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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 읽기

음음음음 음음음 / 오차숙

부흐고비 2022. 7. 15. 18:04

내가 노래하는 무대에는 조명등이 희미해 생명의 싹이 움트지 않소 꽹과리를 두드리고 장구를 내리쳐도 푸른 감흥이 일어나질 않소 영혼의 날개마저 거세당한 탓인지 관객의 깊은 환호성과 무대의 퀭한 종소리도 오래도록 들리지 않소 버선발로 뛰쳐나가 뱅그르르르 뒹굴어 볼까 하얀 적삼 걸치고 나가 관객석을 배회해 볼까

음음음음 음음음
음음음음 음음음

생生은 한 판 춤사위로세

뭐여라 그으래 어디선가 맑은 종소리가 들리기 시작하오 생은 한 판 그래픽 소설이라고 생은 한 판 춤사위라고 한 판의 춤사위는 천 개의 단어를 조립한 말장난보다 느낌을 줄 때가 때로는 있다오 남사당패들의 외줄타기 외로움처럼 아슬아슬하게 마음의 행로를 걸어가더라도 호오 탕한 춤사위는 삶을 지탱시켜 주는 이유가 되거든

음음음음 음음음
음음음음 음음음

생生은 한 판 춤사위로세

아니야 웬일인지 난蘭 한 송이 키우기가 힘들어졌소 바람도 모르게 비틀거리고 있소 내 안에 또 다른 내가 숨어 있어 묘한 그 실체를 응시하고 있소 오호라 취화선 속의 그 남자가 불꽃으로 환생하여 피묻은 영혼을 소생시키고 있소 피카소의 손놀림 칸딘스키의 발놀림 백남준의 영혼 놀림으로 걸음걸음의 춤판을 벌리고 있소

음음음음 음음음
음음음음 음음음

생生은 한 판 춤사위로세

이럴 수가 숨통이 막힐 줄이야 심통이 막힐 줄이야 별 수 없이 카멜레온의 치킬 박사와 야누스의 옷깃으로 가면축제를 열며 자정이 넘은 달밤을 휘휘휘휘 배회할 수밖에 없소 인생은 한 판의 춤사위와 다르지 않기에 늘 푸른 광대가 될 수밖에 없소 고요하고 기기묘묘한 무대 위에서 난蘭 한 그루를 키우기가 힘들어졌기 때문이오

음음음음 음음음
음음음음 음음음

생生은 한 판 춤사위로세

잠시 눈길을 멈추면 시름시름 죽어가는 난蘭 이제 그 난이 커튼 속 무대에서 훌쩍인다 해도 한계가 꿈틀거려 무대 저만치 진땀의 물살 권태의 물살이 콸콸 밀려 오오 생은 한 판의 춤사위라고 바람도 모르는 새 고독 속에서 호호 탕탕 신음을 하는 그 실체로 인해 구토를 심하게 아 아니 무슨 말씀 경배할 이유가 생기고 말았소

음음음음 음음음
음음음음 음음음

생生은 한 판 춤사위로세

보시오 때로는 용서할 순 없소 그 광명에 춤의 극치를 외면하는 이 자신을 용서하지 못해서 목구멍이 타들어가도록 경멸의 물살이 밀려 오오 오호라 글쎄 내 인생은 두 개의 심장을 갖고 있나 보오 사랑과 예술이 그와 다르지 않기에 이들은 무대 위에서 양심도 가책도 없이 투쟁을 하오 내 전부를 부수려고 밤낮없이 요동을 치오

음음음음 음음음
음음음음 음음음

생生은 한 판 춤사위로세

꽃샘추위로 인해 신열이 끓어도 영혼의 혼란으로 인해 피범벅이 되어도 지독한 그 실체들은 생애 전부를 삼키려고 하오 그래서 춤꾼이 되기를 서원했나 보우 자유다운 자유를 실현하기 위해 피에로 중의 피에로가 되었나 보우 그래 맞소 폭풍의 언덕을 휘 가르며 빨간 토슈즈 파란 토슈즈를 수십 켤레씩 만들던 춤꾼이었나 보우

음음음음 음음음
음음음음 음음음

생生은 한 판 춤사위로세

오호라 그래 저만치 모딜리아니 연인 잔느의 슬픈 눈빛이 속세에 찌든 나를 응시하고 있소 무대 위에서 소설 속의 주인공이 되어 비익조처럼 날아 보라구 하오 오호라 그래 토마스 하디의 <테스>의 그 남자가 생생초生生草를 안고 달려들고 있소 <닥터 지바고>에서 ‘라라’의 그 남자도 흑갈색 영혼을 수술하려고 달려들고 있다오

음음음음 음음음
음음음음 음음음

생生은 한 판 춤사위로세

오호라 맞소 난蘭 한 그루를 키우기 위해 한 판의 춤을 추어보세 생은 한 판의 춤사위라구 오호라 웬걸 미안하오 난 한 그루를 키우다 보니 권태로 인해 힘들어졌소 생은 한 판의 춤사위라고 오호라 여전히 암 말 마소 난 한 그루 생生하기 위해 한 판의 춤을 추어보세 바람과 구름은 남사당패로세 인생은 한 판의 춤사위인가 보우

음음음음 음음음
음음음음 음음음

생生은 한 판 춤사위로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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