날녀라,/ 흰구름 조으는 하늘 깁히에/ 마리아의 빗나는 가삼이 잠겨 잇나니./ 크달은 사랑을 늣기는 봄이 되어도/ 봄은 나를 버리고 겻길로 돌아가다,/ 밝은 웃음과 강한 빗갈이 거리에 찻것만/ 나의 행복과 자랑은 微風에 녹아 사라젓도다.// 사람 세상을 등진 재 오랫동안/ 倦怠와 憂鬱과 懺悔로된 무거운 보퉁이를 둘너매고/ 가상이 넓은 검정 帽子를 숙여 쓰고/ 때로 호젓한 어둔 골목을 허매이다가/ 싸늘한 돌담에 기대이며/ 窓틈으로 흐르는 피아노 가락에 귀를 기우리고/ 追憶의 幻想의 神秘의 눈물을 지우더니라.// 봄날 허무러진 砂丘 위에 안저/ 은실가티 고은 먼 시내를 바래보다가/ 물올은 풀입을 깨물으며/ 외로운 慰勞삼아 詩 읇기도 하더니만/ 그마저도 얼슨 연스뤄 인저는 옛꿈이 되엇노라.// 아아 나의 고달핀 魂이어/ 일허진 봄이 다시 오랴 감은 눈을 뜨고/ 憧憬의 비들키를 놉히 날녀라.//
* 1926년 6월 《여명(黎明)》 7호에 발표.

봄철의 바다 / 이장희
저긔 고요히 멈춘/ 긔선의 굴둑에서/ 가늘은 연긔가 흐른다.// 열븐 구름과/ 낫겨운 해비츤/ 자장가처럼 정다웁고나.// 실바람 물살지우는 바다위로/ 나직하게 VO- 우는/ 긔적의 소리가 들닌다.// 바다를 향하여 긔우러진 풀두던에서/ 어느덧 나는/ 휘파람 불기에도 피곤하엿다.//
* 1927년 6월 《신민(新民)》 26호에 발표.

겨울밤 / 이장희
눈 비는 개였으나/ 흰 바람은 보이듯하고/ 싸늘한 등불은 거리에 흘러/ 거리는 푸르른 琉璃창/ 검은 銳角이 미끄러 간다.// 고드름 매달린/ 저기 저 처마 밑에/ 서울의 亡靈이 떨고 있다./ 풍지같이 떨고 있다.//
* 1925년 5월 《생장(生長)》 5호에 발표.

겨울의 모경 / 이장희
큰 거리는 저물은 연귀에 저저 動靜이 몽롱하고/ 녹설은 무쇠가튼 鈍重한 냄새가 잠겨 흐른다/ 그러나 가다가는 알는 소리 은은한 電車가/ 물오른 풀입가튼 뾰죽한 神經을 들어내고/ 쌔안인 푸른꼿을 虛空에 날니기도 한다/ 길바닥은 얼어서 죽은 구렁이가티 뻐드러젓고/ 그우를 새찬 바람이 돗을 달고 다르나면/ 야릇한 군소리가 눈물에 떨어 그윽히 들닌다/ 잘 지절대고 하이카라인 재비의 幽靈이/ 불눅한 검증 外套를 휘감고 비털거리는 사이에 잇서서/ 흐린 銀ㅅ결가티 희수름한 옷 그림자가 고요히 움즉인다/ 구름인지 안개인지 넘으로 핏줄 선 눈알가티 붉으레함은/ 마즈막으로 넘어가는 날볏의 얼굴이 숨어 잇슴이라/ 이들 눈에 드는 모든 것이 저마다 김을 뿜어서/ 그는 幻燈의 映寫膜이며 沈鬱한 뗏산을 보는듯하다//
* 1927년 6월 《신민(新民)》 26호에 발표.

눈 / 이장희
고맙어라/ 눈은 따우에 액김업시 오도다/ 배꼿보다 희도다/ 너무나 아름다운 눈이길래/ 멀니 신성한것을 이마에 늣기노라/ 아아 더려운 이몸을 어이하랴/ 고요한 속에/ 뉘우침만이 타오르다 타오르다//
* 1926년 11월 신민(新民) 19호에 발표.

눈 내리는 날 / 이장희
아이와 바둑이는 눈을 마즈며/ 뜰에서 눈과함께 노닐고잇네//
* 1929년 5월 《문예공론(文藝公論)》 1호에 발표.

달밤 모래 위에서 / 이장희
갈대 그림자 고요히 흐터진 물가의 모래를/ 사박 사박 사박 사박 건일다가/ 나는 보앗슴니다 아아 모래우에/ 잣버진 청개고리의 불눅하고 하이안 배를/ 그와함께 나는 맛텃슴니다/ 야릇하고 은은한 죽음의 비린내를/ 슬퍼하는 이마는 하늘을 우르르고/ 푸른 달의 속색임을 들으랴는듯/ 나는 모래우에 말업시 섯더이다//
* 1925년 10월 《신민(新民)》 6호에 발표. 원제는 《달밤모래우에서》

연 / 이장희
애달프다/ 헐버슨 버들가지에/ 어느때부텀인지/ 연 한아 걸녀잇서/ 낡고 지처 가늘엇나니/ 그는 가을바람에 우는/ 녯생각의 그림자-ㄹ러라//
* 1925년 10월 《신민(新民)》 6호에 발표.

새 한 마리 / 이장희
날마다 밤마다/ 내가삼에 품겨서/ 압흐다 압흐다고 발버둥치는/ 가엽슨 새한마리.// 나는 자장가를 부르며/ 잠재이랴하지만/ 그저 압흐다 압흐다고/ 울기만함니다.// 어늬듯 자장가도/ 눈물에 떨구요//
* 1924년 5월 《금성(金星)》 1호에 발표.

비오는 날 / 이장희
쓸쓸한 情緖는/ 카-텐을 잡아늘이며/ 窓넘어 비소리를 듣고있더니/ 불현듯 도까비의 걸음걸이로/ 몽롱한 雨景에 비틀거리며/ 뜰에핀 鮮紅의 진달래꽃을/ 함부로 뜯어 입에물고/ 다시 머-ㄴ 버느나무을 안고돌아라//
* 1925년 6월 여명(黎明) 1호에 발표.

청천의 유방(靑天의 乳房) / 이장희
어머니 어머니라고/ 어린 마음으로 가만히 부르고 싶은/ 푸른 하늘에/ 다스한 봄이 흐르고/ 또 흰 별을 놓으며/ 불룩한 유방(乳房)이 달려 있어/ 이슬 맺힌 포도송이보다 더 아름다워라// 탐스러운 유방(乳房)을 볼지어다/ 아아 유방(乳房)으로서 달큼한 젖이 방울지랴 하누나/ 이때야말로 애구(哀求)의 정(情)이 눈물겨웁고/ 주린 식욕(食欲)이 입을 벌리도다/ 이 무심한 식욕(食欲)/ 이 복스러운 유방(乳房)/ 쓸쓸한 심령이여 쏜살같이 날라지이다/ 푸른 하늘에 날라지이다//
* 1925년 6월에 《여명(黎明)》에 발표.

하일소경(夏日小景) / 이장희
雲母가티 빗나는 서늘한 테-블./ 부드러움 얼음, 설당, 牛乳/ 피보다 무르녹은 딸기를 담은 琉璃盞./ 얄븐 옷을 입은 저윽히 고달핀 새악시는/ 길음한 속눈섭을 까라매치며/ 간열핀 손에 들은 銀사실로/ 琉璃盞의 살찐 딸기를 뿌시노라면/ 淡紅色의 淸凉劑가 꼿물가티 흔들닌다./ 銀사실에 옴기인 꼿물은/ 새악시의 고요한 입살을 앵도보다 곱게도 물들인다./ 새악시는 달콤한 꿈을 마시는듯/ 그얼골은 푸른 입사귀가티 빗나고/ 콧마루의 水銀가튼 땀은 발서 사라젓다./ 그것은 밝은 한울을 비최인 적은 못가운데서/ 거울가티 피여난 蓮꼿의 이슬을/ 휘염치는 白鳥가 삼키는듯하다.//

봉선화 / 이장희
아무것도업든 우리집 뜰에/ 언제 누가 심엇는지 봉선화가 피엿네./ 밝은 봉선화는/ 이 어둠컴컴한 집의 정다운 등불이다.//
* 1929년 5월 《문예공론(文藝公論)》 1호에 발표.

버레우는 소리 / 이장희
밤마다 울든 저버레는/ 오늘도 마루미테서 울고잇네// 저녁에 빗나는 냇물가치/ 버레 우는 소리는 차고도 쓸쓸하여라// 밤마다 마루미테서 우는 버레소리에/ 내마음 한업시 이끌리나니//
* 1929년 1월 《신민(新民)》 45호에 발표.

쓸쓸한 시절 / 이장희
어느덧 가을은 깊어/ 들이든 뫼이든 숲이든/ 모두 파리해 있다.// 언덕 위에 우뚝히 서서/ 개가 짖는다./ 날카롭게 짖는다.// 비ㄴ 들에/ 마른 잎 태우는 연기/ 가늘게가늘게 떠오른다.// 그대여/ 우리들 머리 숙이고/ 고요히 생각할 그때가 왔다.//

동경(憧憬) / 이장희
여린 안개 속에 녹아든/ 쓸쓸하고도 낡은 저녁이/ 어디선지 물같이 기어와서/ 회색(灰色)의 꿈노래를 아뢰이며/ 갈대같이 가냘픈 팔로/ 끝없이 나의 몸을 둘러 주도다.// 야릇도 하여라/ 나의 가슴 속 깊이도 갈앉아/ 가늘게 고달픈 숨을 쉬고 있던/ 핼푸른 옛생각은/ 다시금 꾸물거리며 느껴 울다.// 아, 이러할 때/ 무덤같이 잠잠한 모래둔덕 위에/ 무릎을 껴안고 시름없이 앉은/ 이 나의 거칠은 머리칼은/ 나뭇잎을 스치는 바람결에/ 갈갈이 나부끼어라.// 半圖를 커다랗게 그리는/ 東녘 하늘 끝에/ 조그만 샛별이 떠 있어/ 聖者같이 늘어선 숲 너머로/ 언제 보아도 혼자일러라./ 선잠에서 눈뜬 샛별은/ 싸늘한 나의 뺨같이 떨며/ 銀빛진 徵笑를 보내나니.// 외떨어진 샛별이여,/ 내려봄이 어디런가./ 藍빛에 흔들리는 바다런가./ 바다이면 아마도 섬이 있고/ 섬이면은 고운 꽃피는 水國이리라./ 오, 어쩔 수 없는 머나먼 憧憬(동경)이여.// 흐르는, 구름에 실려서라도/ 나는 가련다, 가지 않고 어이하리./ 얄밉게도 지금은/ 水國의 꽃숲으로 돌아가 버린/ 그러나 그리운 옛님을 뵈올까 하여// 그러면 님이여,/ 或시 그대의 門을 두드리건든/ 젊어서 시들은 나의 魂을/ 끝없는 安息에 멱감게 하소서.// 아, 저 두던에 울리도다./ 마˙ 리˙ 아˙ 의 은은한 쇠북소리에,/ 저녁은 갈수록 한숨지어라.//

실바람 지나간 뒤 / 이장희
님이시여/ 모르시나이까// 지금은/ 그리운 옛날 생각만이/ 시들은 꽃/ 싸늘한 먼지/ 사그라진 촛불이/ 깃들인 제단(祭壇)을/ 고이고이 감돌면서/ 울음 섞어 속삭입니다// 무엇을 빌며/ 무엇을 푸념하는지요//

 



이장희(李章熙, 1900년~1929년) 시인, 번역문학가
본관은 인천(仁川)이고 호는 고월(古月)이다. 1900년 경상북도 대구에서 태어났다. 아버지 이병학은 대구의 부호로 조선총독부 중추원 참의를 지냈다. 다섯 살 때, 어머니를 잃고 이후 계모 밑에서 크며 아버지와 불화했다. 아버지 이병학은 두 번째 부인과 5남 6녀를 두었고, 이장희가 죽기 5년 전에 세 번째 결혼을 하였으며 그 외에 측실도 1명을 거느렸다. 이장희 자결 당시 형제는 모두 10남 8녀로 매우 복잡한 가계였다. 경상북도 대구보통학교를 거쳐 일본 교토 중학교를 졸업하였다. 교우관계는 양주동, 유엽, 김영진, 오상순, 백기만, 이상화, 현진건 등 극히 제한되어 있었다. 부친이 중추원 참의로서 일본인들과의 교제가 빈번하여 아들 이장희 시인에게 중간 통역을 맡기려 했으나, 이장희 시인은 한 번도 복종하지 않았고, 총독부 관리로 취직하라는 지시도 거역하여 부친은 이장희 시인을 버린 자식으로 아주 단념하였다. 그래서 극도로 빈궁한 삶을 벗어나지 못하였다. 1929년 11월 3일 대구 자택에서 음독 자살하였다.
1924년 《금성》 3월호에 〈실바람 지나간 뒤〉, 〈새한마리〉, 〈불놀이〉, 〈무대〉, 〈봄은 고양이로다〉 등 5편의 시 작품과 톨스토이 원작의 번역소설 〈장구한 귀양〉을 발표하면서 등단했다. 이후 《신민》,《생장》,《여명》,《신여성》,《조선문단》등 잡지에 〈동경〉, 〈석양구〉, 〈청천의 유방〉, 〈하일소경〉,〈봄철의 바다〉등 30여 편의 작품을 발표하였다. 요절하였기에 생전에 출간된 시집은 없으며, 사후 1951년 백기만이 청구출판사에서 펴낸 《상화와 고월》에 시 11편만 실려 전해지다가 제해만 편 《이장희전집》(문장사, 1982)과 김재홍 편 《이장희전집평전》(문학세계사, 1983)등 두 권의 전집에 유작이 모두 실렸다.

 

 

[대구문화재단, 문화공감] 문화인물소개 - 깊은 감성과 섬세한 감각의 시인 이장희

ㅡ 대구문화재단 문화공감문화인물소개 깊은 감성과 섬세한 감각의 시인 이장희 (1900~1929)[ 출생 및 학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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