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주병 / 공광규 술병은 잔에다/ 자기를 계속 따라 주면서/ 속을 비워 간다// 빈 병은 아무렇게나 버려져/ 길거리나/ 쓰레기장에서 굴러다닌다// 바람이 세게 불던 밤 나는/ 문 밖에서/ 아버지가 흐느끼는 소리를 들었다// 나가 보니/ 마루 끝에 쪼그려 앉은/ 빈 소주병이었다// 공광규 시인은 1960년 서울 돈암동에서 태어나 충남 청양에서 성장했다. 동국대 국문과 및 단국대 대학원 문예창작학과를 졸업, 1986년 월간 《동서문학》신인문학상으로 등단하였다. 시집으로 『대학일기』 『마른 잎 다시 살아나』 『지독한 불륜』 『소주병』 『말똥 한 덩이』, 아동전기 『성철스님은 내 친구』 『윤동주』, 시론집 『시 쓰기와 읽기의 방법』 등이 있다. 신라문학대상, 윤동주 문학상, 동국문학상, 김만중문학상, 현대불교문..
시에서 배우는 역발상 방법 / 황인원1 오동은 고목이 되어갈수록 제 중심에 구멍을 기른다 오동뿐이랴 느티나무가 그렇고 대나무가 그렇다 잘 마른 텅 빈 육신의 나무는 바람을 제 구멍에 연주한다 어느 누구의 삶인들 아니랴 수많은 구멍으로 빚어진 삶의 빈 고목에 어느 날 지나는 바람 한 줄기에서 거문고 소리 들리리니 거문고 소리가 아닌들 또 어떠랴 고뇌의 피리새라도 한 마리 세 들어 새끼칠 수 있다면 텅 빈 누구의 삶인들 향기롭지 않으랴 바람은 쉼 없이 상처를 후비고 백금칼날처럼 햇볕 뜨거워 이승의 한낮은 육탈하기 좋은 때 잘 마른 구멍하나 가꾸고 싶다 - 복효근 무용지용(無用之用)이라는 말이 있다. 지는 어조사로 우리말로 치면 ‘~의’라는 뜻이다. 그러니 무용지용이란 무용의 용이라고 해석된다. 무용지용은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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